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사랑하는 사람
정호승 지음 / 비채 / 2021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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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호승 시인이 발표한 13권의 시집에서 다시 275편의 시를 엄선해 발표순으로 수록한 시선집. 등단 후 시인의 대표작을 발표순으로 나열한만큼 시인이 걸어온 문학적 길을 찬찬히 밟아볼 수도 있지만 동시에 한국 근현대사의 시대상을 돌아볼 수 있는 시집이었다.

 

앞서 말한 것처럼 1부, 2부에는 전쟁, 분단, 민주화 운동 등 한국의 아픈 근현대사를 기리고 상처를 어루만지는 시들이 일부 수록되어있다. 때로는 은유적으로 표현하고 때로는 강렬하고 직설적으로 표현하였다. 후반으로 갈수록 도시와 자본주의 등이 숨기고 있는 민낯을 적나라하게 드러내는 시들이 인상 깊었다. 소외계층의 슬픔을 발견하고 이를 안아주려는 시도라고 생각된다. 어떤 시기를 그리든 공통적으로 구체적인 지명이나 장소 묘사가 시에 한국적인 느낌을 더한다.

한국 근현대사의 아픔부터 현재에는 자본주의 소외계층을 모두 목격한 시인인만큼 현실의 아픔을 그린 시가 많았지만, 서정적인 시도 시집의 많은 분량을 차지한다고 느껴졌다. 어렵지 않은 일상어들로 자연을 아름답게 묘사하고 자연의 익숙한 이미지로부터 새로운 의미를 읽어내는 시인이다. 

 

275편의 시를 모두 읽고 느낀 것은 모든 시가 읽기 편하고 쉬웠다는 것이다. 소재에 구애받지 않고 어렵지 않은 언어로 독자에게 다가가는 느낌이었다. 평소 시집과 친하지 않아도 부담없이 읽을 수 있을 것 같다. 읽기 편하고 쉬웠다는 감상은 다시 말해 낯설지 않고 익숙한 느낌을 주었다는 뜻이기도 한데, 나의 이 막연한 느낌을 권말의 김승희 시인의 해설이 친절하게 설명해주었다. 정호승 시인은 '낯익게 하기'의 방법을 통해 우리에게 친절하게 다가온다. 몇몇 시들은 교과서에 실린 시를 읽는 느낌이기도 했다. 가끔 현대시를 읽을 때 느끼는 난해함과는 거리가 멀었다. 그만큼 누구나 부담없이 의미를 이해하려고 애쓰지 않고 읽을 수 있는 시집이라 생각한다.

 

* 이 서평은 김영사 대학생 서포터즈 활동의 일환으로 김영사로부터 도서를 지원받아 작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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