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문화적 투쟁으로서의 성 ㅣ 입장총서 35
빌헬름 라이히 / 솔출판사 / 1996년 12월
평점 :
절판
빌헬름 라이히는 마르크스주의의 사회적 혁명론과 프로이트의 정신분석학이라는 거대한 두 담론의 만남을 주선하고 있다. 그러나 편역자의 말대로 이러한 만남은 이질적인 것의 단순한 접목이라고 보아 넘기기에는 석연치 않은 점들이 많다.
라이히는 프로이트의 초기 이론에 동의 하면서도 그의 변화(부르조아지와의 타협으로써 제기된 충동의 억압으로서의 문화론)를 거부한다. 문화는 욕망의 억압을 통한 승화에 의해서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라 건전한 욕망이 충족될 때 성취될 수있다는 것이다.
식욕과 함께 성욕의 억압은 두 가지 커단란 모순을 불러 일으키는데, 정신병리학적인 노이로제가 그 하나이고 정치적 권위 혹은 종교적 신비주의로의 함몰이 다른 하나이다. 특히 후자는 니체가 초인적 권격에의 의지를 언급했다는 사실을 염두한다면 타당한 비판이다.
그리고 오디프스단계를 억압의 원인이 아닌 결과로 보는 것은 새롭다. 들뢰즈와 라깡을 비롯한 심리적 폭압 기제의 중요한 개념으로 이해되었던 오디프스단계가 이처럼 새로운 방향으로 검토될 수있음은 흥미로운 일이다.
파시즘을 비롯한 인간 억압의 부정적 힘이 눈에 잘 띠지 않는 정신적 억제를 통해 이루어 진다는 사실은 주지하고 있는 사실이지만 우리들은 주체적 삶을 내팽겨 친체 노예적 삶을 살고 있다. 이러한 행태의 근원엔 리이히가 말하는 성 충동의 왜곡이 자리하고 있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