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문학사개설
조윤제 / 을유문화사 / 1967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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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저자의 '한국문학사'를 대학 교재용으로 간추린 것이다. 고대문학에서 부터 근대문학에 이르기 까지의 한국문학사의 흐름을 일목요연하게 보여 주고 있다.

한글 전용시대에 이 책은 여전히 세로쓰기와 한문혼용을 고수하고 있다. 나름대로의 출판사정이 있었겠지만 쉽게 읽을 수 있는 책을 까다롭게 읽어야 했다. 이런 나의 태도는 편의주의적이라고 비판할 수도 있겠으나 나의 생각으로는 국문으로 사유하고 국문으로 학문을 하는 것이 우리의 전통을 만들어가는데 큰 기여를 할 수 있을 것이라는 믿음에서 나온 것이다. 우리의 학문용어는 서양의 것을 그대로 빌어와 사용하는 것이기 때문에 우리의 학문적 토양에서는 어렵지 않는것도 난해함이라는 꼬리표를 달게 된다. 그래서 외국의 철학이나 문학을 전공 하려면 번역서로는 공부할 수 없고 해당 외국어를 습득해야만 한다. 이런 사정이 다 나쁜것은 아니지만 일반 대중들이 인문학을 가까이 할 수 없는데는 이러한 걸림돌이 상당히 큰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을 것이다.

조윤제의 문학사 기술은 근대적인 한국문학의 초기작업이라는 점에서 문학사 기술에 있어 하나의 전벙을 마련해 주었다. 그의 유기체적인 문학론이나 민족주의적인 사관은 당대의 정황속에서 이해되어야 하지만 학문의 객관적 엄밀성을 해치는 결과를 가져오기 때문에 극복되어야 할것이다. 항상 시작은 전복될 수 있음으로써 위대할 수 있는 것이다. 도남의 위대함은 여기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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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적 투쟁으로서의 성 입장총서 35
빌헬름 라이히 / 솔출판사 / 1996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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빌헬름 라이히는 마르크스주의의 사회적 혁명론과 프로이트의 정신분석학이라는 거대한 두 담론의 만남을 주선하고 있다. 그러나 편역자의 말대로 이러한 만남은 이질적인 것의 단순한 접목이라고 보아 넘기기에는 석연치 않은 점들이 많다.

라이히는 프로이트의 초기 이론에 동의 하면서도 그의 변화(부르조아지와의 타협으로써 제기된 충동의 억압으로서의 문화론)를 거부한다. 문화는 욕망의 억압을 통한 승화에 의해서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라 건전한 욕망이 충족될 때 성취될 수있다는 것이다.

식욕과 함께 성욕의 억압은 두 가지 커단란 모순을 불러 일으키는데, 정신병리학적인 노이로제가 그 하나이고 정치적 권위 혹은 종교적 신비주의로의 함몰이 다른 하나이다. 특히 후자는 니체가 초인적 권격에의 의지를 언급했다는 사실을 염두한다면 타당한 비판이다.

그리고 오디프스단계를 억압의 원인이 아닌 결과로 보는 것은 새롭다. 들뢰즈와 라깡을 비롯한 심리적 폭압 기제의 중요한 개념으로 이해되었던 오디프스단계가 이처럼 새로운 방향으로 검토될 수있음은 흥미로운 일이다.

파시즘을 비롯한 인간 억압의 부정적 힘이 눈에 잘 띠지 않는 정신적 억제를 통해 이루어 진다는 사실은 주지하고 있는 사실이지만 우리들은 주체적 삶을 내팽겨 친체 노예적 삶을 살고 있다. 이러한 행태의 근원엔 리이히가 말하는 성 충동의 왜곡이 자리하고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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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해방의 이론과 현실 창비신서 24
이효재 / 창비 / 1989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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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 해방은 그 억압과 왜곡의 현실적 문제로 인해 이론적인 천착이나 차분한 분석보다는 투쟁과 운동의 실천적인 측면에서 주로 논의되어 왔다.

