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흔들리는 분단체제
백낙청 지음 / 창비 / 1998년 6월
평점 :
60년대에는 '사상계'를 잇는 지성사의 대표적 잡지인 '창작과 비평'을 창간했고, 70년대에는 '민족문학론'을 부르짖던 백낙청 교수가 이제는 '분단체제론'이라는 거대하지만 적실한 담론을 천착하고 있다.
문학권력에 대한 논의에서 백낙청과 창작과 비평이 여러 논자들로부터 타당한 비판을 받고 있는 것이 사실이지만, 백낙청의 행보는 정체되거나 변질된 지식인의 모습을 보여준다기보다는 민족의 세계화 내지는 세계의 민족화라는 문제를 끊질기게 탐색하고 있다. 그러면서도 시대의 추이에 따라 또는 전단계 논리의 극복을 위해 새로운 단계의 논리로 적절한 관심이동을 보여주었다.
백낙청의 변질을 지적하는 인격적 비판은 소모적이다. 적실하고 생산적인 비평이 되기위해서는 그가 내 놓는 담론에 대한 합당한 논의를 이끌 수 있는 비판이 되어야 할 것이다.
백낙청이 제기한 '분단체제론'은 한국의 분단현실을 열국체제를 상부구조로하고 있는 '세계체제'의 하위체제로서 '상호대결하면서도 묘하게 공생하는 남북의 기득권세력들과, 기본적으로 반민주적이고 비자주적인 이 범한반도적 체제에 억눌리는 남북의 민중들을 <모순의 대립항>으로 보'(202쪽)는 거시적 담론이다.
백낙청은 남북의 분단상황을 단순한 이념대립 혹은 국가간의 대립으로 보는 기존의 분단현실에 대한 인식의 한계를 지적하고, 자본주의라는 시스템에 의해 지탱되고 있는 세계체제의 일부로서 남과 북은 완전한 국가라고 할 수 없고, 한 나라이면서 두 나라이고 두 나라 이면서 한 나라인 현실적 상황을 인정해야 한다고 역설한다. 남과 북은 다른 나라와는 달리 분단체제라는 매개항을 거쳐 세계체제의 작동에 참여함으로써 국가로서의 뚜렷한 한계를 가질 수 밖에 없는데, IMF사태 도한 그러한 논리에 따라 분단체제 안에서는 경제성장 또한 그 한계를 넘어설 수 없다는 것이다.
이렇게 우리 현실을 옭아매고 있는 분단체제는 민중의 주체적인 주도로 극복되어야 하는데, 분단체제의 극복은 세계체제의 변혁에 이바지하게 된다. 이는 민족문학이 우리 민족의 해방을 위한 문학이면서 세계문학의 기여한다는 '민족문학론'을 떠올리게 한다.
이처럼 세계적 시각에서 분단체제를 고찰함으로써 분단현실을 구조적으로 볼 수 있는 이점이 있다.
그리고 분단체제론은 영성, 환경, 인권 등의 다른 문제적 담론과 연대가 가능하고, 또한 근대극복론, 민족문학론과돞밀접한 관계를 맺고있다.
또 한가지 백낙청 교수가 제안하는 것으로 '다국적 민족 공동체'라는 것이 있는데, 이는 해외 교포들까지를 포함한 남과 북의 동포들이 하나의 공동체를 형성함으로써 세계인류의 발전에 이바지하고 분단체제를 극복해나가야 한다는 것이다.
백낙청의 담론은 이매뉴얼 월러스틴의 이론을 주체적으로 수용하면서 다른 담론들과 조화롭게 연대할 수 있다는 장점을 가지고 있다. 그리고 완결이 아닌 생성의 담론으로서 계속 논의되고 다듬어지면서 그때그때의 현실에 다라 적절한 변화도 기대할 수 있는 탄력있는 이론이라고 할 수 있겠다.
백낙청 교수의 진보적 열정에 경의를 표한다. 나는 나대로 '분단체제 극복운동의 일상화'를 위해 열심히 살아야 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