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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르베르 문명 - 서구중심주의에 가려진 이슬람과 아프리카의 재발견
임기대 지음 / 한길사 / 2021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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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한길사 대학생 서포터즈 활동을 하며 받게 된 첫 번째 책은 바로 <베르베르 문명>이다. 부제목은 ‘서구중심주의에 가려진 이슬람과 아프리카의 재발견’으로, 지중해 해안부와 아프리카의 사하라, 사헬 지대 등등에 거주하고 있는 베르베르인과 그 문명을 다루고 있다. 지도를 펼쳐 아프리카를 찾아보면 가장 먼저 눈에 띄는 것이 아프리카의 국경이다. 마치 지도에 자를 대고 그은 것처럼 반듯한 일직선인데, 유럽인들이 민족 국가라는 개념으로 인위적으로 국경선을 그려 넣으면서 식민 지배를 한 탓이다. 특히 지중해, 그리고 여러 나라들과 맞닿아 있는 북아프리카 지역은 지정학적 특성과 유럽인들이 그려놓은 국경선 때문에 그들 문명은 가려지고 지워져 왔다. 우리는 북아프리카 지역을 문자 그대로만 이해하며, ‘이슬람을 믿는 아프리카’라는 식으로 생각하곤 한다. 그러나 저자는 이러한 서구중심주의적인 관점에 경계를 표한다. 지리적, 종교적 단위의 인식에서 벗어나 아프리카에 공존하는 다양한 문화를 살펴보자고 주장하며 책의 본론을 이어 나간다. 아프리카에 별반 관심을 두지 않았던 이 책은 내게 이슬람과 아프리카를 언어, 역사, 문화 등의 다양한 각도로 바라볼 수 있는 새로운 세계로 다가왔다. 중심이 아닌 주변과 소수를 바라보는 작가님의 관점을 많은 이들이 접했으면 하는 바람으로, 책에 관해 좀 더 자세한 이야기를 해보고자 한다.


책을 집필하신 임기대 작가님은 언어학자이시다. 현재 부산외국어대학교 지중해지역원 HK교수, 아프리카연구센터장, 그리고 법무부 난민위원회 자문위원회로 계신다. 저서로는 세계적인 언어학자 노암 촘스키의 사상을 깊이있게 다룬 <시대의 지성 노암 촘스키>가 있고, 베르베르 문명과 정체성에 관한 다수의 논문을 발표하셨다. 


목차는 이렇게 구성되어 있다. 

1. 베르베르(Berber), 무엇을 생각할 수 있는가?

2. 베르베르어 사용과 네오-티피나그(Neo-Tifinagh)

3. 역사 속의 베르베르 문명

4. 베르베르 문명 속의 특이 요소들

5. 베르베르 디아스포라(DIaspora)

6. 베르베르 예술과 음식


책 제목이 <베르베르 문명>이니, 베르베르와 마그레브(북아프리카)에 대한 설명 먼저 해 보겠다. 마그레브는 아랍어로 ‘해가 지는 지역’을 뜻하며 아프리카의 사하라, 지중해에 고립되어 있다는 지리적 의미도 포함한다. 일반적으로는 북아프리카 지역을 통칭하는 의미로 사용한다. 그렇다면 마그레브 지역의 ‘베르베르’는 어떤 의미일까. 작가님은 베르베르의 의미를 규정하는 대신 이들이 만들어지고 나아가는 ‘과정’에 주목한다. 주로 마그레브 북쪽 지역에 존재하는 이들을 베르베르인이라 부르긴 하지만, 이 용어는 ‘외국인’이라는 그리스 단어에서 유래했다고 한다. 그리스인도, 아랍인도 아닌 외국인을 부르는 용어였다. 베르베르라는 언어 속에도 타자화된 관계가 숨어 있었던 것이다. 따라서 이들은 자신을 타자화된 이름으로 부르지 않고, 고귀한 사람, 자유로운 사람을 뜻하는 ‘이마지겐(Imazighen)’으로 부른다. 여기서 베르베르인의 독자적 성격을 엿볼 수 있다. 


