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 우는 사람이 되고 싶어 - 내(외)향인의 일기 ㅣ 현대문학 핀 시리즈 에세이 5
정재율 지음 / 현대문학 / 2026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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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평] 『잘 우는 사람이 되고 싶어』 내 안의 ‘어중간함’을 안아주는 뭉근한 위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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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은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협찬받아 주관적인 견해에 의해 작성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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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흔히 세상을 명확한 이분법으로 나누곤 합니다. 내향인 아니면 외향인, 성공 아니면 실패, 기쁨 아니면 슬픔 같은 양극단의 저울 위에서 스스로를 평가합니다. 하지만 우리 삶의 진짜 모습은 그 선명한 경계선 위가 아닌, 어느 쪽에도 완벽히 속하지 못하는 ‘그 사이’에 존재할 때가 많습니다. 정재율 시인의 첫 에세이집 『잘 우는 사람이 되고 싶어』는 바로 이 어중간하고 애매모호한 ‘사이’의 감각을 섬세하게 포착해낸 따뜻한 기록입니다.
책의 부제인 ‘내(외)향인’이라는 단어를 마주하는 순간부터 깊은 공감이 밀려옵니다. 저 역시 내향적인 기질을 베이스에 깔고 있으면서도 때로는 외향적인 면모를 발휘하곤 하는, 그야말로 입체적이고도 어중간한 사람이기 때문입니다. 시인은 통념과 달리 “양극단에 서 있어야만 꼭 깨달음을 얻을 수 있는 것일까”라고 반문하며, 이도 저도 아닌 중간쯤 되는 곳이야말로 오히려 가장 단단해지기 좋은 곳일 수 있다고 우리를 다독입니다.
작가는 자신이 겪었던 일상의 파편들을 가감 없이 털어놓습니다. 대학 시절 독서가 취미라고 했다가 무시당했던 기억을 떠올리며 ‘어중간한 삶’이 결코 심심하거나 무가치하지 않음을 역설하고, 부모님과의 적정 거리를 유지하며 괴로워하는 자신을 ‘어중간한 불효자식’이라 고백하기도 합니다. 이러한 솔직함은 읽는 이로 하여금 “이거 완전 내 얘기인데?” 하는 안도감을 느끼게 합니다.
특히 마음에 남는 것은 ‘잘 우는 것’에 대한 시인의 사유입니다. 우리는 보통 눈물을 감추고 슬픔을 참는 것을 미덕으로 배웁니다. 그러나 시인은 “잘 우는 사람이 되고 싶다고 말한 건 잘 웃는 사람이 되고 싶다는 말이기도 했다”며, 자신의 감정을 억누르지 않고 온전히 내보낼 줄 알아야 기쁨도 잘 누릴 수 있고 타인도 토닥여줄 수 있다고 말합니다. 넘어진 채로 일어나기를 잠시 미루고 가만히 누워 세상을 관찰하는 시인의 문장들은, 매일을 치열하게 버텨내느라 지친 우리의 마음속에 맑고 단단한 위로의 샘을 길러내 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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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은색 오즈
남유하 지음 / 초록비책공방 / 2026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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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은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협찬받아 주관적인 견해에 의해 작성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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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등 교실에서 만나는 아이들은 저마다 말 못 할 마음의 그늘을 품고 있다. 교사의 눈에 그저 ‘반항’이나 ‘문제 행동’으로 보이는 태도 이면에는, 급격한 환경 변화와 상실감 속에서 스스로를 지키려는 처절한 방어기제가 작동하곤 한다. 남유하 작가의 장편소설 『나의 은색 오즈』는 바로 그 시절, 어른들의 일방적인 결정 앞에 상처받고 엇나가는 열다섯 소녀 로희의 내면을 현직 교사의 시선에서도 깊이 몰입하게 만드는 웰메이드 청소년 문학이다.
