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가 제노비스를 죽였는가?
디디에 드쿠앵 지음, 양진성 옮김 / 황금가지 / 2011년 4월
평점 :
품절


사회의 총체적 위험만이 철학자의 조용한 잠을 방해하고 

그를 침대에서 끌어낸다. 그의 창문 아래서는 아무렇지도 않게

사람의 목을 벨 수 있다. 

살해당하는 자와 자신을 동일시하는 본능을 억누르기 위해 

양쪽 귀를 두 손으로 막기만 하면 그만이다. 


- 장 자크 루소 


 누군가가 이런 말을 내게 해줬다. 책을 볼 때 첫 페이지에 인용구가 있다면, 그 인용구가 책의 전부다. 과연 그런가?. 적어도 제노비스에서는 그렇다. 루소를 인용한 드쿠앵은 이 두 문장으로 책의 전부를 표현했다. 루소의 말은 마치 예언처럼 보인다. 그 비유가 너무나 적확하기 때문에. 


 드쿠앵은 글 전체에서 제노비스를 죽인 모슬리에 초점을 맞추지 않는다. 그의 관심사는 38명으로 추정되는 방관자, 또는 살인 방조자이다. 어느 평화로운 마을의 아파트에서 한 여자가 30분 동안 잔인하게 살해된다. 그녀는 끊임없이 소리쳤지만 그 누구도 그녀를 위해 밖을 나와 도움을 주거나 경찰에 신고하지 않는다. 적어도 그녀가 죽기 전까지는. 만약 책이(혹은 저자가) 지적하고 있는 것이 위의 나열된 사실이 전부라면 이 책은 단순한 기사, 가십거리에 불과할 것이다. 이것이 소설이 되기 위해서는 사실을 이야기 하는 것보다 좀 더 나아가 진실을 보여줄 수 있어야 했다. 


 "모두들 무언가를 보거나 들었고, 모두들 '이제야' 무언가 할 말이 있었다."

하나의 문장은 많은 것을 말해준다. 이 문장에서 '모두들'과 '이제야'의 관계는 소설 전체를 꿰뚫는 핵심으로 작용한다. 그 모두들은 38명의 방조자만을 지적하는 게 아니라 뉴욕 타임스의 기자 마틴 갠스버그, 저자, 그의 아내 길라를 포함한 우리 모두일 것이다. 모두들은 38명을 강조하는 대명사가 아니라 말 그대로 의미의 모두들이다. 저자는 그것을 정확히 인식하는 것 같다. 불행하게도 그는 너무나 강력하게 그들을 비판하는데, 저자는 그들과 자신이 동일하다는 것을 인정할 수 밖에 없다. 저자와 38명의 목격자를 나누고 있는 경계는 그 장소에 있느냐, 없느냐의 차이일 뿐이기 때문에. 그래서 우리는 '만약 내가 거기 있었더라면' 이라는 질문에 절대로 옳은 답을 할 수 없다. 그 모든 것이 사후적으로 작용하기 때문이다. 그렇기 때문에 38명 중 재판의 참여한 자들의 증언과 마틴의 기사와 드쿠앵의 소설책은 정확한 동일성을 같는다. 그들의 말, 글, 책은 '이제야' 라는 단어에 묶여 사후적으로 규정될 뿐이다. 



 에필로그의 실험 결과(방관자 효과 또는 제노비스 신드롬)은 38명의 방관자들이 모즐리처럼 '다른' 사람이 아니라 우리와 같다는 것을 보여주는 객관적 지표다. %로 나누어지는 책임의 분산이 실제 상황에서 반드시 그렇게 되리라는 보장이 없지만 적어도 그런 일이 일어날 가능성이 높다는 점에서 우리는 그들과 공범이 된다. 그리고 이것은 드쿠앵의 말처럼 정당화 될 수 없는 일이다. 

 에필로그가 보여주는 또 다른 일화는 그 죄의식을 더욱 더 강화시켜 준다. 에보니 가르시아의 죽음, 이 죽음은 우리가 이전에 겪었던 일을 교훈삼아 반드시 더 나은 선택을 할 수 있다는 것이 아니라는 것을 보여준다. 우리는 언제나 같은 - 잔인한 일을 겪을 수 있다. 그리고 같은 사건이 일어났을 때 우리가 그곳에 있지 않다는 것만으로 방관자 아님을 말할 수 없다. 우리가 이 지독한 죄의식에서 벗어나기 위해서는 "무언가를 보거나 들은 순간, 무언가를 말해야 하는 것"이다. 저자가 말하는 것은 38명의 죄를 벌하려는 것도 아니고 모슬리가 사형선고를 받게 하려는 것도 아니다. (물론 그런 의도도 있겠지만) 다시 한 반 그런 일이 있을 때 우리가 어떻게 선택해야 하는지, 그것을 알려주고 싶은 것이다. 


 우리가 기억해야 할 것은 이것이다. 

"알 수 없는 마비 증상에 사로잡힌 목격자들의 침묵 속에 사라져간 첫 번째 희생자는 키티가 아니었다. 그리고 마지막 희생자도 아니었다. 키티 제노비스 신드롬은 아직도 계속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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