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프라는 아이
라라 윌리엄슨 지음, 김안나 옮김 / 나무옆의자 / 2014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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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이 흐르다 보면 잊게 되는 것이 있다. 그리고, 되찾기 힘든 것. 아니, 거의 불가능한 것이 있다. 바로 동심이 아닌가 싶다. 아무리 그림책을 읽고, 내 아이와 이야기를 나눠도 어쩔 수 없이 어른의 잣대를 들이대게 되는 것. 어른이 되어 버렸기 때문에, 동심을 잃었기 때문에 범하게 되는 오류다. 

이 책을 두번이나 읽었다. 그럴만한 책이었나 하고 자문하게 되는데, 답은 그렇기도 하고 그렇지 않기도 하다이다. 초독을 한 후에 재독을 하기로 결정했던 것은 초독 당시 내가 범한 오류, 즉 열한살 주인공 소년의 눈으로 이야기를 읽지 않고 어른도 한참 어른이 되어버린 내 잣대로 책을 평가(!) 하다 보니 이 책의 진정한 재미를 느낄 수도 공감을 할 수도 없었기 때문이다.


주인공인 호프는 결손가정의 아이다. 열한살 소년인 그는 일에 허덕이는 엄마와 시니컬하기 짝이 없는 열여섯살 누나와 함께 산다. 그의 아버지는 4년전에 가정을 버리고 떠났다. 그 후로 얼굴 한 번 본 적이 없던 아빠, 하지만 너무나 그리워했던 아빠를 호프는 텔레비젼에서 만나게 된다. 유명인사가 되어 있는 아빠는 게다가 자신이 사는 집에서 불과 20여분 거리에 살고 있었다. 새 여자, 새 아이와 함께 꾸린 가정을 갖고. 

호프는 아빠와 다시 끈을 잇기 위해 갖은 노력을 하지만, 아빠의 태도는 일관되다. 무반응과 무대응.

게다가 엄마의 곁에는 이제 다른 남자가 있다. 가지고 있는 문신때문에 누나로부터 의심의 눈초리를 받게 되고, 결국 두 아이가 탐정노릇까지 하게 만드는 아저씨이지만, 이 아저씨와가 엄마에게 진정한 사랑과 새로운 가정을 줄 수 있음을 알게 되는 순간 누나인 그레이스와 호프는 아저씨를 새로운 아빠로 받아들인다.


예전엔 이혼이라는 것이 무슨 큰 금기 사항인듯 여겼었고, 특히 이혼한 여성을 바라보는 사회적 눈초리는 무서울 정도이기까지 했었지만, 요즘은 결혼한 열쌍중 한쌍은 이혼을 한다고 하니 사회적으로 별거 아닌 일이 되어버렸다. 하지만, 그 수많은 이혼부부의 문제는 부부의 문제로만 끝나지는 않는다. 특히나 이혼한 부부에게 아이가 있을 경우에는. 나의 마음이 변해서, 사랑이 식어서, 누군가와 끝까지 함께 할 자신이 없어서 이혼을 하는 것은 어쩌면 가정을 꾸렸던 성인 둘에게는 또 다른 권리중 하나일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우리가 잊지 말아야 할 것은 그 사이에 존재하는 아이들을 끝까지 책임지고 사랑해야 한다는 것이 아닌가 싶다. 이 작품이 단순히 성장소설로만 다가오지 않는 것은 어쩌면 우리 실상의 일단면을 너무 적나라하게 드러내기 때문이 아닌가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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