갑작스러운 엄마의 죽음과 아빠의 성급한 재혼은 로희에게 세상 전체가 무너지는 듯한 혼란을 안긴다. 분노라는 두꺼운 색안경을 쓴 채 아빠를 '살인자'라 부르며 뛰쳐나간 최악의 생일날, 로희는 타인의 마음속을 걸을 수 있는 마법의 ‘은색 운동화’를 얻게 된다. 아빠와 새엄마의 무의식 속 ‘감정의 옥수수밭’과 ‘죄책감의 늪’을 헤매며, 로희는 그동안 보지 못했던 어른들의 묵직한 슬픔과 자신을 향한 사랑의 진실을 목도한다. 고전 속 허수아비, 양철 나무꾼, 겁쟁이 사자가 상처를 치유하는 입체적 안내자로 변모하는 과정은 교실 속 상담 장면을 연상형태로 서사적 쾌감을 준다.

이 책이 교사로서 특히 뭉클하게 다가오는 지점은 로희가 마법에 의존하길 멈추고, 스스로 운동화를 벗어 던진 채 자신의 발로 현실을 걷기 시작하는 결말이다. 진정한 성장은 타인의 마음을 억지로 들여다보는 치트키가 아니라, 오해를 걷어내고 상대를 온전히 이해하려는 주체적인 용기에서 시작됨을 보여주기 때문이다. 상처를 딛고 다른 이의 아픔을 치유하는 의사가 되겠다는 목표를 품은 로희의 뒷모습에서, 우리는 교실 안 모든 '로희'들이 가진 회복탄력성의 힘을 믿게 된다. 마음의 문을 닫아걸어 소통이 어려운 아이들, 그리고 그 아이들의 마음속으로 한 걸음 더 다가가고 싶은 모든 교육자와 부모에게 이 따뜻한 은빛 안내서를 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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곱게 늙은 절집 - 근심 풀고 마음 놓는 호젓한 산사
심인보 지음 / 담앤북스 / 2026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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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평] 속도에 지친 마음을 다독이는 시간의 미학, 『곱게 늙은 절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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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은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협찬받아 주관적인 견해에 의해 작성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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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무언가를 분실했다는 사실조차 인지하지 못할 만큼 빠르게 변화하는 시대를 살아가고 있다. 매일같이 솟아오르는 세련된 콘크리트 건물과 자고 일어나면 바뀌는 기술의 홍수 속에서 현대인이 마주하는 것은 역설적이게도 깊은 피로감과 갈증이다. 더 새롭고 더 빠른 것을 좇아 쉴 새 없이 달려왔건만, 정작 마음 누일 곳을 잃어버린 우리에게 사진가 심인보의 『곱게 늙은 절집(개정증보판)』은 조용하지만 묵직한 울림을 건넨다.
이 책은 단순한 사찰 여행기가 아니다. 기업 CI 분야의 명민한 아트디렉터로 살아가다 난치병이라는 인생의 큰 벽을 마주한 저자가 무작정 찾아든 개암사에서 발견한 ‘쉼’과 ‘존재’에 대한 기록이다. 저자는 화려하게 분칠 되거나 상업적으로 변모한 거대 사찰 대신, 휘면 휜 대로 굽으면 굽은 대로 천 년의 모진 비바람을 버텨낸 숨은 절집들을 렌즈와 문장으로 포착해 낸다. 화엄사 구층암의 자연 그대로인 모과나무 기둥, 개심사 심검당의 투박한 자유로움 속에서 우리는 완벽함이 아닌 자연스러움이 주는 위안을 배운다.
특히 이번 책은 초판 이후 20년의 세월을 고스란히 담아낸 개정증보판이라는 점에서 더욱 뜻깊다. 강산이 두 번 바뀌는 동안 어떤 절집은 여전히 곱게 늙어 가고 있었고, 어떤 곳은 불사라는 이름의 인공적인 손길에 세월의 상처를 입기도 했다. 저자는 사찰의 아름다움을 예찬하는 데 그치지 않고, 날 선 새것들이 고풍을 밀어내는 안타까운 현실을 예리하게 짚어내며 우리 시대를 성찰하게 만든다. 해학이 담긴 짧고 담백한 단문들은 군더더기 없이 절집의 풍경을 닮아 있고, 공간에 얽힌 전설과 문인들의 시구는 책의 깊이를 더한다.
