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의 법정에 선 법
김희수 지음 / 김영사 / 2021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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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년, 법률인공지능 알파로(Alpha Law) 경진대회가 열렸다고 한다. AI와 인간이 짝을 지은 3팀과, 인간과 인간이 짝을 지은 9팀이 참가하여 법률 분석 대결을 펼쳤다. 정말 흥미롭게도, 대회의 1~3위가 모두 AI와 인간 팀이었다. 이제는 법률인공지능이 탄생하여 법률 분야와 인공지능 분야가 융합하는 시대가 온 것이다. 


인공지능은 우리가 남긴 방대한 데이터를 기반으로 형성된다. 법률인공지능도 마찬가지다. 과거 판례가 차별과 혐오를 포함하고 있거나, 법 자체가 공정하지 않다면 크게 문제가 될 것이다. 그렇다면 지금 이 시대에서 우리에게 필요한 일은 무엇일까. 바로 정의의 관점에서 법을 다시 바라보는 ‘성찰’이다. 『역사의 법정에 선 법』은 제목 그대로 역사의 법정 앞에 선 법을 성찰한다. 법 앞에서 심판 당하는 주체는 사람이 아니라, 근현대사의 악법들과 판결들이다.


『역사의 법정에 선 법』의 저자는 법률가 김희수 님이다. 전북대학교 법학과를 졸업하셨고, 1955년부터 현재까지 변호사로 일하신다. 현재는 경기도청 감사관에 재직 중이시다. 최근 경기도 반부패조사단을 맡았고, 영농법인과 기획부동산의 부동산 투기를 적발하는 쾌거를 이루셨다. 법과 정의가 무엇인지, 누구보다 열심히 고민하시는 분이다. 


“민주공화국 항아리에 정의를 채우는 것은 바로 우리라는 것을, 우리가 가득 채울 수도 있고 비울 수도 있다는 것을, 희망과 절망은 우리의 선택이라는 것을, 법의 역사가 그리 말한다는 것을 보여주고 싶었다.” 7p


이 책은 크게 1부, 2부로 나누어져 있다. 1부는 ‘역사의 법정에서’라는 제목으로 동학농민혁명, 갑오개혁, 3.1운동에서 독립 투쟁까지 관련 판례들을 분석한다. 2부 ‘법이 공정하다는 착각’은 법이 과연 인간 존엄성을 지켜주는지 고민하도록 하는 내용이다. 목차는 이러하다. 


제1부 역사의 법정에서

1장 동학농민혁명과 근대 법원

2장 갑오개혁이 쏘아 올린 자유ㆍ평등의 법

3장 을사늑약과 국제법ㆍ식민지법의 정체

4장 3ㆍ1운동과 민족의 조국을 가질 권리

5장 임시정부와 독립 투쟁은 적법한가

6장 아직도 범죄로 남아 있는 독립 투쟁


제2부 법이 공정하다는 착각

1장 헌법의 눈물

2장 왜 법을 믿지 않는가

3장 형벌 불평등과 장발장은행

4장 법이 말하는 진실과 정의


1부 2장, ‘갑오개혁이 쏘아 올린 자유, 평등의 법에서는 법과 평등 사이의 관계를 다룬다. 법 앞에 평등하다는 사실은 너무나 당연하지만, 과거를 살펴보면 그렇지 못했던 적도 많았다. 양인과 천인을 구분했던 조선의 법에서 불평등은 자연스러웠다. 해방 뒤, 노예제도는 철폐되었지만 실질적으로 신분 차별이 사라지기까지는 오랜 세월이 걸렸다. 법에 명시된 불평등이 사회 속에서 자연스럽게 녹아들면 뿌리 뽑기 어려우므로, 우리는 항상 법 속 차별을 의심해야 한다며 교훈을 주는 내용이다. 


