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코메티 - 영혼의 손길 현대 예술의 거장
제임스 로드 지음, 신길수 옮김 / 을유문화사 / 2021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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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코메티 _ 영혼의 손길.

(제임스로드, 을유문화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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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침내 나는 일어섰다. 그리고 한 발을 내디뎌 걷는다. 어디로 가야 하는지 그리고 그 끝이 어딘지 알 수 없지만, 그러나 나는 걷는다. 그렇다 나는 걸어야만 한다”_알베르코 자코메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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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에서 작품 값이 가장 비싼 조각가, 피카소가 시기한 미술가’

스위스 출신의 조각자이자 화가인 자코메티는 존재와 무의 경계에서 끊임없이 번뇌하며 인간의 진실과 영혼의 실체에 다가가기 위해 끝없이 열정을 붙태워 노력했던 천재였다. 그의 조각품들이 가녀린 이유를 이 책을 접하고서야 알았다. 그는 ‘존재의 무게감’을 모두 덜어내고 싶었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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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코메티의 모델이기도 했던 저자 ‘제임스 로드’가 15년간 자료수집과 연구를 통해 탄생한 ‘영혼의 손길_자코메티’. 자코메티의 삶과 감정을 생생하게 묘사한 저자의 표현력과 예술에 대한 통찰력에도 감탄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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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베르토라면 자신의 전기를 쓰거나 출판하는 소동을 조롱했을 것이다. 그는 아마도 거리에서 만난 어떤 보통 사람의 삶도 자신의 삶만큼이나 흥미롭고 색다른 이야깃거리를 제공할 것이라고 말했으리라.”_저자(제임스 로드)서문중


알베르토 자코메티의 탄생에서부터 천재성을 인정받기 시작한 중학교생활 그리고 첫사랑, 그의 성장기를 한편의 영화를 보듯 펼쳐진다. 그리고 자코메티의 주변에 있었던 20세기 거장들, 피카소와 스트라빈스키, 사르트르의 관계도 한편 한편의 드라마처럼 펼쳐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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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코메티에게 늘 헌신적이었던 가족들과 그가 사랑한 당대 최고의 모델 이사벨과 37세 연하의 매춘부 캐롤린, 그럼에도 끝까지 자코메티의 곁을 떠나지 않았던 아내 아네트의 안타까운 이야기까지 책을 읽다보면 어느새 그의 옆에서 그를 지켜보고 있는 몰입감도 높다. 그리고, 이 책을 통해서 여러모로 괘씸한(?) 피카소를 다시 생각하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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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속으로-

P123.

<...고독을 자연의 이치로 받아들인 그는 불평하지 않았고, 오히려 고통을 받아들이려는 강력한 충동을 느꼈다. 그렇다고 그가 염세주의자였던 것은 아니며, 불굴의 힘과 결부된 가장 깊은 불만족은 낙천주의의 원천이 되어 내일은 모든 것이 틀림없이 더 나으리라는 확신을 만들어 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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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463.

<“작업하는 동안 나는 결코 고독이라는 주제에 대해 생각해본 적이 없고, 고독한 예술가가 되려고 해 본 적도 없었다. 게다가 한 사람의 시민이자 생각하는 존재로서 나는 인생 자체가 전혀 고독하지 않다고 믿는다. 인생은 다른 사람과의 관계의 조직으로 구성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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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480.

<한국에서의 충돌이 또 하나의 세계 대전으로 돌변할 것처럼 보인 1950년 여름 동안 불안해했던 피카소는 그해가 끝나기 전에 차츰 안정을 되찾았다. 10월에 피카소는 영국 공산당이 주최한 평화회의에 참석했고, 11월에는 레닌 평화상을 받았다. <한국에서의 학살>이라는 꽤 큰 크기의 그림을 그렸다. 이 작품은 미국의 한국전 참전을 비방하려는 의도를 지닌 일종의 정치적 진술이었다. <게르니카>가 보여 주는 인도주의적인 숭고함이나 창조성과는 전혀 달랐고, 기껏해야 정치적 선동의 큰 혼란 속에서 희미한 푸념에 지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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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765

