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피엔스가 알아야 할 최소한의 과학 지식 - 지식은 어떻게 문명을 만들었는가
루이스 다트넬 지음, 강주헌 옮김 / 김영사 / 2021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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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지금 수십 개월째 지속되는 펜데믹 상황과 갈수록 달아오르고 부서지는 지구 속에서 살아가고 있다. 많은 학자가 코로나 이전의 세계는 다시 찾아오지 않을 것이라 주장하며, 기후 재난과 산불, 핵전쟁 등으로 파괴될 세계를 경고하는 동시에 걱정한다. 어쩌면, ‘지구 종말’이 상상 속이 아니라, 우리 눈앞에 놓인 현실 세계에서도 일어날 수도 있다. 그렇다면 우리는 무엇을, 어떻게 하면 좋을까. 물론 지구 종말을 막기 위해 노력하는 일도 필요하지만, 종말 이후 새로운 세계를 창조할 때 필요한 지식을 모으는 일 역시 필요하다. 루이스 다트넬이 『사피엔스가 알아야 할 최소한의 과학 지식』을 집필하여 종말을 대비한 21세기의 백과사전을 펴냈다. 


저자 루이스 다트넬은 옥스퍼드대학교에서 생물학, 유니버시티칼리지 런던에서 박사 학위를 받았으며 현재 영국 웨스트민스터대학의 과학 커뮤니케이션 교수다. 현재 우주생물학 분야를 연구하고 있으며, 과학의 대중화를 위해 힘쓰는 과학자다. <오리진>, <우주의 생명체>, <태양계와 그 너머에 대한 안내서> 등의 다양한 과학서를 집필했다. 

책의 목차는 이러하다. 


01 우리가 지금 알고 있는 세상의 종말

02 유예기간

03 농업

04 식량과 옷

05 화학물질

06 건축자재

07 의학과 의약품

08 동력과 전력

09 운송

10 커뮤니케이션

11 고급 화학

12 시간과 공간

13 가장 위대한 발명


1958년에 레너드 리드가 쓴 <나는 연필입니다 I, pencil>이라는 논문에는 물건이 만들어지는 모든 과정에 ‘발전소’와 ‘장거리 운송 수단’에 의존할 수밖에 없는 사회를 보여준다. 즉, 연필 하나를 만들 수 있는 능력, 그리고 자원까지 모두 가지고 있는 사람이 이 세상에 존재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실로 충격적인 이야기가 아닐 수 없다. 이처럼 단순한 도구 하나조차 스스로 만들어 내지 못한다면, 문명이 붕괴된 이후의 시점에서 우리는 생존을 위해 부단히 애써야 할 것이다. 피나는 노력을 쏟아야 할 것이다. 저자는 이러한 노력을 조금이나마 줄이기 위해, 다양한 분야에서 우리가 주변 환경을 효과적으로 사용할 수 있도록 돕는다. 


의학적 측면에서 우리가 할 수 있는 일들을 살펴보자. 습관적으로 깨끗이 손을 씻고, 장내 감염병에 걸렸을 시에는 물과 소금, 설탕을 섞은 액체로 수분을 보충하면 이겨낼 수 있다. 미숙아와 저체중 출생아를 위한 인큐베이터는 렌즈, 반사경 등의 자동차 부품을 이용해 만들 수 있다. 급한 대로 버드나무 껍질이나 양귀비에서 진통제를 구할 수도 있고, 항생제를 구하기 위해서는 단순 과학 지식을 넘어 조직화된 노력이 필요할 것이라고 저자는 말한다. 


결국, 책에는 문명이 붕괴한 이후, 다시 사회를 재건하기 위해 필요한 지식이 담겨 있다. 분야도 농업과 옷, 건축 자재 등의 의식주부터 시작해 의약품, 전력, 운송의 기술까지 광범위하다. 하지만 단순히 종말 이후의 세계를 대비해 쓰인 책이라고 해석하기에는 너무 가볍다. 미래를 대비하기 위한 책인 동시에 역사를 기록한 책이라고 봐도 무방하다. 인류가 지금까지 어떤 방식으로 과학과 기술의 탑을 쌓아 왔는지 집약해서 보여준다. 또한, 풍요로운 문명사회에서 끊이지 않는 전기 공급, 훌륭한 의약품과 넉넉한 식품들, 아무렇지도 않기 우리가 누리고 있는 혜택에 감사한 마음이 들도록 한다. 종말 이후의 세계가 걱정되어 하루빨리 뭐라도 하지 않고서는 못 배기는 분, 우리가 이뤄 놓은 과학 기술의 발전 과정을 알고 싶은 분, 색다른 과학책을 읽고 싶은 분들께 추천한다. 어쩌면 몇 년 뒤, 종말을 앞둔 지구에서 이 책 한 권이 다른 과학책 백 권, 아니 만 권보다 훨씬 도움이 될 수도 있다. 


