꿀벌의 예언 1
베르나르 베르베르 지음, 전미연 옮김 / 열린책들 / 2023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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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에 베르나르 베르베르의 에세이 <베르베르 씨, 오늘은 뭘 쓰세요?>을 읽었다. 에세이 후반부에 <꿀벌의 예언> 소개글이 나왔다. 환경오염과 꿀벌의 멸종, 세계 3차 대전을 다룬 이야기라고 해서 읽어보고 싶었는데, 드디어 한국에도 출간이 되었다.

책은 2권, 총 3막으로 구성되어 있다. 제1막 이전과 달라진 미래, 제2막 구부러진 시간, 제3막 마지막 꿀벌로 구분되어 있으며 그 속에서 주인공 르네 톨레다노는 2023년 현재를 기준으로, 아주 먼 과거와 30년 뒤 가까운 미래를 최면요법을 통해 오간다. 그리고 주인공 이야기 사이에 <므네모스>장을 추가해, 기독교가 어떻게 생성되고 발전했는지 설명하고 있다.

르네 톨레다노는 최면요법을 통해 과거(전생)로 가거나 미래(십수년 후 자신)로 갈 수 있다. 33살인 르네(르네33)는 최면요법을 통해 30년 뒤 자신(르네63)을 만나 세계3차 대전과 꿀벌의 멸종에 관한 이야기를 듣는다. 르네63은 르네33의 잘못된 행동으로 인류멸망이 재촉되었음을 알린다. 따라서 르네63은 이 일에 대한 수습을 르네33이 해야된다고 설명한다. 루네63은 일류멸망을 막기 위해 <꿀벌의 예언서>를 구해야 한다고 덧붙인다. 르네33은 꿀벌의 예언서를 쓴 인물을 추적하는 한편, 일의 당위성을 설명하기 위해 르네33이 역사 강사로 근무하는 소르본대학의 학장 알렉상드르 랑주뱅에게 최면요법을 가르친다. 르네33과 알렉상드르는 최면요법을 통해 십자군전쟁이 한창이던 1099년으로 간다. 그리고 그곳에서 꿀벌의 예언서에 관한 정보를 얻는다.

다혈질의 알렉상드르는 같은 학교 역사학 교수인 친딸 멜리사 랑주뱅과 르네를 데리고 1099년 십자군전쟁이 일어난 이스라엘로 날아간다.

이스라엘에서 크고 작은 사고를 치는 알렉상드로와 그 일행을 보며, 왜 목숨을 걸고 위험지역에 가는걸까 조마조마했다. 전쟁이 일상이 된 이스라엘의 모습도 안타까웠다. 성전을 지키기 위해 얼마나 많은 사람의 피를 뿌려야 하는지.

르네는 자신의 27번째 전생, 살뱅 드 비엔가 1121년에 꿀벌의 예언을 만들었다는 것을 깨닫는다. 그런데 왜 그 예언서가 지금 찾을 수 없는지 의문이다. 그래서 28번째 전쟁의 문을 연다. 27번째와 28번째 전생은 서로 어떤 영향을 주고 받을지 기대된다.

1권을 다 읽고 초반부에 나온 르네의 연인 오팔 에체고옌이 재차 떠오른다. 그녀는 최면요법을 통해 르네와 이별한다. 너무 먼 과거에 연연하는게 아닐까, 과거에서 온 새 애인 베스파 로슈푸코는 너무 이상해서 말리고 싶은데 말이다.

책 속에 등장하는 알뱅 미셸 출판사는 베르나르의 에세이에도 등장한 출판사이다. 주변인들에게 힌트를 얻어 이름을 차용한다고 하던데, 사실이었다.

아울러, 알뱅 미셸 출판사 담당자가 파트리크 클로츠 예언서(꿀벌의 예언서)를 언급하면서 파트리크 클로츠가 그라포마니아라고 비꼰다. 매일 매일 글을 쓰는 수다쟁이 작가라는 말에서, 베르나르 베르베르의 자조적인 개그가 엿보인다.

십자군 기사 가스파르 위멜(알렉상드르 랑주뱅의 전생)과 살뱅 드 비엔(르네의 전생)의 현생은 밝혀졌다. 살뱅 부인 드보라 스마자의 현생은 누구일까. 멜리사 랑주뱅이 아닐까 추측해본다.
예루살렘 대학 학장이자 에디오피아 출신 유대인 메넬리크 아야누의 전생도 궁금하다.

