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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를 주문하세요 ㅣ 상상 동시집 23
박경임 지음, 민지은 그림 / 상상 / 2023년 11월
평점 :
글 : 박경임 시
그림 : 민지은
출판사 : 상상출판사
쪽수 : 107쪽
추천연령 : 초등 전연령
고향을 떠올리며 주머니에 차곡차곡 모아놓고 꺼내 놓은 작가의 그림.
동시가 주는 아름다운 말과 감동을 느껴보고 싶은 아이와 부모님들에게.
작가가 경험했던 자연과 고향에 대한 특별하고 따뜻한 시선을 느끼고 싶은 모든이에게.
아이와 함께 시를 읽으면서
아무도 관심을 주지 않는 작은 것들을 소중히 여기고
따뜻한 사랑을 알게 하고 싶은 이들이게
이책을 추천합니다!!
박경임 시인은 어린시절 지리산을 바라보고 있는 마을에 살았다고 하시는데요.
아빠가 괭이로 흙을 파 이랑을 만들고
엄마가 호미로 이랑에 고추 모종을 심고,
형제들과 냇물에서 물을 떠다가
물조리개로 고추모종에 물을 주고,
마당에 멍석을 펴서 저녁 밥상에 빙 둘러앉아
수제비를 먹을 때
처마 밑에 산 제비 가족들도 도란도란 정다웠던,
밤이면 논둑 풀밭에서 반짝이는 반딧불이 불빛을 바라보던
고향의 기억들을 떠올리며 주머니에 차곡차족 모아 놓았다고 해요.
그래서인지 시를 가만가만 들여다 보면서
시인의 따뜻한 마음을 느낄 수 있었어요.
특히 자연의 작은 것들, 소박한 것들
특별할 것 없는 소소한 일상의 것들에 특별함을 담고 있는 시들이
선물처럼 들어있어요.
엄마사람인 저는 비문학보다는 에세이를, 에세이보다는 소설을, 소설보다는 시를 좋아하는 편이에요.
'엄마를 주문하세요'라는 조금은 강렬한 제목이 꼭 읽어보고 싶다는 생각을 했었는데요.
데이비드도 소리내어 읽어보면서 흥미로운 소재에 재미있어 했어요.
1,2번 엄마는 있으니, 3,4,5번 엄마 중에서 주문하고 싶다네요.ㅎㅎㅎ
역시 시는 사람에게 말풍선을 띄워서 그 안을 채워놓고 싶게 하는 짧지만 압축적이고 강한 매력의 문학인 것 같아요.
아이들과 책장을 천천히 넘기다가 마음에 드는 제목 앞에 멈춰서
소리내어 읽어도 보고
조용히 음미해보기도 하고
함께 이야기도 나누고
필사도 해보는 경험을 느끼면 좋겠어요.
맨 뒷장에 이안 시인이 쓴 해설도 함께 읽으면서 작품을 감상하면 좀 더 다채로운 감상을 할 수 있어요.
몇 부분만 적어보면
10쪽. <작은별>
"나는 보았다"에서 "나"가 목격한 것은 "아주아주 작은 별"이 아니라 그 별이 "개똥벌레 꽁무늬에 들어간 "놀라운 사건의 생생한 현장이다.
"나는 아주 작은 별이 개똥벌레 꽁무니에 들어간 걸 보았다'는 평범한 문장을 도치로 바꾸어
"개똥벌레 꽁무니에 들어간/ 아주 작은 별"로 저마다 자기 위상을 갖는 특별한 장면이 될 수 있다.
67쪽. <아직 여기 있어>
"껍질은 땅속에 벗어 놓고/ 알맹이만 쑤욱 쑥 올라온다" 는 말에서
우리가 만나는 것은 와글와글 올라오는 초록 들깻잎만이 아니다.
무수한 생환, 껍질을 벗고 또 벗으며 그럴수록 더 생기로운 알맹이가 되어 귀환하는 생명의 노래도 같이 만난다.
그중에는 "작년 가을" 돌아가신 할머니의 목소리도 한 줄기 묻어 있게 마련이어서
"안녕안녕나여기있어이렇게살아있어/땅속에살아있었지또만나서반가워사리진줄알았니"란 말이 예사롭게 들리지 않는다.
침대 머리맡에 놓아 두고 자기전에 한편 씩 읽으면서 도란도란 이야기 나누어 보아야 겠어요.
도서를 제공받아 솔직하게 작성한 서평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