“어떠한 법도 역사적 상황과 시간을 벗어나기란 결코 쉽지 않다. 법조인 역시 이로부터 자유로울 수 없다. 하지만 결국은 원칙과 근본으로 돌아가서 사유해야 한다. 특히 합리적 차별 여부를 판단해야 하는 최전선에 서 있는 법조인은 자유와 평등의 가치를 뜨거운 가슴으로 받아들이고 고민해야 한다.” 49p



이 책은 법과 역사에 관심이 많으신 분, 단순 법 관련 지식을 습득하는 것을 넘어, 법다운 법을 생각해 보고 싶으신 분, 역사 속 판례들 법의 관점에서 다시 바라보고 싶으신 분들께 추천한다. 인공지능 기술이 부상하고 코로나19로 여러 상황이 바뀌어 가고 있는 시대에 우리가 눈여겨봐야 할 것은 법의 과거다. 정의롭지 못했던 근현대사의 법들부터 돈과 권력 앞에서 힘을 잃어갔던 법들까지 다시 살펴보며 미래를 준비해야 한다. 그리고 그 준비를 『역사의 법정에 선 법』이 도와줄 것이다. 


이 서평은 김영사 대학생 서포터즈 활동의 일환으로 김영사로부터 도서를 지원받아 작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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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수정·이은진의 범죄심리 해부노트
이수정.이은진 지음 / 김영사 / 2021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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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알쓸범잡’이라는 TV 프로그램이 유행이다. 알아두면 쓸데 있는 범죄 잡학사전이라는 의미로, 우리 주위에서 벌어지는 범죄 사건들을 다양한 시각으로 풀어낸다. 프로그램이 다루는 이야기를 듣다 보면 열악한 가정환경 속에서 자라, 그 결과물로 범죄를 저지른 인물들이 많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성격 장애가 범죄로 이어진 경우도 있다. 열악한 성장 배경이 범죄의 면죄부가 될 수는 없겠지만, 이들의 심리를 분석하고 범죄를 저지르게 된 상황을 파악하는 것이 범죄 예방에 도움을 줄 것이다. 성격 장애를 지닌 범죄자들의 심리를 파헤친 책, 『이수정·이은진의 범죄심리 해부노트』가 바로 그렇다. 


『이수정·이은진의 범죄심리 해부노트』은 이수정, 이은진 두 분이 집필하셨다. 범죄심리학 전문가 이수정 교수님은 연세대학교 심리학과를 졸업하시고, 연세대 대학원에서 사회심리학 석사와 박사 학위를 취득하셨다. 또한 아이오와대학교 사회심리학과 박사를 마치셨다. 현재 경기대학교에서 범죄심리학과 교수로 재직 중이시다. 상담심리 전문가 이은진 님은 이수정 교수님의 후배로, 연대 대학원 상담심리학 석사 및 박사, 미국 시카고로욜라 여성학 석사, 박사를 마치셨다. 정부서울청사 공무원 마음나래 상담 센터장이시다. 


이 책은 성격 장애를 A군, B군, C군으로 구분하여, 사례별로 범죄로 이어지게 된 상황을 정리하였다. A군, B군, C군의 성격 장애에 따라 총 3부로 구성되어 있다. 각각의 사례는 실제 사건과 일부 비슷한 부분이 있을 수 있지만, 인명, 지명 등은 모두 가공하여 만들어졌다. 책에 등장하는 10가지 성격 장애 중, 편집성 성격 장애 등과 같이 범죄로 이어지기 쉬운 성격 장애와 그렇지 않은 성격 장애도 있기 때문에 희귀하거나 극단적 사례들이 많다. 목차는 이러하다. 


Ⅰ. 사회적으로 고립되어 있고 특이한 언행을 보이는 A군 성격장애

1. 타인을 믿지 않고 의심하는 편집성 성격장애 

2. 사회적 관계가 단절된 조현성 성격장애

3. 고립 속에 기이한 행동을 하는 조현형 성격장애

+아스퍼거 증후군(자폐 스펙트럼 장애)


