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날 밤 잠자리에 든 나는 늘 고픈 배를 잊기 위해서 공상하기로 하였던
  따끈한 구운 감자나 흰 빵이나 신선한 우유를
  ‘바머사이드의 만찬’처럼 준비하는 것도 잊어버렸다.
  그 대신 나는 어둠 속에 보이는 이상의 그림을 즐겼다.
  모두 내가 그린 그림이었다.  (중략)
  나는 이제 곤궁하기 짝이 없는 로우드의 생활을
  게이츠헤드의 사치스러운 생활과 맞바꾸고 싶지가 않게 되었다.

   
   - 제인 에어 (샬롯 브론테) P115. 민음사 -





어렸을 때 읽어 줄거리조차 가물가물한 살롯 브론테의 제인 에어를 읽고 있다.
마흔 중반의 고개를 넘어선 지 좀 되는 지금 옛 이야기에 마음이 끌렸다. 
읽어도 될까? 싶은 망설임을 뒤로 하고 설레임으로 책장을 넘기고 있다.

오늘은 제인의 서럽고 배고픈 기숙학교에서의 이야기를 읽었다.
그러다 위의 글에 내 마음이 멈춰섰다.




나도 그랬다. 옛날 모두가 대부분은 가난했던 내 어린 시절.
나도 추운 겨울 밤이면 이불을 머리 끝까지 뒤집어 쓰고 오돌오돌 떠는 손을 이불에 감싸고
상상을 했드랬다. 이상하게도 그런 상상은 겨울이라는 계절에 더 많이 했었던 것 같다.
맛있는 과자와 맛있는 음식으로 우리집을 가득 채우고,
따스한 온기 가득한 그 무언가를 상상해 내곤 했다.
그때 우리집은 방 안에서 걸레가 얼 만큼 추웠으니까.
그런 상상을 하면 행복했다. 팔을 뻗쳐 손을 내밀면 곧 잡힐 것만 같았다.
그때는 간절했다. 그렇게 따스한 내일을 꿈꾸면서 난 어른이 되었다.
지금도 눈을 감으면 그때가 내 눈가에 촉촉하게 이지러진다.

올 겨울 크리스마스가 되면 난 내 가족을 위해 촛불을 밝혀보련다.
내 어린 시절 소망했던 그 온기를 내 가족에게도 전하고 싶다.

행복하다. 
나의 지난 날들이 부유하지 못했어도
넘치고 넘치는 생활이 아니지만

부족했기 때문에 소망했다.
그리고, 꿈꿀 수 있었다.





댓글(1)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bluesky 2017-10-31 19:1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제인 에어 115쪽에서 발췌한 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