<,,,또한 죽음으로써, 그는 한 방울의 물이 바다에 떨어져 섞이듯이, 한 예술가의 가장 위대한 창작품에 그 자신이 녹어 들어 있는 것이라는 사실을 입증했다. 또한 천재성이란 그것의 소유자가 죽고 나서야 활기를 띠는 추상적인 개념이라는 것도 증명했다. 그래야만 그의 창조물들이 마치 생명이라도 있는 듯이 살아나기 때문이다. 즉 그의 작품들은 그가 세상을 볼 때 서 있던 곳을 차지하고 있고, 그것을 보는 방법을 아는 사람들에게 그가 본 것, 그가 대표한 것, 다른 사람들이 보도록 만든 것에 대한 시각을 제공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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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에서 여름길목으로 넘어가는 즈음, 을유문화사가 주최하는 문화행사에 참석한 적이 있었다. 독자에게 하는 질문 시간에 “도대체, 왜? 을유문화사는 현대 예술의 거장 시리즈를 발간하는 것인지요?” 라고 질문한 적이 있었다. 질타의 질문이 아닌, 작은 걱정과 깊은 감사의 표시였다.

고루하고 지루한 삶의 본질을 그렇지만은 않다고 깨주는 것이 ‘예술’의 역할일 것이다. 자기계발서와 재테크, 수험서만 앞다퉈 출판시장에서 묵묵히 예술가들을 찾아 우리 앞에 모셔다 놓으니, 출판의 손익을 계산하기 전에 ‘예술의 끈’을 이어가고자 하는 어떤 시대적 사명감을 가지고 출간을 하는 것이 아닐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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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의 삶에서 가장 아쉬운 점이 있다면 아마 그건 사람이 딱 한번 죽어야 한다는 사실일 것이다. 만약 인간이 두 번 죽을 수 있다면 세상이 얼마나 더 진지하고 진실해질까 라고 상상해 봅니다. 가령 한번 죽고 두 번째 삶을 살아가는 인생을 생각해 봅시다. 삶을 에워싼 그 많은 부질없는 것들을 걷어 내버릴 수 있는 유일한 수단이자 자신을 진실하게 바라볼 수 있는 시간을 선물 받은 겁니다.”_자코메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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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제공 #서평 #조각가 #공예 #화가 #가리키는남자 #알베르토자코메티 #자코메티 #영혼의손길 #을유문화사 #북스타그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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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Book] 수도자처럼 생각하기 - 목적 있는 삶을 위한 11가지 기술
제이 셰티 지음, 이지연 옮김 / 다산초당(다산북스) / 2021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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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수도자처럼 생각하기_제이셰티


<P455>

수도자의 마음가짐을 ‘유지’하려면

자각과 원칙, 근면, 집중, 끊임없는 실천이 필요하다.

쉬운 일이 아니지만 필요한 도구는 이미 우리 손에, 가슴에,

머리에 있다. 당신은 수도자처럼 생각하는데

필요한 모든 것을 가지고 있다.

__________________________

과거와 현재의 나보다 조금은 발전하는 내일의 나를 위하여,

도움이 되는 책을 만난다는 것은 행운이 아닐 수 없다.


*수도자의 삶을 살라는 것이 아니다. 불자의 삶을 말하는 것은 더더욱 아니다.

수도자처럼 생각하기일 뿐.

자존심, 질투, 욕정, 불안, 분노, 원망, 응어리에서 조금 더 자유로운 삶을 위한 것이다.

차분함과 고요함, 마음의 평화가 차지하는 부분이 조금 더 커질 수 있기를.

그에 대한 실천을, 작은 실천이 가져오는 변화를 이야기 한다.


어쨌든 나는,

제이셰티의 책을 만나고 나서 삶의 일부가 바뀌었다.

나를 변화시키기 위한 작은 루틴을 세우고 실행하고 있다.


ㅇ밤의 2시간을 아침으로 옮겨 모닝루틴을 실행하고 있으며,

ㅇ좋아하는 음악으로 기상음을 바꾸어 놓고, 

기상과 함께 밤새 나를 받혀준 바닥에 이마를 대고 감사의 인사를 올리며 존경을 표하고,

눈앞을 밝혀주는 빛과 걸을 수 있는 바닥과 숨 쉴 수 있는 공기에 감사를 표하며,

ㅇT.I.M.E를 실천하고,

  -(감사)Thanksfulness, (통찰)Insight, (명상)Meditation, (운동)Exercise.

