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렌 굴드 - 피아니즘의 황홀경 현대 예술의 거장
피터 F. 오스트왈드 지음, 한경심 옮김 / 을유문화사 / 2025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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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57년 2월 28일, 

두 젊은이가 캘리포이아의 한 무대에서 만났다. 피아니스트는 부유한 모피상의 외아들 ‘글렌 굴드’ 그리고 어린 시절 나치 치하의 베를린에서 살다가 힘들게 미국으로 망명해 온 정신과 의사이자 바이올리니스트 ‘피터 오스트왈드’이다. 그후로 그들의 우정은 글렌 굴드가 쉰의 나이(1982년10월)에 영원히 잠들때까지 20여년 동안 이어졌고, 오스트왈드는 1996년 이 책이 인쇄될 무렵 숨을 거뒀다. 그들은 의사와 환자로 만난 것이 아니다. 음악에 대한 생각을 공유하고 일상의 소소한 불평과 작은 자랑거리에 대한 전화와 편지를 주고 받던 친구사이였다. 천재 피아니스트, 글렌 굴드와 오랜 세월 우정을 나눈 절친이었기에 오스트왈드는 하고 싶은 말이 많았을 것이다.


20세기 가장 위대한 피아니스트 중의 한명으로 늘 거론되는 천재 피아니스트 글렌 굴드, 바흐를 깊이 분석한 거장으로 평가된다. 쉰살의 짧은 생을 살았지만 기록을 좋아하는 그가 남긴 방대한 자료(연주와 녹음, 작곡과 다큐멘터리, 생각을 적은 글, 영상자료, 편지글 등)덕분에 그의 평전은 여러번 출간되지만, 정신과 의사이자 상당한 수준의 아마추어 바이올리니스트였던 피터 오스트왈드의 글은 다른 평전들과 조금 다르다. 


정신과 의사라는 직업적 영향도 있었겠지만, 글렌의 출생부터 죽음에 이르기까지 시간에 따라 비교적 객관된 자료를 근거로 많은 일화를 담고 있다. 굴드의 아버지 버트, 어릴적 유일한 친구 폴포드, 사촌과 개인비서, 매니저와 동료 음악가와 말년에 녹음작업을 함께한 작업자들까지 글렌의 삶의 주변에 있던 인물들을 인터뷰하고, 다양한 자료조사를 통해 객관적 글을 쓰려 노력한 흔적이 곳곳에 보인다. 신화화 된 ‘거장’이 아닌 고통받은 예술가, 인간적 고뇌와 정신적인 면과 병적인 증세를 비중있게 다루고 있는게 특징이다.


타인의 인정과 칭찬을 유독 좋아했던 천재피아니스트가 고작 31살의 젊은 나이에 무대를 떠나 녹음실로 숨어 들어가게 만든 무대공포증과 통제 불가능한 불안증, 평생 감기에 걸릴까봐 여름에도 코트를 입꼬 장갑을 껴게 만든 건강 염려증, 자신의 몸을 ‘악기를 연주하는 기계’처럼 완벽하게 관리해야 한다는 강박증, 그리고 평생 달고 다녀야 했던 심신상관적인 징후(Psychosomatic Ilness)까지 글렌을 괴롭혔고, 이는 수많은 약물 복용으로 이어졌다. 


그런 글렌은 고독을 즐기기도 했고, 혼자 있기를 좋아했지만 유독 외로움을 타기도 했다. 절친들에게는 한밤중에도 전화를 걸어 몇 시간씩 자신의 생각을 일방적으로 쏟아내는 바람에 주변인들을 힘들게도 했다. 무대공포증과 대인기피 성향은 아버지가 만들어준 의자에 집착하게 했고, 굴드는 이 의자를 평생 들고 다니며 안장이 헤질때까지(결국 의자 골격만 남은 상태까지) 그 위에 앉아 연주를 했다. 굴드는 이 의자에 집착함으로써 정서적 안정을 찾은 것 같다.


책속 글렌 굴드를 만나는 동안 그의 심정을 헤아려 보려 했다.

