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Knock 더 노크 밥 - 시간을 나누는 가장 낭만적인 방법
김효정(밤삼킨별) 지음 / 윌북 / 2014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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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해 전부터 Kinfolk 라는 잡지를 구독하고 있다. 

여백의 미를 잘 보여주는 판형과 길지 않지만 많은 내용을 담은 간결한 글과 정감있고 조용한 느낌의 사진들이 있는 알찬 잡지이다. 더 자주 나오지 않는다고 편집자와 출판사에 투정을 부리고 싶을만큼 애정을 갖고 있는 잡지가 아닐까 싶다.  잡지라는 이름으로 부르는 것이 미안할 만큼...


한국에서 드디어 킨폭크 잡지에서 출간했던 테이블과 같은 책이 나왔다. 밤삼킨별이라는 닉네임으로 더 잘 알려진 김효정님이 사진을 찍어 만든 책이다.  '느린 삶을 선물하는 라이프 스타일 북' 이라는 수식어가 전혀 어색하지 않은 그런 책이 아닌가 싶다. 자랑이라고는 할 줄도 모르는 친한 동생인- 온라인으로 알게 되어 내 큰아이가 아기에서 초등학생 4학년이 된 지금까지 알고 지내는- 일러스트레이터 초록담쟁이 이수희의 레서피와 사진이 실려 있는 것은 책이 출간 된 후에나 알았다!

어쩜 그리 평소의 모습이 사진에서마저도 보이는지.... 나도 모르게 거참~! 하고 헛웃음이 날 정도였다. 


책은 혼자의 밥, 여럿의 밥, 남자의 밥, 여자의 밥이라는 네개의 파트로 나뉘어져 있고, 각각의 파트에 6~7인의 다양한 직업군의 사람들의 일상이 김효정님의 사진과 글, 그리고 각각의 사람이 내놓은 레서피로 짜여져 있다.  물론, 음식 사진뿐만 아니라 책에 나온 사람들의 일상을 훔쳐보기에 딱 좋은 정도의 글과 사진이 마치 수필집 느낌이어서 요리를 즐기지 않는 사람일지라도 눈요기하기만으로도 좋을 그런 책이다.


나는 원래 요리책에 별점을 주는데 굉장히 인색한 편이다.  나는 미식가이기보다는 대식가이지만, 지난 이십여년간 세계를 돌아다니며 일을 하고, 여전히 외국에 살면서 생활을 하다보니 오히려 입맛은 더 까탈스러워졌고 그런 까탈스러움만큼  남의 음식에 좋은 점수를 주기가 쉽지 않다. 게다가 이건 어디까지나 자랑이지만 나름 꽤 훌륭한 음식 솜씨를 가졌다고 자부하기에 사진과 글로만 책을 먼저 즐기고, 며칠간 고심끝에 몇개의 레서피를 시도해 보았다. 그 몇개의 레서피가 안겨준 결과물이 

나름 만족스러웠기에 조만단 하나씩 다른 레서피들도 시도해 볼 생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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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리의 심리학 카페 - 더 이상 혼자가 아닌 그곳
모드 르안 지음, 김미정 옮김 / 갤리온 / 2014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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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 이 책 속의 카페가 실제로 존재하는 곳임을 알고 살짝 당황함과 동시에 그 곳을 찾았던 사람들은 대체 얼마나 갈 곳이 없으면? 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예전에 외국 영화를 보면서 참 신기했던 것중에 하나가 바로 뭔가 고민거리가 있으면 심리상담사를 찾는 이들이었는데, 요즘엔 한국에도 이런 기회와 장소가 더 많아지지 않았나 하는 생각이 든다. 물론, 심리 상담을 받는 사람들에 대한 선입견도 줄어든듯 하고... 하지만, 카페라니!! 대체 무슨 사연일까 싶다.