뒷 이야기가 궁금해 2번째 책을 안볼 수가 없다. 그래서 르네33은 인류 종말을 막을 수 있을까.

(열린책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된 감상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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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책은 - 13일 동안 이어지는 책에 대한 책 이야기
요시타케 신스케.마타요시 나오키 지음, 양지연 옮김 / 김영사 / 2023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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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밥은 많지만 내용이 이어지지 않고, 웃긴 이야기, 무서운 이야기, 수수께끼 같은 이야기 등이 있어 어린이도 앉은 자리에서 금방 읽었다. 요시타케 신스케의 책을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한번 읽어볼 만하다. 그러나 기존의 동화책과 달리 이 책은 유아나 어린이가 읽기에는 조금 어려울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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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운튼 애비 애프터눈 티 쿡북
다운튼 애비 지음, 윤현정 옮김 / 아르누보 / 2023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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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의 많은 국가와 미국은 커피문화가 발달되어 있다. 이탈리아인들이 사랑한다는 진한 에스프레소, 오스트리아 빈을 뜻하는 비엔나커피, 미국을 뜻하는 아메리카노, 그리고 프랑스 및 유럽 예술가들의 만남의 장소가 된 각 나라의 커피하우스 등 많은 사람들이 커피를 애호하고 있다.

그런데 왜 영국 하면 화려한 찻잔에 담긴 홍차가 떠오를까. 세계 2차 대전 당시 설탕과 차(tea)가 영국민의 비축식량과 구호품이었다는 이야기는 유명하다. 전쟁 속에서 유유히 차를 마시는 여인의 사진도 익숙하다.

하드커버 양장본 표지를 넘기면 드라마의 여러 장면과 아름다운 차와 디저트가 책을 가득 채운다. 드라마에 대한 2~3줄의 장면설명을 시작으로 디저트 레시피가 가득 담겨 있다. 사진을 보는 것만으로도 우아해지는 느낌이다.

<다운튼 애비 애프터눈 티 쿡북> 은 영국 드라마 속 애프터눈 티를 담아낸 것이다. 10여 년전에 나온 드라마라고 해서 어떤 드라마인지 유투브 자료화면과 검색엔진을 통해 알아봤다.

다운튼 애비 (Downton Abbey)는 영국 ITV에서 2010년부터 2015년까지 제작된 시대극으로 시즌 1에서 시즌 6까지 나왔다. 2019년, 2022년에는 영화로도 만들어졌다. 한국에서는 정식개봉되지 않았으나 OTT를 통해 영화와 드라마를 볼 수 있다. 드라마의 시대 배경은 1912년부터 1925년이고 장소 배경은 영국 요크셔 지방의 다운튼 애비 대저택으로 백작 가족과 그 고용인, 마을 사람들을 모습을 보여준다. 영국 평론가들은 다운튼 애비가 당시 계급에 따른 복식과 사회상을 잘 반영하였다는 평하였다.

영국은 유럽다른 나라들과 달리 어떻게 차문화가 발달하였을까. <다운튼 애비 애프터눈 티 쿡북> 책 도입부에 영국차에 대한 해설이 나온다. 포루투갈에서 발전한 차 문화가 유럽으로 퍼졌고, 영국은 17세기 중국과의 무역을 통해 차를 받아들였다. 1662년 포루투갈의 캐서린 공주가 영국으로 시집올 때 가져온 차 한상자는 상류층(사교계)에 큰 영향을 준다. 캐서린 공주의 차 한상자는 이후 350년이 넘는 세월 동안 영국 차문화를 발전시키는 원동력이 되었다. 이 외에도 영국 차 문화의 의미와 에티켓, 영국 차의 종류 등이 서문에 서술되어 있다.

<다운튼 애비 애프터눈 티 쿡북> 은 드라마 속 상황 설명을 조금 곁들이면서 당시 영국인들이 마시던 차의 특징과 디저트(페이스트리, 번, 비스킷, 케이크, 타르트, 푸딩, 샌드위치 핑거 푸드, 잼, 스프레드)를 소개하고 이 애프터눈티 레시피를 공개한다.

