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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45 - 20세기를 뒤흔든 제2차 세계대전의 마지막 6개월 ㅣ 마이클 돕스의 냉전 3부작
마이클 돕스 지음, 홍희범 옮김 / 모던아카이브 / 2018년 6월
평점 :
“미국의 주요 수단은 자유고, 러시아의 주요 수단은 예속이다. 두나라는 시작점이 다르고 과정도 다르지만 세상의 절반의 운명을 뒤흔들려는 ‘하늘의 뜻’으로 두각을 나타낼 것이다.” - 1835년 알렉시 드 토크빌
[저자소개...]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
‘마이클 돕스’는 한국전쟁이 발발한 1950년 북아일랜드 벨파스트에서 태어나, 영국 요크대학에서 경제사와 사회사를 공부하고 프린스턴 대학과 하버드 대학에서 연구원으로 일했다. 어렸을 적 외교관인 부모를 따라 소련땅을 밟았고, 어린시절 소련의 헝가리 침공(1956), 베를린 장벽건설(1961), 쿠바 미사일 위기(1962), 체코슬로바키아 침공(1968) 같은 큰 사건을 겪었다. 1980년 [워싱턴포스트]에 입사해 28년간 외신기자로 활동하면서 1989년 중국 천안문사태와 1991년 소련의 해체를 초래한 8월 쿠테타 등 중요사건을 취재, 보도했다. 본문 감사의 글에서 스스로를 ‘냉전의 자식(child of the cold war)’이라고 칭하고 있다.
[책속으로...]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
한국이 35년간의 일제식민지를 벗어나던 1945년은 나치독일이 폴란드 침공으로 시작된 2차 세계대전이 끝난 시기이기도 하다. 1945년2월 부터 8월까지 6개월간 세계 역사에서 가장 극적인 순간이 펼쳐졌는데, 20세기에 있어 세기적 역사적 전화점이(Historical Turning Point)라고 말하는 1945년 2월 루스벨트가 얄타를 찾아 비행기에 오르는 모습부터 같은 해 8월 히로시마 원폭투하까지 세기적 드라마를 역사적 자료를 토대로 서술한 작품이다. 얄타회담과 루스벨트의 사망과 투루먼의 등장, UN창설회의 그리고 히틀러의 자살과 냉전의 시작을 알린 포츠담회담, 처칠의 사임과 히로시마 원폭으로 커다란 사건이 1, 2개월간 연속적으로 일어나게 된다. 이 6개월은 세계대전과 미소냉전의 대결, 그리고 또다른 세계의 구분, 즉 ‘자유진영’과 ‘공산진영’이라는 두 개의 분파를 나누게 되었고, 결국 이는 ‘냉전시대’를 만들게 되었다.
저자는 대포의 시대가 원자폭탄의 시대로, 종말을 맞이한 제국의 사투는 신생 초강대국의 탄생에 따른 산고로 이어졌다고 묘사하고 있다. 겉으로는 동맹이었지만 서로 다른 이념을 지닌 두 강대국의 군대가 유럽에서 만난 것(1945년 4월 엘베강에서 만난 미군과 소련군)도 이때였다. 미,영,소 ‘얄타회담’, 루스벨트와 처칠, 스탈린의 성격이 그대로 묘사되고 있는 것을 보는 재미도 솔솔하다.
[처칠은 역경속에서 흥이 나는 타입이다. 자신이 사건의 중심이 되고 굳건한 자기 의지로 역사를 만드는 동안 스스로 완곡하게 ‘Black Dog’이라고 부른 우울증을 억제할 수 있었다. 처칠 “최고의 순간”은 영국과 전 세계가 나치세력에 저항하게끔 용기를복돋은 1940년이었다. 그때 처칠은 “마치 운명과 함께 걷는 듯했다.” 절망적인 시간에 한 나라의 지도자가 되어 국민들에게 “피, 고난, 눈물, 땀”만을 약속해야 했고 극복할 수 없어 보이는 역경에 도전했다. 그에 비하면 그 뒤에 벌어진 모든 사건은 평범할 지경이었다.P94]
그리고 냉전의 시작을 알린 포츠담회담에 대한 묘사도 볼만하다. 트루먼 대통령은 거두 루스벨트의 사망 뒤 취임하게 되는데 불과 취임 97일만에 전 세계가 주목하는 국제무대에 나서야 했다. 베를린 남서쪽으로 25km떨어진 작은도시 포츠담에서 또 다른 3거두 회담이 열렸다. 포츠담 회담이 열린 17일간도 매일매일 대형 사건이 터졌다. 역사상 최초로 핵실험(미국 뉴멕시코주 엘라모고도, 1945년 7월)이 성공하였고, 영국 총선결과 처칠이 사임하게 되었으며, 일본에 대한 최후통첩도 이루어졌다. 취임 100일만에 실험에 성공한 핵무기를 손에 쥔 트루먼은 엄청난 책임감을 느끼면서도 스탈린과 단호하게 맞섰다. 일본에 대한 최후통첩을 담은 ‘포츠담선언문’은 소련의 협조도 구하지 않았고 스탈린은 미국의 배신에 이를 갈았다. 스탈린은 얄타회담에서 루스벨트에게 한 약속을 지키기 위해 일본전에 참여하여 일본 본토를 함께 점령하는 것까지 기대했지만 미국의 강경한 태도에 스탈린은 두 번 다시 만나지 않았다. 세기의 냉전은 이렇게 시작되었으며 돕스의 1945의 책에서 세밀하게 묘사되고 있다.
사건의 전개와 무관하게 세밀하게 묘사되는 자연풍경의 모습이 있고 이 또한 자서전 등 각종 사료의 기록을 근거로 하고 있다. 돕스는 얄타에 있는 리바디아 궁정에서 시작해 포츠담의 체칠리엔호프, 모스크바의 크렘린, 워싱턴의 백악관까지 책 에 언급한 대부분의 장소를 직접 방문했으며, 문헌조사를 위해 베를린의 독일연방기록원부터 영국 캠브리지의 처칠 기록원, 런던의 국가기록원, 미주리주 인디펜던트의 트루먼 도서관, 뉴욕 하이드파크의 루스벨트 도서관까지 직접 방문해 자료를 모았고, 책 속에 많은 주석은 그렇게 달아졌으며 마이클 돕스가 사실에 근거한 기록이라는 ‘기자정신’이 책 속에 녹아 있다. 이러한 작가의 노력은 읽는 내내 사실감과 현장감을 잃지 않게 해주었다. 냉전 3부작 중 냉전의 시작인 첫 번째 1945를 보았지만, 이 책이 냉전3부작 중 가장 마지막에 쓰여진 것은 아이러니하기도 하다. 냉전이 미국과 소련 두 신흥강대국의 정치적, 이념적 야망의 충돌에 의한 필연적 결과였음을 말하고 있다.
“발트해의 스테틴으로부터 아드리아해의 트리에스테에 이르기까지 철의 장막이 유럽대륙을 가로지르며 내려지고 있다.” - 윈스턴 처칠, 1945년.
냉전 3부작 중 세기의 핵담판과 쿠바 미사일 위기 13일간의 기록을 다룬 두 번째 책 1962, 그리고 공산주의 붕괴와 소련해체의 결정적 순간을 다룬 세 번째 책 1991도 꼭 봐야겠다. 역사를 아는 힘이 미래를 준비하는 힘이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