지난 19년이라는 짧지 않은 세월동안 심리학 카페를 운영했고, 이 책을 쓴 작가는 어려서 불우한 생활을 하다가 젊은 나이에 사랑하는 이를 만나 가정을 꾸린다. 하지만, 단란하게 첫 아이를 낳고 행복함을 만끽하기도 전에 남편은 뇌출혈로 사망하고 그녀는 어린 아이와 함께 미망인이 된채 이 세상에 남겨진다. 20대 초반이었던 그녀는 극심한 우울함에 빠져 아이조차 제대로 돌보지 못하다가 어느 날 아이가 자신에게 매달리는 모습에 정신을 차린 후 뒤늦게 대학도 가고, 새로운 사랑을 만나 새가정도 꾸리고, 심리학 치료사로 살고 있다. 자신이 경험했던 아픔들이 있기에 그녀는 다른 이들의 아픔도 잘 살피고 어루만져 줄 수 있는 것이 아닌가 싶다. 


젊을 때는 젊다고 어리다고...그런 핑계로 용서되는 것들이 중년의 나이쯤 되고 나니 그렇지가 않다. 그렇다 보니 상황에 맞게 내 맘과는 다른 말도 가끔은 해야 하고, 대인 관계에도 신경을 써야 한다. 나이가 들 수록 사람관계가 가장 힘들고 스트레스를 받는다는 생각이 드는 나는 나도 이 카페에 가서 상담 한 번정도 받고 싶다는 생각이 든다. 요즘처럼 자기의 몸만들기에 열중하는 사람이 많은 시대가 있었던가? 다들 자신의 건강관리에 크게 신경 쓰고 살지만, 자신의 정신 건강 관리에 애쓰는 사람은 몇이나 될까? 그런 점에서 이렇게 상처와 고민을 가진 이들이 편하게 찾아올 수 있도록 카페를 만든 작가의 아이디어, 참 마음에 든다.


내가 처한 고민거리가 있다고, 그것과 딱 맞는 사연이 있는 것은 아니다. 각자의 삶이 다르듯, 각자가 가진 고민거리도 똑같을 수는 없을테니까. 다만, 책 속에 실린 이야기들과 해법들을 통해 내 마음을 다스리고 토닥이는데는 도움이 될 듯하다.


'타인에게 칭찬을 기대하지 말고 본인 스스로 칭찬하라'

'자기가 하고 싶은 일을 하라'

'우리는 인생의 최고 결정권자라기 보다는 '나'라는 존재의 배를 탄 선원에 불과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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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몸과 마음의 주인은 나 스스로이다. 나를 아껴주고 나라는 존재가 편히, 행복하게 이 세상을 살다가 갈 수 있도록 도와야 하는 것도 내 자신이다. 오늘부터 나는 책을 통해 느끼고 바꿔보겠다고 마음 먹었던 것들을 조금씩 해 볼 참이다. 앞으로의 긴 세월을 어찌 살아가야 하나 고민하는 청춘들과, 중년의 삶에 허덕이는 나같은 당신들과, 노년의 세월속에 지나가버린 과거가 그리운 그들 모두에게 권하고 싶은 책이 아닐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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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프라는 아이
라라 윌리엄슨 지음, 김안나 옮김 / 나무옆의자 / 2014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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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이 흐르다 보면 잊게 되는 것이 있다. 그리고, 되찾기 힘든 것. 아니, 거의 불가능한 것이 있다. 바로 동심이 아닌가 싶다. 아무리 그림책을 읽고, 내 아이와 이야기를 나눠도 어쩔 수 없이 어른의 잣대를 들이대게 되는 것. 어른이 되어 버렸기 때문에, 동심을 잃었기 때문에 범하게 되는 오류다. 

이 책을 두번이나 읽었다. 그럴만한 책이었나 하고 자문하게 되는데, 답은 그렇기도 하고 그렇지 않기도 하다이다. 초독을 한 후에 재독을 하기로 결정했던 것은 초독 당시 내가 범한 오류, 즉 열한살 주인공 소년의 눈으로 이야기를 읽지 않고 어른도 한참 어른이 되어버린 내 잣대로 책을 평가(!) 하다 보니 이 책의 진정한 재미를 느낄 수도 공감을 할 수도 없었기 때문이다.


주인공인 호프는 결손가정의 아이다. 열한살 소년인 그는 일에 허덕이는 엄마와 시니컬하기 짝이 없는 열여섯살 누나와 함께 산다. 그의 아버지는 4년전에 가정을 버리고 떠났다. 그 후로 얼굴 한 번 본 적이 없던 아빠, 하지만 너무나 그리워했던 아빠를 호프는 텔레비젼에서 만나게 된다. 유명인사가 되어 있는 아빠는 게다가 자신이 사는 집에서 불과 20여분 거리에 살고 있었다. 새 여자, 새 아이와 함께 꾸린 가정을 갖고. 