흥미로웠던 부분은 언어와 정체성에 관한 부분이었다. 베르베르인은 고유 문자 체계인 네오 티피나그(Neo-Tifinagh)를 보유하고 있다고 한다. 알제리는 독립 이후 국가 내 남아있는 프랑스 문화를 없애기 위해 아랍화 정책을 실시하였는데, 이 과정에서 소수 문화인 베르베르어가 배제되었다. 베르베르인들은 베르베르어와 문화를 되찾기 위해서 1980년에 베르베르 운동을 실시하였고 이에 모로코는 2011년부터, 알제리는 2016년부터 베르베르어가 공용어로 채택되었다. 작가님은 베르베르어 문자는 계속 확산해 가고 있으며, 마그레브 지역에 변화를 가져올 것이 분명하다고 말씀하신다. 또한, 베르베르 정체성 운동은 민중 시위 히락(Hirak)과도 관련이 있다. 아랍의 봄 이후 발생한 히락은 나아지지 않는 경제 발전, 실업, 인권 문제, 베르베르 탄압, 이슬람화 정책에 불만을 가진 민중들이 일으킨 시위다. 소수 문화에 대한 차별에 맞서고, 타자화되기를 거부하는 베르베르인의 행적을 읽어 내려가며 나도 그들 목소리에 고양되지 않을 수 없었다. 


베르베르의 정체성 운동과 ‘히락’ 부분을 보고서 테드 창의 sf 소설집 <숨>에 실려있는 단편 소설 <거대한 침묵>이 떠올랐다. 이 소설에는 환경 파괴로 멸종될 처한 앵무새가 등장한다. 앵무새에게 귀 기울이지 않았던 인간 때문에 그들의 언어, 의식, 전통, 목소리는 영영 사라져 간다는 내용이다. 지금 시각 지구 어딘가에도 어떤 민족, 혹은 종의 문화가 사라지고 있을지도 모른다. 소수자의 목소리 자체도 무척이나 중요하지만, 목소리를 듣는 이들의 존재 역시 중요하다. 나는 <베르베르 문명>을 읽는 행위 역시 사라지지 않도록 목소리를 듣는 행위와 마찬가지라고 본다. 우리도 어떤 맥락에서는 소수자일 수 있다. 소수자의 존재를 인정하며, 우리의 목소리를 자꾸 외치는 동시에, 다른 이들의 목소리에도 귀 기울어야 한다는 것. <베르베르 문명>으로부터 얻은 사유다. 


<슬프게도 우리 신화는 우리 종과 함께 사라지고 있다. … 그런 연유로, 우리의 멸종은 단지 한 무리의 새들의 멸종을 의미하지만은 않는다. 우리의 언어와 의식과 전통도 함께 사라진다. 우리의 목소리가 소거되는 것이다. > 342p


추가로 책의 만듦새에 관해 이야기하고 싶다. 쉽지 않은 내용임에도 불구하고, 차근차근 의미를 풀어가기 때문에 이해하기 쉬웠다. 책에 수록된 사진이 흑백인 것은 살짝 아쉽다. 중간중간 맛있는 음식 사진, 풍경 사진 등이 나오는데, 색도 함께 느낄 수 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한 장이 끝날 때마다 심층적인 ‘생각해볼 문제’ 페이지가 있다. 앞서 다룬 내용을 바탕으로 정리해 놓은 질문들로 독서 모임에서 토론을 진행해 보거나, 개인적으로 생각해 보면 많은 도움이 될 것 같다. 독서를 더욱 풍부하게 만들어 준다. 


임기대 작가님의 베르베르 문명은 아프리카 문화에 관심이 많은 분은 물론, 나처럼 문외한인 분들도 흥미롭게 읽을 수 있는 책이다. 책을 통해 서구중심주의에 가려진 베르베르인의 삶을 들여다본다면, 이들에게 주목하는 일이 얼마나 값지고 소중한 의미인지 알게 될 것이다. 


<하지만 베르베르인 스스로는 타자화된 이름으로가 아닌 ‘이마지겐(Imazighen)’으로 스스로를 지칭한다. 이 말의 어원은 보통 ‘자유로운 사람’ ‘고귀한 사람’이라는 뜻으로 통용되며, 베르베르인은 스스로를 이 의미로 규정하고 있다.> 46p 


<역사 속의 ‘베르베르 문명’은 인간과 자유, 평등에 기반을 둔 행동을 지향한다. 타자를 향한 모든 억압에 그들의 주저 없이 함께 맞서 싸울 것임을 지적하는 것은 지나친 비약일까.> 176p


<베르베르인은 그 어떤 민족, 국가, 문명보다 앞서 존재했고, 그들 나름의 독자적인 문명을 일구어왔다. 베르베르인은 페니키아, 로마, 아랍 이전부터 존재한 마그레브 지역의 토착민이다, 단지 지배자들에 의해 그들의 존재가 가려졌을 뿐이었다.> 344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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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후 카지노 - 지구온난화를 어떻게 해결할 것인가
윌리엄 노드하우스 지음, 황성원 옮김 / 한길사 / 2017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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윌리엄 노드하우스의 <기후카지노>를 카드뉴스로 제작해 보았습니다.