법적인 평등과 제도적인 개선을 통해 여권신장을 요구했던 유럽의 경우에는 18세기부터 여성해방운동의 초기적인 모습이 나타난다면 우리나라는 여성에게 상당히 억압적이었던 유교의 영향력이 약화되던 18세기에서 부터 그 맹아를 보이다가 20세기 초기에 와서 일제의 민족 수탈과 계급 수탈 그리고 성적인 수탈이라는 다중적인 수탈의 상황 속에서 국채보상운동이나 노동쟁의를 통해 본격적인 여성해방운동이 시작 된다. 70년대 후반에 접어들면서부터 광복후 70년대에 이르기까지 식민지 잔재로서의 어용적인 여성운동을 지양하고, 역사의 새로운 인식을 통해 우리의 여성해방운동은 보다 논리적이고 이념적인 성격을 강화하게 된다.

이효재가 편집한 이 책도 그러한 분위기에서 출간되었다. 모두 3부로 구성되었는데, 1부는 서양, 2부는 제3세계 그리고 마지막으로 3부는 우리나라의 논문들을 싣고 있다. 모두 17편의 논문으로 짜임새있고 균형잡힌 구성을 이루고 있다.

자유주의, 급진주의, 사회주의 등의 여성해방운동의 여러 갈래들 중에서 이 책의 주된 흐름은 사회주의적인 해방운도이라고 할 수 있다. 7.80년대 우리의 상황에서는 아마도 사회주의 여성운동이 가장 우리 현실에 시사하는 바가 컸을 것이다.

푸리에의 공상적이고 당위적인 여성 해방론에서 엥겔스의 인류학적인 분석을 통한 부권제와 일부일처제의 억압적인 가족제도 그리고 여기서 확대 재생산되는 여성의 계급적 상황에 대한 설명은 서양의 여성 해방론이 나름대로의 체계를 이루면서 성장해 왔음을 알 수 있게 해준다.

여성해방은 여성에대한 일반적이고 공시적인 분석과 여성이 처한 상황의 변천사에 관심을 두는 특수성을 강조하는 통시적 연구가 조화롭게 이루어져야 한다. 전자가 주로 이론적 성격이 강하다면 후자는 운동의 측면 다시말해 실천적인 성격이 강하다. 그러나 양자의 관계는 따로 논의 될 수 없고 그 관계에 주목해야만 여성의 문제에 대한 정확한 인식이 가능하게 된다.

생산과 소비를 비롯한 삶의 중요한 요소들로부터 주체성을 잃고 낭만적으로 왜곡된체 그들의 욕망을 타자의 욕망으로 해소할 수 밖에 없는 지금의 상황은 이전보다 더 정교한 억압적 상황이라고 할 수있다. 이상적인 외모를 꿈꾸고 다이어트와 성형수술, 갖가지 장신구와 메이크업은 현실과 삶의 보다 근본적인 문제로부터 유리된 삶을 살게 함으로써 수동적인 삶을 강요한다.

이제 미래는 모성성의 시대가 되어야 할 것이다. 그래야만 남성 중심의 인류사가 만들어 놓은 왜곡과 폐해를 극복할 수 있는 가능성을 확보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진정으로 여성해방론에 관한 여성들의 관심이 절실하고 그들의 저극적인 관심에서 나온 여성 해방 담론이 형성되어야 할 것이다. 그런데 사정은 너무 불리하다. 아직도 여성들은 상품문화의 소비를 만끽하는것으로 그들의 억압적인 상황을 해소하려한다. 고전적인 아름다움에대한 재고와 여성에대한 낭만적 신비화는 다같이 분쇄되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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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문단사 1908~1970 - 우리시대의 지성 5-015 (구) 문지 스펙트럼 15
김병익 지음 / 문학과지성사 / 2001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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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73년에 초판이 나왔다가 절판된 뒤로도 사람들의 입에 오르내리던 김병익의 첫 단행본인 '한국문단사'가 문지스펙트럼으로 다시 출간되었다. 오랫동안 만나지 못했던 친구를 다시 만나는 기분처럼 설레이고 반가운 마음으로 이 책을 읽었다.

