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부의 딸
남외경 지음 / 작가교실 / 2022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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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표지의 은은한 보라색이 추억여행을 예고하는 그리움의 표현인듯 하다. 누구나 추억을 먹고 사는데 그 기억을 찾는 여행이다. 만날 수 있는 그리움과 보고픔의 기억들의 만남과 마음속에서 또아리를 틀고 있는 만날 수 없는 기억들의 흔적을 찾아 떠나는 추억여행이다. 파도소리 들리는 바다내음 나는 바닷가의 작가이지만 그 자리를 나로 바꿔도 내용은 변하지 않고 그 여행의 주인공이 될 수 있다. 그래서 작가의 붓을 따라서 나도 그 먼 예전 나의 기억속에 들어가 보는 기회를 가졌다.


아마도 작가는 모든 것을 담고싶었겠지만 조각난 기억의 파편들이 모두 들어 있지는 못할 것이다. 화수분 처럼 퍼내도 퍼내도 계속 나오는 것이 기억들이다. 경남 고성의 바닷가에서 태어난 작가의 기억을 파도소리 들으며 바다의 냄새를 맡으면서 찾아간다.

작가는 고향사투리 채록을 내 삶의 소명으로 생각하신다며 바닷가의 말을 원형그대로 남기고 싶어 하신다고 한다. 200여명의 어르신들을 만나면서 지혜를 배우고 사투리 그 말을 배워서 남기고 싶어 한다고 한다. 어릴때는 소설가를 꿈꾸며 마지막 나이가 지긋하면 인생상담사가 되고자 하신다는 10년묶음 인생 계획이 참 인상적이다. 늘 원고지와 함께 했다는 말이 인상적이다. 늘 메모하는 습관이 결국은 작가의 길로 인도하지 않았었나 생각한다.

"나"로 시작해서 옴마, 아부지, 할매,아이들, 사람들, 바다, 들녘으로 이어지는 추억여행을 한다. 나와 바다와 들녘은 그 자리에 있는데 중간에 나오는 등장인물들은 만날 수 없는 삶의 저편에 있는분들도 있다. 나와 나의 자란 물리적 환경으로 가는 여행에 가족과 친구들과 사람들의 만남의 이야기를 풀어 놓았다. 인생무상처럼 늘 그 자리에 있을 것 같은 사람들은 하나둘 이별을 한다.

글 내용에서 작가는 할머니에 대한 기억이 애틋하다. 지금의 나를 있게한 할머니에 대한 기억이 가슴 저민다. 해당하는 독자들이 많을 듯하다. 할머니와 고사리를 꺾었던 일, 화살나무 순, 두릅, 오가피, 가죽나무잎을 따서 나물 만들어 먹던 모습이 그림처럼 그려진다. 싸리비 만들던 모습, 국수 만들어 먹던 모습, 할머니에게 예절과 생활을 배웠던 그 모습, 자신보다 손녀를 아끼고 보호하던 그 모습이 아련하다. 작가도 아마 할머니에 대한 사랑과 정이 정말 그리울 듯하다.

누구에게나 슬픈 기억도 즐거운 기억도 있겠지만 글로 풀어 놓기는 힘든것이 사실이다. 그것도 공감가는 주제로 마음으로 함께하기는 힘들다. "어린 시절 반복된 학습은 삶에 쉬지 않고 끼어든다."의 우물이 있는 풍경의 모습에서 정말 정겨운 사투리가 많이 나온다. 외국어보다 어려운 말들이 나온다. 더러 아는 말도 있어서 너무 정겹다.

" 뻘다니( 왈가닥)짓 좀 작작(그만) 해라, 어중개비(어슬픈 사람) 아이라까봐 다 저녁땀에 뚜디(두드)리나?" 다 아는 듯 하지만 아이라까봐는 아니라고 할까봐, 저녁땀의 땀은 때라는 말이니 정말 정겹고 굴뚝의 연기처럼 포근하고 아련함을 선사한다. (73쪽), "마, 막설(그만두라)해삐라. 애불(심술)나서 식겁(놀람)까지 다 했네."(74쪽)의 내용보면 작가가 사투리를 채록해서 남기고 싶다는 말의 실천이라고 생각한다.

어느 샌가 영어단어로 표현하고 영어를 사용하는 것이 잘난 척의 대명사가 되어 간다. 예전에는 한자를 읽고 쓰거나 사자성어를 사용하는 것이 잘난척의 대표였는데 자리바꿈하고 있다. 시대를 앞서 이끌어 가는 것들이 영어를 사용하는 곳에서 나왔으니 영어단어가 많이 사용되는 것은 이해하지만 나이 든 사람들은 소외되고 정체감의 혼돈이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사자성어로 표현하고 우리 고유의 속담들을 사용하면 그저 고리타분하고 나이에 찌든 아이들 말로 꼰대라는 말로 정의된다. 한자는 그저 자격증 취득을 위해서 공부해야 하는 대상으로 치부해 버린다.

영어와 한자의 사용이 세대를 구분하는 구분선이 되어 버렸다. 작가는 기억의 소쿠리를 풀어 놓으면서 한자와 한글을 병기하였다. 나와 비슷한 나이기에 그 흐름을 함께 했다 생각한다. 신문을 들고 아버지에게 물어보던 모습이 눈에 선하다. 그때는 아버지가 만물 박사 였다. 한자와 한문은 고리타분하고 고집이 센 나이 많은 사람들의 명사가 되고, 영어를 병기하면 똑똑한 젊은이의 명사가 되었다는 것이 서글퍼지기는 한다. 우리의 문화속에는 한자들이 녹아 있어 버리기에 아까운 보물같은 것이 많이 녹아 있다. 이렇게 말하면 고리타분의 명사를 사용해야 하니 작가처럼 한자를 병기하니 그 시절로 다시 돌아간 듯한 환상에 파묻히게 한다.

과거의 기억을 더듬어 여행하다 보면 그림이 그려지면서 생각나는 사람과 생각나는 풍경이 있다. 마음속으로 달려가 함께 하고 싶은 그런 기억속에서 살고 있다. 작가는 바닷가에 살면서 농촌생활을 함께 하였기에 다양한 경험들로 채워서 그 경험의 날개를 펼쳐 놓았다.

과거로 여행하면서 많은 것을 생각하게 해주고 그리움이 무엇인지, 함께 하고 싶은 것이 무엇인지 생각하게 해줘서 너무 감사하다. 작가의 따스한 말로 표현된 어부의 딸이라는 책이 너무 정겹다. 과거로 여행하고 싶으신 분들은 한번 읽어보길 바란다. 에세이라 정겹게 표현이 가능하고 사실적으로 그릴 수 있는 장르이기에 더 공감하고 함께하는 부분이 많은 것 같다. 정겨운 고향 사투리가 나오고 한자를 병기하였다는 것이 그 시절의 그림움에 떨게하는 듯 하다.

부모님이 보고 싶고 친구들과 소주한잔 마시고 싶어지게 하는 글이다. 지금 만날 수 없기에 아는 분들에게 전화해서 정겨운 목소리라도 들어 보아야 겠다. 함께 하고 싶은 사람이 그래도 있다는 것이 전화하면 정겹게 받아주고 만나주는 친구들이 있다는 것은 행복이라 생각한다. 어른다움을 벗어버리고 그 시절로 돌아간 듯 깔깔거리며 시끄러운 소음속에 나를 던져주고 싶은 책이다. 그 시절이 그리운 사람들은 부드럽고 애틋한 그리움이 묻어나는 책 어부의 딸을 읽어 보았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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