인공지능이 유창한 문장으로 세상의 모든 지식을 설명하는 시대라지만, 기계가 결코 흉내 낼 수 없는 영역이 있다. 그것은 오랜 세월을 묵묵히 견뎌온 존재 앞에서 아무것도 하지 않아도 괜찮다는 안도감을 몸으로 느끼는 경험이다. “절로 가는 길은 가난해야 제격이다”라는 저자의 말처럼, 이 책을 읽는 행위는 가슴속 세간의 옭매듭을 하나씩 풀어내는 과정과도 같다. 속도와 효율성만을 강요하는 세상에서 진정한 가치와 영혼의 휴식을 갈망하는 모든 이들에게, 이 조용하고 단단한 완결판을 권한다. 비워냄으로써 비로소 채워지는 산사의 고요를 만끽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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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명예, 사랑보다 내게는 진실을 달라 ㅣ 환생 인터뷰 시리즈 1
헨리 데이비드 소로 지음 / 모티브 / 2026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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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평]『돈, 명예, 사랑보다 내게는 진실을 달라』 - 세상의 기준 대신 나의 진실을 찾는 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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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은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협찬받아 주관적인 견해에 의해 작성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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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마트폰 화면을 가득 채운 SNS 피드, 알고리즘이 쉴 새 없이 밀어 올리는 타인의 일상과 과시적 소비. 오늘날 우리는 그 어느 때보다 촘촘하게 연결되어 있지만, 역설적으로 그 어느 때보다 격렬하게 ‘나 자신’을 잃어가고 있다. 내가 진정으로 원하는 삶인지, 혹은 타인의 시선과 사회적 통념이 빚어낸 ‘가짜 욕망’인지 분간하기 조차 힘든 시대. 200여 년 전 월든 호숫가 오두막에서 자연과 마주했던 사상가, 헨리 데이비드 소로가 21세기 현대인의 방 한복판에 찾아왔다.
신간 『돈, 명예, 사랑보다 내게는 진실을 달라』는 소로의 철학을 박제된 텍스트로 해설하는 데 그치지 않는다. 이 책은 만약 소로가 오늘날 환생해 우리와 마주 앉아 대화를 나눈다면 어떨까라는 발칙하고도 영리한 ‘환생 인터뷰’ 형식을 취한다. 덕분에 독자는 소로의 고전적 사상을 한층 생생하고 현실적인 문장으로 마주하게 된다. 스마트폰과 무한 경쟁, 조직에 대한 맹목적 순응에 지친 현대인에게 던지는 그의 질문은 날카롭다 못해 아프게 다가온다.
책은 우리가 가장 소중한 자산인 ‘시간과 생명력’을 돈, 명예, 그리고 인정욕구와 맞바꾸고 있다고 강하게 지적한다. 더 많이 소유하기 위해 자유를 포기하고, 더 많은 관계를 유지하기 위해 정작 스스로를 고립시키는 현대인의 모순을 정면으로 비판한다. 소로가 제안하는 해결책은 의외로 단순하다. 바로 ‘의도적인 고립과 침묵’이다.
물론 오늘날을 살아가는 평범한 직장인이 당장 모든 생업을 내려놓고 숲속 오두막으로 떠날 수는 없다. 그러나 이 책이 지닌 진짜 가치는 현실적 타협안에 있다. 소로가 말하는 고립이란 사회로부터의 도피가 아니다. 세상의 거대한 소음 속에서도 내 안의 목소리를 들을 수 있는 ‘나만의 시간과 공간’을 확보하라는 의미다. 끈질기게 밀려드는 알고리즘의 추천 대신 스스로 선택하는 삶, 타인의 기준이 아닌 내 안의 양심과 기준을 세우는 삶이야말로 소로가 말한 ‘진실’의 본질이다.