 

<기후카지노>는 기후변화 경제학의 최고 권위자가 말하는 '기후 위기의 해결책'을 담고 있습니다. 또한, 과학적 통계를 활용하여 구체적 지표를 보여주고 우리가 앞으로 나아가야 할 방향을 경제학적 관점에서 제시합니다. 기후변화에 대한 탄탄한 지식을 쌓고 싶으신 분들, 현실적인 해결책이 궁금하신 분들에게 추천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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콜카타의 세 사람
메가 마줌다르 지음, 이수영 옮김 / 북하우스 / 2021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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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실이 신발을 신고 있는 동안 거짓은 세상을 반 바퀴 돌 수 있다.” 소설가 마크 트웨인의 명언이다. 진실이 밝혀지기까지는 오랜 시간이 걸리지만, 거짓이 훨씬 퍼지기 쉬움을 뜻한다. 여기, 진실이 따라잡을 수 없을 정도의 빠른 속도로 퍼진 거짓 때문에 한순간 나락으로 떨어지게 된 소녀가 있다. (어쩌면 진실이 신발조차 신을 수 없도록, 누군가 꽁꽁 묶어두었을지도 모른다.) 바로 메가 마줌다르가 집필한 첫 장편소설, 『콜카타의 세 사람』의 주인공 지반이다. 


지반은 빈민가에서 부모님을 부양하기 위해 열심히 일하던 평범한 소녀였다. 그러던 어느 날, 지반이 살던 동네인 콜라바간 기차역에서 의문의 폭발 사건이 벌어졌다. SNS는 총 백열두 명이 사망하였고, 방화범 테러리스트는 전혀 잡힐 기미가 보이지 않는, 이 폭발 사건에 관한 이야기로 떠들썩하다. 이때 지반은 페이스북에 올린 글을 하나 올린다. 기차 안에서 죽어가는 사람들을 돕지 않았던 무능한 정부를 ‘테러리스트’라고 욕하는 글을. 게시물을 올린 지 몇 시간도 채 지나지 않아, 갑자기 집안에 경찰이 들이닥쳤고, 지반은 오히려 기차 화재 사건을 주도한 테러리스트로 몰리고 만다. 


페이스북 친구와 주고받은 메시지는 곧 ‘테러리스트 모집자’와 한 채팅이 되었고, 들고 있던 책들은 석유통 꾸러미로 변한다. 기차역 근처에서 지반을 봤다는 목격자도 생긴다. 무시무시한 진실이 지반을 점점 궁지에 몰아넣고 감옥에서 벗어날 수 없도록 만든 것이다. 


제목에서 알 수 있듯, 책의 주인공은 지반만이 아니다. 그녀와 어떤 식으로든 연결된 두 명이 주인공이 더 등장한다. 바로 ‘러블리’와 ‘체육 선생’이다. 러블리는 지반에게 영어를 배우던 히즈라(트랜스 여성)로, 배우 지망생이다. 체육 선생은 한때 지반에게 체육을 가르쳤었고, 우연히 정당의 연설을 듣게 된 이후 정치계에 발을 들인다. 한 계단 높이 오르기 위해 무고한 사람들의 재판에 증인으로 나서 그들을 범죄자로 만드는 일에 가담한다. 


소설은 지반, 러블리, 체육 선생, 세 사람의 이야기를 교차하며 보여 준다. 세 사람 모두 비범하거나, 욕심이 많거나, 엄청난 야망을 품은 자들이 아니었다. 각자의 위치에서 지금보다 좀 더 나은 삶을 살고 싶다는 바램만 있었을 뿐이었다. 그리고 삶의 한 부분에서 그들은 권력의 힘과 마주한 것이다. 당의 힘, 정부의 힘을 등에 업은 체육 선생은 권력을 쥘 수 있는 위치에 서게 되고, 힘의 희생양이 된 자반은 인생을 송두리째 부정당한다. 러블리는 영화계에 진출하기 위해 지반 옹호자라는 사실을 숨기거나 모른척해야 했다. 즉, 권력의 힘이 사람들 어떻게 극과 극으로 몰고 가는지 여실히 나타내는 소설이다. 


