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를 뒤흔든 열흘
존 리드 지음, 서찬석 옮김 / 책갈피 / 2005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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존 리드의 일대기를 적은 <존 리드 평전>이 있다. 이 책을 기반으로 만들어진 영화가 <Reds>다. 빨갱이라는 뜻이다. 미국의 언론인이었던 존 리드는 지금의 미국에서는 상상하기 힘든 '빨갱이'로서의 삶을 끝까지 산 사람이다.

영화는 혁명이냐 사랑이냐의 문제, 그 중에서 사랑에 더 무게를 두고 있어 미국식 사고의 전형을 드러내고 있다. 하지만 존 리드의 인생에서 그리고 러시아 혁명사에서 역사적인 문건이라고 할 수 있는 <세계를 뒤흔든 열흘>은 노동자, 농민, 병사들의 지지를 바탕으로 부르주아와 반대파 사회주의자들의 저항을 극복해 나가면서 혁명을 이루어내는 볼셰비키들의 뜨거운 열기가 담겨있다.

열띤 토론과 연설을 통해 반대파들의 논리를 비판하고 민중들의 지지를 받는 트로츠키, 레닌의 모습은 대단히 인상적이었다. 존 리드는 이들에 대한 인상, 이들의 외모까지도 꼼꼼하고 치밀하게 묘사하고 있어 이 글을 읽는 사람들이 마치 그 때 역사의 현장에 와 있는 것 같은 느낌을 받게 만든다.

2월 혁명의 결과로 짜르의 전제정권이 타도되자 부르주아와 온건 사회주의자들의 지지를 받는 임시정부가 들어선다. 볼셰비키는 전 러시아 소비에트 회의를 통해 이 임시정부를 지양하고 제헌의회의 구성을 통해 노동자들에게 공장의 관리권을, 농민들에게 경작권을, 병사들에게 평화를 주는 개혁적 조치를 단행하려한다. '모든 권력은 소비에트에게로!'라는 구호를 내걸고 회의, 집회, 토론, 연설, 선동을 통해 자신들의 논리를 관철하려는 볼셰비키와 이들을 저지하려는 반대파들.

결국 역사의 승리는 볼셰비키에게로 귀결되었다. 존 리드는 다수 민중들의 단순하지만 거대한 욕구를 제대로 읽고 실현시켜준 것이 볼셰비키가 승리한 유일한 이유라고 분석한다. 얼마전 한국의 진보진영은 선거에서 참패했다. 이들이 실패한 것은 국민들의 욕구를 읽어내지 못했기 때문일 것이다. 그렇다면 승리한 쪽은 믿어도 좋을까? 이제 얼마 있지 않으면 국민들의 판단에 대한 자기반응들을 들을 수 있을 것이다. 역사란 그리 복잡하지도 그리 단순하지도 않다.

그리고 혁명에 승리한 볼셰비키들의 러시아는 지금 어떻게 되었나. 영원한 승리도 영원한 실패도 없다. 우리가 역사에서 배워야 하는 것들은 이런 것이다.  

이 책에서 인상적인 대목들이 있다. 혁명의 열기가 고조되는 가운데서도 도시의 한 구석에서는 도박과 향락의 파티가 벌어지고 영화관은 만원이다. 역사는 주체의 균질적인 혁명역량의 결집으로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다.

인상적인 또 하나의 장면, 대학생과 한 병사와의 대화, 대학생은 혁명파 병사를 논리적으로 추궁하지만 병사는 그런 논리와는 상관없이 혁명에 대한 지지를 굽히지 않는다. 엘리트와 민중, 이론과 현실, 이런 것들을 생각해 보게 하는 대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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