ㅇ그리고, 잠들기 전 긍정의 글을 필사하기 시작했다.


명상과 호흡, 봉사의 시간을 늘려야 하는 것은 아직 숙제로 남아있지만

늘 깨어있을 때 나 자신을 넘어 멀리 보고, 우주 속에서 나의 위치를 늘 기억하려고

노력하고 있다.


*“모든 사람이 부자가 되고 유명해져서 꿈꾸던 일을 죄다 해봤으면 좋겠어요. 그러면 그게 답이 아니라는 걸 알게 될 테니까요.” _ 영화배우 짐 캐리.(P132)


P239

장소에는 에너지가 있고, 시간에는 기억이 있다.

어떤 일을 매일 같은 시간에 하면, 그 일이 더 쉽고 자연스러워진다.

어떤 일을 매일 같은 장소에서 하면, 그 일이 더 쉽고 자연스러워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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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만의 필사책 어린 왕자 - 마음을 다해 쓰는 글씨 마음을 다해 쓰는 글씨, 나만의 필사책
앙투안 드 생텍쥐페리 지음, 박선주 옮김 / 마음시선 / 2021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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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퇴근 후 최소 30분 이상 책상에 앉아 힐링하는 책. 어른들을 위한 동화 ‘어린왕자’

작년초 학위취득 선물로 몽블랑 ‘어린왕자’를 받았다. 146바디를 기본으로 한 ef촉으로 선물 받았는데 그때 몽블랑과 콜라한 로즈버건디색 표지 어린왕자 책자였다. 몽블랑 어린왕자만년필로 필사해보고 싶은 책이었으나, 차일피일 미루다 필사는 까맣게 있고 있었다.

그러던 차, 어린왕자를 필사할 수 있는 책을 ‘마음시선’출판사에서 발행하고 나도 오래전 맘에만 두었던 어린왕자 필사를 할 수 있게 되었다. 마음시선출판사에서 ‘선물하고 싶은 책’을 만들고 싶다는 소망에서 이 책이 탄생했다고 하니, 출판사의 애정과 기대가 듬뿍 담긴 책이라 할 수 있겠다. 실제 마음시선 블로그에서 필사책이 만들어지는 과정을 본 적 있는데, 색선택, 종이질감을 위한 선택과정 등 ,,, 출판업. 아무나 하는게 절대 아니구나 싶었다.


필사책답게 180도 완전히 펼쳐지는 제본방법, 민트색 표지, 그리고 글과 그림을 함께 연습할 수 있도록 하여 필사만 할때의 따분함을 덜어내고 쉬어갈 수 있도록 배려한 점. 표지부터 뒷장까지 마음시선의 ‘마음’이 느껴졌다.

<180도 펼쳐지는 그림>

<필사인들을 배려한 180도 펼쳐지는 제본! Great!>

물론 제본단가가 비싸지겠지만, 시중 출판되는 글씨교정 책들도 180도 펼쳐지는 제본을 해주면 참 편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멍때리고 그림 따라 그리기가 얼마나 좋은지~



<LAMY ef + 몽블랑 Royal Blue>

가장 뒷비침이 양호한 만년필



<waterman + 몽블랑 Royal Blue>

제일 뒷비침이 양호한 만년필과 잉크



<뒷비침이 약간 심한 듀오폴드>

워낙 세필을 좋아하는지라 내가 가진 만년필중 잉크흐름이 가장 많은 Parker Duofold Big Red로 꾸욱 눌러써도 이정도 비침으로 양호한 편이다.(잉크는 아름다운 녹색 Pelican edelstein olivine~!)

전체적으로 마음에 드는 책이며,

책만듬새 ★★★★★ (제본 등 우수!)

종이질느낌 ★★★★★ (만년필에 최적!)

필사여백 ★★★★★ (여백간격 등 적합!)

잉크뒷비침 ★★★★☆ (약간의 뒷비침은 있어요!)

사용하는 만년필과 잉크에 따라 뒷비침이 어느정도 있었지만, 활자를 알아보기 힘든정도는 아니고, 이 정도면 매우 양호한 편이다. ef닙이나 f닙 정도면 필사를 즐기기에 충분하지 싶다. 어떤 필사책이나 글씨 연습책은 번짐이 심해 덮어버린 경우도 허다했다.

