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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세 살 아이와 함께, 유럽 - 초6에게 맞히는 사춘기 예방주사
김춘희 지음 / 더블:엔 / 2014년 8월
평점 :
책을 덮고 벅찬 기분을 이루 말할 수 없다.
깔깔대고 혼자 웃고, 또 감동으로 눈물도 찔금대며 글속에 푹 파뭍혀 이 가족들과 함께 한 달 간 유럽 여행을 다녀온 기분이다. 정말 간만에 만족도 높은 아주 재미난 책을 만났다.
이 책은 사춘기를 목전에 둔 6학년 아들과 7살 터울인 6세 딸을 데리고 아빠도 없이 한 달 간 유럽을 다녀온 작가의 이야기를 담았다. 여행을 함께 한 지인 K씨네 (엄마 K씨,초6딸, 초2아들) 이야기도 간간히 들어 재미를 더한다.
그들의 여행지는 영국, 네덜란드, 벨기에, 프랑스, 그리고 돌아 오는 경유지 홍콩!
그러고보니 언젠가 꼭 갈것이라 생각해왔던 프랑스, 학창시절 내 꿈이었던 옥스퍼드대학교가 있는 영국, 내가 어린시절 부터 가장 좋아하는 꽃, 튤립의 나라 네덜란드, 맛난 초컬릿의 나라 벨기에, 쇼핑 천국 홍콩! 너무나도 매럭적인 나라들이다.
엄마 혼자서 두 아이를 데리고 그것도 한 달 씩이나 어떻게~~~? 반신반의하며 또 궁금해하며 천천히 읽어 간 그들의 이야기는 그 어떤 영화보다도 흥미진진하며, 스펙터클하며 감동적이다.
정류장에서 엄마를 기다리며 잠든 어린 여동생을 자기 목도리로 칭칭 감아 보듬어 엄마를 기다리는 아들. 두 아이의 모습에 눈시울을 붉히는 엄마의 모습이 그랬고, 차를 놓치고, 중요 서류를 빠뜨리고 이리 뛰고 저리뛰고 열정적이기 까지한 엄마에 그랬고, 엄마와 오빠를 쫓아 한없이 걸으며 또 인파 속에 치이기도 하는 어린 딸은 엄마 뒤를 쫓다 지하철 문에 치여 코피를 철철 쏫음에도 큰 짐가방에 엎어주지 못하고 걸려 숙소로 가야했던 엄마의 절절한 마음에그랬다.
내가 아이 둘을 둔 엄마라서 그런지 그들의 이야기는 공감 백배에, 언젠가 나도 꼭 실행에 옮기리라 생각하며 집중해 읽으며 그들이 지나간 여행 경로와 여행지 이야기, 숙소,음식 , 에피소드 하나하나 까지 정말 유익하고 피부에 직접 와 닿았다.
그동안 몇 권 읽지 않은 여행서,여행 수필들이 가보지 못한 장소에 대한 막연한 상상으로 작가가 옮겨 놓은 느낌들을 읽고 이해하고 느끼려고 애썼다면,
이 책은 소박하고 화려하진 않지만 실질적인 작가의 느낌, 일상의 언어들이 정말 살갗고 또 친근하다. 아직 가보지 않아도 다녀온 듯하고 함께 즐기고 함께 울고 웃은 듯 하다.
또, 작가의 글 솜씨가 너무 훌륭하다. 책 한 권 제대로 내지 않은 사람이 썼다고 하기엔 너무 비범한 듯 하다. 읽으면서 이 분이 책 한 권 더 냈으면 좋겠네 싶었다. 나도 언젠가 아이들과 여행을 다녀와 이렇게 훌륭한 여행 수기를 써봐야겠다는 당찬 생각도 든다.
여행 내내 지도를 보며 엄마의 길잡이 역할을 해준, 역사와 지리 지식에 해박한 아들 '초딩군' 도 너무나 매럭적인 아들이었고, 늘 무한 감탄과 불평없이 오빠와 엄마를 따라 준 6세 딸 '푸린양' 도 너무나 대견스러웠다.
아이가 중학교 입학 전 초등학교 졸업 여행겸 '선행' 보다 택한 '여행' !
그 여행이 주는 후풍은 상상하지 않아도 알듯 하다.
나도 내 아이들과 몇 년 후 꼭 여행을 실천에 옮기리라 생각하며 정말 좋은 책 한 권 읽은 것 같아 마음이 뿌듯하다.
" 여행이란, 누가 어디를 어떤 방법으로 하건 그에게 영감을 주고 감동을 주면 그만이다. 남과 같은 방법으로, 같은 장소로 떠났다고 해서 여행의 가치가 줄어드는 건 아니다. " - 본문 p.64
" 무사히 여행을 마칠 수 있어서 다행이다 다행이다. 잘 기다려주어서, 많이 즐거워해주어서, 자주 감탄해주어서 고맙다. 아프지 않아서 고맙다. 무엇보다 이 아이들과 함께할 수 있어서, 이 아이들이 내 아이들이어서 나는 참 고맙다. 아이들도 내가 엄마여서 고마울까." - 본문 p.35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