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사를 바꾼 커피 이야기 세계사를 바꾼 시리즈
우스이 류이치로 지음, 김수경 옮김 / 사람과나무사이 / 2025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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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 리뷰는 출판사로 부터 책을 받아 개인적인 생각으로 작성한 것입니다.

검은 음료 한 잔에 담긴 세계사의 역동적인 물줄기 『세계사를 바꾼 커피 이야기』

우스이 류이치로 교수가 저술한 『세계사를 바꾼 커피 이야기』는 우리가 일상에서 무심코 마시는 '커피'가 단순한 기호품을 넘어, 어떻게 인류의 역사, 경제, 정치, 심지어 혁명의 불씨까지 당긴 핵심 동력이었는지를 통찰력 있게 파헤치는 스토리텔링이다. 이 책은 한 잔의 커피 속에 숨겨진 수백 년의 역사를 에세이 형식으로 풀어낸다.

욕망을 억제하려던 음료가 권력의 동력이 되다

이 책의 핵심적인 주장은 커피의 '역설적 힘'(권력, 자본, 혁명, 그리고 착취의 역사)에 있다.

이슬람의 신비주의에서 유럽의 자본주의로(커피의 탄생과 이동)

커피는 원래 이슬람의 수피교 수도사들이 밤샘 기도 중 잠을 쫓고 욕망을 억제하기 위해 마시던 '검은 음료'였다. 그러나, 이 잠재된 에너지는 곧 상업 자본가와 정치 권력자의 '검은 욕망'을 자극하며 세계를 정복하는 도구가 된다. 예멘의 모카항을 중심으로 독점되었던 커피 교역권은 네덜란드 상인들을 거쳐 유럽으로 넘어갔고, 커피는 순식간에 엄청난 상업적 가치를 지닌 상품으로 변모한다.

혁명의 인큐베이터, 커피하우스의 시대

유럽에서 커피가 역사에 끼친 가장 큰 영향은 바로 '커피하우스'라는 공간을 탄생시킨 것이다.

영국에서의 커피하우스는 근대 시민 사회의 '인큐베이터' 역할을 하며 계급과 신분을 넘어선 지식인과 상인들의 토론장, 즉 정보와 사상의 교류지가 되었다. 런던의 커피하우스는 비즈니스 정보가 넘쳐나고, 상인들이 이곳에서 해상 뉴스를 접하고, 화물 경매를 진행하는 등 현대적인 보험회사와 증권회사의 비즈니스 모델이기도 하다. 또한 계급사회였던 영국에서 신분이나 직업에 관계없이 모든 사람이 평등하게 앉아서 토론하는 일종의 해방구 역할을 하기도 하였다.

프랑스 혁명을 돌아보는 저자는 커피와 커피하우스가 없었다면 프랑스대혁명도 일어나지 않았을 것이라고 주장한다. 커피가 제공하는 각성 효과는 대중들의 정치적 각성과 토론을 촉발하는 거대한 에너지원이 되었다. 즉 커피하우스는 계몽주의 사상가들이 모여 체제 비판과 새로운 정치이념을 의논하며 프랑스 혁명의 불씨를 키운 장소였다.

나폴레옹과 산업혁명의 숨겨진 연결고리

흥미롭게도, 군인들에게 커피를 처음 보급한 인물은 나폴레옹이었다. 그는 '영양가는 없지만 힘이 나게 하는 검은 음료'에 매료되어 이를 군의 전투력 유지에 활용하고자 했다. 나폴레옹이 영국의 대륙봉쇄령에 맞서 커피 공급을 해결하기 위해 새로운 기술 개발에 상금을 걸고 독려한 것이 직물 기계 개량, 새로운 설탕 제조 등 프랑스 산업 전반의 혁신, 즉 산업혁명의 근간이 되었다는 것은 이 책이 제시하는 가장 역동적인 역사적 연결고리 중 하나이다.

역시나 각성제의 역할을 한 커피를 활용하여 처음으로 군대에 보급하였다니 참 아이러니 합니다. 2차대전에서도 각성이 아니라 환각제를 사용하기도 하였으니 이해는 간다.

검은 역사의 그림자('니그로의 땀')

커피의 달콤한 성공 뒤에는 잔혹한 식민지 역사가 그림자처럼 드리워져 있다. 프랑스 루이 14세에게서 시작되어 카리브해 마르티니크 섬으로 퍼져나간 커피나무 한 그루의 이야기는 곧 전 세계적인 플랜테이션 경제를 낳았다. 책은 커피가 노예 노동력으로 생산되어 '니그로의 땀'이라는 섬뜩한 별명으로 불렸던 어두운 면모도 가감 없이 다룬다.

20세기까지 이어진 커피의 영향

커피의 영향력은 근대 유럽에 국한되지 않다. 1920년대 브라질의 커피 대량 폐기 사건이 세계 경제에 미친 영향, 그리고 독일 혁명을 촉발한 트리거로서 커피가 가진 정치적 의미 등, 20세기 세계사의 주요 흐름에도 커피가 깊숙이 개입되어 있다.

이 책은 커피의 맛과 향에만 머물지 않고, 그 속에 녹아있는 권력, 자본, 혁명, 그리고 착취의 역사를 입체적으로 조명한다. 커피 한 잔이 어떻게 세계사의 주요 변곡점마다 결정적인 역할을 했는지 알고 싶은 독자에게 이 책은 단순한 역사 교양서를 넘어선, 지적인 자극과 통찰을 제공하는 훌륭한 '검은 음료'가 될 것이라 적극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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