끝까지 쓰는 용기 - 정여울의 글쓰기 수업
정여울 지음, 이내 그림 / 김영사 / 2021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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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을 쓰려는 사람이 많아지고 있다는 것을 실감한다. 시간이 흐를수록 글로 기록하고자 하는 의지는 사라지는 게 아니라 점점 늘어나고 있다. 인터넷을 조금만 뒤져 보면 각종 글쓰기 수업을 만날 수 있고, 서점에 가면 글쓰기를 주제로 하는 책이 많다. 글쓰기 열풍은 나 자신을 온전히 나타내고 싶은 열망에서 비롯된 것이라고 본다. 가벼운 터치 한 번으로 SNS에 접속해 문장 몇 줄과 함께 사진을 올리고, 누군가의 ‘좋아요’를 기다리지만, 그 속에는 ‘보이는 나’만 있을 뿐이다. 나를 표현할 수 있는 수단이 많아졌지만 진정한 나의 내면을 들여다볼 기회는 점점 줄어들고 있는 것이다. 내면의 삶을 들여다볼 수 있는 일을 가능케 하는 것은 바로 글쓰기다. 글쓰기는 ‘표면적인 나’에서 벗어나 ‘온전한 나’와 마주할 수 있도록 한다. 나도 몰랐던 내 속마음을 다시 끄집어내어 반짝반짝 윤이 나게 닦을 수 있도록 한다. 


글을 쓰는 과정은 혼자만의 외로운 싸움인 것과 동시에, 누구보다 나를 기쁘게 만든다. 완성된 글을 바라보면 행복하고, 대견하기 그지없다. 외롭고 힘겹지만, 눈물 나도록 기쁜 여정, 글쓰기. 나 홀로 감내해야 하므로 끝까지 완성하기 힘든 일일 수도 있다. 그래서 동료가 필요하다. 누군가 우리 곁에서 중간에 포기하지 않도록 격려하고 도와준다면 더할 나위 없이 든든할 텐데, 하고 바라는 순간, 정여울 작가님의 『끝까지 쓰는 용기』가 세상에 등장했다. 


책의 저자 정여울 작가님은 누구보다 글쓰기를 사랑하는 사람, 읽고 쓰는 것에 온몸을 불사르며 평생을 보내온 사람이다. 서울대 독어독문학과를 졸업하고 같은 대학에서 국어국문학 박사학위를 받았다. 작가님의 글쓰기에는 터닝 포인트가 있었다. 국문학 박사 정여울, 문학평론가 정여울로 글을 써 왔다가, 자신의 이야기를 직접 전달하고 싶은 열망을 느꼈다. 문학 작품을 빌려서 말하는 것도 좋았지만 한 단계 더 나아가기로 했고, 편집자의 도움을 받아서 처음으로 자신의 이야기를 세상에 내보인 책이 <그때 알았으면 좋았을 것들>이다. 글쓰기를 너무나 사랑해 언제 어디서나 글쓰기를 멈추지 않으며, PC방에서도, 지하철에서도, 버스 안에서도 언제나 글쓰기 도구인 노트북, 읽을거리-책과 함께한다. 그래서 출간한 책도 많다. 심리 치유 에세이 3부작인 <상처조차 아름다운 당신에게>, <나를 돌보지 않는 나에게>, <늘 괜찮다 말하는 당신에게>가 있고, <1일 1페이지, 세상에서 가장 짧은 심리 수업 365> 등 심리 서적을 쓰셨다. 헤세와 빈센트를 사랑해 <헤세>, <빈센트, 나의 빈센트>, <헤세로 가는 길> 등의 책을 집필했다. 네이버 오디오클립 <월간 정여울>을, KBS 제1라디오에서 <백은하의 영화관, 정여울의 도서관>을 진행하고 있다. 


『끝까지 쓰는 용기』는 글쓰기를 할 때 가져야 하는 마음가짐, 글쓰기를 시작하는 데 도움이 되는 따뜻한 말들, 그리고 정여울 작가님의 경험담을 녹여 탄생한 책이다. 뼈대와 틀을 중시하고, 비판적, 논리적 작법을 알려주는 여느 글쓰기 책과 다르다. ‘쓰고 싶지만 시작하기가 두려운 당신에게’ 용기를 불어넣어 준다. 책은 총 3부로 이루어져 있다. 


