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를 위한 신화력 - 나를 온전히 이해하기 위한 신화 수업
유선경 지음 / 김영사 / 2021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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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질적으로 불확실한 세상을 살아가는 데 인간에게 필요한 것은, 맞을지 안 맞을지 모를 예측이 아니라 불확실성과 더불어 살아갈 수 있는 지혜다. -88~89쪽

 

어렸을 때 다들 한 번쯤은 읽는다는 그리스로마신화 만화책도 읽어보지 않은 나에게 신화는 큰 의미도 재미도 모르겠는 말도 안 되는 이야기에 불과했다. 교양 강의로 아이네이스, 오디세이아, 변신 이야기 등을 읽어보기도 했지만 알 수 없는 이야기를 그저 읽고 외우기만 하니 그때도 신화의 매력을 발견하지 못했다. 이제라도 <나를 위한 신화력>을 통해 왜 이 오래된 이야기들이 아직도 읽히고 많은 예술작품의 소재가 되는지 알게 되어 기쁘다.

 

혼돈과 탄생에서 죽음까지, 신화 속 이야기를 통해 인간이 왜 살아야 하는지 그리고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 등에 대해 사유해 보는 책이다. 김영사 유튜브의 작가 생각 영상 속 저자의 말을 빌리자면 '신들의 이야기가 아니라 그 신을 만들어낸 인간들의 이야기'인 셈이다. 우리에게 가장 친숙한 그리스로마신화뿐만 아니라 북유럽 신화, 인도 신화, 중국 신화 등 다양한 신화를 다루고 있고 그 속에서 동서양 신화의 닮은 점과 차이점을 찾아보는 재미도 있다. 65점의 명화가 책 곳곳에 삽입되어 있어 신화를 시각적으로 이해하기도 좋았고 책에 화려하고 고전적인 느낌을 한층 더해주었다. 

 

인도신화의 비슈누와 아바타를 통해 인간의 정체성과 가면에 대해 이야기한 챕터가 가장 마음에 남는다. 우리는 흔히 가면을 쓴 모습을 가식이나 가짜 정체성이라 생각하지만, 작가는 오히려 가면이야말로 그 사람의 진짜 정체성을 보여준다고 전한다. '가면을 벗고서는 차마 하기 힘든 말, 가장 진솔한 말'을 할 수 있기 때문이다. 즉 '겹겹이 쓰고 있는 가면이 모두 나'라는 뜻이다. 내가 누구인지, 무엇으로 태어났는지, 어떤 사람이 되어야 할지 아직도 헷갈리는 우리에게 좋은 위로가 되는 글이다. 내가 지금 가면을 쓰고 있는 것 같다는 느낌에 괴로움을 느낄 필요 없이 내가 택한 가면에 나를 맞추어 새로 태어나는 것 또한 좋은 방법이 될 수 있지 않을까.

 

신화에 철학과 문학까지 더해져 인문학의 집합과도 같은 책이었다. 21세기의 바쁜 일상 속에서 고대인들의 인간 본성과 내면에 대한 사유를 통해 작은 깨달음을 얻어가길 바란다.

 

카오스는 새로운 탄생의 질료다. 카오스에서 생명이 탄생한다. 겁먹지 말고 네 안의 카오스를 마주하라. -30쪽

미래를 만든 것은 언제나 현재의 현실이 아니라 현재의 꿈이었다. -62쪽

 

*이 서평은 김영사 대학생 서포터즈 활동의 일환으로 김영사로부터 도서를 지원받아 작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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