호프는 아빠와 다시 끈을 잇기 위해 갖은 노력을 하지만, 아빠의 태도는 일관되다. 무반응과 무대응.

게다가 엄마의 곁에는 이제 다른 남자가 있다. 가지고 있는 문신때문에 누나로부터 의심의 눈초리를 받게 되고, 결국 두 아이가 탐정노릇까지 하게 만드는 아저씨이지만, 이 아저씨와가 엄마에게 진정한 사랑과 새로운 가정을 줄 수 있음을 알게 되는 순간 누나인 그레이스와 호프는 아저씨를 새로운 아빠로 받아들인다.


예전엔 이혼이라는 것이 무슨 큰 금기 사항인듯 여겼었고, 특히 이혼한 여성을 바라보는 사회적 눈초리는 무서울 정도이기까지 했었지만, 요즘은 결혼한 열쌍중 한쌍은 이혼을 한다고 하니 사회적으로 별거 아닌 일이 되어버렸다. 하지만, 그 수많은 이혼부부의 문제는 부부의 문제로만 끝나지는 않는다. 특히나 이혼한 부부에게 아이가 있을 경우에는. 나의 마음이 변해서, 사랑이 식어서, 누군가와 끝까지 함께 할 자신이 없어서 이혼을 하는 것은 어쩌면 가정을 꾸렸던 성인 둘에게는 또 다른 권리중 하나일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우리가 잊지 말아야 할 것은 그 사이에 존재하는 아이들을 끝까지 책임지고 사랑해야 한다는 것이 아닌가 싶다. 이 작품이 단순히 성장소설로만 다가오지 않는 것은 어쩌면 우리 실상의 일단면을 너무 적나라하게 드러내기 때문이 아닌가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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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심증후군
제스 로덴버그 지음, 김지현 옮김 / 비채 / 2014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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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심증후군.

위키백과에서는 '상심 증후군(傷心症候群)은 심리적으로 충격을 받아 생기는 증후군이다. 폐경 후 여성의 경우 발병률이 높아. 성차는 남자 : 여자 = 1 : 7이다.' 라고 정의하고 있다. 


몇달 전에 외국 생활에서 가장 큰 힘이 되어주던 멘토를 잃었다. 그분이 췌장암으로 아내를 잃은지 불과 6주만이었다.  건강 상에 아무런 문제가 없던 분이고, 요즘 평균 수명을 볼 때 절대로 노령에 속하지 않는 분이며 평소 꾸준히 운동을 했던 분이지만

장례식장에 모인 모든 이들이 하나같이 입을 모아 말했단. 그토록 사랑했던 아내를 잃고, 아마 이 세상을 살아갈 재미를 더 이상 느낄 수 없었기 때문이었을거라고. 나의 멘토도 상심증후군을 느꼈던 것일까? 성별로 보면 1:7인데...


이 책....제목이 심상찮다. 열여섯살의 브리는 학교에서 가장 잘 나가는(!) 남자친구를 뒀었지만, 어느 날 그로부터 너를 사랑하지 않는다, 라는 말을 들은 후 그야말로 심장이 부서져서 죽는다. 그런 그녀의 어처구니 없는 죽음의 원인을 밝히고자, 심장 전문의인 그녀의 아버지는 자신의 딸의 죽음의 원인을 끝까지 밝히고 싶어한다. 열여섯살의 첫사랑이라면 풋사랑일텐데 헤어짐의 고통때문에 죽음까지 맛보다니. 뭔가 허황되지만 이런 순수한 사랑을 하는 아이도 있을 수 있지, 라는 생각에 펼쳐든 책이었다. 그냥 통속적이고 뭔가 흔하게 들어본듯한 줄거리가 아닌가 싶어서, 이 책을 괜히 읽어보겠다고 했나? 라는 생각도 잠시 했다. 