완벽주의 어머니 때문에 실수에 대한 불안감과 결벽증이 함께 자랐을 어린 굴드의 마음을, 무대에서 연주를 하면 속옷이 젖을 정도로 몰입했던 십대의 굴드의 환희를, 온갖 병에 시달려 심신이 황폐해진 가운데서도 피아노 앞에 앉았을 중년의 굴드와 엉덩이가 불편하고 너무 낮아 등을 굽게 했을 아버지의 다 헤어진 의자를 버리지 못하고 녹음실에 앉았을 말년의 굴드의 마음을 헤아려 보려했다. 동경보다는 연민과 동정이 앞섰지만 그의 음악에 대한 사랑과 열정에 박수를 보낼 수 밖에 없었다. 짧았지만, 찬란했고 열정적 삶을 살았던 굴드는 누구도 원망치 않았다. 마지막 순간까지 그저 음악을 사랑했으며, 음악속에서 수많은 꿈을 소망했다. 배우를 꿈꾸기도 작곡가가 되기를 꿈꾸기도, 멋진 다큐멘터리 감독이 되길 꿈꾸었다. 


글렌 굴드가 계신 천국에도 심코호숫가의 오두막이 있으리라, 그곳에 사랑하는 강아지 닉, 모차르트란 앵무새와 네 마리의 금붕어(바흐, 베토벤, 하이든, 쇼팽)와 그가 좋아했던 스타인웨이 모델 CD318 피아노가 그의 앞에 있으리라 믿는다. 이제 천재라는 짐을 내려놓고, 오스트왈드와 언어유희의 유머를 나누며, 그 곳에서 평안하게 맘껏 연주하시길 바란다. 우리가 여전히 당신의 음악을 사랑하고 있다는 것을, 그 연주 속에서 위로 받고 있다는 것을 보고, 굽은 등을 펴고 미소짓고 있으리라 믿는다.


<골드베르크 변주곡> ‘아리아’를 듣는 겨울밤. 간간히 섞인 글렌 굴드의 흥얼거림이 오늘따라 천상에서 내는 소리로 들린다. 내일 아침에는 눈이 내려 앉아 있을 듯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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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흔에 바라본 삶 - 시대의 지성 찰스 핸디가 말하는 후회 없는 삶에 대하여
찰스 핸디 지음, 정미화 옮김 / 인플루엔셜(주) / 2025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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生을 얻는 동시에 정의되어야 하는 ‘死’. 


삶은 유한하고, 모든 생명은 끝을 향해 나아가는 숙명을 안고 있다. 그 과정의 끝. 우리는 죽음을 두려워하지만, 정작 죽음은 삶의 반대편에서 삶의 의미를 묻는다. “아직 삶도 알지 못하는데 어찌 죽음을 알겠는가” 라고 공자가 말했듯, 죽음에 대한 사유는 결국 어떻게 살아야 하는가라는 질문으로 뫼비우스의 띠를 타고 되돌아 온다. 


우리가 예수, 석가모니, 공자, 소크라테스의 말에 귀를 기울이는 것도 결국 그들의 가르침이 전하는 삶의 지혜와 가치를 통해 ‘잘 사는 방법’을 일깨워줄 수 있을 거란 기대때문이지 않을까?


세계적인 경영 사상가 찰스 핸디의 유작 『아흔에 바라본 삶』은 삶의 끝자락에서 돌아본 삶을 대하는 태도와 함께 살아가는 방법, 일과 삶의 지혜 그리고 성공의 의미를 담담하게 풀어낸 책이다. 그는 성공을 소유나 성취가 아닌, 관계와 태도에서 찾는다. 특히 “당신은 내 가장 친한 친구야”라는 아내의 한마디를 인생에서 가장 큰 성공으로 꼽는 대목은 그가 생각하는 행복의 정의를 선명하게 보여준다.


