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해방의 이론과 현실 창비신서 24
이효재 / 창비 / 1989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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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 해방은 그 억압과 왜곡의 현실적 문제로 인해 이론적인 천착이나 차분한 분석보다는 투쟁과 운동의 실천적인 측면에서 주로 논의되어 왔다.

법적인 평등과 제도적인 개선을 통해 여권신장을 요구했던 유럽의 경우에는 18세기부터 여성해방운동의 초기적인 모습이 나타난다면 우리나라는 여성에게 상당히 억압적이었던 유교의 영향력이 약화되던 18세기에서 부터 그 맹아를 보이다가 20세기 초기에 와서 일제의 민족 수탈과 계급 수탈 그리고 성적인 수탈이라는 다중적인 수탈의 상황 속에서 국채보상운동이나 노동쟁의를 통해 본격적인 여성해방운동이 시작 된다. 70년대 후반에 접어들면서부터 광복후 70년대에 이르기까지 식민지 잔재로서의 어용적인 여성운동을 지양하고, 역사의 새로운 인식을 통해 우리의 여성해방운동은 보다 논리적이고 이념적인 성격을 강화하게 된다.

이효재가 편집한 이 책도 그러한 분위기에서 출간되었다. 모두 3부로 구성되었는데, 1부는 서양, 2부는 제3세계 그리고 마지막으로 3부는 우리나라의 논문들을 싣고 있다. 모두 17편의 논문으로 짜임새있고 균형잡힌 구성을 이루고 있다.

자유주의, 급진주의, 사회주의 등의 여성해방운동의 여러 갈래들 중에서 이 책의 주된 흐름은 사회주의적인 해방운도이라고 할 수 있다. 7.80년대 우리의 상황에서는 아마도 사회주의 여성운동이 가장 우리 현실에 시사하는 바가 컸을 것이다.

푸리에의 공상적이고 당위적인 여성 해방론에서 엥겔스의 인류학적인 분석을 통한 부권제와 일부일처제의 억압적인 가족제도 그리고 여기서 확대 재생산되는 여성의 계급적 상황에 대한 설명은 서양의 여성 해방론이 나름대로의 체계를 이루면서 성장해 왔음을 알 수 있게 해준다.

여성해방은 여성에대한 일반적이고 공시적인 분석과 여성이 처한 상황의 변천사에 관심을 두는 특수성을 강조하는 통시적 연구가 조화롭게 이루어져야 한다. 전자가 주로 이론적 성격이 강하다면 후자는 운동의 측면 다시말해 실천적인 성격이 강하다. 그러나 양자의 관계는 따로 논의 될 수 없고 그 관계에 주목해야만 여성의 문제에 대한 정확한 인식이 가능하게 된다.

생산과 소비를 비롯한 삶의 중요한 요소들로부터 주체성을 잃고 낭만적으로 왜곡된체 그들의 욕망을 타자의 욕망으로 해소할 수 밖에 없는 지금의 상황은 이전보다 더 정교한 억압적 상황이라고 할 수있다. 이상적인 외모를 꿈꾸고 다이어트와 성형수술, 갖가지 장신구와 메이크업은 현실과 삶의 보다 근본적인 문제로부터 유리된 삶을 살게 함으로써 수동적인 삶을 강요한다.

이제 미래는 모성성의 시대가 되어야 할 것이다. 그래야만 남성 중심의 인류사가 만들어 놓은 왜곡과 폐해를 극복할 수 있는 가능성을 확보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진정으로 여성해방론에 관한 여성들의 관심이 절실하고 그들의 저극적인 관심에서 나온 여성 해방 담론이 형성되어야 할 것이다. 그런데 사정은 너무 불리하다. 아직도 여성들은 상품문화의 소비를 만끽하는것으로 그들의 억압적인 상황을 해소하려한다. 고전적인 아름다움에대한 재고와 여성에대한 낭만적 신비화는 다같이 분쇄되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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