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어민족주의와 언어사대주의의 갈등
이민홍 지음 / 성균관대학교출판부 / 2002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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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이 흥미로워 읽게된 책이다. 그런데 제목의 거창함에서 비롯된 기대와는 조금 다른 방향에서 저술된 책이었다. 저자는 오늘날 세계화의 추세에 따라 불어닥친 외국어의 열풍을 언어사대주의라 보고, 이를 비판한다. 그 비판의 논거로서 분석의 대상이 되고 있는 것은, 저자의 전공과도 관련이 있는 동아시아의 지정학에서 비롯하는 중화-오랑캐의 구도이다. 저자는 중국 한족의 일방주의에 대해 주체성을 뚜렷하게 유지했던 나라들을 내세우면서 언어민족주의의 중요성을 주장하고 있다. 특히 저자가 제안하고 있는 사이학(四夷學)은 탈식민지주의와 관련해서도 중요한 관심의 대상이 된다고 생각한다. 이 책은 세계화 시대의 문화적 생존 논리를 모색하고 있다는 점에서 중요한 문제제기를 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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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소설의 이해
신형기 지음 / 실천문학사 / 1996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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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산주의 인간학'의 분석이란 부제를 달고 있는 이 책은 저자가 북한의 소설들을 꼼꼼하게 읽고 그것을 10개의 장으로 나누어 정리하고 있다.

저자는 북한의 소설이란 것이 당과 수령을 중심에 둔 교조적이고 유형적이라는 점, 그리고 그 성격이 신화적이라는 점 등을 비판한다. 루카치식으로 말한다면 자아와 세계의 결렬이야말로 소설 장르의 본질인데 북한의 소설은 '무갈등'을 특성으로 하는 낙관적유토피아주의를 지향하고 있다는 점에서 그 특이성이 있다고 지적한다. 그리고 북한문학의 정통성을 보장하고 있는 '항일혁명문학'을 저자는 북한 내부의 갈등이 없는 상황에서 외부(동구권의 몰락과 미 제국주의의 흥기)와의 갈등이 고조될 때 그 내부적 결집의 논리로써 설명하고 있다. 북한소설 속에서의 지식인의 위상 변화라든가, 새 세대 공산주의자들의 형상화, 그리고 과학적 환상을 다룬 소설에 이르기까지 북한소설의 핵심적인 테마들을 탁월하게 분석하고 있다.

90년대 이후부터 남녀의 애정문제나 도시와 농촌간의 격차와 도시선망의 세태들이 북한의 소설 속에 등장하기 시작하는데, 저자는 이런 변화들을 북한의 사회적 변화와 조심스레 연관지어 본다.

이 책에서는 북한문학의 한계와 문제점들을 적확하게 지적하고 있는데, 그런 비판이 정치적 의도 없는 타당한 것이라는 점에서 북한문학을 성찰하는 한 논거가 될 수 있을 것이다. 북한문학의 작품들이 남한에서도 활발하게 소개되어 남한 비평가들과 연구자들의 본격적인 평가와 논의 또한 활발해지길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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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후의 분대장
김학철 지음 / 문학과지성사 / 1995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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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학철은 중국에서 황포군관학교를 나와 조선민족혁명당과 조선의용대에서 항일무장투쟁에 참가하다가 다리에 총상을 입고 일본군의 포로가 되어 수감되었고, 결국 치료를 제대로 받지 못해 한 쪽 다리를 절단하게 된다. 그리고 해방 후 서울에서 잠깐 활동하다가 월북하여 로동신문 기자 등의 활동을 하다가 중국으로 다시 건너가 작가 생활을 한다. 모택동의 문화대혁명으로 우익분자로 지목되어 10여년간 강제노동을 하다가 <20세기의 신화>라는 작품으로 모택동의 정책을 비판한 이유로 10년 동안 수형생활을 하게된다. 출옥후 저술활동을 계속하다가 얼마 전에 타계 했다.

그의 일생은 고난과 역경으로 점철되어 있다. 그러나 그의 자서전 어느 곳에서도 비극적인 정서를 찾아볼 수가 없다. 목숨을 건 절박한 상황의 어느 곳에서도 유머와 웃음이 있다. 그는 말한다. 항일무장투쟁이라고 한다면 어떤 비장함을 떠올리겠지만, 항시 그렇게 비장해가지고 인간이 어떻게 산단말인가라고. 그의 회고 속에는 우리 근현대사의 중요한 국면들이 생동감 있게 묘사되어 있다.

그는 철저한 마르크스주의자이지만 스탈린, 김일성, 모택동과 같은 독재주의자들에 대해서는 비판으로 일관한다. 그들은 마르크스주의를 왜곡한 인간들이기 때문이다.

