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안이라는 중독
저드슨 브루어 지음, 김태훈 옮김 / 김영사 / 2021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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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신과 의사이자 신경과학자이자 베스트 셀러 작가인 저드슨 브루어가 저술한 '나쁜 습관 고리 부수기'에 대한 아주 친절한 책이다. 제목에서 알 수 있듯 '불안' 자체에 중독된 사람들이 있다. 책을 읽으면서 알게된 것인데, 나도 불안해하는 행위 자체를 통해 일종의 안심을 하는 때가 종종 있는 것 같다. 불안 뿐 아니라 폭식, 알코올, 흡연 등 현대인들이 통제해야 한다는 것을 알면서도 하지 못하는 나쁜 습관 고리를 분석하고 이를 끊을 수 있게 도와주는 책이라고 할 수 있다. 또 최근 많은 현대인들의 관심사인 '마음챙김(mindfulness)'에 대해서도 감을 잡을 수 있는 책이기도 하다.

 

책을 끝까지 읽고 습관 고리를 깨기 어려워 하는 사람들을 진정으로 도와주고자 하는 저자의 마음과 실제로 수 년간 그런 일을 열렬히 해왔다는 사실을 알 수 있었다. 심리학과 뇌과학 등을 다루기 때문에 단번에 이해하기 쉬운 내용이 아닐 수 있지만 친절한 설명과 적절한 비유 때문에 어렵지 않게 읽을 수 있었다. 

 

나쁜 습관을 버리고 좋은 습관을 들이기 위해서는 '의지력'이라는 해결책을 들먹이기 쉽다. 하지만 이 책은 의지력에 기대지 않는다. 저자가 고안해낸 총 3단계의 방법으로 아주 점진적이고 다정하게 습관 고리를 풀어낸다. 우선은 우리의 마음과 뇌가 어떻게 작용하는지부터 설명한다. 나의 경우에 해당된다고 생각했던 사례를 언급하자면, 불확싱성을 지닌 대상이나 시기를 골라 분명한 형태가 없다는 이유만으로 불안의 시동을 거는 때가 있다. 이럴 땐 그 불안이 무가치하다는 것을 '의식'하는 것에서 습관 고리 풀기를 시작할 수 있다. 그리고 불안을 느낄 때와 불안이 무가치하다는 것을 깨달을 때 내가 어떤 기분인지, 불안이란 무엇인지 등에 대해 호기심을 가지는 것만으로도 습관 고리를 절반 쯤 푼 것이다. (나머지 방법은 책을 통해 확인하길 바란다.) 이처럼 저자는 의식, 호기심, 자애 등과 같은 어렵지 않은 정신적 기술들로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고 전한다. 이러한 능력들을 우리의 '타고난 초능력'이라고 표현할 만큼 놀라운 결과를 함께 제시하기도 한다. 

 

현대사회가 주는 기술적 편리함과 펜데믹이라는 특수한 상황이 불안에 박차를 가하는 지금, 잠시 멈추어 나의 나쁜 습관 고리를 의식하고 '호기심'이라는 타고난 초능력으로 이를 푸는 방법을 알게 된 뜻 깊은 독서였다.

 

나는 '질환'이 생긴 마음, 두뇌를 약간 조율이 안 된 바이올린 줄에 가까운 것으로 생각한다. 이런 바이올린이 망가졌다고 내버리는 사람은 없다. 우리는 어느 부분이 잘못되었는지 들어보고 계속 연주할 수 있도록 줄을 약간 조인다(또는 푼다). -23쪽

결국, 뇌는해결책이라는 잭팟을 터트리기를 바라며 걱정이라는 슬롯머신의 레버를 계속 당긴다. -66쪽

마음챙김은 우리 자신에게서 어떤 것을 멈추거나, 비우거나, 제거하는 것이 아니다. 생각, 감정, 육체적 감각은 우리를 인간으로 만드는 것이다. -122쪽

 

*이 서평은 김영사 대학생 서포터즈 활동의 일환으로 김영사로부터 도서를 지원받아 작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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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를 위한 신화력 - 나를 온전히 이해하기 위한 신화 수업
유선경 지음 / 김영사 / 2021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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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질적으로 불확실한 세상을 살아가는 데 인간에게 필요한 것은, 맞을지 안 맞을지 모를 예측이 아니라 불확실성과 더불어 살아갈 수 있는 지혜다. -88~89쪽

