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족문학 논쟁사 연구
김용락 지음 / 실천문학사 / 1997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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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내가 읽은 책은 김영락의 <민족문학 논쟁사 연구>(실천문학사)다. 비교적 널리 알려진 상식적인 내용들을 일별하고 있는데, 단순히 자료를 읽고 정리해 놓았을뿐 저자 나름의 해석이 결여되어 있다. 해석이라고 해봤자 과격한 좌파적 편견에서 나온 당파적 논리의 몇몇 멘트가 다다.

제목에 비해 분량도 내용도 치졸하다. 그러나 그 사실의 나열 중에서 내가 모르는 사실들도 있었기 때문에 전혀 무익한 독서는 아니었다. 그리고 민족문학론의 전개를 나름대로 조망할 수 있었던 것도 의미있다.

그러나 쓸려면 제대로 좀 쓰지. 저술 태도의 안이함이 그대로 느껴지는 책이다. 그 지적 수준의 박약함도 마찬가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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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차탁마대기만성
김용옥 지음 / 통나무 / 2000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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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용옥의 <절차탁마대기만성>은 문헌 해석학에 대한 참신한 논리를 보여주는 책이다. 이 책은 잠시도 눈을 떼지 못할정도의 흡인력을 갖고 있다. 동서양의 학문적 깊이를 바탕으로 '고전'에 대한 기존의 편벽된 이해를 과감하게 깨부쉬고 있다. 저자는 '고전'의 권위에 대해 철저히 반항적이다. 고전 중의 고전이랄 수 있는 성경에 대한 기존의 해석을 세기의 성경 해석학자 불트만의 양식비평, 특히 비신화화라는 방법론을 통해 철저하게 통박한다. 저자의 논리를 지켜보는 것은 마치 악당을 무찌르는 영웅의 장쾌한 액션을 보는 것처럼 통쾌하다. 이 책을 읽으면서 나는 이런 생각이 들었다. 오늘날 한국문학의 비평 작업이 과연 김용옥 만큼의 필로로기와 필로소피를 바탕으로해서 이루어지고 있는 것이 얼마나 되는가? 나의 독서 경험에 따른다면 그야말로 가짢은 비평이 판을 치고 있을 뿐이다. 물론 몇몇 대가들의 비평에는 섬세한 사유와 지적 통찰이 빛나고 있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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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역시대의 문화논리
남송우 / 신생(전망) / 1995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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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경대학교의 남송우 교수가 쓴 <지역시대의 문화논리>는 저자의 지역문화에 대한 남다른 애정을 바탕으로 쓰여진 저서다. 부산의 (문학을 중심으로한) 문화적 현실을 잘 정리해 보여준다. 그러나 지역문화에 대한 애정에 값하는 만큼의 대안 모색이 부족하다는 것이 흠이다. 당위적 차원에서의 지역문화 논리의 주장은 뚜렷한 전망을 제시하지 못할때 공염불로 끝날 수 밖에 없는 것이다. 물론 단평을 주로 모은 책의 성격탓이 크겠지만 보다 진지한 학문적 성찰을 보여주길 기대한다. 남송우는 이 저서 이전의 평론집 <다원적 세상보기>에서도 지역문학에 대한 남다른 애정을 보여주었다. [오늘의 문예비평]이라는 모범적인 지역문학의 전형적 에콜을 이끌고 있는 것도 저자에게 강한 기대를 걸게 만든다. 이번 [오늘의 문예비평] 봄호에서도 지역문학을 특집으로 다뤘다고 하니 기대가 더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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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단체제 변혁의 공부길 창비신서 124
백낙청 / 창비 / 1994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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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낙청의 <분단체제 변혁의 공부길>은 한 시대의 지성이 빚어낸 탁월한 문화비평집이다. 문화적 사유가 곧 삶을 견인하데까지 이르고 있는 통찰의 '지혜'를 보여준다. 명성에 비해 많지 않은 저작활동을 하고 있지만 백낙청의 글은 양의 방대함보다는 이름에 값하는 지혜의 깊이를 갖고 있다. 백낙청의 글을 읽을때 마다 어른에게 큰 가르침을 얻는 느낌이다. 민족문학론의 전망을 바탕으로 '분단체제'라는 인식틀을 통해 한국 사회의 현실을 진단하고 나아갈 방향을 제시한다. 이러한 발상은 거대 담론이 비판받는 시대에도 여전히 유효한 '이성'(또는 지성)의 예리함을 보여준다. 저자가 내 놓는 삶의 전망은 '지혜의 시대'로 명명되는 인간성의 위대한 힘에 대한 믿음으로부터 출발한다. 많은 가르침을 얻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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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창과 비수 입장총서 21
루쉰 지음 / 솔출판사 / 1997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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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Q정전>의 저자로 널리 알려진 루쉰의 앤솔로지를 읽었다. 명성은 널리 들어왔으나 나에게 그는 구체성의 존재가 아니라 풍문 속의 바람에 불과했었다. 이 책은 솔 출판사의 기획물인 '입장총서'의 21번을 차지하고 있다.