만년필과 필사, 종이를 좋아하는 사람이 주변에 있다면 선물도서로 기쁨을 주기에 손색이 없을 것 같다.

#나만의 필사책 #어린왕자 #마음시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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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방인 을유세계문학전집 105
알베르 카뮈 지음, 김진하 옮김 / 을유문화사 / 2020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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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방인

   - 알베르 카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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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국 이 땅의 삶을 죽을 때까지 사랑하며 사는 것, 비록 타인들에게 이해받지 못하더라도 세상의 침묵과 무관심을 받아들이는 것, 그것이 카뮈가 말하고자 하는 부조리의 철학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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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디선가 본 글 중 내 뇌리를 떠나지 않는 문구가 있다. 그것은 우리들 삶에 대한 짧은 문구였는데, [삶은 기쁜 얼굴로 부르는 슬픈 노래] 라는 글이다. 웃는 날보다는 고민의 날이, 그리고 현재의 기쁨보다는 과거의 회한과 미래에 대한 불투명한 걱정으로 채워지는 것이, 슬프지만 그래도 살아내야 하기에 웃을 수 밖에 없는 우리들 삶의 진모습이라 생각했다. 이방인의 주인공을 보며, 연민과 존경의 ‘기쁜 얼굴로 슬픈 노래를 부르는 뫼르소’를 만나는 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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뫼르소를 만나며, 또 하나 생각난 단어는 바로 프리드리히 니체가 말한 초인, 위버멘쉬(Übermensch)와 너의 죽음을 기억하라!는 메멘토 모리(memento mori)였다, 뫼르소는 끊임없는 삶의 긍정을 해석하지는 않았으나, 보통인들과는 다른, 보통의 슬픔과 고통에서 초연한 모습을 보이기도 하며, 심지어 그토록 사랑한 엄마의 ‘죽음’에 대해서도 초연한 모습을 보이기도 한다. 이러한 죽음에 대해 초연한 자세는 결국 본인의 재판에도 큰 영향을 미치는 상황으로 전개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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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변의 삶, 심지어 어머니의 죽음 앞에서도 과묵한 태도를 보인 그였지만, 사실은 주변의 사람들에게 세세하게 감정을 직접적으로 표현하지 않았을 뿐 사랑하는 연인과의 육체적 욕구에는 빠르게 반응하고, 주변의 자연의 변화를 아름답게 표현할 줄 알며, 주변인들에게는 매우 친절하고 배려하는 자세를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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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방인’에서는 중요한 세가지의 죽음이 제시된다. 어머니의 죽음, 싸움에 휘말린 아랍인의 죽음, 그리고 뫼르소의 사형선고이다. 어머니의 죽음은 죽음을 대하는 뫼르소의 담담함이 들어가 있고, 충분히 설명되지 못한 아랍인의 살해동기는 뫼르소의 사형선고로 이어지는 스토리적 연줄 역할을 할 뿐이다. 다만 뫼르소는 죽임이 아닌 현재의 삶 자체에 집중하는 모습을 보인다. 하지만 현재 살고 있는 삶에 대해서는 그다지 큰 가치를 부여하지 않는다. 항소를 하여 재판 결과를 바꿀 수도 있지만, 그러한 행동은 생명을 잠시 연장할 뿐, 삶의 가치적 측면에서는 크게 다르지 않다고 한다. 늘 ‘삶을 살아야 할 가치’에 대해 이야기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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뫼르소는 본인의 사형에 직면한 상황에 처해서야 근원적으로 삶이란 죽음을 의식하고 살아가는 것이라는 깨달음을 얻는다. 모든 관계는 일시적이고 파편적이며 주어진 삶을 홀로 성찰하고 관찰하는 철학자의 자세를 갖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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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방인’은 사건전개에 관점을 두고 읽을 쉬운 소설은 아니라고 역자도 말하고 있다. 그리고 2번 이상 일독할 것을 권하고 있는데 그 이유는 결론을 알고 나서야 앞부분의 뫼르소의 삶과 생각이 읽혀진다는 것이다. 우리는 뫼르소와 같이 우리들 자신의 ‘죽음’을 의식할 수 있을 때야 비로소 우리들 ‘삶’을 긍정할 수 있을 것인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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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자이신 김진하교수님은 책의 해설편에서 ‘부조리한 인생 뜨겁게 사랑하기’란 글을 올리고 있다. 알베르 카뮈의 삶과 글, 철학적 탐구와 문학적 형상화, 프랑스 문체의 미문의 유혹과 직역의 불가능성에 대해 말하고 있다. 외국 문학작품을 옮기는 일이 얼마나 어려운 일인지, 직역과 의역사이의 고통을 느낄 수 있었다. 