 

어렸을 때 다들 한 번쯤은 읽는다는 그리스로마신화 만화책도 읽어보지 않은 나에게 신화는 큰 의미도 재미도 모르겠는 말도 안 되는 이야기에 불과했다. 교양 강의로 아이네이스, 오디세이아, 변신 이야기 등을 읽어보기도 했지만 알 수 없는 이야기를 그저 읽고 외우기만 하니 그때도 신화의 매력을 발견하지 못했다. 이제라도 <나를 위한 신화력>을 통해 왜 이 오래된 이야기들이 아직도 읽히고 많은 예술작품의 소재가 되는지 알게 되어 기쁘다.

 

혼돈과 탄생에서 죽음까지, 신화 속 이야기를 통해 인간이 왜 살아야 하는지 그리고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 등에 대해 사유해 보는 책이다. 김영사 유튜브의 작가 생각 영상 속 저자의 말을 빌리자면 '신들의 이야기가 아니라 그 신을 만들어낸 인간들의 이야기'인 셈이다. 우리에게 가장 친숙한 그리스로마신화뿐만 아니라 북유럽 신화, 인도 신화, 중국 신화 등 다양한 신화를 다루고 있고 그 속에서 동서양 신화의 닮은 점과 차이점을 찾아보는 재미도 있다. 65점의 명화가 책 곳곳에 삽입되어 있어 신화를 시각적으로 이해하기도 좋았고 책에 화려하고 고전적인 느낌을 한층 더해주었다. 

 

인도신화의 비슈누와 아바타를 통해 인간의 정체성과 가면에 대해 이야기한 챕터가 가장 마음에 남는다. 우리는 흔히 가면을 쓴 모습을 가식이나 가짜 정체성이라 생각하지만, 작가는 오히려 가면이야말로 그 사람의 진짜 정체성을 보여준다고 전한다. '가면을 벗고서는 차마 하기 힘든 말, 가장 진솔한 말'을 할 수 있기 때문이다. 즉 '겹겹이 쓰고 있는 가면이 모두 나'라는 뜻이다. 내가 누구인지, 무엇으로 태어났는지, 어떤 사람이 되어야 할지 아직도 헷갈리는 우리에게 좋은 위로가 되는 글이다. 내가 지금 가면을 쓰고 있는 것 같다는 느낌에 괴로움을 느낄 필요 없이 내가 택한 가면에 나를 맞추어 새로 태어나는 것 또한 좋은 방법이 될 수 있지 않을까.

 

신화에 철학과 문학까지 더해져 인문학의 집합과도 같은 책이었다. 21세기의 바쁜 일상 속에서 고대인들의 인간 본성과 내면에 대한 사유를 통해 작은 깨달음을 얻어가길 바란다.

 

카오스는 새로운 탄생의 질료다. 카오스에서 생명이 탄생한다. 겁먹지 말고 네 안의 카오스를 마주하라. -30쪽

미래를 만든 것은 언제나 현재의 현실이 아니라 현재의 꿈이었다. -62쪽

 

*이 서평은 김영사 대학생 서포터즈 활동의 일환으로 김영사로부터 도서를 지원받아 작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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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피엔스가 알아야 할 최소한의 과학 지식 - 지식은 어떻게 문명을 만들었는가
루이스 다트넬 지음, 강주헌 옮김 / 김영사 / 2021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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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종말적 사건을 계기로 폐허가 된 지구를 가정하고 종말 후의 남은 인류는 어떻게 문명을 재건해야 하는지 간략히(?) 알려주는 책이다. 간략히라고 소개한 이유는 지금껏 인류가 쌓아 온 지식과 테크놀로지를 한 권의 책에 모두 담는 것은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저자가 이 책에 기록한 문명을 지탱하는 지반과 기둥과 같은 과학 지식 및 테크놀로지는 생존한 인류에게 아주 큰 도움이 될 듯하다.

