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조리법들을 기록하면서, 나는 운 좋게도 신선한 달걀과 집에서

만든 버터, 염소젖, 텃밭에서 가꾼 풍성한 푸성귀를 재료로 써왔다.

밀을 심고 농사를 지어 직접 타작해서 밀가루를 낸 적도 있다.

여기 나온 조리법대로 요리를 해보려는 독자들이 재미를 맛보고,

나처럼 애써서 성과를 얻기 바란다. 먼저 최대한 신선한 식재료를 

사용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특히 수프나 스튜를 만들 때는 최상의 맛을 내기 위해 여러 번 간을 봐야 한다. 

밍밍한 수프는 말 그대로 실망스러움 그 자체다. 

또 지름길을 모색하지 말기 바란다. 

훌륭하고 가치 있는 것은 모두 시간과 공이 들게 마련이다.


- 타샤의 식탁 (타샤 튜터 지음) P.17~18 -


타샤의 책이 새로 나왔다. 아니 "타샤의 식탁"은 이전에 출간 되었다. 이번 책은 레시피이다.

중간중간 타샤의 그림이 곁들여 있는 맛있는 책이다.


먹는 다는 행위에 별다른 의미를 두지 않았던 때가 있었다. 너무 바빴기 때문이다. 새벽... 새벽이라는 사실조차 느끼지 못할만큼 캄캄한 밤 - 사실.. 잠들기 전의 밤과 그닥 차이 없는 어둠이다-

나는 집을 나섰다. 용인에서 광화문까지 출퇴근을 했기때문이다. 언제나 나의 출근 시간은 빨랐고 퇴근 시간은 늦었다. 당연히 집에서 밥 따위는 먹을 생각을 하지 못했다. 나보다는 시간 여유가 있었던 남편... 하지만 챙겨주는 사람이 없었기에 남편도 집 밥은 구경도 하지 못했다. 그때 우리에게 집은 잠 자리를 제공해주는 숙소? 난 그런 생활을 꿈꾸었던 것은 아닌데... 어쩌다 주방을 지나칠때면 씽크대에 남편이 사용했을 컵이나 그릇이 담겨 있었다. 이따금 장도 보았으나 해 먹을 시간이 없었으니... 그러다 주말이 되면 남편과 외식을 했다. 그때는 토요일 휴무가 있었던 것도 아니라서 주말엔 무너지는 피곤탓에 외식을 할 수 밖에. 그러다 이러저러한 일로 회사를 그만 두었다. 하지만 일을 아예 그만 둔 것은 아니라서 여전히 바빴다. 아기도 태어났고. 이제 난 낮엔 육아를 밤에는 일을... 그렇게 전쟁과도 같은 시간이 흘렀다.

우리에게 끼니를 해결하는 행위는 최소한의 생명 유지를 위한 그 기능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었다. 당연히 음식을 만드는 일련의 과정이 즐거울 수 없었다. 언제 이 일에서 벗어날 수 없을까?

설겆이 해야할 것은 어쩜 그리 금방 쌓이는 지...... 그 와중에도 아이에게 먹일 음식은 따로 챙겼다.

직접 이유식을 만들고 직접 간식을 만들고. 


요즘 난 요리하기를 즐긴다. 세상 사는 일 별거 있을까? 가족과 맛난 음식 나눠 먹고 함께 웃을 수 있으면 행복인것을. 나도 한때는 좀 더 넓은 집 이런 것을 꿈꾸던 때가 있었다. 내가 열심히 살면 가능할 것이라 믿었던 순진한 때가 있었다. 그런데 아니더라. 열심히 산다고 살아지는 것은 아니더란 말이지. 내일 조금 더 많이 얻자고 오늘 더 고생하고, 오늘 더 참고 견디고, 오늘 얻은 것을 내일은 얻지 못할까봐 가슴 졸여하는 이 모든 것이 내게 스트레스였고 조금씩 아파지더라.

더 큰 문제가 생기기 전에 난 멈췄다. 그리고 살폈다. 어느 덧 나의 청춘은 이미 저만치 멀어져 가고 있더라고. 내게 손짓하며 천천히 가야 한다고......

지금은 덜 바쁘다. 대학 4학년때부터 지금까지 20년 이상을 줄곧 바쁘게 살았으니 좀 덜 바쁘게 살아도 되지 않을까? 그런데 이렇게 살아도 괜찮은거 같다. 매일매일 가족들에게 무엇을 해줄까 고민하는 것도 즐겁다.



오늘 남편과 아들에게 제공한 아침 식사다. 쇠고기 안심 200g이 있길래 냉장고에 있는 야채들을 동원해서 찹스테이크를 요리했다. 잘 달구어진 무쇠팬에 기름을 두르고 쇠고기를 넣고 와인도 콸콸. 그리고 버터와 야채. 발사믹 식초와 소금으로 간을 하고. 집 화분에서 잘 자라고 있는 허브도 떼어다 제 역할을 하게 하고... 주방에 나온 시각 오전 7시. 식사를 제공한 시각 7시 30분.


무척 추운 오늘. 남편의 출근 길이 아들의 등교길이 마냥 춥지만은 않았을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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