곱게 늙은 절집 - 근심 풀고 마음 놓는 호젓한 산사
심인보 지음 / 담앤북스 / 2026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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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평] 속도에 지친 마음을 다독이는 시간의 미학, 『곱게 늙은 절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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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은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협찬받아 주관적인 견해에 의해 작성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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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무언가를 분실했다는 사실조차 인지하지 못할 만큼 빠르게 변화하는 시대를 살아가고 있다. 매일같이 솟아오르는 세련된 콘크리트 건물과 자고 일어나면 바뀌는 기술의 홍수 속에서 현대인이 마주하는 것은 역설적이게도 깊은 피로감과 갈증이다. 더 새롭고 더 빠른 것을 좇아 쉴 새 없이 달려왔건만, 정작 마음 누일 곳을 잃어버린 우리에게 사진가 심인보의 『곱게 늙은 절집(개정증보판)』은 조용하지만 묵직한 울림을 건넨다.
이 책은 단순한 사찰 여행기가 아니다. 기업 CI 분야의 명민한 아트디렉터로 살아가다 난치병이라는 인생의 큰 벽을 마주한 저자가 무작정 찾아든 개암사에서 발견한 ‘쉼’과 ‘존재’에 대한 기록이다. 저자는 화려하게 분칠 되거나 상업적으로 변모한 거대 사찰 대신, 휘면 휜 대로 굽으면 굽은 대로 천 년의 모진 비바람을 버텨낸 숨은 절집들을 렌즈와 문장으로 포착해 낸다. 화엄사 구층암의 자연 그대로인 모과나무 기둥, 개심사 심검당의 투박한 자유로움 속에서 우리는 완벽함이 아닌 자연스러움이 주는 위안을 배운다.
특히 이번 책은 초판 이후 20년의 세월을 고스란히 담아낸 개정증보판이라는 점에서 더욱 뜻깊다. 강산이 두 번 바뀌는 동안 어떤 절집은 여전히 곱게 늙어 가고 있었고, 어떤 곳은 불사라는 이름의 인공적인 손길에 세월의 상처를 입기도 했다. 저자는 사찰의 아름다움을 예찬하는 데 그치지 않고, 날 선 새것들이 고풍을 밀어내는 안타까운 현실을 예리하게 짚어내며 우리 시대를 성찰하게 만든다. 해학이 담긴 짧고 담백한 단문들은 군더더기 없이 절집의 풍경을 닮아 있고, 공간에 얽힌 전설과 문인들의 시구는 책의 깊이를 더한다.
인공지능이 유창한 문장으로 세상의 모든 지식을 설명하는 시대라지만, 기계가 결코 흉내 낼 수 없는 영역이 있다. 그것은 오랜 세월을 묵묵히 견뎌온 존재 앞에서 아무것도 하지 않아도 괜찮다는 안도감을 몸으로 느끼는 경험이다. “절로 가는 길은 가난해야 제격이다”라는 저자의 말처럼, 이 책을 읽는 행위는 가슴속 세간의 옭매듭을 하나씩 풀어내는 과정과도 같다. 속도와 효율성만을 강요하는 세상에서 진정한 가치와 영혼의 휴식을 갈망하는 모든 이들에게, 이 조용하고 단단한 완결판을 권한다. 비워냄으로써 비로소 채워지는 산사의 고요를 만끽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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