“우리 사회를 지탱하는 핵심이 보존된다면 재앙 후의 세계에서도 중요한 핵심적인 지식들이 다시 번창하고 꽃피울 수 있을 것이다. 이런 의미에서 이 책은 문명을 다시 세우기 위한 청사진이자 지금 우리 문명을 떠받치는 필수적인 것들에 대한 입문서이다.” 30p


이 서평은 김영사 대학생 서포터즈 활동의 일환으로 김영사로부터 도서를 지원받아 작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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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사랑하는 사람
정호승 지음 / 비채 / 2021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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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73년에서 2021년까지, 정호승 시인의 50년 시업이 담긴 시선집이 출간되었다. 널리 사랑받고 있는 <수선화에게>, <산산 조각>, <슬픔이 기쁨에게>, <서울의 예수>부터, 신춘문예 당선작 <첨성대>, 그리고 최신작 <당신을 찾아서>까지 총 275편의 시가 있다. 정호승의 시는 교과서에도 만나볼 수 있고, 특유의 간결하면서도 간결한 문체로 가독성이 뛰어나 모두에게 사랑받고 있다. 고통스러운 현실을 보여주는 동시에 희망과 사랑을 노래하는, 국민 시인이다. 시가 시간 순서대로 배치가 되어 있어서, 흐름을 따라 읽다 보면 정호승 시인의 작품을 좀 더 깊이 있게 이해할 수 있다. 


정호승 시인은 1950년 경남 하동 출생으로, 경희대학교 국문과와 동 대학원을 졸업했다. 본격적인 시인으로 활동한 시기는 1972년과 1973년 신춘문예에서 시, 1982년 조선일보 신춘문예에서 단편 소설로 등단한 이후이다. 시집 <서울의 예수>, <외로우니까 사람이다>, <당신을 찾아서> 등이 있고, 시선집 <흔들리지 않는 갈대>, <수선화에게>를 펴냈다. 또한, 정호승 시인의 시집은 우리나라뿐만 아니라 해외에서도 다양한 언어로 번역되어 읽히고 있다. “그는 한결같은 마음과 한결같은 꿈과 한결같은 순수와 한결같이 정결한 자세로 50년의 시작 생활에 충실해 왔다.”라는 김승희 교수의 말처럼 한결같이 인간에 대한 사랑과 외로움을 노래하는 시인이다. 변하지 않는 시인의 자세만큼, 시 역시 변하지 않는 울림을 준다. 


나 역시 정호승 시인의 시를 중학생 때 교과서에서 처음 접했다. 색깔 펜으로 표시를 하고, 선생님이 불러주신 해석을 적으며 시는 항상 해석이 필요한 문학이라고 생각했던 내게, 정호승의 시는 시를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는 즐거움을 주었다. 소설을 읽는 것이 영화를 보는 것이라면, 시를 읽는 것은 사진을 보는 것이라고 한다. 사건의 인과관계를 파악하는 건 영화, 즉 소설의 일이고, 시를 읽을 때는 사진에 있는 피사체들을 바라보는 것처럼 시어를 느끼면 된다는 의미이다. 당시 <수선화에게> 읽었을 때의 감동을 아직도 잊을 수 없다. “울지 마라 외로우니까 사람이다”는 첫 구절이 아무런 장벽 없이 마음에 와닿았다. 나는 친구와 가족이 곁에 존재해도 항상 ‘외롭다’는 감정은 떠나지 않아 힘들어했다. 아무리 애를 써 봐도 외로움을 떨쳐 낼 수 없어 절망하던 내게 시는 “살아가는 것은 외로움을 견디는 일”이라고 알려 주었다. 읽는 순간 나는, 외로움을 수용했다. 나의 외로움을 이해하고 감싸 안기로, 더는 부정하지 않기로 한 것이다. 정호승의 시를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는 순간, 나의 감정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일 수 있었다. 


<묵사발>이라는 시 역시 마찬가지다. 묵사발이 되어 얼굴이 상처투성이가 되더라도 나를 사랑하라는, 그리고 망가지는 걸 두려워하지 말라는, 이야기를 전한다. 쉽게 받아들여지고 쉽게 마음을 열도록 하는 것. 바로 정호승 시인의 시가 가진 매력이다. 