찰스핸디는 묻는다. 당신의 삶은 어떤 형용사로 기억되기를 원하는가. 결국 삶은 명사나 동사가 아닌 형용사로 정의될 수 있다는 그의 글이 인상적이다. 〈다정한, 성실한, 함께 있으면 편안한…〉. 삶이 하나의 형용사로 남는다면, 그 형용사가 곧 우리가 선택해야 할 삶의 가치이자 방향일 것이다.


책의 끝에 얼마 전 아내와 함께 갔던 미술관의 도슨트의 마지막 질문이 생각났다.

“어제 찍은 당신의 점은 어떤 모습이었나요? 그리고 그 점들은 오늘 어떤 선을 이루고, 매래에는 어떤 그림으로 만들어질까요?”


《책 속으로》

P10. 내 일, 즉 책을 쓰는 일은 어느 정도 성공을 거뒀다. 하지만 내게 가장 자랑스러운 건 가족, 특히 아들과 딸이다. 두 아이는 부모의 지원을 많이 받지 못했음에도 예의 바르고 괜찮은 사람으로 성장했다. 다정하고, 재미있고, 같이 있으면 즐겁고, 자기 일도 잘하고, 나를 새로 얻은 자식인 양 돌보는 능력도 대단하다. 나는 두 아이가 정말 자랑스럽고 고맙다. 이것이 내 인생에서 가장 큰 성공이라고 생각한다. 비록 내가 한 일은 거의 없지만 말이다.


P76. 아내가 내게 해준 가장 큰 찬사는 바로 이 말이다. "당신은 내 가장 친한 친구야." 정말 대단한 명예이자 진정한 성공이었다. 아내는 아주 행복하게 사랑을 주고받는 삶을 살았다. 나는 이보다 더 성공적인 삶을 상상 할 수 없다. 세상에 있는 돈을 모두 합친 것보다 더 가치 있는 삶이다.


P93.

나는 인생에서 중요한 것이 무엇이고, 단지 심각한 일에 불과한 것이 무엇인지는 자신만이 결정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다만 중요한 일은 미뤄서는 안 된다. 그건 바로 가족, 친구, 음식 이 세 가지다. 나는 가족, 친구, 음식을 중요하게 여기는 이 원칙을 내 삶에도 적용한다. 인생은 돈을 벌기 위해서가 아니라, 진실로 살아 있기 위해 존재하니까.


P144. 나는 누구나 한 번쯤은 혼자서 날아보는 시간을 가져보라고 권하고 싶다. . '단독 비행'을 시도해보는 것이다. 막상 시작해보면 바깥 날씨가 보기만큼 춥지 않다는 것을 알게 된다. 


P237. 나는 3년 동안 MIT에서 경제학과 심리학 분야 거장들의 강의를 들었다. 하지만 솔직히 말해서 기억나는 것은 내 경험을 직접 해석해서 썼던 에세이밖에 없다. 교육이란 곧 잊어버릴 것을 주입하는 것이 아니라, 이미 알고 있지만 이해하지 못하는 것을 끌어내는 것이다.


P264. 지혜란 평온함 속에서 이해된 경험이다.


P279. "지금이 아니더라도 언젠가는 올 것이다. 할 수 있는 것은 준비뿐이다."

나도 이제 준비가 된 것 같다. 내가 해야 할 일은 다 마쳤다. 해가 되는 일보다는 좋은 일을 더 많이 했기를 바란다. 인생의 대부분을 즐겁게 지냈다. 사랑하는 이들과 작별 인사도 했다. 가장 좋아하는 풍경에게 작별을 고했고, 마지막으로 가장 좋아하는 와인을 한 모금 맛봤다. 그리고 지금은 침대에 누워 조용히 그때를 기다리고 있다. 만약 이 이야기가 너무 우울하게 들린다면 말해두고 싶다. 심장마비가 올 줄 알았던 그날 이후, 나는 내 삶을 돌아보며 사랑했던 모든 사람과 물건에 작별 인사하는 그 과정이 매우 평화롭고 솔직히 즐거웠다. 아무튼 피할 수 없는 것을 받아들이면 훨씬 편안해진다. 무엇보다 죽음이란 더 이상 책임질 일이 없다는 뜻이다. 걱정할 것이 없다.(...)모든 것은 언젠가 끝나기 마련이다. 이제 작별을 고한다. 당 신에게 주어진 시간, 모든 것이 끝나가는 그 특별한 시간을 마음껏 누리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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펜 스케치 마스터 컬렉션 (스페셜 양장 에디션) - 아티스트, 일러스트레이터, 건축가, 디자이너를 위한 펜 스케치의 고전 마스터 컬렉션
아서 L. 겁틸 지음, 수전 E. 메이어 엮음, 권루시안 옮김 / 진선아트북 / 2019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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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케치는 내 작업의 근본이다”