Ⅱ. 감정적이고 변덕스러운 B군 성격장애

4. 정서가 불안하고 충동적인 경계성 성격장애

5. 공감 능력이 떨어지는 자기애성 성격장애

6. 정서를 과도하게 표현하는 연극성 성격장애

+리플리 증후군

7. 인권을 무시하고 침해하는 반사회성 성격장애

+정신병질


Ⅲ. 의존적이고 회피적인 C군 성격장애

8. 부정적 평가에 과민한 회피성 성격장애

9. 혼자 결정 내리지 못하는 의존성 성격장애

10. 완벽한 규율과 통제에 집착하는 강박성 성격장애


인물의 내면이 효과적으로 드러날 수 있게끔 다양한 인칭을 사용하여 사건을 설명한다는 것이 책의 가장 큰 특징이다. 타인을 믿지 않고 의심하는 것이 특징인 편집성 성격장애의 경우, 일인칭 시점으로 사례가 서술되어 범죄를 저지르게 되는 과정을 쉽게 파악할 수 있다. 공감 능력이 떨어지고 자아도취적 특징을 보이는 자기애성 성격장애 사례는, 자기애성 성격장애를 가진 어머니에게 학대를 당한 아들의 시점으로 서술되어 성격장애를 겪는 이의 주변인의 고통을 잘 드러낸다. 또한, 마지막 장에는 실제 범죄심리 프로파일 과정에서 참고하는 진단 기준이 상세하게 적혀 있으니 보다 자세한 성격장애 탐구가 가능하다. 


“부모라는 이들의 싸움은 나를 지치게 했고 나는 나 자신밖에 믿을 수 없다고 생각하게 되었다. 나른 낳고 기른 부모조차 믿을 수 없는데 누구를 믿겠는가. 조심하지 않으면 또다시 난 이용당하고 고통스러운 분노 속에서 힘들어질 것이다.” 21p (편집성 성격장애 사례 中)


“밤마다 엄마는 내 침대에 누워 나를 감시했다. 공부를 안 하거나 집중을 못 하면 골프채나 야구방망이로 때렸다. 엄마를 만족시키지 못하고 화나게 한 날은 아침밥도 먹을 수 없었다.” 90p (자기애성 성격장애 사례 中)


정실질환, 성격장애와 관련 범죄 다룬 매체들을 접하다 보면, 혹 이런 생각이 들 때가 있다. ‘나도 비슷한 증상을 겪는데, 저렇게 극단적 상황에 처하지는 않을까? 내게도 문제가 있는 것 아닐까?’라며 염려하기도 한다. 이수정 교수님은, ‘필자 역시 스스로 강박적 성격인지 의심하며 산다는 점’을 밝힌다며 독자들을 안심시킨다. 또한, 자신의 성격을 되돌아보며 사고하는 과정 자체가 이미 합리적 사고의 틀 안에 있다는 증거라고 말씀하신다. 


우리는 이 책을 읽고 성격 장애를 지닌 이들의 심리를 분석하고 범죄를 저지르게 된 상황을 자세히 파헤치는 일이 범죄자들에게 면죄부를 부여하는 게 아니라 범죄를 예방할 수 있도록 한다는 사실을 깨달을 수 있다. 더불어 완벽한 성격을 지닌 사람은 없기에, 자신을 성찰하는 일은 자연스러운 행위라는 것을 다시금 짚어 준다. 


그것이 알고 싶다, 알쓸범잡 등 사회적 사건을 다루는 프로그램을 좋아하시는 분, 범죄 심리, 성격 장애에 관심이 많은 분께 추천한다. 유명한 범죄심리학 전문가 이수정 교수님의 저서를 읽어 보고 싶으신 분들께도 추천한다. 


이 서평은 김영사 대학생 서포터즈 활동의 일환으로 김영사로부터 도서를 지원받아 작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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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역학 - 열과 일, 에너지와 엔트로피의 과학 DEEP & BASIC 시리즈 5
스티븐 베리 지음, 신석민 옮김 / 김영사 / 2021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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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군가 ‘열역학’을 묻는다면 자신 있게 설명할 수 있는 사람이 몇이나 될까. 이과생인 나 역시 열역학이라는 단어를 들으면 어려워! 라는 말이 절로 튀어나온다. 열역학을 공부한 이에게도 열역학을 설명하는 일은 쉽지 않다. 


열역학의 깊은 이해를 갈망하는 사람, 혹은 열역학에 대해 전혀 모르는 사람들을 위해 미국의 저명한 물리 화학자인 스티븐 베리가 『열역학』을 집필했다. ‘가장 진실에 가까운 과학’인 열역학을 대중의 언어로 쉽게 풀어 썼다. 또한 직접 스티븐 베리의 열역학 수업을 들었던 서울대학교 자연과학대학 화학부 교수 신석민이 번역을 위해 펜을 들었다.