나는 묵사발이 된 나를 미워하지 않기로 했다

첫눈 내린 겨울산을 홀로 내려와

막걸리 한잔에 도토리묵을 먹으며

묵사발이 되어 길바닥에 내동댕이쳐진 나를 사랑하기로 했다

묵사발이 있어야 묵이 만들어진다는 사실에 비로소

나를 묵사발로 만든 이에게 감사하기로 했다


정호승 시인은 등단 이후부터 지금까지 사랑과 외로움을 노래하는 시를 써 왔다. ‘인간에 대한 맑은 꿈’이라는 한결같은 시학으로 세상의 벽에 부딪힌 이들에게 따스한 응원을 건넨다. 시선집 『내가 사랑하는 사람』을 통해 정호승의 작품 세계를 깊이 알아가는 것은 물론, 시를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는 즐거움을 알게 될 것이다. 정호승 시인을 좋아하는 분, 난해한 시가 아닌, 읽기 편안한 시를 찾으시는 분, 시를 통해 위로받고 싶으신 분에게 추천한다. 외로워도 괜찮다는, 뭉개지고 으깨진 묵사발이 되어도 괜찮다는, 그리고 실패를 축하한다는 시인의 담담한 언어가 우리를 어루만진다. “사람의 가슴속에는 누구나 시가 가득 들어 있다. 그 시를 내가 대신해서 쓸 뿐이다.”라는 시인의 말처럼, 우리가 미처 적어 내려가지 못한 가슴 속 이야기들을 정호승의 시에서 발견했으면 좋겠다. 그리고 그 발견은 외로움 속에서도 삶을 살아갈 수 있게 하는 원동력이 될 것이다. 


이 서평은 김영사 대학생 서포터즈 활동의 일환으로 김영사로부터 도서를 지원받아 작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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햇빛은 찬란하고 인생은 귀하니까요 - 밀라논나 이야기
장명숙 지음 / 김영사 / 2021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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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독자 약 87만 명을 보유 중이신 멋쟁이 패션 유튜버, 밀라논나 장명숙님이 바로 오늘 에세이를 출간하셨다. 제목은 『햇빛은 찬란하고 인생은 귀하니까요』. 말 그대로 따스한 위로와 희망을 전하는 장명숙님의 인생 이야기다. 현재 밀라논나라는 채널로 유튜브에서 활발하게 활동하고 계시지만, 영상이 전할 수 있는 메시지가 따로 있고, 책 속의 글로 전할 수 있는 메시지가 따로 있다고 생각한다. 밀라논나 장명숙님이 유튜브에서 미처 하지 못했던 속 깊은 얘기를 이 책을 통해 들어볼 수 있다. 300여 페이지에 달하는 글에서 이탈리아로 유학을 떠난 계기부터 시작해 이탈리아 친구들 이야기, 결혼에 관한 생각, 좋아하는 옷, 봉사 활동 등, 장명숙님의 삶의 조각들이 있다. 나는 김영사 서포터즈의 일환으로, 미리 가제본을 받아 출간 전에 읽어보았다. 


장명숙님은 밀라노에서 유학한 최초의 한국인으로 잘 알려져 있다. 멋진 여자가 되겠다는 일념 하나로 이탈리아로 유학을 떠나 누구보다 치열하게 사셨다. 이화여대 장식미술학과와 밀라노 마란고니 복장예술학교를 다니셨고, 졸업 후에는 다양한 직업으로, 다양한 일을 하셨다. 대학교에서 강의를, 이탈리아와 한국을 오가며 무대 의상 제작을, 이탈리아의 패션 아이템을 한국에 들여오는 일을 하시는 커리어우먼이셨다. 2019년에는 후배의 조언으로 유튜브를 시작하셨으며, 현재 우리가 잘 아는 유튜버 밀라논나로 활동 중이시다.


에세이에서 알게 된 장명숙님은, 유연하고, 소박하고 알뜰하며 품위 있고, 무엇보다 나와 타인을 제대로 존중할 줄 아시는 분이다. 우리는 학교생활, 직장 생활로 정신없는 하루를 보내다 보면, ‘나’를 놓치며 살 때가 많다. 남의 비위를 맞추고, 소위 잘나가는 인생을 사는 사람들을 보며 부러워하기 쉽다. 심리적 고통의 원인은, 내가 아닌 타인을 기준에 두고 있음을 문득 깨달을 때도 많다. “남이 보더라도 괜찮은 삶”이 아닌 “내가 보더라도 만족하는 삶”을 사는 게 낫다며, 결혼식에는 면사포를 써야 한다는 주변인들의 만류에도 꿋꿋하게 웨딩 모자를 만들어 쓰고, 짧은 백발 머리여도 내가 편하면 자유롭다는 논나, 장명숙님의 말에 조금은 안심이 된다. 나를 돌아볼 여유가 생긴다. 