“습작 없이는 어떤 대작도 없다”_빈센트 반고흐.


글을 쓰던, 그림을 그리던 빈 종이 앞에선 늘 주저한다. 시작이 서툴기도 하고 잘 못 그어진 선(글) 하나로 망쳐버릴까 두려움이 크기 때문이다. 이런 두려움을 살짝 걷어내 줄 수 있는 것이 글에서는 물론 그림에서는 바로 스케치라고 생각한다. 밑그림은 틀리면 다시 고칠 수 있다는 여지를 둘 수 있기 때문이다.  또한, 채색에 대한 두려움이 있는 사람의 경우 펜 스케치는 채색에 대한 두려움 없이 펜 한 자루와 종이 한 장으로 시작할 수 있으니, 마음을 가볍게 해준다. 아마 내가 펜 스케치 또는 어반 스케치에 매력을 느끼는 이유도 여기에 있을 것이다.


그림을 배우는 방법은 유튜브와 온라인 강의 등 수없이 많지만, 여전히 손에 잡히는 ‘바이블’ 한 권은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언제든 펼쳐 참고 할 수 있는 실질적 지침서이자 교본, 바로 ‘펜 스케치 마스터  컬렉션’ 이 그 역할을 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이 책을 처음 접했을 때 가장 놀라웠던 점은, 그것이 1930년대에 쓰인 저작이라는 사실이다. 지금으로부터 거의 100년 전, 이미 펜 드로잉의 체계적 이론이 완성되어 정리되어 있다니 놀라웠다. 아서 L. 겁틸(Arthur L. Guptill)의 친절하고 세심한 설명을 오늘날 다시 만날 수 있다는 것도 행운이고, 100여년 전 그림 선생님을 만나서 배우는 시간 여행 같은 신기한 경험으로 느껴졌다. 


겁틸은 미국 고램주에서 태어나 1912년에 프랫 인스티튜트를 졸업 후 메사추세츠 공과대학에서 공부했지만 그의 이력은 공대생의 역할보다 아트(미술)쪽으로 많이 기운 듯 하다. ‘웟슨&겁틸 출판사’의 공동 창립자이고, 『아메리칸 아티스트』지의 공동 편집장이었으며 화가, 아트디렉터, 광고 미술가, 건축가이자 일러스트레이터였고,  미술교육과 관련 저술 활동을 활발히 하였고, 영국 왕립예술원의 명예회원이었다고 한다. 이 정도면 1930년대 르네상스형 예술가라 불러도 손색이 없지 않을까.


책의 가장 큰 매력은 방대한 분량의 글 속에 녹아 있는 저자의 세심한 배려다. 심지어 두꺼운 종이나 얇은 판지를 종이 클립으로 고정해 만든 잉크병 홀더를 직접 그려 설명하는 부분(p.17)에서는 그의 ‘과한 친절함’이 오히려 따뜻하게 느껴져 절로 웃음이 지어졌다. 단순히 기법만을 전수하려는 책이 아니라, 그림을 배우고 싶어하는 사람들에게 본인의 경험을 나누는 느낌이 더 크다. 책의 곳곳에서 친절한 성품의 자상한 할아버지의 온기가 느껴진다. 딱딱한 교본같은 느낌이 아닌 이 점이 제일 마음에 와 닿았다.