해외 푸드 마케터 윤현정님이 번역하여 레시피북에 믿음이 간다. 요리 전문가가 요리책을 번역하였니 요리 용어에 더욱 신경을 썼을거 같다.

나의 경우 차를 온전히 즐길 수 있는 다구가 없다. 찻잔에 홍차 티백과 뜨거운 물을 부어 간단히 마시거나 우유와 꿀을 섞어 밀크티를 만들어 먹는 게 전부다. 지금도 TWG 티백을 이용해 차를 우려마시고 있다. 하지만 이 책을 보며 앞으로는 차와 곁들일 간단한 핑거푸드 정도는 만들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든다. 차와 디저트를 사랑하는 사람들이 보면 애정할 만한 책이다. 영국 시대극 <다운튼 애비>를 좋아하는 분들이 봐도 드라마를 추억하며 재미있게 읽을 수 있을 거 같다.

(아르누보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된 감상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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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음의 죽음
호세 코르데이로.데이비드 우드 지음, 박영숙 옮김 / 교보문고(단행본) / 2023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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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류의 가장 큰 적은 노화와 죽음이다. 장수는 오랫동안 인생에 가장 큰 축복 중 하나로 여겨져 왔고, 이제 우리는 역사상 처음으로 노화와 죽음을 물리칠 가능성을 얻게 되었다.
p17 <저자의 글> 중에서

많은 사람들의 소망 중 하나는 건강하게 오래 사는 것이다. 이 책은 건강하게 오래 사는 것을 뛰어넘어 노화를 멈추고 젊은 존재로 되돌리는 <노화 역전 기술>과 영원이라고 느껴질 만큼 오래 사는 <불멸의 기술>에 대해 서술하고 있다. 노화와 죽음은 살아있는 모든 동식물이 겪는 당연한 수순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에, 노화 역전과 불멸의 기술이 정말 가능한가 생각하며 글을 읽었다.

1. 생명은 유한한가?
나의 경우 생명은 유한하다고 생각한다. 기존 생물학책에서 인간이 상상도 할 수 없을 만큼 오랜 시간 사는 생물에 대해 배운 적은 있다. 이 책에서도 기존에 배운 홍해파리와 바닷가재 등을 예로 들어 이들은 질병이나 외부의 공격이 없는 한 유전적으로 불멸의 삶을 살 수 있다고 설명한다. 더불어, 인간에게도 노화하는 체세포 외에 노화하지 않는 생식세포와 만능 줄기세포, 불행하게도 노화하지 않는 암세포도 있다고 한다. 즉, 이러한 생물학적 발견들은 생물학적 불멸 가능성을 뒷받침하여 이를 이용하면 인간의 노화를 멈출 수 있다. 생물학자 마이클 로드는 실험을 통해 노란 초파리의 수명을 4배 연장하는데 성공했다. 이제 이 결과를 인간에게 적용하는 과정만 남았다고 한다.

2. 노화란 무엇인가
사람은 20대를 전후로 성장하다가 그 후 세포노화를 겪는다. 몇백 년 전만 하더라도 노화와 죽음을 신의 형벌로 인식하고, 순응했다. 그러나 최근 장수 생명연구자들 사이에서는 노화와 죽음을 하나의 질병으로 보는 시각이 등장하고 있다. 성장이 끝나고 나이가 들더라도 유전자 변형을 통해 젊음을 유지하는 것과 불멸의 삶을 사는 것이 가능해질 수도 있다. 심지어 알렉스 자보론코프(인실리코 메디신 창립자이자 생물 생태학 연구재단 이사)는 우리 세대가 필명의 마지막 세대이자 우리 아이들은 불멸의 1세대가 될 수도 있다고 언급하고 있다.
2002년 오브리 드 그레이는 SENS 전략을 통해 노화의 일곱 가지 원인을 보여주었다.
1. 세포 내 노폐물, 2. 세포 간 노폐물, 3. 핵 돌연변이, 4. 미토콘드리아 돌연변이, 5. 줄기세포 손실, 6. 노화 세포의 증가, 7. 세포 간 단백질 연결의 증가
SENS 전략에 대한 학계 반발에도 불구하고 오브리 드 그레이그는 2003년 므두셀라(1000년을 살았을 것으로 추정되는 성경 속 족장) 재단을 공동 설립했다. 또한, 므두셀라 생쥐상을 제정해 노화를 근본적으로 지연시키고 심지어 노화를 퇴화를 되돌리는 연구를 장려했다. 그 연구결과로 야생 상태에서 1년, 실험실에서 2~3년 생존하는 생쥐가 5년을 살게 되었다. 앞으로 연구는 계속될 것이다.

