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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 너머로 달리는 말 (리커버 에디션)
김훈 지음 / 파람북 / 2022년 11월
평점 :

사실주의적 표현으로 픽션을 논픽션처럼 글을 쓰는 작가의 작품인데 다소 생소한 책이다. 2년전에 출판한 책이었는데 리커버 에디션으로 다시 나온 책이었군요. 김훈 작가님의 책은 다 읽었다 생각하였는데 정보의 부재 였던 것 같습니다.
2000년도 초반에 나온 칼의 노래라는 책을 처음 접하면서 사실적표현과 실존주의 문학에 대한 많은 생각을 하게 한 책이다. 임진왜란에 관한 책이었는데 독자를 끌어들이는 현장감 있는 소설에 매료 되었다. 다음으로 병자호란에 관한 남한산성이란 책도, 신라의 가야 정벌에 관한 현의 노래도 정말 시대를 거슬러 그 당시로 독자들을 함께 데려간듯한 표현법에 작가의 위대함을 다시 볼 수 있었다. 최근에 나왔던 하얼빈이라는 책도 감명깊게 읽었다. 안중근 의사가 하얼빈에서 이토 히로부미를 저격한 이야기를 사실적으로, 인간의 심리 묘사까지 완벽한 책이었다.
'달 너머로 달리는 말'이라는 책은 다소 생소하고 포멧이 다른 책이기도 하다. 소설이기는 하지만 소설같지 않는 작가의 전쟁에 관한 이야기이다. 김훈 작가에게 전쟁의 의미가 무엇인지 정말 많은 생각을 하게 하였다. 많이 익혀진 책들은 비판적이며, 역사적 사실을 소설로 담아 놓은 것들인데 '달 너머로 달리는 말'은 생소하다. 다른 작가의 책을 보고 있는 듯한 착각에 빠지게 된다.
역사적 사건들에서 소재를 가져 온 것이 아니라 역사가 없는 그 때의 이야기를 환타지로 작성한 것이다. 개인적으로 환타지는 상상력이 부족해서인지 선호하는 분야의 책이 아니다. 하지만 달 너머로 달리는 말은 그냥 인류의 실존에 대한 고민을 해보게 하는 책인듯 하였다.
나하라는 강을 사이에 두고 북쪽은 초나라, 남쪽은 단나라가 주변 소수 부족들을 통합하고 지배 세력을 형성한다. 초나라는 초원에서 이동 생활을 하는 유목집단이고, 사람에게 필요한 이기들은 이동을 거부하기에 우리가 말하는 문명을 거부하고 성도, 신전도, 문자도 필요없는 야생적으로 살아가는 자유로운 부족이고, 단나라는 농사를 지어 땅을 지배하는 농경부족이다. 문자를 사용하고 성을 짓고, 문명의 모든 가운데 있는 부족이다. 문명과 야생이라는 관점에서 보면 많은 역사 이전의 시기이기에 아마도 샤머니즘이나 애니미즘이 숭상되던 무속신앙이 동양적인 느낌의 환타지가 아닐까 생각한다.
사람이 주인공일까 말이 주인공일까 하는 생각도 해보게 된다. 인간이 말을 처음 가축화하여 그 말을 타는 시점이 이야기의 시대라 생각이 든다. 야백과 토하라는 말이 등장한다. 인간에게 이용을 당하면서도 말은 소임을 다하게 된다. 신화라고 하기엔 뭔가 부족하고, 설화하고 하기에는 범위가 넓고, 그냥 달 너머 달리는 말로 하나의 전설이 되는 책인듯 하다. 말과 말의 교감, 말과 인간의 교감, 인간과 인간의 교감을 말하는 듯 하지만 두 부족 국가 사이에 전쟁을 하면서 그 참상을 이야기 하기도 한다.
사람의 눈을 통해서가 아니라 말의 눈을 통해서 전쟁의 참상과 인간의 욕심에 대한 것을 이야기 한다. 전쟁의 참혹함과 비참함을 말이라는 매채체를 통하여 그 감성을 전달한다. 문명과 야만이라는 설정도 맞지는 않는 듯 하다. 말은 문명과 야만의 동반자이기도 하였기에 말을 통해서 사람의 욕심과 끊없는 욕망을 전쟁이라는 것을 통해 파멸로 돌아가는 과정을 말을 통해서 이야기 한다.
작가의 기존 책들의 제목으로 보면 '달 너머로 달리는 말'은 " 말의 노래'라는 표현이 어울릴 듯히다. 시공을 초월한 소설이기에 전개와 구성이 자유롭기에 예상이 불가능 한 듯하며 작가가 미리 공개한 지도를 따라 방향을 잡아 간다. 글로만 추적하는 것이 쉽지만은 않기에 지도를 통해 글의 전개를 예상할 수 있다.
" 햇빛에 바래면 역사가 되고 달 빛에 물들면 신화가 된다"는 말처럼 기존의 책들은 햇빛에 바래어 드러난 사실로서의 역사 이야기 였다면 달머너 달리는 말은 달빛이 비쳐지는 환타지의 세계가 초나라 단나라의 전쟁이야기이다. 상상의 공간에 말을 통하여 상상의 조각들을 맞춰나가는 소설이다.
기존의 작품틀을 탈피하여 새로운 시도를 한 작품이다. 생각하던 내용과 다른 내용이라 생소하기도 하고 던져주는 메세지가 집약된 소설같기도 하다. 전쟁이라는 것에 대해 말이 전하는 메세지는 명확하지는 않지만 예상이 되는 것이다. 사람은 욕심과 욕망에 물든 간사한 집합체이고, 말과 자연은 그 욕망을 채우기 위한 수단에 불과하다는 것을 말하는 듯 하였다. 나약한 인간이 간사해지고, 자연을 거스르면서 욕망을 채워가는 것을 문명과 야만이라는 두 부족국가 사이의 전쟁으로 묘사하면서 말과 말들의 교감을 통해 인간의 추악함을 고발하는 듯 하기도 하였다.
책을 읽으면서 기존의 책들에서 받았던 역사속의 전쟁에 대하여 많은 생각을 하게 되었고, 역사 이전의 사악한 전쟁인 초와 단의 부족국가의 전쟁을 통하여 추악한 인간의 본성을 보여주고, 욕망에 사로잡혀 사악한 인간 본연의 모습을 전쟁과 말을 통해 투영하려고 한 것이 아닌가 생각한다. 김 훈작가의 책은 실존적이고 인간의 생존에 관한 것이 대부분이고 인간의 욕망과 욕심에 전쟁을 하는 것을 고발 한 것이 대부분이었는데 역사이전부터 인간은 실존적으로 간사하고 사악하며 욕망에 찌든 인간의 본성을 자연이 꾸짖고, 말이 그 참상을 시원하게 알려주는 듯 하였다.
새로운 붓의 길을 따라 인간의 본성의 지도를 그려낸 소설이기도 하다. 기존의 길은 결말이 예상이 된다면 '달 너머로 달리는 말'이라는 소설의 결말은 작가가 책에서 보여준 것보다 더 많은 결말이 열려져 있는 소설이라 생각한다. 김 훈 작가의 팬이라면 리커버 에디션인 책을 읽고 자연보다 위대하지 못하지만 위대한 척 하고, 동물보다 지혜롭다 생각하지만 동물같은 인간의 실존에 대한 책이기게 꼭 읽어 보기를 권한다.
< 이 리뷰는 출판사로 부터 책을 제공받아 지극히 개인적인 생각으로 작성한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