루쉰을 처음 접하는 나에게 루쉰을 전문적으로 번역해왔고 연구해온 편역자들의 이 앤솔로지는 루쉰에 접근하는 적절한 길을 제시해 주었다. 일본의 후쿠자와 유키치, 한국의 윤치호, 유길준, 중국의 양계초, 강유위 그리고 노신. 이들의 공통분모는 동아시아 3국의 '근대'의 논리를 엿보는데 있어 중요한 선지자적 인물들이라는 것이다.

루쉰은 국비유학생으로서 삼국중 가장 먼저 서구적 근대화를 이룩한 일본으로 가 근대의 기획을 체험했다. 루쉼에게서 배워야만 하는 것은 바로 이 근대의 기획에 대한 철저한 자각이 아닐까싶다. 그는 근대를 반성적으로 성찰한 선지자적 지식인이라는 점에서 다른 동아시아의 근대의 서각자들과 구별된다. 오늘날 근대의 기획이 가진 해악들이 우리들 삶의 표층으로 드러나 병리적 현상을 일으키고 있는 마당에 루쉰을 읽는 것은 근대 기획의 초심으로 돌아가 다시 근대를 반성적으로 사유하는 계기가 될것이다.

나는 이 책을 읽으면서 진보적 지식인으로서의 루쉰의 강인한 의지와 신념을 엿볼 수 있었다. 아직 페어 플레이가 아직 이르다는 지적이나 프롤레타리아 문예를 주장하는 대목, 그리고 보수적 지식인들의 비판에 대한 신랄한 역비판이 인상적이었다. 예컨데 다음과 같은 말에서는 커다란 울림이 있다.

'그러므로 혁명 문학가는 앞에 있는 적을 주의해야 할 뿐만 아니라 자기 편에서 수없이 변신하고 있는 밀정도 대비해야 합니다.'([상하이 문예를 일별함], 246쪽)

저 문장 속에는 피아의 확실한 구분과 승리를 위한 전략적 사고가 깃들어 있다.
이 외에도 문학에 대한 루쉰의 입장을 대변하는 다음과 같은 말에도 무게가 느껴진다.

'세상을 초월하면 시나 글 역시 당연히 존재하지 않아야 합니다. 시나 글 역시 인간사 입니다. 시가 있다는 것은 세상사에서 감정을 거두지 못한 증거입니다.'([위진 시대의 기풍과 문장 및 약과 술의 관계], 172쪽)

자족적 문학을 비판하고 문학의 혁명적 가능성을 믿는 루쉰에게 삶에 대한 문학의 치열한 정신은 가장 중요한 덕목이었을 것이다. 이 책은 한 번 읽고 말 그런 책이 아니다. 두고 두고 향기를 느낄 수 있는 책이 아닐까 생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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