소박하지만, 확고한 패션 철학에도 눈길이 간다. 좋아하는 브랜드를 물어보는 것보다, 좋아하는 옷을 물어볼 때 하고 싶은 말이 많아진다는, 얘기를 꺼내며, 중요한 것은 브랜드 이름이 아니라 내가 편한 옷이라고 얘기하신다. 가끔 자기 자신을, 혹은 가족을 팔아서라도 기를 쓰고 명품을 얻으려는 사람들이 있다. 신체를 보호하고 내 취향을 드러내기 위함이 아닌 남에게 보이기 위해 신경을 쏟다 보면 자연스레 행복으로부터 멀어지게 된다. 패션 업계에 오랫동안 종사해온 옷 전문가로서 장명숙님의 이야기를 통해 나의 개성을 찾는 법, 꾸밈없이 나를 드러내는 방법을 배울 수 있다. 


남들 신경 쓰지 말고, 소신껏 살아가되, 약자들을 위한 삶을 살아간다는 논나의 지혜를 얻어갈 수 있었다. 복잡하고 사소한 고민에서 벗어나 이 세상을 어떻게 살다가 어떻게 떠날 것인가를 고민할 수 있게 해 주는 동시에, 그 해답도 알려 주는 책이다. 밀라논나의 팬인 분들에게는 당연히 추천한다. 유튜브에서 보지 못했던 장명숙님의 다른 모습을 접할 수 있을 것이다. 또한, 껍데기뿐인 어른이 아닌, 단단한 알맹이가 있는 어른이 되고 싶은 이들에게도 추천한다. 남과 나를 모두 돌보며 품위 있는 생을 보내는 법을 알고 싶으신 분들도 읽으면 좋겠다. 밀라논나 장명숙님의 책이, 나를 되돌아볼 수 있게 하는 따뜻한 한 줌 햇살이 되어 줄 것이다. 


“주변인들을 괴롭히지 않고 살아 있는 순간까지 생산적으로 살고 싶기 때문이다. 그래서 오늘도 나는 몸과 마음이 건강하게 조화를 이룰 수 있도록 일상에서 일정한 체계와 리듬을 지킨다.” 127p


“25년 동안 봉사를 하면서 얻은 깨달음이 있다. 어떤 돈은 시류에 휩쓸려 쉽게 사라지지만 어떤 돈은 가까운 누군가에게 힘을 준다는 사실이다. 내가 아껴 모은 돈으로 누군가에게 힘을 준다는 사실이다. 내가 아껴 모은 돈으로 누군가 인간답게 살 수 있도록 도왔다는 것. 봉사로 충만해지는 삶이 나는 좋다.” 140p


“타인에게 보여주기 위한 옷이 아닌 나를 위해 입는 옷, 그래서 내가 좋아하는 옷은 따로 있다. 특히 정서적 가치가 최고인 옷이 나를 행복하게 만든다.” 163p


“주변인들을 괴롭히지 않고 살아 있는 순간까지 생산적으로 살고 싶기 때문이다. 그래서 오늘도 나는 몸과 마음이 건강하게 조화를 이룰 수 있도록 일상에서 일정한 체계와 리듬을 지킨다.” 127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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끝까지 쓰는 용기 - 정여울의 글쓰기 수업
정여울 지음, 이내 그림 / 김영사 / 2021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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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을 쓰려는 사람이 많아지고 있다는 것을 실감한다. 시간이 흐를수록 글로 기록하고자 하는 의지는 사라지는 게 아니라 점점 늘어나고 있다. 인터넷을 조금만 뒤져 보면 각종 글쓰기 수업을 만날 수 있고, 서점에 가면 글쓰기를 주제로 하는 책이 많다. 글쓰기 열풍은 나 자신을 온전히 나타내고 싶은 열망에서 비롯된 것이라고 본다. 가벼운 터치 한 번으로 SNS에 접속해 문장 몇 줄과 함께 사진을 올리고, 누군가의 ‘좋아요’를 기다리지만, 그 속에는 ‘보이는 나’만 있을 뿐이다. 나를 표현할 수 있는 수단이 많아졌지만 진정한 나의 내면을 들여다볼 기회는 점점 줄어들고 있는 것이다. 내면의 삶을 들여다볼 수 있는 일을 가능케 하는 것은 바로 글쓰기다. 글쓰기는 ‘표면적인 나’에서 벗어나 ‘온전한 나’와 마주할 수 있도록 한다. 나도 몰랐던 내 속마음을 다시 끄집어내어 반짝반짝 윤이 나게 닦을 수 있도록 한다. 