콘텐츠를 무분별하게 소비하기만 하는 삶에서 벗어나, 깊이 있는 사유와 독서를 통해 내 삶의 주도권을 되찾고 싶은 이들에게 이 책을 권한다. 빌딩 숲 한가운데서 살아갈지언정, 매일 밤 잠들기 전 스마트폰을 내려놓고 오롯이 나와 마주하는 작은 숲을 마음속에 심어줄 조용하고 강력한 각성의 지침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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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올라와 블루
마테오 부솔라 지음, 이현경 옮김 / 청어람미디어 / 2026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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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평]《비올라와 블루》 상자 밖으로 걸어 나온 보랏빛 당당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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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태어나는 순간부터 수많은 ‘보이지 않는 상자’ 속으로 걸어 들어간다. “여자아이는 분홍색, 남자아이는 파란색”, “남자는 울면 안 되고, 여자는 조신해야 한다” 같은 사회적 통념과 고정관념이 바로 그것이다. 의심 없이 받아들여 온 이 견고한 울타리를 향해, 여덟 살 소녀 비올라는 맑고도 날카로운 질문을 던진다. “꽃들은 있는 그대로 사랑받는데, 왜 우리는 정해진 색으로 살아야 할까요?”
이탈리아의 국민 작가이자 일러스트레이터 마테오 부솔라의 《비올라와 블루》는 파란색을 좋아하고 축구와 킥보드를 즐기는 소녀 비올라가 화가인 아빠와 나누는 다정한 대화를 통해 세상의 편견을 깨부수는 과정을 담은 아름다운 의식 성장 동화다. 주변의 시선에 흔들리는 비올라에게 아빠는 강요된 기준들이 실은 우리의 시야를 가두는 감옥일 수 있음을 짚어준다. 나아가 과거에는 오히려 분홍색이 남성의 색이었고 파란색이 여성의 색이었다는 역사적 사실을 들려주며, 성별에 따른 구분이 절대적인 진리가 아닌 시대적 관습에 불과함을 다정하게 일깨운다.
이 책의 가장 큰 미덕은 성 고정관념이라는 무거운 주제를 정원의 용담 꽃, 역사 속 마녀의 진실, 분홍색 색칠책을 갖고 싶어 우는 소년 마르코의 이야기 등을 통해 지극히 문학적이고 섬세하게 풀어낸다는 점이다. 주인공의 이름 ‘비올라’가 분홍과 파랑이 섞여 완성되는 ‘보라색’을 뜻하듯, 작가는 우리 내면에 결코 한 가지 색깔만 존재하지 않음을 은유한다. 다른 사람들이 만든 상자 밖으로 기꺼이 걸어 나와 “상자 밖에 있는 게 훨씬 멋지니까요”라고 미소 짓는 비올라의 모습은 독자에게 짜릿한 해방감을 선사한다.
매일 교실이나 학원에서 아이들을 마주하는 교육자들에게도, 혹은 내 아이가 남들과 조금 달라 걱정하는 학부모들에게도 이 책은 깊은 울림을 준다. 우리는 무의식중에 아이들을 어른들의 틀에 맞춰 '곧게 뻗은 나무'로만 키우려 하지 않았던가. 아빠의 말처럼 "여린 마음을 솔직하게 마주할 때 비로소 진짜 강해지는 것"이며, "조금 비뚤어지더라도 기꺼이 자신이 원하는 색으로 삶을 채워나가는 것"이야말로 진정한 자아를 찾는 길이다.
《비올라와 블루》는 미래를 살아갈 어린이들뿐만 아니라, 자신도 모르게 고정관념의 감옥에 갇혀 있던 모든 어른에게 자유로운 시선과 용기를 선물하는 다정한 위로형 지침서다. 꽃이 저마다의 빛깔로 피어날 때 가장 아름답듯, 우리 역시 저마다의 고유한 색으로 빛날 자격이 있음을 이 책은 증명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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