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찰적 근대성과 페미니즘:한국의 여성과 남성 2
조한혜정 지음 / 또하나의문화 / 1998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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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탈식민지 시대 지식인의 글 읽기와 삶 읽기>를 읽었을 때, 그 책은 나에게 신선한 자극이 되었다. 그 책 역시 우리의 근대성에 대한 성찰이 주제라고 할 수 있는데 저자는 이론적 관심보다는 '실천'의 방도에 대해 고민하고 있었다.

<성찰적 근대성과 페미니즘>도 역시 우리의 근대성에 대한 성찰을 촉구하고 있는 글들로 짜여져 있다. 남성, 어른 중심의 근대화가 배제해 왔다는 여성, 아이들의 목소리를 복원해 내려는 것이 저자의 일관된 의지임을 알 수 있다. 차이에서 차별로 나아가서는 결국 배제와 억압을 탄생시키는 근대화의 해악, 더군다나 자생적 근대화의 길을 걷지 못하고 '압축된 시간'안에 서구의 근대를 모방하는데 급급했던 우리의 근대는 '근대의 기획'안에 내재해 있는 여러 문제들을 성찰하지 못하고 지나쳐 왔다.

[가정/사회], [비공식 영역/공식 영역]의 이분법을 해체하고 관념에 의해 억압되었던 자신의 몸을 다시 돌아보는 일, 그리하여 몸의 언어를 발견하는 일, 이런 것들이 저자가 내세우고 있는 일종의 전술이다. 페미니즘의 논리와 탈식민주의와의 연계성은 널리 알려져 있는데 이 책에서 역시 차이에 의해 배제되었던 주변부의 변혁 잠재력을 논하고 있는 부분에서 저자의 탈식민주의적 발상을 엿볼 수 있다. 차이를 당당히 인정하고 주변부 끼리의 연대를 통해 결집된 힘을 바탕으로 변혁의 단초를 확보할 수 있다는 전술적 논리는 상당히 설득력이 있다.

저자는 시종일관 실천에 대한 논리를 천착하고 있다. [가족, 민족]의 신화가 만들어 놓은 우리의 근대를 성찰하고 변혁을 이끌어 나가는 일, 이것이 저자의 일관된 관심인 것 같다. 저자가 몸담고 있는 [또하나의 문화]는 그 실천의 전진 기지라 해도 좋을 것이다. 이론과 실천이 만나 현실의 구체적 삶을 주체적으로 살아가는 것, 저자에게서 본받아야 할 지식인의 태도가 아니겠는가. 여성은 나에게 연대의 대상임을 알았다. 나의 어머니와 누나들의 그 삶을 다시 돌아보고, 그들을 억누르는 삶의 문법들을 해체하는 일, 그것은 변방에 기거하고 있는 내가 기꺼이 해야 할 일이 아니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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