붉은토끼풀이 내게로 왔다 - 산책자와 400년 느티나무와의 대화
김건숙 지음 / 바이북스 / 2024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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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자연과 호흡하면서 잔잔한 일상의 풍경을 그린 에세이집이다. 길가의 자연을 허투루 보지 않고, 그 자연과 대화한 일상의 나들이를 글로 옮겨온 글쓴이의 마음이 녹아 있다.

살아오면서 가장 잘한 것을 꼽으라면 책과 걷기(자연)을 가까이 한 일이다.

그 둘은 나와 내 삶을 부드럽고 강하게 만들어 주었다.

10쪽

개인적으로도 서평활동을 하면서 책을 읽고 주말이나 공휴일이면 전국의 산으로 몸을 옮긴다. 책을 읽는 것은 마음을 읽는 것이고, 산행은 몸을 읽는 것이라 생각하고, 책이라는 비타민과 산이라는 영양제를 복용하기 위하여 일상의 시간을 많이 할애하는 편이기는 하다. 저자의 활동처럼 무엇을 하기 위한 준비를 하고 어떠한 목적을 가지고 행하는 것이 아니라 의식도 없고, 마음이 가는데로 그냥 내버려 두고 독서와 산행을 하고 있다.

둘레길, 오름길 그리고 등산은 따로 수행의 명상이라는 말을 붙이지 않아도 되는 명상이고 오로지 자신만의 시간을 가질 수 있는 시간이다. 무엇을 하기 위한 것도 아니고 무엇을 얻기 위한 것도 아닌 그 시간에 나를 얹어 두면 나를 자연스럽게 변화시킨다. 자연은 나에게 말없이 마법을 부린다.

책은 3장으로 나를 받아들이다라는 주제로, 2장은 품다, 3장은 넘어서다라는 제목으로 구성되어 있다. 자연에 몸과 마음을 의지하며 자신의 마음과 몸이 어떻게 자연에 동화되는지 그 과정을 글로써 표현한 것이다.

440년된 보호수 느티나무를 만나러 가는 길에 늘 책의 좋은 문구나 책과 관련된 마음을 씻어내릴 것을 준비하고 2년동안 만나러 간 결과물을 글로 적은 것이라 책소개와 좋은 아포리즘들이 눈에 들어오고 느티나무와 대화형식으로 빌어쓴 대화글 내용이 마음을 편하게 해 준다.

책의 제목은 토끼풀의 꽃이 일반적으로 흰색으로 손가락에 반지를 만들거나 시계를 만들었는데 그 색이 자주색인 꽃을 말하면서 저자는 "지난 날 나를 감싸고 있던 단단한 사고와 편견을 부순다는 내용을 상징한다" 라고 설명한다. 다수가 진실이고 정의가 되지만 혼자만의 세상에서는 자신만의 울타리를 넘어서지 않으면 진실이고 정의가 된다. 책에는 다양한 책들을 소개도 시켜준다. 산책을 하기 위해, 걷기위해 2년동안 준비한 것들의 이야기 주머니를 함께 풀어 놓는다.

고목은 열매를 맺지 못하고 잎을 피우지 못할 때에도

자신의 무능을 탓하지 않고

새도 맺고 구름도 피우며 멋을 부린다.

208쪽

자연에 동화되어 가는 과정을 풀어 놓은 것이다. 아마도 저자는 사람이 자연에 가까워지면 마음이 어떻게 되는지도 가져온 책의 내용에서 함께 표현하는 듯 하다. 자연은 편식도 없고, 편애도 없다. 비바람이 불어도 눈보라가 칠때도 늘 불평없이 그자리에 있다. 무엇을 요구하지도 않고, 선택하지 않고 태양이 고르게 비치듯 늘 한결같은 마음으로 비바람과 눈보라에 함께 몸을 의지한다는 것처럼 자연에 스스로 자연이 되는 저자의 글들이 눈에 들어 온다. 처음에는 자연보다 자신에 더 많은 비중을 두고 걷기를 하였겠지만 아마도 이글을 쓰기 전에는 자연에 더 많은 비중을 두었으리라 생각한다. 신체의 핸디캡을 이겨내가면서 저자가 2년동안 느티나무에게 들은 이야기를 참 재미있게 읽었다.

'어디에도 얽매이지 않은 자유로움은 곧 내면의 소리대로 사는 것이고

나답게 사는 일이다.(중략)

시간을 급하게 다루지 않고, 시간의 재촉에 떠밀리지 않으면서

나 자신을 잃어버리지 않는 것이다.

228쪽

산에서는 보고 싶은 것만 보이는 것이 아니고, 듣고 싶은 것만 듣는 것이 아니라 명상속에서 전체를 듣고 보게 된다. 228쪽의 문장은 걷기를 하면서 자연과 하난되는 클라이막스의 구간을 표현한 인용구라 생각한다. 자연과 함께 해본 사람은 안다. 말하지 않아도 자연과 함께 있으면 얼굴에 그림도 그려지고 글도 쓰진다. 표현하지 않아도 장편소설이 있고, 명화가 마음속에 있다.

저자도 이성이 아닌 자연과 하나되는 감성의 느티나무로드를 실행한 것이라 누구나 자연과 벗하고 싶지만 수많은 핑계로 거부하게 되는데 그 과정이 치료되고 나서 겪은 일을 글로 적어 놓았다.

얼마전 책속에도 있지만 붉은 아카시아 나무를 보고 멍때린 적이 있다. 늘 보던 색의 꽃이 아니라 반겨는 주는데 처음보는 붉은색, 자주색의 아카시아의 꽃에 마음을 빼앗긴 적이 있어서 책속에도 나오지만 이상한 경험이었다. 미국의 아카시아 나무를 스페인에서 관상용으로 개량한 것이라고 한다. 한국에는 금강수목원에 가면 200그루 이상 재배하고 있다고 한다. 처음보면 생소한데 꽃모양이 같아서 의아하고 이상하지만 알고 나니 정겨운 그 모습 그대로를 볼 수 있었다.


ㅡ 등산을 하다 내려와서 연못가에 피어있는 아카시아 꽃의 색이 다른 그 사진이다. -

심각한 이야기도 아니고 자연에 동화되어 가는 440년된 느티나무와 대화한 내용을 적은 글이라 부담가지지 말고 자연이 그립거나 자연으로 떠나고 싶은 분들은 읽어 보셨으면 좋겠다. 글쓰신 분이 아마도 조용한 성격일 것이라 생각되는 편안하고 안정적인 글들이 마음으로 들어 오게 된다.

< 이 리뷰는 네이버카페 책과 콩나무의 도움으로 출판사로 부터 책을 받아 개인적인 생각으로 작성 한 것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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