3. 노화역전 프로젝트는 왜 필요한가
미국만 하더라도 사망전 수년 간 많은 사람들이 노화 질병으로 고통받고 있고 이로인한 치료비가 막대하다. 2000년대 일본 전총리 아소 다로는 국가가 부담하는 노인의 의료비에 대해 부정적인 견해를 밝혔다. 만약 노화역전기술을 통해 건강수명을 50% 늘린다면 노화로 인한 개인의 고통은 물론, 국가는 의료비 부담에서 벗어날 수 있을 것이다.

4. 노화역전 프로젝트 비용은 어디서 충당하나
2006년 과학저널 <사이언티스>에 소개된 개념으로 <장수 배당금>이 있다. 노화를 늦추기 위한 노력이 건강과 부를 창출할 수 있다는 것이다. 따라서 노화역전 프로젝트에 적용할 수 있는 상당한 자원의 우선순위와 투자 규모에 관한 중대한 결정을 내려야 한다.
프로젝트 달성을 위한 추가자금출처
1. (미국국립보건원의 모니터링에 따른) 노화에 사용되는 의료연구 예산을 10%에서 20%까지 늘린다.
2. 노화역전 프로젝트 연구 투자자들의 연구시간을 늘린다.
3. 전 세계인들의 자선기부 등을 통해 투자를 받는다.
4. 장수 배당을 기회로 기업들의 투자를 받는다.
5. 공적 자금 재배치보다는 공적 자금의 증액 문제를 해결한다.

저자는 노화역전 개발비용은 생각보다 저렴하고 빨리 개발될 것이라고 주장한다. 인텔의 공동 창업자이자 과학자인 고든 무어가 1975년 수정한 <무어의 법칙>에 따르면 마이크로프로세서의 트랜지스터 수는 약 2년마다 2배로 증가한다. 무ㅜ어의 법칙에 따라, 의학과 과학에도 적용되며 빠른 시일 내에 노화 역전 기술을 선보일 것이다. 아울러, 노화역전 기술과 난치병 치료 기술이 너무 늦게 개발된다면 냉동 보존된 채 기술 개발을 기다릴 수도 있다고 말한다.

5. 노화역전 프로젝트에 대한 부정적인 시각 및 반론
노화역전 프로젝트, 불멸 프로젝트와 관련하여 많은 부정적인 시각이 있다. 당장 해결해야 될 질병(암, HIV, 에이즈, 말라리아, 각종 바이러스성 질병 등)도 많은데 노화역전 프로젝트에 막대한 예산을 쏟아부을 수 있는가, 동물실험은 짧은 기간 내에 완수할 수 있다고 해도 사람을 대상으로 한 임상실험은 어떻게 할 것인가 등 많은 반대 여론이 있다. 일각에서는 노화와 죽음은 자연스러운 것으로, 인생의 황혼기에 들면 죽음을 겸허히 받아들여야 한다고 생각한다. 실제로 각종 영화, 드라마에서 과학과 의사의 도움을 받아 영원한 삶과 젊음을 꿈꾸는 인물들을 정신적으로 미성숙하고 이기적이며 편협하다고 그려내고 있다.

그러나 컴퓨터, 휴대전화, 비행기 등 새로운 별명이 이루어질 때마다 초기 이를 접한 사람들은 이 발명을 쓸모없는 것이라고 치부했다. 기차 대신 빠른 말을 원하고, 전화 대신 많은 집배원을 원했다. 그러나 새로운 발명은 불가능한 것으로 태어나 필수 불가결한 것이 된다.

