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악어도 깜짝, 치과 의사도 깜짝! ㅣ 비룡소의 그림동화 23
고미 타로 / 비룡소 / 2000년 1월
평점 :
18개월 선재에게 고미 타로의 책은 두번째네요. 첫번째 책은 '저런 벌거숭이네' 였는데, 반응이 괜찮았어요. 남자 주인공 아이가 목욕을 하기 위해 옷을 홀딱 벗으면, 그 아이의 고추를 손가락으로 가르키며 '키득키득' 좋아했죠. ^^;
근데 '악어도 깜짝, 치과의사도 깜짝'은 제가 마음에 들어서 산 책이어서 그런지, 읽어주면 보기는 하지만 선재가 들고와서 자꾸만자꾸만 읽어달라고 하는 책은 아니네요. 그림이 원색적이고 생동감있어서 아이들의 시선을 잡기에 충분하지만, 18개월짜리 아가한테는 역시나 좀 어렵다(?)고 해야 할까.. 그렇네요.
내용은 악어가 이빨을 치료하기 위해서 치과에 간 이야기예요. 재미있는 것은 악어와 치과의사가 입장이 다르면서도 서로가 내뱉는 말은 똑같다는 점이예요. 예를 들면, '아이, 무서워'하는 문장이 악어한테도 적혀있고, 치과의사한테도 적혀있어요. 악어는 치과의사가 무섭지만, 치과의사는 악어가 무섭다는 거죠. '감사합니다'하고 서로 인사를 하지만 역시나 같은 의미는 아니예요. 악어는 이빨을 치료해주어서 감사하다는 거겠지만, 치과의사는 이제 그만 가주어서 감사하다는 의미쯤 될까요?
똑같은 문장이라도 그 말을 하는 사람의 입장에 따라 얼마나 다른 의미가 되는지.. 아이가 그 부분을 잡아낼 수 있다면 참 재미있게 읽을 수 있는 책일 거예요. 제가 이 책을 좋아하는 것은 고미 타로의 재기발랄함 외에, 남과 더불어 살아가는 속에서는 '나의 입장'만이 아니라 '상대방의 입장'이라는 것도 있다는 것을 이 책을 통해 아이에게 자연스럽게 이야기해줄 수 있을 거 같아서예요.
고미 타로의 유머를 이해할 수 있을 때쯤, 그러니까 세상에는 나아닌 다른 사람의 입장이라는 것도 존재한다는 것을 깨닫게 될 때쯤에는 선재도 세상을 살아간다는 것의 어려움을 어렴풋이 알게 되겠죠? 선재가 올곧게 성장하기를 바라는데, 엄마가 많이 부족하네요. 그래서 다시 한번 좋은 책을 열심히 찾아 읽어주는 엄마가 되자, 결심해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