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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의 판소리
정병욱 / 집문당 / 1990년 7월
평점 :
절판
정병욱 선생은 고전 시가론 방면의 전문가였다. 이 책은 그의 또다른 면모를 볼 수 있는 명저이다. 그가 판소리 학회의 회장을 맡았다는 사실도 이책을 통해 알게 되었다. 소리에 관한 개설서로서 이보다 더좋은 책이 있을까 싶을 정도로 체계적이고 재미있다.
나는 우리 음악 중 특히 판소리를 사랑하고 즐겨 듣는 사람중의 한사람이다. 이론을 안다고 해서 판소리를 듣는 귀가 트이는 것은 아니지만 이론은 판소리를 이해하고 사랑해서 즐겨듣게 만드는데는 분명한 효과가 있다.
그리고 판소리는 장단, 창조, 가풍, 기법, 발성법 등의 음악적 요소와 발림(너름새), 고수와의 호흡(추임새), 부채 지팡이등의 소도구 등 연극적 요소 그리고 민족 문화의 총화라고 할맘큼 전대의 문화전통(가사, 가곡, 시조, 한시, 축문, 민요, 민담, 무가 등)이 녹아들어있는 사설과 창은 나름대로의 체계를 갖추고 있기 때문에 이러한 이론적 지식을 먼저 이해하는 것은 판소리를 듣는데 많은 도움이 된다.
판소리에 관한 몇몇 저서들이 눈에 띄지만 판소리 연구가 미진하던 시절의 연구물로서 이 책은 여전히 그 가치를 인정받을 수 있을것 같다.
뒤에 실린 판소리 다섯마당의 채록본은 판소리를 처음 대하는 이들에게 많은 도움을 준다. 판소리는 그 사설에 한문과 사투리가 가 많기 때문에 듣고 바로 그 뜻을 명확하게 이해하는데 많은 어려움이 있다. 옛날 사람들도 정확한 뜻은 몰라도 다섬마당에 대한 줄거리는 알고 있었기 때문에 듣는데 큰 장애느 없었을 것이다. 하지만 그 이면을 그리는 세부적 디테일에 민감한 즐거움을 느끼기 위해서는 사설에 대한 정확한 이해가 전제 될수록 커다란 도움이 될것임은 분명한 사실이다.
오랫만에 좋은 책을 만나 재미있는 시간을 가질 수 있었다. 요즘은 틈만 나면 판소리를 듣고 있는데, 임방울의 소리는 과연 일품이라 할만하다. 그리고 초보라 그런지 나는 여창보다는 남창이 끌린다. 판소리의 지락을 모르는이들도 어서 빨리 판소리를 들어 보라. 이보다 좋을순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