『열역학』은 총 7장의 목차가 존재한다. 


1장 열역학이란 무엇인가?

2장 왜 시간을 거슬러 돌아갈 수 없는가?

3장 고전적인 열역학은 어떻게 생겨났는가?

4장 열역학을 어떻게 사용하는가, 혹은 사용할 수 있는가?

5장 열역학은 어떻게 진화해왔는가?

6장 열역학의 전통적인 범위를 어떻게 넘어설 수 있는가?

7장 열역학은 과학에 관해 무엇을 가르쳐줄 수 있는가?


열역학은 물질의 상태 변화에 따라 일어나는 ‘일’과 ‘열’의 관계를 에너지, 엔트로피 등의 열역학적 변수들을 이용해 분석하는 학문이다. 열역학 제 1 법칙은 에너지 보존 법칙으로, 에너지는 생성되거나 파괴될 수 없으며 한 형태에서 다른 형태로 변형된다는 뜻이다. 또한 고립계라는 시스템에서 총 엔트로피의 변화는 항상 증가하거나 일정하며 절대로 감소하지 않는다는 것이 열역학 제 2 법칙이다. 열역학 제 2 법칙은 서로 다른 방식으로 표현될 수 있다. 스티븐 베리는 통계적, 미시적 관점으로 열역학을 표현하며, 세계에 접근하는 방식에서 파생되는 통찰을 알려 준다. 다소 모호할 수 있는 개념들인 일, 열, 온도, 에너지, 엔트로피 등을 찬찬히 풀어 설명하면서 우리를 열역학의 세계로 인도한다. 더 구체적으로 열역학을 알고 싶으신 분들은 책을 직접 구매해 읽어 보길 바란다. 


열역학의 개념과 법칙뿐만 아니라 열역학의 진화 과정, 열역학이 과학에게 가르쳐 주는 점들 등을 담아 이론을 뛰어넘는 사유를 할 수 있게 하는 책이다. 정보의 홍수 속에서 우리는 기본적인 과학 개념도 알지 못한 채 넘겨짚고 마는 경우가 많다. 스티븐 베리의 『열역학』은 과학 저서 뿐만 아니라 경제학, 사회학 분야에서도 종종 등장하는 ‘열역학’의 개념을 다잡을 기회를 제공한다. 


“열역학의 진화를 통해 부분적으로 살펴본 것처럼, 자연에 대한 개념과 과학에 포함된 실질적인 지식은 결코 확고하게 고정되어 있지 않다. 심지어 에너지 보존 법칙에 도전받는 상황도 있었다. 지금까지는 이러한 도전을 극복했지만 그 개념의 유효성에 한계가 없다고 완전히 확신할 수는 없다. 우리가 우주와 그 속의 무엇인가를 탐구하는 새로운 방법을 찾을 수 있는 한 과학은 계속 진화할 것이다.” 173p


아인슈타인은 열역학을 “기본적인 개념의 적용 틀이 절대 무너지지 않을 유일한 물리적 이론”이라며 높이 평가했다. 하지만 완벽하고 깨지지 않는 이론이라는 찬사 뒤에는 이론을 구축하기 위한 과학자들의 노력, 그리고 법칙에 대한 의심이 늘 함께했다. 끊임없는 의심 사이에 진리를 향해 나아가는 과학자들의 노력을 통해 우리는 세상을 좀 더 자세히 이해할 수 있다는, 열역학의 교훈을 만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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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라카미 T - 내가 사랑한 티셔츠
무라카미 하루키 지음, 권남희 옮김 / 비채 / 2021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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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정 어린 마음이 존재해야 가능한 일 중 하나는 바로 ‘수집’이다. 기억을 더듬어 보면 우리는 모두 잠깐이라도 열렬히 무언가를 ‘수집’했던 경험이 있을 것이다. 어릴 적 장난감 인형을 모았거나, 미니 자동차 피규어를 모았거나, 좋아하는 만화의 시리즈를 모았거나, 혹은 현재 진행형으로 모으는 중이 물건이 있거나. 나는 학창 시절에 문구류를 수집하는 데 힘을 쏟았다. 볼펜, 샤프, 형광펜 따위가 내 손에 가장 오랜 시간 동안 쥐어졌던 물건이었기 때문이다. 나와 펜 사이에는 정이 있었다. 