1부 Q&A 글을 쓸 때 궁금한 모든 것들

2부 Episode 매일 쓰며 배우고 느낀 것들

3부 Class 한 권의 책을 만들기까지 생각해야 할 것들

1부는 Q&A 형식으로 이루어져 있다. 작가님이 글쓰기 수업에서 제대로 답하지 못했던 학생들의 질문을 모아 상세히 답변한다. 글쓰기로 밥을 벌어 먹고살기 위해서는 어떤 노력이 필요한지, 글쓰기가 과연 내 삶을 구원할 수 있는지, 등의 삶과 연관된 질문부터 시작해 글감을 찾는 방법, 문장력을 기르는 방법 등 구체적인 창작의 틀까지 전달한다. 글쓰기를 할 때 가질 법한 의문들도 모두 담겨 있다. 


2부는 작가님의 경험에서 우러나온 글쓰기 조언이라고 할 수 있다. 자신을 숨기지 않고 솔직하게 드러내고자 할 때 우리는 진정한 나와 마주할 수 있다며 이야기한다. 그리고 내가 쓴 글이 타인의 공감을 끌어낼 때 글쓰기의 진정한 기쁨을 또다시 느낄 수 있다는 사실을 알려준다. 자기혐오의 막을 뚫고, 오해와 비판을 받을 용기를 지닌 채 글을 써 내려가야 한다는 조언까지 아끼지 않는다. 


3부는 글을 쓸 때 고려해야 하는 것들을 담았다. 취재, 테마, 교감, 공간, 고백, 독자, 애정, 문장 순으로, 글쓰기가 막연하지 않도록 방향키를 잡아주는 키워드로 이루어져 있다. 직접 쓴 글과 함께 당장 무엇을, 어떻게 쓰면 좋을지 알려 준다. 


책의 핵심 내용은 바로 ‘있는 그대로의 나 표현하기’다. 정여울 작가님이 전달하는 글쓰기 이야기를 읽으면 나도 모르게 가슴 깊이 새기게 될 글쓰기 진리다. 글을 통해 나 자신을 표현하면, 세계가 변화하기 시작한다. 글감은 고통, 혹은 슬픔과 사랑. ‘고통’을 주제로 글을 쓴다면, 고통의 근원이 되는 일과 마주해야 한다. 성찰의 시간이 필요하다는 의미다. 나를 괴롭혀왔던 고통의 정체가 무엇인지, 나는 왜 이런 고통을 겪고 있는지 찬찬히 생각한 뒤 글로 풀어 쓰는 과정이 필요하다. 때로는 눈물도 흐르겠지만, 가슴 속에 있던 것이 눈에 보이는 글로 변화하는 순간 우리는 더 단단해진다. 고통을 약점이 아닌 무기로 변화시킬 수 있다. 


글을 완성한 다음엔, 단 한 명뿐이라도 좋으니 독자를 만들어서 보여주는 단계가 필요하다. 문학 작품을 읽을 때 우리가 위로받는 때는 바로 ‘글을 통해 당신과 나의 닮음을 알아챈 순간’이다. 나의 고통과 타인의 고통의 교집합이 있다면, 우리의 글은 독자에게 닿을 것이다. 나의 글이 새로운 공감을 형성하며 읽힌다는 사실은 다시 쓸 힘으로 환원되어 우리를 움직인다. 바로 글을 쓰는 사람은 이미 알고 있고, 앞으로 쓸 사람은 알게 될 글쓰기의 매력이다. 


