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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시마의 도쿄 ㅣ 도시 산책 시리즈
양선형 글, 민병훈 사진 / 소전서가 / 2025년 8월
평점 :
📚 『미시마의 도쿄』 /글.양선형 사진.민병훈/2025/소전서가
양선형 작가의 『미시마의 도쿄』(소전서가, 2025)는 「카프카의 프라하」, 「울프의 런던」과 함께 ‘작가와 함께하는 도시 산책’ 시리즈 중 한 권으로, 도쿄를 주 무대로 삼았던 일본 작가 미시마 유키오의 삶과 문학적 여정을 따라가는 산책길이다. 그의 출생과 유년기를 다룬 ‘산책길 1’부터 전성기를 담은 ‘산책길 4’, 그리고 삶의 마지막을 마주하는 ‘산책길 5’까지, 독자는 양선형 작가의 빛나는 문체와 깊이 있는 안내를 통해 도쿄라는 도시와 ‘미시마 유키오’라는 작가와 함께 문학여행을 하게 된다.
이 책의 장점은 미시마에 대한 사전 지식이 없어도 충분히 읽을 수 있다는 점이다. ‘금각사’나 ‘가면의 고백’을 미리 읽지 않아도, 혹은 나무위키를 찾아보지 않아도 부담없이 읽을 수 있다. 산책의 준비 단계에서부터 친절하게 소개되는 ‘미리 알고 가면 좋은 책’과 ‘함께 걸을 작가들’ 덕분이다. 또한, 그 여정에서 미시마와 얽힌 동시대 문인들 ― ‘인간실격’의 다자이 오사무, ‘설국’의 가와바타 야스나리 ― 에 대한 짤막한 일화들은 읽는 재미를 배가한다. 예컨대, 젊은 미시마가 술자리에서 다자이를 대놓고 무시하자, 다자이는 입가의 미소로 “잘해 보라”는 듯 반쯤은 비웃는 응원을 건넸다는 이야기는 우리가 몰랐던 대가들의 인간적인 면모를 보여주며 흥미를 자아낸다.
미시마 유키오는 1950~60년대 일본문학을 대표하는 작가로, 탁월한 언어 감각과 탐미주의로 높은 평가를 받았다. 그러나 동시에 그는 극우적 사상, 천황주의적 행보, 군사주의적 상상력, 그리고 작품 전반에 깔린 미와 죽음의 숭배로 일본 안팎에서 끊임없는 논란을 불러온 작가이기도 하다. 그의 작품이 늘 양가적인 감정을 불러일으키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흔히 잘 쓰인 작품은 해석을 독자에게 열어둔 작품이라 말한다. 독자의 경험과 가치관, 지식에 따라 작품은 다르게 읽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작가나 작품에 대한 선입견을 품은 채 접근한다면 해석은 쉽게 왜곡되거나 편협해질 수 있다. 오래된 가치관이나 특정 색깔의 시선이 해석을 어둡게 혹은 한쪽으로 치우치게 만들 수 있다는 점에서, 특히 미시마를 읽을 때는 열린 자세가 필요하다. ‘알고 있다’는 편협한 태도를 잠시 내려놓고 책을 마주할 때, 비로소 순수한 문학작품으로 접근이 가능할 것이다.
양선형 작가는 미시마를 미화하지도, 비난하지도 않는다. 오히려 그를 불완전하고 모순적인 인간으로 바라보기도 하며, 작품에 내재된 의미를 통해 독자 스스로 사유할 수 있도록 이끈다. 이는 단순한 작품의 객관화 차원을 넘어, 편협한 해석을 미연에 막고 문학을 통해 더 넓은 시각을 갖게 하는 길이기도 하다. 사실 이러한 균형은 말처럼 쉬운 일이 아니다. 편애와 미움의 양극단은 손쉽게 논할 수 있지만, 그 사이 경계에서 글을 쓰는 일은 종종 박쥐같은 어정쩡한 모습으로 비칠 위험이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양선형 작가의 ‘작품을 사랑한 독자는 그에 상응하는 사유의 댓가를 치러야 한다’는 미시마에 대한 애정과 고뇌와 사유적 접근에 따른 미려한 글들은 이 모든 기우를 단숨에 거두어낸다.
작가는 도쿄에서 미시마의 작품으로 가득 찬 무거운 캐리어를 끌며, 그 탄생과 죽음 사이에 아슬아슬한 다리를 놓듯 글을 썼다고 고백한다. 그러나 그 아슬아슬함은 결코 무겁지 않다. 오히려 사유의 산고를 통해 아름답게 형상화되어 전해진다. 어린 시절부터 미시마를 가까이 읽어온 양선형 작가였기에 가능한 작업이었을 것이다. 삶과 죽음, 그리고 아름다움을 사랑한 미시마와 함께 걸은 도쿄의 여정은 깊이 있는 행복을 남기며, 그 길을 소개해 준 작가에게 감사의 마음을 전하고 싶다.
💡이 책을 궁금해할 독자들에게는 양선형 작가의 에필로그를 대신 전하고 싶다.
《나는, 이 모든 복잡함과 위험성을 지닌 작가가 왜 여전히 문학적으로 강렬한 매혹의 중심에 있는지를 현재의 관점에서 이해하고 싶었다. 나는 그를 납작한 방식으로 찬동하거나 냉소하지 않은 채, 불안전한 인간이자 작가로서 그가 가진 입체적인 면모를 정확하게 목격하고 싶었다. 이로 말미암은 민감한 논쟁과 어두운 그림자 또한 정단한 생각의 대상으로 삼고 싶었다. 그가 주장한 천황론이나 예술론이 지닌 역사적 함의와 극우적 폭력성을 단순화하거나 정당화하려는 글이 아니다. 나는 그의 위험성과 모순을 명확하게 드러내는 가운데, 우리가 문학을 매개로 어디까지 다가설 수 있으며 어디서부터 물러설 수 없는지를 실험하고 싶었다.》_작가의 글 중.
감사히 읽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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