독자반응비평
차봉희 / 고려원(고려원미디어) / 1993년 11월
평점 :
절판


이 책은 독문학자인 차봉희 교수가 독일 문예학의 중심적인 이론으로 자리잡은 독자반응비평을 한국에 소개하기 위해 편역한 저서이다.

역시 독일의 관념 철학은 위대한 힘을 가지고 있다. 루카치가 헤겔의 철학에 영향받은 것처럼 볼프강 이저 또한 후설의 현상학에 영향받으면서 잉가르덴의 이론을 비판적으로 검토한다.

독자의 주체적인 능동성을 강조하는 부분에서는 러시아 형식주의 자들의 낯설게하기나 프라하 학파의 탈자동화 그리고 브레히트의 소격 효과를 떠오르게 한다. 그런 의미에서 한국의 전통 미학은 독자 반응 이론의 모범적인 예가 될 수도 있을 듯 한데...

저자의 허구화와 이에 상응하는 독자의 상상작용을 통한 심미적 체험인 텍스트의 구체화를 미결정적 공백의 채움이라는 능동적 독서행위로 설명한다. 그러면서도 잉가르덴의 수동적인 독자론을 비판하고 또한 독자가 주관성에 함몰되는 것도 경계한다.

텍스트와 작품의 구별, 유희과정 혹은 응고화 과정으로서의 독서 과정에 대한 설명 그리고 허구에 대한 천착을 통해 사실적 체험으로서의 텍스트 체험을 설명한다. 바르뜨의 '텍스트의 유희', '저자의 죽음'론도 독자 반응비평의 관점에서 생각해 볼 수 있을 것 같다.

저자나 작품에 주어졌던 과도한 관심을 독자에게 분산 시키고 있다는 점에서 독자반응비평의 의의가 있고 더이상 텍스트는 한가지 중심적 의미를 가진 수수께끼가 될 수 없다. 그런 의미에서 고전주의적인 전범으로서의 작품은 지양되는 것이다.

진리의 인식에 대한 회의감이 팽배한 포스트 모던한 분위기가 독자 반응 비평의 이면에 숨겨져 있지 않을까 하는 추측을 해 볼 수 있을것 같다.

문학론의 궁극적인 목표는 진리의 인식으로 수렴되는 것인가? 그렇다면 우리는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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