“아름답고 화려한 문장을 쓰고 싶은 것이 아니라 저의 내면과 거의 혼연일치가 된 그런 문장을 쓰고 싶었어요. 그것이 저의 유일한 문장론이기도 해요. 내 삶과 일치하는 문장, 내 마음의 무늬와 어우러지는 문장, 그리하여 그 문장 자체가 나의 영원한 분신이 되는 그런 문장을 꿈꿉니다.” 273p


“저에게 글쓰기는 ‘나의 삶 자체가 타인에게 선물이 되는 법’을 꿈꾸는 길입니다, 한 문장이 누군가를 미소짓게 할 수 있다면, 한 문장이 누군가의 고단한 등을 쓸어주는 따스한 손길이 될 수 있다면, 그것이야말로 글쓰기의 가장 커다란 기쁨이 아닐까 싶습니다.” 102p


『끝까지 쓰는 용기』는 단순 글쓰기 얘기만 주구장창 늘어놓는 책이 아니다. 정여울 작가님이 ‘작가’가 되기까지 어떤 여정을 거쳐 왔고, 어떤 마음가짐으로 어떤 글을 써 왔는지 상세히 풀어놓는다. 직접 쓴 책 글을 가져와 인용하기도 한다. 작가님이 처음으로 데뷔를 한 글이 서평이라고 한다. 글쓰기 초심자에게 가장 좋다는 테마, 서평을 쓰는 요령도 알려 준다. 니체, 버지니아 울프, 칼 구스타브 융...등 작가님이 힘들 때마다 꺼내 보는 책 목록도 아낌없이 공개한다. 그리고 무엇보다, 주위에서 모두 말려도, 내가 하고 싶은 일을 하면서 살아가는 자의 행복을 고스란히 전한다. 


마지막으로, 나는 독자들이 책에서 이 진리를 얻어가 간직하고 기억하며 글을 쓰면 좋겠다. 내가 사랑하는 것들과 나의 상처까지, 슬픔까지 있는 그대로 표현하면 그것을 독자 역시 온몸으로 느낄 수 있다고. 나의 글이 내 감정 표출의 수단이 되는 것도 좋지만, 타인에게 공감을 받을 때 역시 삶의 가치를 느낄 수 있다고. 정여울 작가님 역시 상처를 글로 표현하면서 트라우마에서 벗어날 수 있었다. 장소와 시간의 제약을 받지 않고 오로지 내 몸과 필기구만 있으면 가능한 것이 글쓰기다. 그러니, 우리 당장 글쓰기를 시작하자. 


곁에 있는 친구에게 선물해 주고 싶은 책이다. 작가 지망생부터 시작해서 번역가 지망생이나 편집자 지망생도 읽으면 좋겠다. 글쓰기에 관심이 있는 분은 물론이고, 그렇지 않은 분들도 읽어 보셨으면 좋겠다. 특히 나를 표현하려는 욕구가 가득하신 분, 자아실현을 꿈꾸시는 분에게 추천한다. 


훌륭한 글쓰기 선생님, 아니 동료가 되어 줄 책을 만나 기쁘다. 나 역시 최근에 슬럼프가 찾아왔었다. 아마 지금도 계속되고 있는지 모른다. 글쓰기뿐만 아니라 모든 활동에 의욕이 없고 그만두고 싶은 마음이 커졌지만, 이 책을 읽고 힘을 얻었다. 글이 잘 써지지 않을 때 항상 ~의 책을 꺼내 보곤 한다는 정여울 작가님처럼, 글을 쓰다가 지칠 때 이 책을 펼쳐 보려고 한다. 독자들에게도 『끝까지 쓰는 용기』가 글쓰기를 다시 시작할 용기, 그리고 글쓰기를 완성할 용기가 되길 바란다. 


“글을 쓸 때 저는 잠시 내성적인 나를 내려놓아요. 내면의 방에 웅크리고 있는 나를 꺼내서 벼랑 끝에 몰아세워 세상 밖으로 날아가게 해주고 싶습니다. 창공을 날아오르는 새가 되어 제가 알지 못하는 세계 너머까지 가로지르고 싶습니다.” 89p


“제 문장이 여러분의 마음 깊숙한 슬픔의 바다에 가닿아 아픔을 어루만지고 삶을 토닥이면 좋겠어요. 그렇게 저와 여러분은 더없이 정겨운 친구가 될 테니까요.” 89p



이 서평은 김영사 대학생 서포터즈 활동의 일환으로 김영사로부터 도서를 지원받아 작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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