작가 무라카미 하루키의 경우는 LP판, 책, 잡지 스크랩, 그리고 티셔츠를 수집했다고 한다. 어쩌다 보니, 그러다 보니 ‘자연스럽게’ 이만큼이나 모였다고 말하지만, 좋아하지 않으면 모일 수 없는 법이다. 하루키와 티셔츠의 물성 사이에도 정이 존재했을 것이다. 하루키가 모은 티셔츠 이야기, 그리고 사이에 녹아든 하루키의 취향과 주관이 『무라카미 T』에 고스란히 담겨 있다.


“오래 살다 보니 이렇게 모인 티셔츠 얘기로 책까지 내고 대단하다. 흔히 ‘계속하는 게 힘’이라고 하더니 정말로 그렇군. 뭔가 나 자신이 계속성에만 의지하여 사는 듯한 기분마저 들 정도다.” 7p


『무라카미 T』는 하루키가 살면서 모은 수백 장의 티셔츠 중 몇 개를 골라, 거기에 관한 짤막한 에세이를 모아 놓은 책이다. 한 편집자가 티셔츠를 수집한다는 하루키를 말을 듣고 잡지 연재를 권유했다고 한다. <뽀빠이>라는 잡지에 약 일 년 반 동안 써 온 티셔츠 이야기들이 한 권의 책으로 나왔다. 개성 있는 티셔츠 사진들과 함께. 


다양한 테마별로 티셔츠를 묶어 총 18편의 에세이가 실려 있다. 목차는 ‘여름은 서핑’, ‘햄버거와 케첩’, ‘위스키’ ‘대학교 티셔츠’ 등 단순하지만 명료한 제목의 에세이와 ‘어쩌다 보니 모인 티셔츠와 아직 다 싣지 못한 티셔츠들’이라는 하루키와의 인터뷰로 구성된다. 


또한 담담하게 레터링 티셔츠를 좋아하는 이유를 말하는 하루키 특유의 문체도 마음에 든다. 사색할 여유 없이 바쁜 일상을 살아가다 보면 내가 무엇을 좋아하는지 잊고 사는 경우가 종종 있다. 혹은 내가 과연 이 물건들을, 하는 일들을 좋아하는 게 맞는지 확신이 서지 않을 때도 있다. 내가 누구인지 잘 안다는 듯한, 확신에 가득 찬 문장을 읽으면 모호함을 확실함으로 바꿀 수 있을 것만 같은 용기가 생긴다. 나도 애정 어린 물건들을 찾아내 좋아하는 이유를 풀어 쓰고 싶어진다. 


“그것도 의미 있는 문맥을 가진 문장이 아니라 ”이건 대체 무슨 뜻이지“? 하고 고개를 갸웃거릴 법한, 투박하게 글씨만 인쇄된 것이 좋다. 그림 있는 티셔츠처럼 질리는 일도 없고 메시성도 적고 자태가 깔끔하다. 다른 옷과 맞춰 입기도 쉽다. 그래서 그런 티셔츠를 발견하면 바로 사버린다.” 64p