『펜 스케치 마스터 컬렉션』은 스케치에 필요한 도구와 재료 소개부터, 선 긋기와 해칭, 명암 표현, 구도와 강조의 원리, 건축적 투시와 실내 표현까지 예술적 사고의 전 과정을 체계적으로 다룬다. 초심자는 기초를 익히기에 좋고, 숙련자는 각 장의 깊이 있는 설명에서 새로운 배움과 확신을 얻을 수 있을 것이다. 책은 오래전 쓰여졌지만, 현재에도 그림에 관심이 있거나 미술학도들에겐 좋은 참고 서적이 될 것이라 생각한다. 구성은 고전적으로 느낄 수 있지만 클래식한 120여장의 일러스트레이션 예시가 풍부하여 옛 건물들 그림을 감상(?)하는 재미도 솔솔하다. 이런 멋진 책(겁틸선생님)을 시간과 공간을 넘어 만날 수 있게 해준 #진선출판사 에 감사의 말을 전하고 싶다.


『펜 스케치 마스터 컬렉션』은 그림을 그리고 싶어 펜을 드는 이들에게 두려움 대신 용기를, 완벽함 대신 그리는 과정의 즐거움을 선물할 것이다.


백문불여일화(百聞不如一畵)

조용한 용기를 내어 오늘도 공백에 첫 선을 그어봐야겠다.


🖋만약 우리가 어떤 것도 시도할 용기가 없다면 우리의 삶은 어떨 것인가?”_반고흐.

#펜스케치마스터콜렉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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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시마의 도쿄 도시 산책 시리즈
양선형 글, 민병훈 사진 / 소전서가 / 2025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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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미시마의 도쿄』 /글.양선형 사진.민병훈/2025/소전서가


양선형 작가의 『미시마의 도쿄』(소전서가, 2025)는 「카프카의 프라하」, 「울프의 런던」과 함께 ‘작가와 함께하는 도시 산책’ 시리즈 중 한 권으로, 도쿄를 주 무대로 삼았던 일본 작가 미시마 유키오의 삶과 문학적 여정을 따라가는 산책길이다. 그의 출생과 유년기를 다룬 ‘산책길 1’부터 전성기를 담은 ‘산책길 4’, 그리고 삶의 마지막을 마주하는 ‘산책길 5’까지, 독자는 양선형 작가의 빛나는 문체와 깊이 있는 안내를 통해 도쿄라는 도시와 ‘미시마 유키오’라는 작가와 함께 문학여행을 하게 된다.


이 책의 장점은 미시마에 대한 사전 지식이 없어도 충분히 읽을 수 있다는 점이다. ‘금각사’나 ‘가면의 고백’을 미리 읽지 않아도, 혹은 나무위키를 찾아보지 않아도 부담없이 읽을 수 있다. 산책의 준비 단계에서부터 친절하게 소개되는 ‘미리 알고 가면 좋은 책’과 ‘함께 걸을 작가들’ 덕분이다. 또한, 그 여정에서 미시마와 얽힌 동시대 문인들 ― ‘인간실격’의 다자이 오사무, ‘설국’의 가와바타 야스나리 ― 에 대한 짤막한 일화들은 읽는 재미를 배가한다. 예컨대, 젊은 미시마가 술자리에서 다자이를 대놓고 무시하자, 다자이는 입가의 미소로 “잘해 보라”는 듯 반쯤은 비웃는 응원을 건넸다는 이야기는 우리가 몰랐던 대가들의 인간적인 면모를 보여주며 흥미를 자아낸다.