P219 “프랑스어의 화자어법의 불투명성은 프랑스어로 미세하게 드러나는 차이라서 한국어 번역으로 그 효과를 살려 내기란 거의 불가능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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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208 “인간의 삶에는 이성으로 설명할 수 없는 일들과 불명확한 감정, 예기치 못한 감각 들이 언제든 끼어들 수 있다. 이성이 삶을 설명할 수 있는 수단이기는 하지만, 그렇다고 이성만으로 삶을 다 설명할 수 는 없다. 삶은 부조리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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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45 - 20세기를 뒤흔든 제2차 세계대전의 마지막 6개월 마이클 돕스의 냉전 3부작
마이클 돕스 지음, 홍희범 옮김 / 모던아카이브 / 2018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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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의 주요 수단은 자유고, 러시아의 주요 수단은 예속이다. 두나라는 시작점이 다르고 과정도 다르지만 세상의 절반의 운명을 뒤흔들려는 하늘의 뜻으로 두각을 나타낼 것이다.” - 1835년 알렉시 드 토크빌

 

[저자소개...]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

마이클 돕스는 한국전쟁이 발발한 1950년 북아일랜드 벨파스트에서 태어나, 영국 요크대학에서 경제사와 사회사를 공부하고 프린스턴 대학과 하버드 대학에서 연구원으로 일했다. 어렸을 적 외교관인 부모를 따라 소련땅을 밟았고, 어린시절 소련의 헝가리 침공(1956), 베를린 장벽건설(1961), 쿠바 미사일 위기(1962), 체코슬로바키아 침공(1968) 같은 큰 사건을 겪었다. 1980[워싱턴포스트]에 입사해 28년간 외신기자로 활동하면서 1989년 중국 천안문사태와 1991년 소련의 해체를 초래한 8월 쿠테타 등 중요사건을 취재, 보도했다. 본문 감사의 글에서 스스로를 냉전의 자식(child of the cold war)’이라고 칭하고 있다.

 

 

[책속으로...]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

한국이 35년간의 일제식민지를 벗어나던 1945년은 나치독일이 폴란드 침공으로 시작된 2차 세계대전이 끝난 시기이기도 하다. 19452월 부터 8월까지 6개월간 세계 역사에서 가장 극적인 순간이 펼쳐졌는데, 20세기에 있어 세기적 역사적 전화점이(Historical Turning Point)라고 말하는 19452월 루스벨트가 얄타를 찾아 비행기에 오르는 모습부터 같은 해 8월 히로시마 원폭투하까지 세기적 드라마를 역사적 자료를 토대로 서술한 작품이다. 얄타회담과 루스벨트의 사망과 투루먼의 등장, UN창설회의 그리고 히틀러의 자살과 냉전의 시작을 알린 포츠담회담, 처칠의 사임과 히로시마 원폭으로 커다란 사건이 1, 2개월간 연속적으로 일어나게 된다. 6개월은 세계대전과 미소냉전의 대결, 그리고 또다른 세계의 구분, 자유진영공산진영이라는 두 개의 분파를 나누게 되었고, 결국 이는 냉전시대를 만들게 되었다.

저자는 대포의 시대가 원자폭탄의 시대로, 종말을 맞이한 제국의 사투는 신생 초강대국의 탄생에 따른 산고로 이어졌다고 묘사하고 있다. 겉으로는 동맹이었지만 서로 다른 이념을 지닌 두 강대국의 군대가 유럽에서 만난 것(19454월 엘베강에서 만난 미군과 소련군)도 이때였다. ,,얄타회담’, 루스벨트와 처칠, 스탈린의 성격이 그대로 묘사되고 있는 것을 보는 재미도 솔솔하다.