100년 후는 신경 쓰지 마라. 우리가 보기에 10~20년 후에 의사들이 노화 현상에 보이는 관심이 너무 적었다는 사실과 노화 역전 생명공학에 이렇게 관심이 없었다는 사실에 놀라움을 금치 못하며 현재의 진료를 돌아볼 가능성이 크다.
p281 <7장. 당신은 죽음에 집착하고 있다> 중에서

100세 시대가 도래하였다는 뉴스를 본지가 엊그제 같은데, 이제는 노화역전과 더불어 불멸프로젝트를 진행 중이라는 책을 읽고 있다. 책에서 언급하였듯이 죽음은 모든 사람들에게 두려운 존재이다. 중국 진나라 진시황제가 불로장생초를 찾아 헤맨 이야기는 유명하다. 또한, 일반 금속을 금이나 은처럼 귀금속으로 만드는게 주 목적이었다고 생각한 중세 유럽 연금술사들의 최종 목표는 불로불사의 명약이었다는 것도 다시금 알게 되었다. 실제로 스위스 연금술사가 만병통치약 엘릭서 개발했다는 대목에서 고개를 끄덕였다. 1999년에 시작된 게놈 프로젝트는 2013년에 완료되었다. 만능줄기세포와 생식세포의 유전자변형을 통해 불로불사를 누릴 날도 진짜 머지 않은걸까 생각해 본다.

(교보문고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된 감상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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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르베르 씨, 오늘은 뭘 쓰세요?
베르나르 베르베르 지음, 전미연 옮김 / 열린책들 / 2023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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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에게 가장 친숙한 프랑스 작가는 누구일까. 현대 작가 중에서는 <브람스를 좋아하세요...>를 쓴 프랑수아즈 사강, <당신, 거기 있어줄래요?>, <안젤리크>를 쓴 기욤 뮈소, 2022년 노벨 문학 수상자 아니 에르노. 그리고 베르나르 베르베르가 아닐까 싶다. 어린 시절 베르나르 베르베르의 <뇌>를 시작으로 그의 소설에 푹 빠진 기억이 있다.

베르나르하면 생각나는 작품은 단연 <개미>이다. 스물아홉 살에 발표한 첫 번째 장편소설 <개미>를 통해 베르나르는 프랑스는 물론 한국의 스타작가가 되었다. 2000년 대에 들어서는 매해 새로운 작품이 한국어로 출판되어, 다작하는 성실한 작가라는 생각이 들었다. 한국 방송에도 가끔 나와, 괜히 친숙한 작가로 느껴졌다. 그래서 베르나르 베르베르에 대한 편견이 생겼다. 베르베르의 머릿속에는 이야기로 가득 찬 창고가 있어, 매해 머릿속 이야기를 뚝딱 꺼내 글로 옮기는 게 아닐까? <베르베르 씨, 오늘은 뭘 쓰세요?>를 읽으며 그의 호기심이 이야기 창고라는 걸 깨달았다. 그리고 작가가 되기까지의 삶이 나름 파란만장했다는 것도 알게 되었다.

<베르베르 씨, 오늘은 뭘 쓰세요?>는 베르나르 베르베르의 자전 에세이이다. 할아버지와 아버지의 이야기와 베르나르 베르의 탄생, 그리고 학창 시절, 프리랜서 기자 시절을 거쳐 작가로 등단하고 그 후 다작을 거쳐 2022년 예순이 될 때까지의 이야기가 시간순으로 기록되어 있다. 나이에 따라 챕터가 바뀔 때마다 22장의 메인 아르카나 타로카드를 전면에 배치했다. 그래서 도대체 무슨 일을 겪었길래 <11번 아르카나: 힘> 카드를 배치했지, 왜 <7번 아르카나: 전차>를 배치했지 뒷 내용을 상상하게 된다.

베르나르의 아버지는 베르나르가 어릴 적에 침대맡에서 잠자기 전 동화를 들려주었다. 그리스 로마신화, 일리아스, 오디세이아의 이야기를 들으며 베르나르는 상상을 펼쳤다. 또한 아버지로부터 체스를 배우기도 했다. 이 체스를 통해 수십 년 후 전 러시아 체스 챔피언이었던 아나톨리 카르포프와 체스 게임을 즐기게 된다. 그러나 아버지로부터 좋은 것만 물려받은 것이 아니다. 아홉 살의 베르나르는 강직 척추염이 발현되고 그 후 과도한 스트레스를 받으면 이 병이 발현되어 몸을 옴짝달싹 못하게 된다(어머니로부터는 알츠하이머를 물려받을 수 있다고 걱정한다). 베르나르는 아버지로부터 이야기에 대한 열정과 강직 척추염을 물려받았으나, 노란 테니스 공을 찾기 위한 글쓰기 열정을 통해 강직 척추염이라는 고통을 극복했다고 소감을 밝힌다. 즉, 글쓰기는 베르나르의 즐거움이다.