글을 쓰는 과정은 혼자만의 외로운 싸움인 것과 동시에, 누구보다 나를 기쁘게 만든다. 완성된 글을 바라보면 행복하고, 대견하기 그지없다. 외롭고 힘겹지만, 눈물 나도록 기쁜 여정, 글쓰기. 나 홀로 감내해야 하므로 끝까지 완성하기 힘든 일일 수도 있다. 그래서 동료가 필요하다. 누군가 우리 곁에서 중간에 포기하지 않도록 격려하고 도와준다면 더할 나위 없이 든든할 텐데, 하고 바라는 순간, 정여울 작가님의 『끝까지 쓰는 용기』가 세상에 등장했다. 


책의 저자 정여울 작가님은 누구보다 글쓰기를 사랑하는 사람, 읽고 쓰는 것에 온몸을 불사르며 평생을 보내온 사람이다. 서울대 독어독문학과를 졸업하고 같은 대학에서 국어국문학 박사학위를 받았다. 작가님의 글쓰기에는 터닝 포인트가 있었다. 국문학 박사 정여울, 문학평론가 정여울로 글을 써 왔다가, 자신의 이야기를 직접 전달하고 싶은 열망을 느꼈다. 문학 작품을 빌려서 말하는 것도 좋았지만 한 단계 더 나아가기로 했고, 편집자의 도움을 받아서 처음으로 자신의 이야기를 세상에 내보인 책이 <그때 알았으면 좋았을 것들>이다. 글쓰기를 너무나 사랑해 언제 어디서나 글쓰기를 멈추지 않으며, PC방에서도, 지하철에서도, 버스 안에서도 언제나 글쓰기 도구인 노트북, 읽을거리-책과 함께한다. 그래서 출간한 책도 많다. 심리 치유 에세이 3부작인 <상처조차 아름다운 당신에게>, <나를 돌보지 않는 나에게>, <늘 괜찮다 말하는 당신에게>가 있고, <1일 1페이지, 세상에서 가장 짧은 심리 수업 365> 등 심리 서적을 쓰셨다. 헤세와 빈센트를 사랑해 <헤세>, <빈센트, 나의 빈센트>, <헤세로 가는 길> 등의 책을 집필했다. 네이버 오디오클립 <월간 정여울>을, KBS 제1라디오에서 <백은하의 영화관, 정여울의 도서관>을 진행하고 있다. 


『끝까지 쓰는 용기』는 글쓰기를 할 때 가져야 하는 마음가짐, 글쓰기를 시작하는 데 도움이 되는 따뜻한 말들, 그리고 정여울 작가님의 경험담을 녹여 탄생한 책이다. 뼈대와 틀을 중시하고, 비판적, 논리적 작법을 알려주는 여느 글쓰기 책과 다르다. ‘쓰고 싶지만 시작하기가 두려운 당신에게’ 용기를 불어넣어 준다. 책은 총 3부로 이루어져 있다. 


1부 Q&A 글을 쓸 때 궁금한 모든 것들

2부 Episode 매일 쓰며 배우고 느낀 것들

3부 Class 한 권의 책을 만들기까지 생각해야 할 것들

1부는 Q&A 형식으로 이루어져 있다. 작가님이 글쓰기 수업에서 제대로 답하지 못했던 학생들의 질문을 모아 상세히 답변한다. 글쓰기로 밥을 벌어 먹고살기 위해서는 어떤 노력이 필요한지, 글쓰기가 과연 내 삶을 구원할 수 있는지, 등의 삶과 연관된 질문부터 시작해 글감을 찾는 방법, 문장력을 기르는 방법 등 구체적인 창작의 틀까지 전달한다. 글쓰기를 할 때 가질 법한 의문들도 모두 담겨 있다. 