 

[처칠은 역경속에서 흥이 나는 타입이다. 자신이 사건의 중심이 되고 굳건한 자기 의지로 역사를 만드는 동안 스스로 완곡하게 ‘Black Dog’이라고 부른 우울증을 억제할 수 있었다. 처칠 최고의 순간은 영국과 전 세계가 나치세력에 저항하게끔 용기를복돋은 1940년이었다. 그때 처칠은 마치 운명과 함께 걷는 듯했다.” 절망적인 시간에 한 나라의 지도자가 되어 국민들에게 , 고난, 눈물, 만을 약속해야 했고 극복할 수 없어 보이는 역경에 도전했다. 그에 비하면 그 뒤에 벌어진 모든 사건은 평범할 지경이었다.P94]

 

그리고 냉전의 시작을 알린 포츠담회담에 대한 묘사도 볼만하다. 트루먼 대통령은 거두 루스벨트의 사망 뒤 취임하게 되는데 불과 취임 97일만에 전 세계가 주목하는 국제무대에 나서야 했다. 베를린 남서쪽으로 25km떨어진 작은도시 포츠담에서 또 다른 3거두 회담이 열렸다. 포츠담 회담이 열린 17일간도 매일매일 대형 사건이 터졌다. 역사상 최초로 핵실험(미국 뉴멕시코주 엘라모고도, 19457)이 성공하였고, 영국 총선결과 처칠이 사임하게 되었으며, 일본에 대한 최후통첩도 이루어졌다. 취임 100일만에 실험에 성공한 핵무기를 손에 쥔 트루먼은 엄청난 책임감을 느끼면서도 스탈린과 단호하게 맞섰다. 일본에 대한 최후통첩을 담은 포츠담선언문은 소련의 협조도 구하지 않았고 스탈린은 미국의 배신에 이를 갈았다. 스탈린은 얄타회담에서 루스벨트에게 한 약속을 지키기 위해 일본전에 참여하여 일본 본토를 함께 점령하는 것까지 기대했지만 미국의 강경한 태도에 스탈린은 두 번 다시 만나지 않았다. 세기의 냉전은 이렇게 시작되었으며 돕스의 1945의 책에서 세밀하게 묘사되고 있다.

 

사건의 전개와 무관하게 세밀하게 묘사되는 자연풍경의 모습이 있고 이 또한 자서전 등 각종 사료의 기록을 근거로 하고 있다. 돕스는 얄타에 있는 리바디아 궁정에서 시작해 포츠담의 체칠리엔호프, 모스크바의 크렘린, 워싱턴의 백악관까지 책 에 언급한 대부분의 장소를 직접 방문했으며, 문헌조사를 위해 베를린의 독일연방기록원부터 영국 캠브리지의 처칠 기록원, 런던의 국가기록원, 미주리주 인디펜던트의 트루먼 도서관, 뉴욕 하이드파크의 루스벨트 도서관까지 직접 방문해 자료를 모았고, 책 속에 많은 주석은 그렇게 달아졌으며 마이클 돕스가 사실에 근거한 기록이라는 기자정신이 책 속에 녹아 있다. 이러한 작가의 노력은 읽는 내내 사실감과 현장감을 잃지 않게 해주었다. 냉전 3부작 중 냉전의 시작인 첫 번째 1945를 보았지만, 이 책이 냉전3부작 중 가장 마지막에 쓰여진 것은 아이러니하기도 하다. 냉전이 미국과 소련 두 신흥강대국의 정치적, 이념적 야망의 충돌에 의한 필연적 결과였음을 말하고 있다.

 

발트해의 스테틴으로부터 아드리아해의 트리에스테에 이르기까지 철의 장막이 유럽대륙을 가로지르며 내려지고 있다.” - 윈스턴 처칠, 1945.

 

냉전 3부작 중 세기의 핵담판과 쿠바 미사일 위기 13일간의 기록을 다룬 두 번째 책 1962, 그리고 공산주의 붕괴와 소련해체의 결정적 순간을 다룬 세 번째 책 1991도 꼭 봐야겠다. 역사를 아는 힘이 미래를 준비하는 힘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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