미시마 유키오는 1950~60년대 일본문학을 대표하는 작가로, 탁월한 언어 감각과 탐미주의로 높은 평가를 받았다. 그러나 동시에 그는 극우적 사상, 천황주의적 행보, 군사주의적 상상력, 그리고 작품 전반에 깔린 미와 죽음의 숭배로 일본 안팎에서 끊임없는 논란을 불러온 작가이기도 하다. 그의 작품이 늘 양가적인 감정을 불러일으키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흔히 잘 쓰인 작품은 해석을 독자에게 열어둔 작품이라 말한다. 독자의 경험과 가치관, 지식에 따라 작품은 다르게 읽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작가나 작품에 대한 선입견을 품은 채 접근한다면 해석은 쉽게 왜곡되거나 편협해질 수 있다. 오래된 가치관이나 특정 색깔의 시선이 해석을 어둡게 혹은 한쪽으로 치우치게 만들 수 있다는 점에서, 특히 미시마를 읽을 때는 열린 자세가 필요하다. ‘알고 있다’는 편협한 태도를 잠시 내려놓고 책을 마주할 때, 비로소 순수한 문학작품으로 접근이 가능할 것이다.


양선형 작가는 미시마를 미화하지도, 비난하지도 않는다. 오히려 그를 불완전하고 모순적인 인간으로 바라보기도 하며, 작품에 내재된 의미를 통해 독자 스스로 사유할 수 있도록 이끈다. 이는 단순한 작품의 객관화 차원을 넘어, 편협한 해석을 미연에 막고 문학을 통해 더 넓은 시각을 갖게 하는 길이기도 하다. 사실 이러한 균형은 말처럼 쉬운 일이 아니다. 편애와 미움의 양극단은 손쉽게 논할 수 있지만, 그 사이 경계에서 글을 쓰는 일은 종종 박쥐같은 어정쩡한 모습으로 비칠 위험이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양선형 작가의 ‘작품을 사랑한 독자는 그에 상응하는 사유의 댓가를 치러야 한다’는 미시마에 대한 애정과 고뇌와 사유적 접근에 따른 미려한 글들은 이 모든 기우를 단숨에 거두어낸다. 


작가는 도쿄에서 미시마의 작품으로 가득 찬 무거운 캐리어를 끌며, 그 탄생과 죽음 사이에 아슬아슬한 다리를 놓듯 글을 썼다고 고백한다. 그러나 그 아슬아슬함은 결코 무겁지 않다. 오히려 사유의 산고를 통해 아름답게 형상화되어 전해진다. 어린 시절부터 미시마를 가까이 읽어온 양선형 작가였기에 가능한 작업이었을 것이다. 삶과 죽음, 그리고 아름다움을 사랑한 미시마와 함께 걸은 도쿄의 여정은 깊이 있는 행복을 남기며, 그 길을 소개해 준 작가에게 감사의 마음을 전하고 싶다.


💡이 책을 궁금해할 독자들에게는 양선형 작가의 에필로그를 대신 전하고 싶다.


《나는, 이 모든 복잡함과 위험성을 지닌 작가가 왜 여전히 문학적으로 강렬한 매혹의 중심에 있는지를 현재의 관점에서 이해하고 싶었다. 나는 그를 납작한 방식으로 찬동하거나 냉소하지 않은 채, 불안전한 인간이자 작가로서 그가 가진 입체적인 면모를 정확하게 목격하고 싶었다. 이로 말미암은 민감한 논쟁과 어두운 그림자 또한 정단한 생각의 대상으로 삼고 싶었다. 그가 주장한 천황론이나 예술론이 지닌 역사적 함의와 극우적 폭력성을 단순화하거나 정당화하려는 글이 아니다. 나는 그의 위험성과 모순을 명확하게 드러내는 가운데, 우리가 문학을 매개로 어디까지 다가설 수 있으며 어디서부터 물러설 수 없는지를 실험하고 싶었다.》_작가의 글 중.


감사히 읽었습니다.


#소전서가 #미시마유키오 #금각사 #미시마의도쿄 #도쿄여행 #양선형 #민병훈 #북스타그램 #서평 #책추천 @sojeonseog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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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블로켓 Marble Rocket Issue No.13 : 대만 - 도시 탐사 매거진
마블로켓 편집부 지음 / 마블로켓 / 2025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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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을 꿈꾸는 일은 언제나 즐겁다.

특히 다가올 ‘여행’을 그려보는 상상은 치열한 일상 속에서도 우리를 살아가게 하는 힘이 된다.