 

평소 과학과 친하지 않아 제목만 보고 재미있게 읽기는 힘들겠다고 생각했지만 종말적 사건 후 생존한 인류가 되었다는 상상을 하며 읽으니 생각보다 책장을 빨리 넘길 수 있었다. 서서히 도시가 파괴되는 모습과 도시에 남은 문명의 흔적들로 생존할 수 있는 유예기간을 그린 장들은 디스토피아 영화를 보는 듯했다. 저자가 종말 후 발생할 수 있는 여러 상황을 사고실험을 통해 생생하게 상상해 본 것을 느낄 수 있었다. 우선 아웃도어 매장에서 튼튼한 옷을 구하라는 것이 가장 기억에 남는다. 의외의 전략이다.

 

2장까지는 본격적인 문명 재건 전 죽은 도시를 활용해 생활할 수 있는 유예기간에 대한 설명이었다면 3장부터는 본격적으로 새로운 문명을 재건하기 위한 과학지식과 테크놀로지를 전한다. 자연과 버려진 도시에서 필요한 모든 것을 얻는 방법부터, 이를 활용해 화학물질이나 전기를 얻는 법까지 좋은 의미로 '잡다한' 지식들이 정리되어 있다. 먼 조상들이 어떻게 문명을 이룩했는지를 살펴보는 동시에 그들이 경험한 시행착오는 생략한 지름길을 알려주는 책이라고 할 수도 있다. 이 모든 정보를 수집하기 위해 엄청난 노력이 필요했겠다는 생각이 절로 들었다.

 

당장 이 책이 생존에 필요할 일은 없겠지만, 재난이나 재앙에 철저히 준비해두는 '프레퍼'의 재난 가방에는 꼭 필요한 책이 아닐까 싶다. 프레퍼족이 아니더라도 과학서 읽기를 좋아한다면 이 독특한 컨셉의 과학서를 통해 우리가 어떤 과학 지식과 테크놀로지를 기반으로 현대의 문명을 누리고 있는지 확인하고 새삼 감사하는 시간을 갖는 것도 좋을 것이다.


압축된 간편 매뉴얼의 목적은 의문을 품고 탐구하려는 호기심의 불길을 계속 맹렬하게 타오르게 하는 데 있다. (p30)

과학적으로 실험한다는 것은, 자연이 무심코 우리에게 드러내는 현상을 마뜩잖게 생각하고, 다양한 관점에서 그 현상에 접근해서 명확한 얼굴을 알아내는 작업이다. (p369)

 

*이 서평은 김영사 대학생 서포터즈 활동의 일환으로 김영사로부터 도서를 지원받아 작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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햇빛은 찬란하고 인생은 귀하니까요 - 밀라논나 이야기
장명숙 지음 / 김영사 / 2021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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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려한 이력과 감각 있는 스타일 덕에 100만 구독자를 향해 달려가고 있는 유튜버 '밀라논나'의 인생 에세이. 유튜브에는 패션과 관련된 영상을 자주 업로드하시지만, 이 에세이는 그녀가 약 70년의 인생 속에서 터득한 삶의 지혜나 1세대 유학생으로서 이탈리아와 한국을 오가며 몸소 깨달은 것 등을 이야기한다. 




유튜브로 접할 수 있는 밀라논나의 부드러운 말투와 매력적인 목소리로 듣는 이야기와는 또 다른 매력이 있다. 글로 읽는 밀라논나의 이야기는 좀더 솔직하고 단단한 느낌을 선사했다. 페이지가 줄글로 가득 차 있지 않아 여백이 많고 줄이 금방 바뀌는데 이런 점이 그녀의 이야기를 읽기 편하지만 동시에 알찬 조언으로 만들어준다고 생각했다. 누군가에게 인생의 조언을 들을 때는 그 사람의 삶의 태도나 소신 등이 그 조언을 뒷받침할 때 받아들이기 쉽다. 그런 점에서 밀라논나는 우리에게 인생의 지혜를 전달하고 조언을 할 자격이 충분하다. 30년에 달하는 시간을 보육기관에서 봉사하고, 유행을 좇아 새 옷과 물건을 사기보다 옛 물건을 애정하며 오래 쓰는 그녀의 삶의 태도는 진정한 멋쟁이가 어떤 사람인지 알려준다. 한마디로 닮고 싶다.