2부는 작가님의 경험에서 우러나온 글쓰기 조언이라고 할 수 있다. 자신을 숨기지 않고 솔직하게 드러내고자 할 때 우리는 진정한 나와 마주할 수 있다며 이야기한다. 그리고 내가 쓴 글이 타인의 공감을 끌어낼 때 글쓰기의 진정한 기쁨을 또다시 느낄 수 있다는 사실을 알려준다. 자기혐오의 막을 뚫고, 오해와 비판을 받을 용기를 지닌 채 글을 써 내려가야 한다는 조언까지 아끼지 않는다. 


3부는 글을 쓸 때 고려해야 하는 것들을 담았다. 취재, 테마, 교감, 공간, 고백, 독자, 애정, 문장 순으로, 글쓰기가 막연하지 않도록 방향키를 잡아주는 키워드로 이루어져 있다. 직접 쓴 글과 함께 당장 무엇을, 어떻게 쓰면 좋을지 알려 준다. 


책의 핵심 내용은 바로 ‘있는 그대로의 나 표현하기’다. 정여울 작가님이 전달하는 글쓰기 이야기를 읽으면 나도 모르게 가슴 깊이 새기게 될 글쓰기 진리다. 글을 통해 나 자신을 표현하면, 세계가 변화하기 시작한다. 글감은 고통, 혹은 슬픔과 사랑. ‘고통’을 주제로 글을 쓴다면, 고통의 근원이 되는 일과 마주해야 한다. 성찰의 시간이 필요하다는 의미다. 나를 괴롭혀왔던 고통의 정체가 무엇인지, 나는 왜 이런 고통을 겪고 있는지 찬찬히 생각한 뒤 글로 풀어 쓰는 과정이 필요하다. 때로는 눈물도 흐르겠지만, 가슴 속에 있던 것이 눈에 보이는 글로 변화하는 순간 우리는 더 단단해진다. 고통을 약점이 아닌 무기로 변화시킬 수 있다. 


글을 완성한 다음엔, 단 한 명뿐이라도 좋으니 독자를 만들어서 보여주는 단계가 필요하다. 문학 작품을 읽을 때 우리가 위로받는 때는 바로 ‘글을 통해 당신과 나의 닮음을 알아챈 순간’이다. 나의 고통과 타인의 고통의 교집합이 있다면, 우리의 글은 독자에게 닿을 것이다. 나의 글이 새로운 공감을 형성하며 읽힌다는 사실은 다시 쓸 힘으로 환원되어 우리를 움직인다. 바로 글을 쓰는 사람은 이미 알고 있고, 앞으로 쓸 사람은 알게 될 글쓰기의 매력이다. 


“아름답고 화려한 문장을 쓰고 싶은 것이 아니라 저의 내면과 거의 혼연일치가 된 그런 문장을 쓰고 싶었어요. 그것이 저의 유일한 문장론이기도 해요. 내 삶과 일치하는 문장, 내 마음의 무늬와 어우러지는 문장, 그리하여 그 문장 자체가 나의 영원한 분신이 되는 그런 문장을 꿈꿉니다.” 273p


“저에게 글쓰기는 ‘나의 삶 자체가 타인에게 선물이 되는 법’을 꿈꾸는 길입니다, 한 문장이 누군가를 미소짓게 할 수 있다면, 한 문장이 누군가의 고단한 등을 쓸어주는 따스한 손길이 될 수 있다면, 그것이야말로 글쓰기의 가장 커다란 기쁨이 아닐까 싶습니다.” 102p


『끝까지 쓰는 용기』는 단순 글쓰기 얘기만 주구장창 늘어놓는 책이 아니다. 정여울 작가님이 ‘작가’가 되기까지 어떤 여정을 거쳐 왔고, 어떤 마음가짐으로 어떤 글을 써 왔는지 상세히 풀어놓는다. 직접 쓴 책 글을 가져와 인용하기도 한다. 작가님이 처음으로 데뷔를 한 글이 서평이라고 한다. 글쓰기 초심자에게 가장 좋다는 테마, 서평을 쓰는 요령도 알려 준다. 니체, 버지니아 울프, 칼 구스타브 융...등 작가님이 힘들 때마다 꺼내 보는 책 목록도 아낌없이 공개한다. 그리고 무엇보다, 주위에서 모두 말려도, 내가 하고 싶은 일을 하면서 살아가는 자의 행복을 고스란히 전한다. 