문학 자체에 대한 논의를 중시하는 사람들이 본다면 그야말로 이 책은 일종의 가쉽에 지나지 않고, 문인들에 대한 사적인 호기심의 충족으로만 보여질 수도 있다. 하지만 굳이 역사전기비평이라는 비평방법론을 들먹거리지 않더라도 '문단사'의 가치를 무시할수만은 없으리라. '사랑하면 알게되고 알면 보이나니 그때보이는 것은 전과 같지 아니하다'라는 말은 이 책의 가치를 드러내는데 타당한 근거가 될 수 있을것 같다. 문학의 언저리, 그 치열한 풍경들을 바라보는 것은 문학에 대한 터무니 없는 신비화가 아닌 문학 생산의 환경과 작가들의 부대낌을 구체적 역사로 보는 것이다. 그리하여 당대 작가들의 문학정신의 치열함을 이해하고, 우리들은 그들의 정신에 공명할 수 있게 되는 것이다.

1908년 신문학의 시작부터 1970년까지의 문단사정을 간략히 스케치 하고 있는 이책은 문학에 대한 '사랑'을 느끼게 만드는 책이다. 문학사의 이면에 숨겨진 문단사의 파노라마는 우리 신문학사의 흐름이 얼마나 격동적이었는가를 가슴시리게 보여준다.

문단의 이야기를 에세이식으로 풀어쓴 책이라든지 작가들의 회고담이 책으로 묶인것들을 몇번 본 적이 있다. 앞으로 관심을 갖고 읽어보아도 좋을 책들인 것 같다. 오늘날의 작가 상황은 어떻게 기술될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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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옥에서 보낸 편지 민음사 세계문학전집 42
안토니오 그람시 지음, 린 로너 엮음, 양희정 옮김 / 민음사 / 2000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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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람시는 내게 막연한 위대함으로 간직되어 있었는데, 이 책을 통해 그 위대함의 실체를 확인하게 되었다. 여기저기서 들었던 그람시에 대한 단편적 이야기들이 내가 알고 있는 그람시의 전부였고, 헤게모니니 진지전이니 하는 용어들은 친숙하면서도 낯설었다.

감옥에서의 편지는 '옥중수고'와 함께 그람시의 양대저작이라고 하는데, 그 글들은 현실로부터의 격리도 그의 내면의 투쟁을 막을 수 없었다는 것을 증언하고 있다. 이 서간들 속에서는 현실에대한 지성적 사유를 포기하지 않는 그람시의 지사적 면모와 함께 어머니를 걱정하는 착한 아들로서, 또한 다정다감한 아버지로서의 따뜻한 인간적 모습을 볼 수 있다.

그람시의 사상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옥중수고'를 보아야 하겠지만, 그의 사상적 배경과 관심사들을 이해하는데, 이 책은 많은 것들을 알려 준다. 또한 편집자의 서문은 그람시의 전기적 사상적 배경을 간단하게 요약해 놓고 있는데, 그람시를 이해하는 첫 걸음으로서 상당히 유용했다. 작은키의 곱사등이라는 신체적 허약함은 그의 투쟁을 더 강렬하게 했던 개인적 요인이 아니었을까 하는 생각도 해 보았다.(콤플렉스의 극복)

이론과 실천의 위대함을 보여준 그람시, 그는 무솔리니와 타협함으로써 감옥에서 나올 수도 있었지만 결코 그러지 않았다. 그것은 '시민사회'의 도래에 대한 강한 신념과 지식인의 자기 책임에서 나온 지사적 실천이었던 것이다. '나의 지성은 비관주의적이지만 나의 의지는 낙관주의적이다'(219쪽)라는 로맹롤랑의 말에대한 인용은 인상적인 경구로 들린다. 이것은 현실에대한 냉철한 인식에서 오는 지식인의 고뇌와 그 현실의 극복에 대한 강한 신념의 다른 표현인 것이다. 그 투쟁의 강한 모습과 함께 아들에 대한 섬세한 애정의 표현들 그리고 어머니에 대한 걱정들은 그의 뜨거운 인간애를 짐작하게 한다.

20세기의 위대한 한 지식인의 투쟁과 승리를 지켜보면서 많은 생각을 해보게 된다. 단기간의 혁명적 투쟁의 시대를 반성하고 시민사회의 헤게모니에 대한 신념을 갖고 있었던 그람시의 생각들은 21세기의 현실에서 돌아볼때, 선견지명이었음을 확인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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