마지막으로, “우리 삶은 왜 이럴까? 왜 삶이 이래야 하나? 한밤중에 싸구려 채소를 사야 하는 어머니는 공격당하고 강도를 당하고. 우린 왜 이런 삶을 살아야 하나? 아버지의 통증은 너무 늦기 전까지 의사에게 제대로 치료받지도 못하고.”라는 지반의 외침이 뇌리에서 떠나지 않는다. 지반은 진실을 제멋대로 주무르고 왜곡하여 신발조차 신을 수 없게끔 만드는 권력자들로부터 희생당했다. 삶에 대한 의문을 미처 다 해소하기도 전에, 사라져버린 그녀가 안타깝다.


『콜카타의 세 사람』은 정부와 언론이 진실을 거짓으로 바꾸고, 부패한 정부와 권력자들, 그리고 쉽게 형성된 편견이 얼마나 무서운지 깨닫게 해 준다. 우리 사회는 지반을 매장한 소설 속 사회와 과연 얼마나 다를까. 끌려간 지반, 지반을 도우려는 러블리, 권력을 얻은 체육 선생. 콜카타의 세 사람의 운명이 떤 결말을 맞을지 궁금한 분, 인간이 권력에 의해 어떻게 무너지고, 변하는지 알고 싶은 분, 권력과 정치에 대한 통찰을 원하시는 분에게 추천하는 책이다. 


“그를 몰아낸 건 내가 아니다. 이 사회가 그런 거다. 이번에는 결백한 지반에게 달려들어, 단지 그녀가 가난한 무슬림 여성이라는 이유로 그녀의 피를 고래고래 요구하는 그 사회가.” 262~268p


“그들이 목수 일이나 건설 일 혹은 화장실 청소를 반일 쉬고 극장에 가서 상영되는 단 한 편의 영화를 눈이 휘둥그레져서 보는 동안, 체육 선생은 정부 청사의 특별한 엘리베이터를 타고 위로 올라갈 것이다.” 355p


이 서평은 북하우스 서포터즈 활동의 일환으로 북하우스로부터 도서를 지원받아 작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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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피엔스가 알아야 할 최소한의 과학 지식 - 지식은 어떻게 문명을 만들었는가
루이스 다트넬 지음, 강주헌 옮김 / 김영사 / 2021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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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지금 수십 개월째 지속되는 펜데믹 상황과 갈수록 달아오르고 부서지는 지구 속에서 살아가고 있다. 많은 학자가 코로나 이전의 세계는 다시 찾아오지 않을 것이라 주장하며, 기후 재난과 산불, 핵전쟁 등으로 파괴될 세계를 경고하는 동시에 걱정한다. 어쩌면, ‘지구 종말’이 상상 속이 아니라, 우리 눈앞에 놓인 현실 세계에서도 일어날 수도 있다. 그렇다면 우리는 무엇을, 어떻게 하면 좋을까. 물론 지구 종말을 막기 위해 노력하는 일도 필요하지만, 종말 이후 새로운 세계를 창조할 때 필요한 지식을 모으는 일 역시 필요하다. 루이스 다트넬이 『사피엔스가 알아야 할 최소한의 과학 지식』을 집필하여 종말을 대비한 21세기의 백과사전을 펴냈다. 


저자 루이스 다트넬은 옥스퍼드대학교에서 생물학, 유니버시티칼리지 런던에서 박사 학위를 받았으며 현재 영국 웨스트민스터대학의 과학 커뮤니케이션 교수다. 현재 우주생물학 분야를 연구하고 있으며, 과학의 대중화를 위해 힘쓰는 과학자다. <오리진>, <우주의 생명체>, <태양계와 그 너머에 대한 안내서> 등의 다양한 과학서를 집필했다. 

책의 목차는 이러하다. 