여덟 살 때부터 벼룩에 관한 단편 소설을 쓰고, 열일곱 살 때부터는 작가 프레데리크 다르의 말대로 매일 오전 시간 동안 규칙적으로 글을 썼다. 열일곱 살에 시작한 <개미>는 그 후 12년 동안 십수 편의 수정을 거쳐 스물아홉 살에 출간된다. 어릴 때부터 꾸준히 관찰한 개미가 그의 첫 번째 소설의 메인 소재가 된 것은 당연한 일이다. 서아프리카 코트디부아르까지 날아가 마냥 개미 떼를 관찰하고 마냥 개미 떼에게 잡아먹힐 뻔한 사례만 봐도, 베르나르에게 있어 개미는 놀라운 이야기 거리이다.

서른네 살이 된 베르베르는 개미 3부작과 타나토노트, 아버지들의 아버지를 출간한 뒤 안정적인 직업 작가의 길로 들어선다. 그는 매년 시월 첫 번째 수요일에 새 책을 내기로 스스로 약속하고 그 약속은 아직까지 지켜지고 있다. 그의 인생에 있어 큰 영향을 끼친 사람들은 많지만, 많은 도움을 준 사람은 아마 작가이자 편집자 렌 실베르와 서른다섯에 만난 영매사 모니크 파랑 바캉이 아닐까 싶다. 좋은 사람은 주변인에게 선한 영향력을 끼치게 된다는 걸 여실히 보여준다.
베르나르 베르베르는 작가가 되기까지 고정직(정규직)을 가진 적이 없다. 그는 사측의 정규직 전환을 미끼로 6년 동안 프리랜서 기자 생활을 하며 과학 기사를 썼다. 결국 정규직이 되지 못하고 불합리하게 해고당하면서 그는 <파킨슨 법칙>(어떤 기업이 성장할수록 점점 능력이 없는 사람들을 고용하면서도 급료는 과다하게 지급한다. 고위 간부들이 자신의 자리를 지키기 위해 무능력한 사람을 고용하고, 그들에 반기를 들지 못하도록 매우 많은 급료를 지급하기 때문이다)의 경험자가 자기 자신이라는 것을 깨닫는다. 나중에는 일꾼의 수을 늘려도 수익이 정체되기 시작한다는 <일리히 법칙>도 경험을 통해 깨닫는다.

소설가의 자전 에세이라서 그런지 흥미진진하고 재미있다. 책을 읽기 전에는 많은 소설가들이 그렇듯, 문학을 전공했을 거라고 생각했는데, 과학자가 꿈이었으나 성적 미달로 법학과에 갔다는 이야기, 법학과에 흥미를 못 느껴 어쩌다 보니 과학기자가 된 이야기 등, 인생은 섞여있는 카드처럼 어떤 카드를 집을 줄 모른다는 게 재미있다. 그걸 진짜 타로카드를 통해 이야기를 만든 작가도 대단하다.

책 중반부에 한국출판사 <열린책들>과의 인연, 한국을 여행한 이야기와 한국을 작지만 맷집이 강한 나라라고 평한 내용이 웃기고 슬프다. 프랑스인이 보기에도 한국은 맷집이 강한 나라라고 생각되는구나~ 눈썰미가 정확하다. 책 말미에는 아버지와의 마지막 대화와, 베르나르의 큰 아들 조나탕 베르베르의 이야기도 간략하게 나와있어 아버지와 베르나르, 아들로 이어지는 그들의 유대가 느껴진다.

2021년 프랑스에서 출간된 베르나르 베르베르의 <꿀벌의 예언>이 국내에 출간되었다. 작가의 에세이를 읽다 보니, 이 책도 읽어보고 싶다. <베르베르 씨, 오늘은 뭘 쓰세요?>는 소설처럼 짜임새 있고 재미있는 자전 에세이다. 자전 에세이 재미있게 쓰고 싶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읽고 참고해도 좋을 거 같다. 물론, 베르나르 베르베르의 팬이라면 읽어볼 만하다.

(열린책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된 감상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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