그토록 믿고 사랑했던 사람으로부터의 배신에 심장이 멎어 어린 나이에 어이없는 죽음을 맞은 브리는 천국에서 만난 패트릭과 함께 전남자친구인 제이컵에게 복수를 하려고 곁을 맴돌게 되고, 그러면서 자신이 없는 세상에서 가족과 친구의 모습과 배신, 제이컵의 진실, 그리고 자신의 간섭으로 꼬여진 일들을 풀어보려는 그녀의 노력. 죽은 자이지만, 그녀의 분노와 우울, 사랑과 용서등 우리 인간이 가진 여러가지 감정을 쉽게, 하지만 가볍지 않은 묵직함과 함께 독자에게 전한다. 물론, 사춘기 소녀의 감성을 느껴보게 하는 그런 향수와 함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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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동정원
최영미 지음 / 은행나무 / 2014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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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970년대에 태어나 1980년대와 90년대 초를 학업과 입시, 대학생활로 보낸 후에 한국을 떠나 유학길에 올랐고, 그 후로는 세계 이곳 저곳에서 일을 하다가 외국에서 남은 인생을 보내게 된 나로서 사실 한국의 근현대사, 특히 민주화 관련 역사는 어찌 보면 유럽역사나 북미역사보다 더 멀게 느껴지고 낯선 것이 개인적으로 안타깝고, 조금은 부끄럽게 느끼기도 했던 것이 사실이다. 그래서, 이 작품이 더 궁금했는지도 모르겠다.  저자가 시인이라는 것도, 이것이 불과 두번째 장편소설이라는 것도 책을 접하면서야 알게되었지만, 저자의 필력과 간혹 차갑다고 느껴질만큼 담담하게 그려낸 듯한 글을 통해 저자에 대한 호기심도 갖게 되었으니,  그녀의 첫 소설도 언젠가 한 번 찾아읽어보겠다는 생각을 해 본다.  그리고, 내 어린 시절을 회고해 본다. 


1970년대 후반의 어느 날, 당시 창경궁인지 창덕궁에 있는 동물원으로 부모님과 함께 나들이를 나갔다가 뜻하지 않게 마주했던 시민들과 청년들이 경찰, 군인과 대치하던 모습, 고함과 함성을 시작으로 당시 길을 마주하고 있던 대학교의 대학생들 오빠 언니들이 내가 다니던 중학교 담장까지 길게 이어붙여 놓았던 광주 항쟁당시의 처참한 모습과 흔적이 담긴 사진을 보고 며칠 몇날을 악몽을 꾸던 일. 그래도, 간혹 그 대학교 학생들의 데모로 매캐한 최류탄 연기에 눈물 콧물을 빼면서도 일찍 학교문을 나설 수 있다고 좋아했던 철없던 마음까지...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의 대학생활에서 민주화나 데모는 내 관심밖이었다. 마치 애린이 바랐던 것처럼 나는 그 당시에 치장을 하고, 한껏 대학생활을 즐기고, 수험생으로 사는 동안 하지 못한 것들을 하느라 정신이 없었기에. 


이야기의 주인공인 애린이 S 대의 대학생으로 삶을 살았던 80년대. 그런 그녀가 모교를 방문하면서 회고해보는 그 당시의 일련의 사건들과 삶을 통해 나는 90년대와는 또 다른 80년대의 대학생들의 일상과 한국의 근현대사를 조금 느낄 수 있었다. 저자는 이것이 허구라고 밝혔지만, 과연 자전적인 내용이 일체 존재하지 않는 백퍼센트 순수 허구일까라는 의구심이 든다. 아버지의 뜻대로 열심히 공부해 한국의 최고 대학에 입학한 그녀는 자신이 꿈꿨던 것과는 다른 대학 생활에 빠져들게 되고, 독재적이고 폭력적인 선배의 본모습을 보지 못하고 자신을 변화시켜가며 학생운동에 빠져들고, 부모의 뜻을 어겨가며 결국 그와 동거까지 하게 되지만 그가 그녀에게 안긴 것은 여자로서 경험하지 말아야 할 고통들 뿐. 결국, 그녀는 독재적인 그를 떠나 자신의 삶을 살려고 노력한다. 흑도 아니고, 백도 아닌 회색적인 자신의 태도를 돌아보는 그녀를 통해 내가 잊고 지냈던 시간을 떠올려 보면서 과연 이 세상에 정말 얼마나 많은 이들이 여전히 세상 모든 것을 흑백으로 나누며 사는 걸까 궁금함이 생긴다. 이만큼이라도 살아보니, 세상엔 흑과 백보다 회색이 더 많이 존재하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들기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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