01 우리가 지금 알고 있는 세상의 종말

02 유예기간

03 농업

04 식량과 옷

05 화학물질

06 건축자재

07 의학과 의약품

08 동력과 전력

09 운송

10 커뮤니케이션

11 고급 화학

12 시간과 공간

13 가장 위대한 발명


1958년에 레너드 리드가 쓴 <나는 연필입니다 I, pencil>이라는 논문에는 물건이 만들어지는 모든 과정에 ‘발전소’와 ‘장거리 운송 수단’에 의존할 수밖에 없는 사회를 보여준다. 즉, 연필 하나를 만들 수 있는 능력, 그리고 자원까지 모두 가지고 있는 사람이 이 세상에 존재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실로 충격적인 이야기가 아닐 수 없다. 이처럼 단순한 도구 하나조차 스스로 만들어 내지 못한다면, 문명이 붕괴된 이후의 시점에서 우리는 생존을 위해 부단히 애써야 할 것이다. 피나는 노력을 쏟아야 할 것이다. 저자는 이러한 노력을 조금이나마 줄이기 위해, 다양한 분야에서 우리가 주변 환경을 효과적으로 사용할 수 있도록 돕는다. 


의학적 측면에서 우리가 할 수 있는 일들을 살펴보자. 습관적으로 깨끗이 손을 씻고, 장내 감염병에 걸렸을 시에는 물과 소금, 설탕을 섞은 액체로 수분을 보충하면 이겨낼 수 있다. 미숙아와 저체중 출생아를 위한 인큐베이터는 렌즈, 반사경 등의 자동차 부품을 이용해 만들 수 있다. 급한 대로 버드나무 껍질이나 양귀비에서 진통제를 구할 수도 있고, 항생제를 구하기 위해서는 단순 과학 지식을 넘어 조직화된 노력이 필요할 것이라고 저자는 말한다. 


결국, 책에는 문명이 붕괴한 이후, 다시 사회를 재건하기 위해 필요한 지식이 담겨 있다. 분야도 농업과 옷, 건축 자재 등의 의식주부터 시작해 의약품, 전력, 운송의 기술까지 광범위하다. 하지만 단순히 종말 이후의 세계를 대비해 쓰인 책이라고 해석하기에는 너무 가볍다. 미래를 대비하기 위한 책인 동시에 역사를 기록한 책이라고 봐도 무방하다. 인류가 지금까지 어떤 방식으로 과학과 기술의 탑을 쌓아 왔는지 집약해서 보여준다. 또한, 풍요로운 문명사회에서 끊이지 않는 전기 공급, 훌륭한 의약품과 넉넉한 식품들, 아무렇지도 않기 우리가 누리고 있는 혜택에 감사한 마음이 들도록 한다. 종말 이후의 세계가 걱정되어 하루빨리 뭐라도 하지 않고서는 못 배기는 분, 우리가 이뤄 놓은 과학 기술의 발전 과정을 알고 싶은 분, 색다른 과학책을 읽고 싶은 분들께 추천한다. 어쩌면 몇 년 뒤, 종말을 앞둔 지구에서 이 책 한 권이 다른 과학책 백 권, 아니 만 권보다 훨씬 도움이 될 수도 있다. 


“우리 사회를 지탱하는 핵심이 보존된다면 재앙 후의 세계에서도 중요한 핵심적인 지식들이 다시 번창하고 꽃피울 수 있을 것이다. 이런 의미에서 이 책은 문명을 다시 세우기 위한 청사진이자 지금 우리 문명을 떠받치는 필수적인 것들에 대한 입문서이다.” 30p


이 서평은 김영사 대학생 서포터즈 활동의 일환으로 김영사로부터 도서를 지원받아 작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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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사랑하는 사람
정호승 지음 / 비채 / 2021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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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73년에서 2021년까지, 정호승 시인의 50년 시업이 담긴 시선집이 출간되었다. 널리 사랑받고 있는 <수선화에게>, <산산 조각>, <슬픔이 기쁨에게>, <서울의 예수>부터, 신춘문예 당선작 <첨성대>, 그리고 최신작 <당신을 찾아서>까지 총 275편의 시가 있다. 정호승의 시는 교과서에도 만나볼 수 있고, 특유의 간결하면서도 간결한 문체로 가독성이 뛰어나 모두에게 사랑받고 있다. 고통스러운 현실을 보여주는 동시에 희망과 사랑을 노래하는, 국민 시인이다. 시가 시간 순서대로 배치가 되어 있어서, 흐름을 따라 읽다 보면 정호승 시인의 작품을 좀 더 깊이 있게 이해할 수 있다. 


