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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옥에서 보낸 편지 ㅣ 민음사 세계문학전집 42
안토니오 그람시 지음, 린 로너 엮음, 양희정 옮김 / 민음사 / 2000년 10월
평점 :
절판
그람시는 내게 막연한 위대함으로 간직되어 있었는데, 이 책을 통해 그 위대함의 실체를 확인하게 되었다. 여기저기서 들었던 그람시에 대한 단편적 이야기들이 내가 알고 있는 그람시의 전부였고, 헤게모니니 진지전이니 하는 용어들은 친숙하면서도 낯설었다.
감옥에서의 편지는 '옥중수고'와 함께 그람시의 양대저작이라고 하는데, 그 글들은 현실로부터의 격리도 그의 내면의 투쟁을 막을 수 없었다는 것을 증언하고 있다. 이 서간들 속에서는 현실에대한 지성적 사유를 포기하지 않는 그람시의 지사적 면모와 함께 어머니를 걱정하는 착한 아들로서, 또한 다정다감한 아버지로서의 따뜻한 인간적 모습을 볼 수 있다.
그람시의 사상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옥중수고'를 보아야 하겠지만, 그의 사상적 배경과 관심사들을 이해하는데, 이 책은 많은 것들을 알려 준다. 또한 편집자의 서문은 그람시의 전기적 사상적 배경을 간단하게 요약해 놓고 있는데, 그람시를 이해하는 첫 걸음으로서 상당히 유용했다. 작은키의 곱사등이라는 신체적 허약함은 그의 투쟁을 더 강렬하게 했던 개인적 요인이 아니었을까 하는 생각도 해 보았다.(콤플렉스의 극복)
이론과 실천의 위대함을 보여준 그람시, 그는 무솔리니와 타협함으로써 감옥에서 나올 수도 있었지만 결코 그러지 않았다. 그것은 '시민사회'의 도래에 대한 강한 신념과 지식인의 자기 책임에서 나온 지사적 실천이었던 것이다. '나의 지성은 비관주의적이지만 나의 의지는 낙관주의적이다'(219쪽)라는 로맹롤랑의 말에대한 인용은 인상적인 경구로 들린다. 이것은 현실에대한 냉철한 인식에서 오는 지식인의 고뇌와 그 현실의 극복에 대한 강한 신념의 다른 표현인 것이다. 그 투쟁의 강한 모습과 함께 아들에 대한 섬세한 애정의 표현들 그리고 어머니에 대한 걱정들은 그의 뜨거운 인간애를 짐작하게 한다.
20세기의 위대한 한 지식인의 투쟁과 승리를 지켜보면서 많은 생각을 해보게 된다. 단기간의 혁명적 투쟁의 시대를 반성하고 시민사회의 헤게모니에 대한 신념을 갖고 있었던 그람시의 생각들은 21세기의 현실에서 돌아볼때, 선견지명이었음을 확인하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