마지막으로, 나는 독자들이 책에서 이 진리를 얻어가 간직하고 기억하며 글을 쓰면 좋겠다. 내가 사랑하는 것들과 나의 상처까지, 슬픔까지 있는 그대로 표현하면 그것을 독자 역시 온몸으로 느낄 수 있다고. 나의 글이 내 감정 표출의 수단이 되는 것도 좋지만, 타인에게 공감을 받을 때 역시 삶의 가치를 느낄 수 있다고. 정여울 작가님 역시 상처를 글로 표현하면서 트라우마에서 벗어날 수 있었다. 장소와 시간의 제약을 받지 않고 오로지 내 몸과 필기구만 있으면 가능한 것이 글쓰기다. 그러니, 우리 당장 글쓰기를 시작하자. 


곁에 있는 친구에게 선물해 주고 싶은 책이다. 작가 지망생부터 시작해서 번역가 지망생이나 편집자 지망생도 읽으면 좋겠다. 글쓰기에 관심이 있는 분은 물론이고, 그렇지 않은 분들도 읽어 보셨으면 좋겠다. 특히 나를 표현하려는 욕구가 가득하신 분, 자아실현을 꿈꾸시는 분에게 추천한다. 


훌륭한 글쓰기 선생님, 아니 동료가 되어 줄 책을 만나 기쁘다. 나 역시 최근에 슬럼프가 찾아왔었다. 아마 지금도 계속되고 있는지 모른다. 글쓰기뿐만 아니라 모든 활동에 의욕이 없고 그만두고 싶은 마음이 커졌지만, 이 책을 읽고 힘을 얻었다. 글이 잘 써지지 않을 때 항상 ~의 책을 꺼내 보곤 한다는 정여울 작가님처럼, 글을 쓰다가 지칠 때 이 책을 펼쳐 보려고 한다. 독자들에게도 『끝까지 쓰는 용기』가 글쓰기를 다시 시작할 용기, 그리고 글쓰기를 완성할 용기가 되길 바란다. 


“글을 쓸 때 저는 잠시 내성적인 나를 내려놓아요. 내면의 방에 웅크리고 있는 나를 꺼내서 벼랑 끝에 몰아세워 세상 밖으로 날아가게 해주고 싶습니다. 창공을 날아오르는 새가 되어 제가 알지 못하는 세계 너머까지 가로지르고 싶습니다.” 89p


“제 문장이 여러분의 마음 깊숙한 슬픔의 바다에 가닿아 아픔을 어루만지고 삶을 토닥이면 좋겠어요. 그렇게 저와 여러분은 더없이 정겨운 친구가 될 테니까요.” 89p



이 서평은 김영사 대학생 서포터즈 활동의 일환으로 김영사로부터 도서를 지원받아 작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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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떻게 인간과 공존하는 인공지능을 만들 것인가 - AI와 통제 문제
스튜어트 러셀 지음, 이한음 옮김 / 김영사 / 2021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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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야흐로 인공지능의 시대다. 검색창에 ‘인공지능’을 검색해보면 온갖 뉴스들을 확인할 수 있다. 우리가 너무나도 잘 알고 있는 이세돌 9단과 인공지능 바둑 프로그램 알파고의 대결부터, 법률 인공지능 알파로의 등장, 돌봄서비스를 제공하는 인공지능, 펜데믹 확산을 예측하는 인공지능, 의료계에 사용되는 인공지능까지 주제도, 범위도 다양하다. 인공지능에 관심을 가지지 않는 게 이상할 정도다. 하지만 좀 더 자세히 파고들어 보자. 단지 인공지능이 우리의 삶과 가까워지고 있기에 인공지능에 주목해야 하는 것일까? 아니다. 바로 지금이 인공지능의 ‘정체성’을 고민해야 할 시기이기 때문이다. “인공지능이 인간을 지배하는 날이 언젠가 오지 않을까?”라는 질문에 대한 답이 필요한 시기이기 때문이다. ‘언젠가’가 아니라 몇 년 뒤가 될지도 모른다. 뛰어난 지능의 인공지능에 지배당하지 않고 공존하려면 어떻게 의문을 해소해줄 책이 바로 『어떻게 인간과 공존하는 인공지능을 만들 것인가』이다. 


“우리 지능보다 훨씬 더 뛰어난 지능을 만난다는 것은 인류 역사상 가장 큰 사건이 될 것이다. 이 책의 목적은 왜 그 일이 인류 역사의 마지막 사건이 될 수도 있는지, 그리고 그렇게 되지 않게 하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지를 설명하는 것이다.” 10p


저자 스튜어트 러셀은 ‘인공지능 전문가’다. 인공지능을 주제로 한 여러 연구를 해 왔고, 인공지능과 인간 사이의 관계에도 관심이 많다. 현재 캘리포니아대학의 컴퓨터과학 교수, 공학 부문 스미자데이 석좌교수로 재직 중이다. 버클리대를 중심으로 하는 인공지능연구소 ‘후먼컴패터블’ AI 센터를 창립했다. 또한, 여러 대학에서 AI의 대표 교과서로 사용하고 있는 『인공지능』을 집필하였다. 다른 분야 과학자가 아닌 인공지능 석학이 인공지능을 말하는 책이기에 더욱 신뢰가 간다. 