기성세대로서 젊은이에게 어떤 조언을 할 때는 '꼰대'처럼 비치기 십상이다. 하지만 밀라논나가 같은 기성세대에게 전하는 말과 젊은이들에게 전하는 말은 모두 현재 젊은이인 내가 읽기에 답답함이 없고 시원했다. 책에 옛 이야기가 종종 실려있어 유학을 가는 제도적 절차부터 생각보다 훨씬 더 보수적인 시대를 살아오셨음을 알 수 있었다. 이런 환경에서 커리어우먼으로 누구보다 치열하게 살아오셨기 때문일까 밀라논나는 젊은이들이 인생을 '축제처럼' 살길 바란다고 한다. 




책의 앞 페이지에 쓰여있는 '살아있는 한, 움직이는 한, 누구나 다 현역이고 자기 인생의 주인공이다'라는 말이 밀라논나의 노년기를 잘 표현하는 문장 같다. 세간의 기준으로는 은퇴를 했지만 여전히 삶의 현역이고 주인공인 그녀는 꾸준히 하고 싶은 일을 하고 변화를 추구하는 근사한 어른이다. 멋진 어른의 라이프스타일은 어떤 것인지 책을 통해 확인하길 바란다.




기성세대는 인생을 숙제풀듯 살았지만 요즘 젊은이들은 축제처럼 살게 해줍시다. (p71)


심신이 건강하기만 하다면, 인생의 가장 찬란한 때가 바로 노년이다. (p153)


복잡하고 호화로운 삶이 아니라 단순하되 맵시 있는 삶이 내가 원하는 삶이다. (p175)




*이 서평은 김영사 대학생 서포터즈 활동의 일환으로 김영사로부터 도서를 지원받아 작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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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사랑하는 사람
정호승 지음 / 비채 / 2021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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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호승 시인이 발표한 13권의 시집에서 다시 275편의 시를 엄선해 발표순으로 수록한 시선집. 등단 후 시인의 대표작을 발표순으로 나열한만큼 시인이 걸어온 문학적 길을 찬찬히 밟아볼 수도 있지만 동시에 한국 근현대사의 시대상을 돌아볼 수 있는 시집이었다.

 

앞서 말한 것처럼 1부, 2부에는 전쟁, 분단, 민주화 운동 등 한국의 아픈 근현대사를 기리고 상처를 어루만지는 시들이 일부 수록되어있다. 때로는 은유적으로 표현하고 때로는 강렬하고 직설적으로 표현하였다. 후반으로 갈수록 도시와 자본주의 등이 숨기고 있는 민낯을 적나라하게 드러내는 시들이 인상 깊었다. 소외계층의 슬픔을 발견하고 이를 안아주려는 시도라고 생각된다. 어떤 시기를 그리든 공통적으로 구체적인 지명이나 장소 묘사가 시에 한국적인 느낌을 더한다.

한국 근현대사의 아픔부터 현재에는 자본주의 소외계층을 모두 목격한 시인인만큼 현실의 아픔을 그린 시가 많았지만, 서정적인 시도 시집의 많은 분량을 차지한다고 느껴졌다. 어렵지 않은 일상어들로 자연을 아름답게 묘사하고 자연의 익숙한 이미지로부터 새로운 의미를 읽어내는 시인이다. 

 

275편의 시를 모두 읽고 느낀 것은 모든 시가 읽기 편하고 쉬웠다는 것이다. 소재에 구애받지 않고 어렵지 않은 언어로 독자에게 다가가는 느낌이었다. 평소 시집과 친하지 않아도 부담없이 읽을 수 있을 것 같다. 읽기 편하고 쉬웠다는 감상은 다시 말해 낯설지 않고 익숙한 느낌을 주었다는 뜻이기도 한데, 나의 이 막연한 느낌을 권말의 김승희 시인의 해설이 친절하게 설명해주었다. 정호승 시인은 '낯익게 하기'의 방법을 통해 우리에게 친절하게 다가온다. 몇몇 시들은 교과서에 실린 시를 읽는 느낌이기도 했다. 가끔 현대시를 읽을 때 느끼는 난해함과는 거리가 멀었다. 그만큼 누구나 부담없이 의미를 이해하려고 애쓰지 않고 읽을 수 있는 시집이라 생각한다.

 

* 이 서평은 김영사 대학생 서포터즈 활동의 일환으로 김영사로부터 도서를 지원받아 작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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