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코메티 - 영혼의 손길 현대 예술의 거장
제임스 로드 지음, 신길수 옮김 / 을유문화사 / 2021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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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코메티 _ 영혼의 손길.

(제임스로드, 을유문화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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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침내 나는 일어섰다. 그리고 한 발을 내디뎌 걷는다. 어디로 가야 하는지 그리고 그 끝이 어딘지 알 수 없지만, 그러나 나는 걷는다. 그렇다 나는 걸어야만 한다”_알베르코 자코메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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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에서 작품 값이 가장 비싼 조각가, 피카소가 시기한 미술가’

스위스 출신의 조각자이자 화가인 자코메티는 존재와 무의 경계에서 끊임없이 번뇌하며 인간의 진실과 영혼의 실체에 다가가기 위해 끝없이 열정을 붙태워 노력했던 천재였다. 그의 조각품들이 가녀린 이유를 이 책을 접하고서야 알았다. 그는 ‘존재의 무게감’을 모두 덜어내고 싶었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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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코메티의 모델이기도 했던 저자 ‘제임스 로드’가 15년간 자료수집과 연구를 통해 탄생한 ‘영혼의 손길_자코메티’. 자코메티의 삶과 감정을 생생하게 묘사한 저자의 표현력과 예술에 대한 통찰력에도 감탄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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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베르토라면 자신의 전기를 쓰거나 출판하는 소동을 조롱했을 것이다. 그는 아마도 거리에서 만난 어떤 보통 사람의 삶도 자신의 삶만큼이나 흥미롭고 색다른 이야깃거리를 제공할 것이라고 말했으리라.”_저자(제임스 로드)서문중


알베르토 자코메티의 탄생에서부터 천재성을 인정받기 시작한 중학교생활 그리고 첫사랑, 그의 성장기를 한편의 영화를 보듯 펼쳐진다. 그리고 자코메티의 주변에 있었던 20세기 거장들, 피카소와 스트라빈스키, 사르트르의 관계도 한편 한편의 드라마처럼 펼쳐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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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코메티에게 늘 헌신적이었던 가족들과 그가 사랑한 당대 최고의 모델 이사벨과 37세 연하의 매춘부 캐롤린, 그럼에도 끝까지 자코메티의 곁을 떠나지 않았던 아내 아네트의 안타까운 이야기까지 책을 읽다보면 어느새 그의 옆에서 그를 지켜보고 있는 몰입감도 높다. 그리고, 이 책을 통해서 여러모로 괘씸한(?) 피카소를 다시 생각하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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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속으로-

P123.

<...고독을 자연의 이치로 받아들인 그는 불평하지 않았고, 오히려 고통을 받아들이려는 강력한 충동을 느꼈다. 그렇다고 그가 염세주의자였던 것은 아니며, 불굴의 힘과 결부된 가장 깊은 불만족은 낙천주의의 원천이 되어 내일은 모든 것이 틀림없이 더 나으리라는 확신을 만들어 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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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463.

<“작업하는 동안 나는 결코 고독이라는 주제에 대해 생각해본 적이 없고, 고독한 예술가가 되려고 해 본 적도 없었다. 게다가 한 사람의 시민이자 생각하는 존재로서 나는 인생 자체가 전혀 고독하지 않다고 믿는다. 인생은 다른 사람과의 관계의 조직으로 구성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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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480.

<한국에서의 충돌이 또 하나의 세계 대전으로 돌변할 것처럼 보인 1950년 여름 동안 불안해했던 피카소는 그해가 끝나기 전에 차츰 안정을 되찾았다. 10월에 피카소는 영국 공산당이 주최한 평화회의에 참석했고, 11월에는 레닌 평화상을 받았다. <한국에서의 학살>이라는 꽤 큰 크기의 그림을 그렸다. 이 작품은 미국의 한국전 참전을 비방하려는 의도를 지닌 일종의 정치적 진술이었다. <게르니카>가 보여 주는 인도주의적인 숭고함이나 창조성과는 전혀 달랐고, 기껏해야 정치적 선동의 큰 혼란 속에서 희미한 푸념에 지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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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765

<,,,또한 죽음으로써, 그는 한 방울의 물이 바다에 떨어져 섞이듯이, 한 예술가의 가장 위대한 창작품에 그 자신이 녹어 들어 있는 것이라는 사실을 입증했다. 또한 천재성이란 그것의 소유자가 죽고 나서야 활기를 띠는 추상적인 개념이라는 것도 증명했다. 그래야만 그의 창조물들이 마치 생명이라도 있는 듯이 살아나기 때문이다. 즉 그의 작품들은 그가 세상을 볼 때 서 있던 곳을 차지하고 있고, 그것을 보는 방법을 아는 사람들에게 그가 본 것, 그가 대표한 것, 다른 사람들이 보도록 만든 것에 대한 시각을 제공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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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에서 여름길목으로 넘어가는 즈음, 을유문화사가 주최하는 문화행사에 참석한 적이 있었다. 독자에게 하는 질문 시간에 “도대체, 왜? 을유문화사는 현대 예술의 거장 시리즈를 발간하는 것인지요?” 라고 질문한 적이 있었다. 질타의 질문이 아닌, 작은 걱정과 깊은 감사의 표시였다.

고루하고 지루한 삶의 본질을 그렇지만은 않다고 깨주는 것이 ‘예술’의 역할일 것이다. 자기계발서와 재테크, 수험서만 앞다퉈 출판시장에서 묵묵히 예술가들을 찾아 우리 앞에 모셔다 놓으니, 출판의 손익을 계산하기 전에 ‘예술의 끈’을 이어가고자 하는 어떤 시대적 사명감을 가지고 출간을 하는 것이 아닐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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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의 삶에서 가장 아쉬운 점이 있다면 아마 그건 사람이 딱 한번 죽어야 한다는 사실일 것이다. 만약 인간이 두 번 죽을 수 있다면 세상이 얼마나 더 진지하고 진실해질까 라고 상상해 봅니다. 가령 한번 죽고 두 번째 삶을 살아가는 인생을 생각해 봅시다. 삶을 에워싼 그 많은 부질없는 것들을 걷어 내버릴 수 있는 유일한 수단이자 자신을 진실하게 바라볼 수 있는 시간을 선물 받은 겁니다.”_자코메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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