책의 목차는 이러하다.


1. 우리가 성공한다면

2. 인간과 기계의 지능

3. 앞으로 AI는 어떻게 발전할까? 

4. AI의 오용

5. 지나치게 지적인 AI

6. 그저 그런 AI 논쟁

7. AI: 다른 접근법

8. 증명 가능하게 이로운 AI

9. 상황을 복잡하게 만드는 요인: 우리들

10. 해결된 문제는? 


총 10장이지만, 세 부분으로 나눌 수 있다. 1~3장에서는 인간과 기계의 지능에 대해 다룬다. 인간이 어째서 지적인 생물체인지, 지적인 컴퓨터란 무엇인지 등을 알려준다. 마지막 3장에서는 AI의 발전 방향을 그린다. 4~6장은 우리가 기계에 지능을 부여할 때 생기는 문제점을 다룬다. 5장에는 인공지능에 관한 여러 유명인들의 의견들도 등장하지만, ‘그저 그런 AI 논쟁’이라는 소제목답게 저자가 보기엔 썩 훌륭한 논쟁들이 아니다. 7~10장에서는 (저자의 말을 빌려 말하자면) ‘AI를 바라보는 새로운 관점과 기계가 인류에게 도움을 주는 상태로 영구히 남아있게 할 방법’을 제시하고 있다. 


러셀은 7장, AI: 다른 접근법에서 인간과 공존하는 인공지능을 만드는 방법을, 인공지능이 우리에게 해를 끼치지 않도록 하는 접근법을 이야기한다. 


1. 기계의 목적은 오직 인간 선호의 실현을 최대화하는 것이다.

2. 기계는 그런 선호가 무엇인지 처음에는 확실히 알지 못한다. 

3. 인간의 선호에 관한 정보의 궁극적 원천은 인간의 행동이다. 


기계에 목적을 부여할 때는, 주체가 무조건 기계가 되어야 한다는 생각만 했던 이들에게는 실로 놀라운 접근법이 아닐 수 없다. 나 역시 기계에는 기계만의 명확한 목적이 존재한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저자는 기계에 ‘우리의 목적’, 즉 인간을 유익하게 되라는 목적을 부여해야 한다고 말한다. 기계는 인간의 선호를 완벽하게 알 수 없기에, 인간의 명령에 반항하지 않을 테고, 인간과 기계는 상호작용이 가능하다. 


“목적이 불확실하다는 것은 기계가 필연적으로 인간을 따를 수밖에 없다는 의미다. 즉, 기계는 허가를 요청하고, 수정을 받아들이고, 작동을 멈추는 일을 허용할 것이다. 기계가 명확한 목적을 지녀야 한다는 가정을 제거한다는 것은 인공지능의 토대 중 일부를 찢어내고 다른 것으로 대체할 필요가 있다는 의미다. 우리가 이루려고 시도하는 것의 기본 정의를 말이다. 또 그 상부구조(실제로 AI를 만들기 위해 쌓은 개념과 방법의 축적물) 중 아주 많은 부분을 재구축해야 한다는 의미다. 그렇게 한다면, 인간과 기계는 새로운 관계를 맺게 될 것이다.” 28~29p


이제 앞으로 인공지능이 우리의 삶을 어떻게 바꿔놓을지 모르는 상황에서 저자는 인공지능 설계가 끝난 뒤에야 규제하는 것이 아니라, 개발 과정에서 새로운 시스템을 설계할 필요가 있음을 주장한다. 기계의 목적을 우리의 목적으로 바꾸는 일. 이를 위해서는 인공지능 연구자뿐만 아니라 시민들의 관심도 필요하다. 


인공지능이 우리를 지배하지 않을까 염려되시는 분, 인공지능이라는 분야에 흥미가 있으신 분들에게 역시 추천한다. 일반 대중들이 이해하기 쉽도록 풀어 쓴 책이기 때문에 비전공자인 분들도 어렵지 않게 읽을 수 있을 것이다. 


이 서평은 김영사 대학생 서포터즈 활동의 일환으로 김영사로부터 도서를 지원받아 작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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