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전 어느 책을 보면서 정말 궁금한 것이 있었다. 그 물음에 답을 주는 것이 활자본색이었다. 오늘도 활자본색의 내용들처럼 활자를 만들어 보급하고자 하는 노력들이 있었기에 소중한 책을 집에서 읽을 수 있는 것이다. 세대에서 세대로 인식의 총합이나 문화를 전달하는 수단으로서 활자를 이용한 책보다 더 좋은 것은 없을 것이기에 많은 것을 생각하게 하는 책이기도 하다. 왜! 라는 의문부호로 시작해서 아! 하는 느낌표로 마칠 수 있게 해준 책이라 글의 저자인 이재정 연구사님에게 무한 감사들 드린다.
2000년을 앞두고 미국의 타임지에서 발표한 천년간 인류역사에 영향을 미친 인물 100명을 선정하였는데, 서양에서 금속활자의 발명자로 알려진 구텐베르크가 1위로 뽑혔다. 그만큼 금속활자 인쇄술은 서양 근대사에서 중요한 의미를 지닌다. 하지만 그가 1450년대에 최초로 <42행 성서>를 찍을때 사용한 금속활자는 현재 남아 있지 않다. 오래된 서양 금속활자에 대한 정보는 찾기가 어려운데, 쓰지 못하는 활자는 바로 녹여 새 활자를 만들었기 때문인것 같다. (57페이지)
최고의 금속활자는 직지심체요절로 알고 있는데 참 아이러니 하였다. 직지심경이라고 하는데 스님들의 선문답을 모은 것이라 "경"이라는 글자를 사용하지 않고 긴 이름이 있지만 직지심체요절로 불리어져야 한다고 한다. 왜 남아 있지도 않은 활자는 세계의 으뜸이 되고 현재까지도 남아있는 우리것은 으뜸이 되지 못하는지 그 이유가 이책에 고스란히 담겨져 있어서 씁쓸하였다.
중국의 4대 발명품이 나침반, 화약, 종이, 인쇄술인데 중국은 나침반을 발명하였지만 서양의 해양국가건설의 전철을 밟지 못하고 우물안 개구리가 되었던 이유와 비슷하게 그들의 발명품은 올바르게 활용되지 못하고 해양대국이 아니라 마냥 자기들만의 제국에서 멈추었다는 것을 보면, 우리나라의 최고의 금속활자와 비슷한 마음이 든다. 중국은 배를 건조하기 못하게 막음으로서 해양대국의 가능성을 애초부터 막은 국가적 정책으로 제자리 걸음을 하였다.
고려시대와 조선시대의 활자기술은 세계적이었고 어느 국가보다 우수한 기술력이었는데 왜! 세계 최고가 되지 못하였는지 저자가 설명하고 있다. 고려시대는 금속활자와 목판인쇄술이 최고의 수준이었다. 목판 인쇄술은 책의 판수가 대량아니면 안되었고, 덩치가 어마어마하기에 보관하기도 어려웠고, 부서지거나 틀어지는 등 재사용하기도 어려운 단점이 있었지만 최고의 기술로 만든 팔만대장경을 보면 절로 감탄사가 나올수 밖에 없다.
왜 금속활자는 세계를 아우르지 못하였는지 이유를 살펴보면 참 안타깝기도 하고 아쉽다. 첫번째 책이 조선시대를 기준으로 하기에 조선시대의 초기에 인쇄술은 통치를 하는데 필요한 유교경전등 책을 만들기위해서 한번에 100부이하로 만들어 실용성이 없었다는 것이다. 두번째,로 조선의 왕들은 성리학의 이념을 실천하기 위해서 사치를 배격하고 근검절약하는 모습을 본보기로 보여주어야 하기에 화려함을 대신할 대상이 바로 활자로 왕만이 가질 수 있는 상징성으로 만들었다고 하니 안타까웠다. 활자는 그저 왕권의 상징적 의미이고 보물이며, 비록 크기는 작아도 중국의 그 어떤 것보다 훌륭한 보물이라는 것이었다. 셋째, 학문과 문장을 중시하며 문치주의를 내세웠으니 활자를 보물로 생각하였다는 것이다. 우매한 민중들을 위해서는 계몽이 아니라 그 상태를 유지하고픈 통치자들의 마음이 묻어 있었을 것이고 그저 통치를 위해서 필요한 책을 필사가 아니라 활자를 활용해서 책을 만들고 과거를 위해서 소량을 찍어내는 것으로 만들었다니 아쉬웠다.
경제적으로 풍부한 시기에는 활자를 만드는데 많은 노력을 하고 어려운 시기에는 만들지 못하여 그 당시 국가의 상황을 판단하는 근거가 되기도 한다는 것이 참 아이러니 하다. 구리라는 금속이 귀하기도 하였기 때문에 금속활자가 아니니 필요에 의해서 목판으로 책을 만들었을 것이기에 경제력과 왕의 성향에 따라 활자를 더 만들거나 활용하였다는 내용이 마음에 무겁게 내려 앉는다.
문화를 세대간 축적해서 전달 할 수 있는 매개체가 활자인데 인사동 금속활자의 출토를 계기로 하여 활자의 시대적 배경과 활용에 대하여 책으로 나오게 해 주신 이재정 연구사님의 노력에 무한 감사를 드린다. 무엇을 발견하고 발명하고, 그것을 활용하는 방법에서 많은 것을 생각하게 하는 책이다. 문화인류학이나 인류학에서 인간의 생활이 진화하고 발전하는 그 기록을 전달할 수 있게 해준 활자가 직지심체요절을 만든 그 활자였으면 하는 아쉬움과 안타까운 생각이 너무 든다. 최고를 고집하는 그 이유를 단적으로 말해주는 것 같아 마음이 편치만은 않은 듯하다.
시대를 앞서가고 개척하는 우리 민족의 능력은 세계를 아우르고도 남을 듯 하다. 지금도 금속활자에 버금가는 그 무엇의 발명으로 대체되어 문화를 선도하고 이끌어가는 상황에서 저력이 있는 우리민족이 선도적으로 세계의 문화를 지배할수 있는 그 무엇을 지금도 연구하고 찾고 있을 것이다. 금속활자의 발명만이 아니라 세계문화유산으로 등재된 것들을 보면 자긍심과 존경심을 갖게하는 것들이 너무 많아 자랑스럽다. 우리의 금속활자로 세계의 문화를 기록하는 것으로 역사에는 기록되지 못하였지만 우리의 목판인쇄술과 금속활자는 세계의 으뜸이라는 생각을 하면서 리뷰를 마친다.
활자에 대하여 궁금하시거나 대한민국 국민으로서의 정체성을 찾고 싶으신 분들은 한 번은 꼭 읽어 보았으면 하고 추천한다.
< 이 리뷰는 출판사로 부터 책을 받아 지극히 개인적인 생각으로 작성한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