『무라카미 T』를 통해 작가 하루키가 아닌, 티셔츠를 좋아하는 동네 평범한 아저씨 하루키의 매력을 만나 볼 수 있을 것이다. 또한 이 책은 내가 애정을 가지고 수집하는 물건은 무엇인지, 나의 물건 수집 철학은 무엇인지 곱씹을 수 있는 시간을 내어 준다. 독자들이 책을 읽고 하루키가 좋아하는 티셔츠를, 그리고 내가 좋아하는 물건들을 떠올리며 미소지을 수 있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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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처드 도킨스의 영혼이 숨 쉬는 과학 - 열정적인 합리주의자의 이성 예찬
리처드 도킨스 지음, 김명주 옮김 / 김영사 / 2021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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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의 진화생물학자이자, 우리에게는 이기적 유전자의 저자로 잘 알려진 리처드 도킨스가 두 번째로 에세이집을 펴냈다. 『영혼이 숨 쉬는 과학』이다. 30년간 써 온 강연문, 칼럼, 에세이 등을 41편 모아 만든 책이라고 한다. 에세이라 하면 감성적 표지와 함께 잘 읽히는 글이 떠오르곤 하지만 이 책은 다르다. 족히 650쪽에 달하는 엄청난 분량에, 한 번 읽어서는 쉽사리 이해가 가지 않는 도킨스의 ‘이성 예찬’이 담긴 글들이 모아져 있다. 한 생물학자는 디킨스의 글을 읽고 ‘논리적 오류가 없으면서도 수학이 단 한 줄도 포함되어 있지 않은 과학적 서술’이라며 깜짝 놀랐다고 한다. 과학의 언어인 수학과 물리를 쓰지 않는 과학을 논하는 글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어느 정도의 노력이 당연히 필요하지 않을까. 이해의 과정에서 얻는 희열도 분명 존재할 것이다.


‘영혼이 숨 쉬는 과학’이라는 제목의 의미도 살펴보자. 과학은 어떤 형태로든 사람들에게 영향을 미친다. 작가에게 문학적 영감을 줄 수도 있고, 과학이 밝혀낸 자연의 신비가 우리에게 감탄을 불러일으킬 수도 있다. 또한 우리가 편리한 생활을 하고, 행복감을 느끼게 도와주는 역할을 하기도 한다. 어떤 형태로든 우리의 ‘영혼’을 건드린다는 의미이다. 여기서 말하는 과학은 과학적 사실 뿐 만아니라 과학적 사고 방법 모두를 포함한다. 리처드 도킨스는 논리적으로 과학적 사고, 사실을 설명하며 과학에 영혼이 숨 쉬고 있다는 것을 깨닫게 해 준다.


만일 내 안에 종교적이라 부를 수 있는 것이 있다면

그것은 과학이 밝힐 수 있는 한도 내의 세계 구조에 대한 무한한 감탄이다.

『영혼이 숨쉬는 과학』 서문 17p



책의 목차는 이러하다.


1부 과학의 가치관(들)

2부 무자비의 극치

3부 가정법 미래

4부 정신 지배, 화근, 그리고 혼란

5부 현실 세계에 살다

6부 저연의 신성한 진실

7부 살아 있는 용을 비웃다

8부 인간은 섬이 아니다



과학은 검증 가능한 증거에 기반을 두고 있기 때문에 신앙과 무관하다고 도킨스는 말한다. 또한 과학은 위로를 제공하지는 못하지만 우리에게 고양감을 준다며 과학도의 심장을 뛰게 하는 설명을 덧붙인다. 구전된, 전통적이고 권위적인 신앙 위에 쌓아 올려진 종교와는 달리 합리적 신념을 기반으로 하는 과학. 학교 수업에서 배울 때 느꼈던 지식의 축적과 다른 느낌으로 과학이라는 학문의 존재 의의가 너무나도 잘 와닿았던 부분이었다.


과학은 실제로 가장 도덕적이고 가장 정직한 학문 분야 중 하나입니다.

왜냐하면, 증거를 보고할 때 성실하고 정직한 태도로 임하지 않을 경우 과학은 완전히 붕괴하기 때문입니다.

『영혼이 숨쉬는 과학』 405p


위로는 과학이 제공하기 어려운 것입니다. ...

하지만 고양감이야말로 과학이 진가를 발휘하는 영역입니다.

『영혼이 숨쉬는 과학』 407p


평소 리처드의 저서에 관심이 있었던 분이나 과학적 사고가 담긴 에세이를 좋아하시는 분에게 가장 추천한다. 앞서 언급했듯이 수학이나 물리적 수식이 전혀 들어 있지 않은 글이기 때문에 배경지식이 없어도 편하게 읽을 수 있다. 덧붙이자면, 워낙 책이 고풍스러워서 가지고 있기만 해도 마음이 든든해진다. 틈틈이 그리고 천천히 도킨스의 사유를 음미하다 보면 영혼이 숨 쉬는 과학과의 조우가 가능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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