김학철은 이데올로기의 엄청난 영향 속에서 살았던 인물이지만 그의 삶은 그런 이데올로기의 무게를 벗어나 있는 것처럼 보인다. 그런 이데올로기의 무게야 말로 그에겐 '20세기의 신화'에 지니지 않을 것이다. 이런 신화의 망령에서 벗어나는 일은 우리 세대가 감당해야 할 사명일지도 모른다. 아니 이런 사명 운운도 일종의 망령일 수 있다. 이제는 '지금', '여기'의 삶을 제대로 돌보는 지혜로운 삶이 중요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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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찰적 근대성과 페미니즘:한국의 여성과 남성 2
조한혜정 지음 / 또하나의문화 / 1998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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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탈식민지 시대 지식인의 글 읽기와 삶 읽기>를 읽었을 때, 그 책은 나에게 신선한 자극이 되었다. 그 책 역시 우리의 근대성에 대한 성찰이 주제라고 할 수 있는데 저자는 이론적 관심보다는 '실천'의 방도에 대해 고민하고 있었다.

<성찰적 근대성과 페미니즘>도 역시 우리의 근대성에 대한 성찰을 촉구하고 있는 글들로 짜여져 있다. 남성, 어른 중심의 근대화가 배제해 왔다는 여성, 아이들의 목소리를 복원해 내려는 것이 저자의 일관된 의지임을 알 수 있다. 차이에서 차별로 나아가서는 결국 배제와 억압을 탄생시키는 근대화의 해악, 더군다나 자생적 근대화의 길을 걷지 못하고 '압축된 시간'안에 서구의 근대를 모방하는데 급급했던 우리의 근대는 '근대의 기획'안에 내재해 있는 여러 문제들을 성찰하지 못하고 지나쳐 왔다.

[가정/사회], [비공식 영역/공식 영역]의 이분법을 해체하고 관념에 의해 억압되었던 자신의 몸을 다시 돌아보는 일, 그리하여 몸의 언어를 발견하는 일, 이런 것들이 저자가 내세우고 있는 일종의 전술이다. 페미니즘의 논리와 탈식민주의와의 연계성은 널리 알려져 있는데 이 책에서 역시 차이에 의해 배제되었던 주변부의 변혁 잠재력을 논하고 있는 부분에서 저자의 탈식민주의적 발상을 엿볼 수 있다. 차이를 당당히 인정하고 주변부 끼리의 연대를 통해 결집된 힘을 바탕으로 변혁의 단초를 확보할 수 있다는 전술적 논리는 상당히 설득력이 있다.

저자는 시종일관 실천에 대한 논리를 천착하고 있다. [가족, 민족]의 신화가 만들어 놓은 우리의 근대를 성찰하고 변혁을 이끌어 나가는 일, 이것이 저자의 일관된 관심인 것 같다. 저자가 몸담고 있는 [또하나의 문화]는 그 실천의 전진 기지라 해도 좋을 것이다. 이론과 실천이 만나 현실의 구체적 삶을 주체적으로 살아가는 것, 저자에게서 본받아야 할 지식인의 태도가 아니겠는가. 여성은 나에게 연대의 대상임을 알았다. 나의 어머니와 누나들의 그 삶을 다시 돌아보고, 그들을 억누르는 삶의 문법들을 해체하는 일, 그것은 변방에 기거하고 있는 내가 기꺼이 해야 할 일이 아니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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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조주의와 포스트구조주의 - 구조에서 힘으로
아사다 아키라 지음, 이정우 옮김 / 새길아카데미 / 1995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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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는 이 책을 28살에 썼다고 하는데 굉장히 정밀하고 집중적인 독서를 했던 것으로 보여진다. 이 책은 그런 독서가 밑바탕 되지 않고서는 나올 수 없는 책이다. 책을 읽고 그것의 핵심을 포착하는 것, 그리고 그것들을 하나의 일관된 논리로 묶어낼 수 있는 것은 저자의 뛰어난 능력이다.

저자는 자연의 유기체적인 질서를 '퓌지스'라는 말로 설명하면서 퓌지스는 '상스'라는 유기적 방향성을 갖는다고 한다. 그런데 인간이라는 유기체는 과잉된 존재로서 상스를 상실하고 퓌지스로 부터 추방되었다는 것이다. 인간의 이러한 자연적 결점을 보완하기 위해 고안된 '문화'는 '상징적 질서'라는 '구조'를 조작해 낸다. 그러나 이 구조는 구조 바깥의 '무질서'를 감추는 신화를 만들어 냄으로써 구조 자체의 질서를 유지하려고 한다. '축제'는 구조의 자기 보존적인 대표적 장치다. 레비스트로스, 라캉, 바르뜨 등의 인물들이 이런 구조의 탐구자들이었다면 바타이유, 줄리아크리스테바, 라캉, 데리다, 들뢰즈와 가타리 등의 인물들은 구조 바깥의 '카오스'를 어떻게 해결할 것인가에 주목했다.

결국 저자가 도달한 지점은 니체와 그의 가장 훌륭한 후계자라는 가타리와 들뢰즈의 사유이다. 그들은 구조의 바깥으로 탈주하기를 권고하고, 편집증에서 분열증으로, 정주민적 상상력에서 유목민적 상상력으로의 변화를 촉구한다. 결국 우리는 끊이 없이 도주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것이 바로 구조의 은폐된 신화로부터 카오스의 세계를 극복하는 하나의 방법, 즉 '힘'에로의 달려감이 되는 것이다.

현대의 수많은 난해한 논리들을 이처럼 단순명료하게 정리할 수 있는 저자의 능력에 탄복하지 않을 수 없었다. 그러나 나에게 구조주의와 탈구조주의는 여전히 미심쩍은 영역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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