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 누구니 (한국인 2번째 이야기)

너 누구니 - 젓가락의 문화유전자 ㅣ 한국인 이야기
이어령 지음 / 파람북 / 2022년 3월

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며칠 전 방송에서 " 고맙습니다. 이어령"이라는 프로그램을 본적이 있다. " 내 일생을 한마디로 이야기 하면 출생부터 죽음에 이르는 벽넘기의 이야기이고, 그 벽을 넘지 못하면 나는 거기에서 끝난다" 라는 맨트를 보났다. 유고시집에서 보여주셨던 "가족에 대한 사랑과 그리움 그리고 인간의 마지막 소풍길"을 준비하시던 그 시들의 여운이 남아있어서 좋은 마음으로 기쁜 마음으로 " 너 누구니"라는 책을 펼쳐 보았다.

한마디로 표현하면 정말 ' 신선한 충격 ' 이라는 표현이 맞을 것 같다. 책의 포멧이나 이야기 보따리를 풀어가는 과정이 한편으로는 생뚱맞기도 한 가슴떨리는 여행이었다.

아이들 놀이인 끝말잇기처럼 이야기를 전개하는 과정이 너무 재미있고 중간 중간 나오는 재치와 위트에 나도 모르게 미소와 웃음을 짓게하는 책이다.

어!! 와!! 후!!! 등 감탄사가 나올 수 밖에 없는 내용의 전개에 과연 선생님의 이야기 주머니의 끝은 어디까지 일까 하는 생각을 해보았다. 공간을 초월하여 동서양을 아우르고 시간을 초월하여 과거부터 현재까지 여행코스를 종횡무진 하시는데 정말 줄타기 하는듯 재미있었다.

선생님을 따라 다니는 ' 현대의 지성' 등의 수식어가 무색하고 다른 표현들을 더 붙여 줄 수 있는 단어를 찾는 다는 것이 어려울듯 하다. 그 수식어로 선생님의 지혜를 가두어 두기에는 너무 울타리가 작다는 생각이 들었다.

꼬부랑 할머니가 넘는 12고개라는 친숙하면서도 익숙한 그리고 친근감이 있는 꼬부랑 할머니의 여행기라는 포멧이 너무 마음에 좋았다. 누가 감히 젓가락이란 것을 소재로 독자들에게 선물할 생각을 할 수 있을까하는 생각도 해보았다. 우리에게는 한이 서린 판소리 12마당에서 12라는 숫자속에 우리의 한과 정서가 묻어있는 것이다.

아시아권 중 젓가락 삼국지로서 한중일의 젓가락의 유래와 실증을 통한 우리 민족의 자긍심 갖기와 민족애 찾기 과정도 정말 황홀하였다. 자료를 정리하시면서 느꼈을 우리 민족에 대한 사랑과 우리 문화에 대한 정열이 고스란히 묻어있는 글이었다. 그저 매일 접하기에 아무 생각없이 사용하던 그 젓가락에 대한 모든 내용이 기록되어 있었다.

문화 인류학 서적에 가까운데 풀어가는 내용과 방법은 만화를 보는듯 유쾌하고 재미있다. '제레미 다이아몬드의 총균쇠' 와 '유발 하라리의 호모 사피엔스'가 문화 인류학에 대한 고찰인데 그것에 견주어 부족함이 없고 내용 전개가 재미와 흥미를 유발하기에 접근성이 너무 좋은 문화 인류학 책이라고 생각된다.

우리 것이 마냥 좋고 우리 것만 지켜야 한다는 생각이 아니라 젓가락을 사용하는 국가들의 문화 통합과 생명 통합이라는 생각으로 젓가락 데이를 만드는 과정이 소개되고 그 과정에서

함께하는 우리 것 지키기라는 것에서 선생님의 마음의 크기를 가늠할 수 있는 기회가 되었다.

"젓가락은 우리의 생활이고, 우리의 생명이고 미래다" 라는 생각으로 이야기를 풀어내신 선생님의 이 책 한 권이 젓가락은 다른 잡다한 이야기들로 구성되고 어려운 말로 치장한 책보다 이 책 한 권이면 차고 넘친다는 생각을 하게 한다.

책을 읽다보면 대한민국 국민이라서 너무 행복하고 너무 감사하다는 생각을 하게 한다. 자긍심을 가지고 살아갈 에너지원을 무한대로 주는 책이었다.

시공간을 초월한 젓가락 나들이, 인류를 통합한 젓가락 나들이, 문화 탐구 여행으로 함께하는 젓가락 나들이 여행기를 꼭 읽어보았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하게 한다.

부록에 인터뷰 내용이 선생님의 우리문화에 대한 애정과 열정의 깊이를 느낄 수 있었다.

정말 좋은 문화여행을 할 수 있게 유작으로 남겨주셔서 감사하고 한편으로는 넘지 못할 그 벽에 눈시울이 젖어 온다.

대한민국의 국민으로 자긍심을 느껴보고 싶고, 잔뿌리들 중 단단한 우리들의 뿌리를 찾아 느끼고 싶은 분이라면 강력 추천하면서 너무 감사한 마음을 함께 보낸다.

가벼움속에 엄청난 글의 무게감을 느껴보고 싶으신 분이나 끝말잇기에 함께하고 싶은 분들이 많으셨으면 좋겠습니다.

《출판사로 부터 책을 받아 사심없이 지극히 개인적인 생각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