정호승 시인은 1950년 경남 하동 출생으로, 경희대학교 국문과와 동 대학원을 졸업했다. 본격적인 시인으로 활동한 시기는 1972년과 1973년 신춘문예에서 시, 1982년 조선일보 신춘문예에서 단편 소설로 등단한 이후이다. 시집 <서울의 예수>, <외로우니까 사람이다>, <당신을 찾아서> 등이 있고, 시선집 <흔들리지 않는 갈대>, <수선화에게>를 펴냈다. 또한, 정호승 시인의 시집은 우리나라뿐만 아니라 해외에서도 다양한 언어로 번역되어 읽히고 있다. “그는 한결같은 마음과 한결같은 꿈과 한결같은 순수와 한결같이 정결한 자세로 50년의 시작 생활에 충실해 왔다.”라는 김승희 교수의 말처럼 한결같이 인간에 대한 사랑과 외로움을 노래하는 시인이다. 변하지 않는 시인의 자세만큼, 시 역시 변하지 않는 울림을 준다. 


나 역시 정호승 시인의 시를 중학생 때 교과서에서 처음 접했다. 색깔 펜으로 표시를 하고, 선생님이 불러주신 해석을 적으며 시는 항상 해석이 필요한 문학이라고 생각했던 내게, 정호승의 시는 시를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는 즐거움을 주었다. 소설을 읽는 것이 영화를 보는 것이라면, 시를 읽는 것은 사진을 보는 것이라고 한다. 사건의 인과관계를 파악하는 건 영화, 즉 소설의 일이고, 시를 읽을 때는 사진에 있는 피사체들을 바라보는 것처럼 시어를 느끼면 된다는 의미이다. 당시 <수선화에게> 읽었을 때의 감동을 아직도 잊을 수 없다. “울지 마라 외로우니까 사람이다”는 첫 구절이 아무런 장벽 없이 마음에 와닿았다. 나는 친구와 가족이 곁에 존재해도 항상 ‘외롭다’는 감정은 떠나지 않아 힘들어했다. 아무리 애를 써 봐도 외로움을 떨쳐 낼 수 없어 절망하던 내게 시는 “살아가는 것은 외로움을 견디는 일”이라고 알려 주었다. 읽는 순간 나는, 외로움을 수용했다. 나의 외로움을 이해하고 감싸 안기로, 더는 부정하지 않기로 한 것이다. 정호승의 시를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는 순간, 나의 감정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일 수 있었다. 


<묵사발>이라는 시 역시 마찬가지다. 묵사발이 되어 얼굴이 상처투성이가 되더라도 나를 사랑하라는, 그리고 망가지는 걸 두려워하지 말라는, 이야기를 전한다. 쉽게 받아들여지고 쉽게 마음을 열도록 하는 것. 바로 정호승 시인의 시가 가진 매력이다. 


나는 묵사발이 된 나를 미워하지 않기로 했다

첫눈 내린 겨울산을 홀로 내려와

막걸리 한잔에 도토리묵을 먹으며

묵사발이 되어 길바닥에 내동댕이쳐진 나를 사랑하기로 했다

묵사발이 있어야 묵이 만들어진다는 사실에 비로소

나를 묵사발로 만든 이에게 감사하기로 했다


정호승 시인은 등단 이후부터 지금까지 사랑과 외로움을 노래하는 시를 써 왔다. ‘인간에 대한 맑은 꿈’이라는 한결같은 시학으로 세상의 벽에 부딪힌 이들에게 따스한 응원을 건넨다. 시선집 『내가 사랑하는 사람』을 통해 정호승의 작품 세계를 깊이 알아가는 것은 물론, 시를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는 즐거움을 알게 될 것이다. 정호승 시인을 좋아하는 분, 난해한 시가 아닌, 읽기 편안한 시를 찾으시는 분, 시를 통해 위로받고 싶으신 분에게 추천한다. 외로워도 괜찮다는, 뭉개지고 으깨진 묵사발이 되어도 괜찮다는, 그리고 실패를 축하한다는 시인의 담담한 언어가 우리를 어루만진다. “사람의 가슴속에는 누구나 시가 가득 들어 있다. 그 시를 내가 대신해서 쓸 뿐이다.”라는 시인의 말처럼, 우리가 미처 적어 내려가지 못한 가슴 속 이야기들을 정호승의 시에서 발견했으면 좋겠다. 그리고 그 발견은 외로움 속에서도 삶을 살아갈 수 있게 하는 원동력이 될 것이다. 


이 서평은 김영사 대학생 서포터즈 활동의 일환으로 김영사로부터 도서를 지원받아 작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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