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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흔에 바라본 삶 - 시대의 지성 찰스 핸디가 말하는 후회 없는 삶에 대하여
찰스 핸디 지음, 정미화 옮김 / 인플루엔셜(주) / 2025년 12월
평점 :
生을 얻는 동시에 정의되어야 하는 ‘死’.
삶은 유한하고, 모든 생명은 끝을 향해 나아가는 숙명을 안고 있다. 그 과정의 끝. 우리는 죽음을 두려워하지만, 정작 죽음은 삶의 반대편에서 삶의 의미를 묻는다. “아직 삶도 알지 못하는데 어찌 죽음을 알겠는가” 라고 공자가 말했듯, 죽음에 대한 사유는 결국 어떻게 살아야 하는가라는 질문으로 뫼비우스의 띠를 타고 되돌아 온다.
우리가 예수, 석가모니, 공자, 소크라테스의 말에 귀를 기울이는 것도 결국 그들의 가르침이 전하는 삶의 지혜와 가치를 통해 ‘잘 사는 방법’을 일깨워줄 수 있을 거란 기대때문이지 않을까?
세계적인 경영 사상가 찰스 핸디의 유작 『아흔에 바라본 삶』은 삶의 끝자락에서 돌아본 삶을 대하는 태도와 함께 살아가는 방법, 일과 삶의 지혜 그리고 성공의 의미를 담담하게 풀어낸 책이다. 그는 성공을 소유나 성취가 아닌, 관계와 태도에서 찾는다. 특히 “당신은 내 가장 친한 친구야”라는 아내의 한마디를 인생에서 가장 큰 성공으로 꼽는 대목은 그가 생각하는 행복의 정의를 선명하게 보여준다.
찰스핸디는 묻는다. 당신의 삶은 어떤 형용사로 기억되기를 원하는가. 결국 삶은 명사나 동사가 아닌 형용사로 정의될 수 있다는 그의 글이 인상적이다. 〈다정한, 성실한, 함께 있으면 편안한…〉. 삶이 하나의 형용사로 남는다면, 그 형용사가 곧 우리가 선택해야 할 삶의 가치이자 방향일 것이다.
책의 끝에 얼마 전 아내와 함께 갔던 미술관의 도슨트의 마지막 질문이 생각났다.
“어제 찍은 당신의 점은 어떤 모습이었나요? 그리고 그 점들은 오늘 어떤 선을 이루고, 매래에는 어떤 그림으로 만들어질까요?”
《책 속으로》
P10. 내 일, 즉 책을 쓰는 일은 어느 정도 성공을 거뒀다. 하지만 내게 가장 자랑스러운 건 가족, 특히 아들과 딸이다. 두 아이는 부모의 지원을 많이 받지 못했음에도 예의 바르고 괜찮은 사람으로 성장했다. 다정하고, 재미있고, 같이 있으면 즐겁고, 자기 일도 잘하고, 나를 새로 얻은 자식인 양 돌보는 능력도 대단하다. 나는 두 아이가 정말 자랑스럽고 고맙다. 이것이 내 인생에서 가장 큰 성공이라고 생각한다. 비록 내가 한 일은 거의 없지만 말이다.
P76. 아내가 내게 해준 가장 큰 찬사는 바로 이 말이다. "당신은 내 가장 친한 친구야." 정말 대단한 명예이자 진정한 성공이었다. 아내는 아주 행복하게 사랑을 주고받는 삶을 살았다. 나는 이보다 더 성공적인 삶을 상상 할 수 없다. 세상에 있는 돈을 모두 합친 것보다 더 가치 있는 삶이다.
P93.
나는 인생에서 중요한 것이 무엇이고, 단지 심각한 일에 불과한 것이 무엇인지는 자신만이 결정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다만 중요한 일은 미뤄서는 안 된다. 그건 바로 가족, 친구, 음식 이 세 가지다. 나는 가족, 친구, 음식을 중요하게 여기는 이 원칙을 내 삶에도 적용한다. 인생은 돈을 벌기 위해서가 아니라, 진실로 살아 있기 위해 존재하니까.
P144. 나는 누구나 한 번쯤은 혼자서 날아보는 시간을 가져보라고 권하고 싶다. . '단독 비행'을 시도해보는 것이다. 막상 시작해보면 바깥 날씨가 보기만큼 춥지 않다는 것을 알게 된다.
P237. 나는 3년 동안 MIT에서 경제학과 심리학 분야 거장들의 강의를 들었다. 하지만 솔직히 말해서 기억나는 것은 내 경험을 직접 해석해서 썼던 에세이밖에 없다. 교육이란 곧 잊어버릴 것을 주입하는 것이 아니라, 이미 알고 있지만 이해하지 못하는 것을 끌어내는 것이다.
P264. 지혜란 평온함 속에서 이해된 경험이다.
P279. "지금이 아니더라도 언젠가는 올 것이다. 할 수 있는 것은 준비뿐이다."
나도 이제 준비가 된 것 같다. 내가 해야 할 일은 다 마쳤다. 해가 되는 일보다는 좋은 일을 더 많이 했기를 바란다. 인생의 대부분을 즐겁게 지냈다. 사랑하는 이들과 작별 인사도 했다. 가장 좋아하는 풍경에게 작별을 고했고, 마지막으로 가장 좋아하는 와인을 한 모금 맛봤다. 그리고 지금은 침대에 누워 조용히 그때를 기다리고 있다. 만약 이 이야기가 너무 우울하게 들린다면 말해두고 싶다. 심장마비가 올 줄 알았던 그날 이후, 나는 내 삶을 돌아보며 사랑했던 모든 사람과 물건에 작별 인사하는 그 과정이 매우 평화롭고 솔직히 즐거웠다. 아무튼 피할 수 없는 것을 받아들이면 훨씬 편안해진다. 무엇보다 죽음이란 더 이상 책임질 일이 없다는 뜻이다. 걱정할 것이 없다.(...)모든 것은 언젠가 끝나기 마련이다. 이제 작별을 고한다. 당 신에게 주어진 시간, 모든 것이 끝나가는 그 특별한 시간을 마음껏 누리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