스토리텔링으로 여행을 새롭게 읽다


최근, 여행을 색다른 방식으로 담아내는 한 매거진을 만났다. 단순히 가는 교통편이나 맛집, 랜드마크를 나열하는 뻔한 여행정보지가 아니라, 도시의 역사와 과거와 현재를 서사적으로 풀어내는 스토리텔링형 매거진이다.


그 이름은 <마블 로켓>. 슈퍼히어로 영화와는 무관하다. ‘대상을 새로운 시선으로 탐사하며 빠르게 나아간다’는 뜻을 담고 있다. 출장길에 가벼이 읽을 맘으로 펼쳐든 책이었지만, 어느새 흔들리는 기차 안에서 밑줄을 긋고 메모를 남기는 나를 발견했다. 이번 호의 탐사지는 ‘포르모사(Formosa, 아름다운 섬)’라 불리는 대만편이었다.


책장을 따라가다 보면 ‘탐사’라는 표현이 절묘하다는 사실을 깨닫게 된다. 그러나 그것은 기자적 보도처럼 딱딱하지 않고, 오히려 따뜻한 목소리로 다가온다. 마치 한 도시를 다녀온 지인이 정겨운 어조로 흥미로운 뒷이야기를 들려주는 듯하다.


정보 + ‘매력’과 ‘취향’을 담다


일반적인 여행 책자가 교통·숙박·맛집·쇼핑 등 실용 정보를 중점적으로 다룬다면, 마블 로켓은 도시 속 숨겨진 매력과 이야기를 중심으로 전개된다. 이번 대만 편에서도 대만 특유의 공간적 가치, 오래된 것과 새로운 것이 공존하는 방식, 그리고 그 속에 깃든 매력을 차분히 보여준다. 시장부터 도서관까지 발견하는 재미가 가득하다.


책은 Overview, Special, Insight, Pattern, Architecture, Market, Historical Stores, Reading Taiwan, Brand까지 총 아홉 개의 챕터로 구성된다. 도시 중심이 아니라 ‘이야기 중심’으로 엮여 있어, 독자는 스스로의 관심과 취향에 따라 원하는 페이지를 펼쳐 읽을 수 있다. (책과 서점에 관심이 많은 나는 자연스레 Reading Taiwan 챕터에 깊이 몰입하게 되었다.  )취향을 따라 챕터를 오가며 자유롭게 탐독할 수 있다는 점은 큰 매력이다.


현대 여행 트렌드와 맞닿은 기획


오늘날 여행은 단순한 관광을 넘어 ‘취향의 경험’으로 자리 잡아가고 있다. 마블 로켓은 이러한 흐름에 맞춰, 도시가 전해주는 개성과 감각을 ‘스트리밍’하듯 흡수할 수 있게 한다. 단순한 여행 정보지가 아니라, 나만의 도시 여행을 꿈꾸고 그 안에서 이야기를 만들고자 하는 이들에게 최적의 동반자가 된다. 요란스럽지 않고 나만의 서정적 여행을 꿈꾸는 사람들에겐 취향저격의 책이될 것이다.


이번 대만 편을 읽으며 곧장 교토 편을 주문했다. 편집장의 기획 의도에 기분 좋게 이끌려, 앞서 발간된 12권의 책들을 차례로 찾아 읽고 싶어졌다. 내가 사랑하는 전주와 부산, 멜버른과 베를린, 삿포로와 사가, 나가사키와 교토까지― 마블 로켓의 독창적 시각으로 담아낸 도시들이 과연 어떤 이야기로 펼쳐질지  궁금하다.


독자에 대한 친절

책 속에서 소개된 장소들은 뒷편에 QR코드로 제공되어 구글맵에 ‘내장소’로 기록해 놓을 수 있다.


여행을 단순한 이동이 아니라이야기와 경험의 확장으로 이해하는 여행자들에게, 마블 로켓은 자체로 하나의 특별한 여행이 것이다. 부디 100 200, 세계속 도시탐사를 풍성하게 제공해 주시길~!!


#마블로켓 #여행매거진 #새로운여행스토리 #책추천 #북스타그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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