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조주의와 포스트구조주의 - 구조에서 힘으로
아사다 아키라 지음, 이정우 옮김 / 새길아카데미 / 1995년 10월
평점 :
절판


저자는 이 책을 28살에 썼다고 하는데 굉장히 정밀하고 집중적인 독서를 했던 것으로 보여진다. 이 책은 그런 독서가 밑바탕 되지 않고서는 나올 수 없는 책이다. 책을 읽고 그것의 핵심을 포착하는 것, 그리고 그것들을 하나의 일관된 논리로 묶어낼 수 있는 것은 저자의 뛰어난 능력이다.

저자는 자연의 유기체적인 질서를 '퓌지스'라는 말로 설명하면서 퓌지스는 '상스'라는 유기적 방향성을 갖는다고 한다. 그런데 인간이라는 유기체는 과잉된 존재로서 상스를 상실하고 퓌지스로 부터 추방되었다는 것이다. 인간의 이러한 자연적 결점을 보완하기 위해 고안된 '문화'는 '상징적 질서'라는 '구조'를 조작해 낸다. 그러나 이 구조는 구조 바깥의 '무질서'를 감추는 신화를 만들어 냄으로써 구조 자체의 질서를 유지하려고 한다. '축제'는 구조의 자기 보존적인 대표적 장치다. 레비스트로스, 라캉, 바르뜨 등의 인물들이 이런 구조의 탐구자들이었다면 바타이유, 줄리아크리스테바, 라캉, 데리다, 들뢰즈와 가타리 등의 인물들은 구조 바깥의 '카오스'를 어떻게 해결할 것인가에 주목했다.

결국 저자가 도달한 지점은 니체와 그의 가장 훌륭한 후계자라는 가타리와 들뢰즈의 사유이다. 그들은 구조의 바깥으로 탈주하기를 권고하고, 편집증에서 분열증으로, 정주민적 상상력에서 유목민적 상상력으로의 변화를 촉구한다. 결국 우리는 끊이 없이 도주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것이 바로 구조의 은폐된 신화로부터 카오스의 세계를 극복하는 하나의 방법, 즉 '힘'에로의 달려감이 되는 것이다.

현대의 수많은 난해한 논리들을 이처럼 단순명료하게 정리할 수 있는 저자의 능력에 탄복하지 않을 수 없었다. 그러나 나에게 구조주의와 탈구조주의는 여전히 미심쩍은 영역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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