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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티글리츠 보고서 - 세계 경제의 대안을 말하다
조지프 스티글리츠 & 세계 통화와 금융 체제의 개혁을 위한 유엔총회 전문가 위원회 지음, / 동녘 / 2010년 10월
평점 :
절판
세계적인 경제학자 스티글리츠가 2008년 세계를 강타한 금융위기 이후 UN의 의뢰를 받아 향후 세계 경제에 대한 자문단을 꾸려 그 결실로 낸 것이 이 보고서이다. 전세계적으로 저명한 경제학자들이 다수 참여했고 그 인원의 구성 또한 미국, 영국을 위주로 한 구미권 경제학자에 치중되지 않고 아시아, 아프리카, 아랍 등 다양한 색깔을 가지고 있는 전문가들을 참여시켜 생각의 편향성을 줄였다.
책의 핵심은 장하준 교수의 그들이 말하지 않는 23가지에 맞닿아 있으며 장하준 교수가 지적한 사항들을 실무적으로 어떤 식으로 풀어나갈지에 대해 자세하게 설명한다. 그래서 경제학 지식이 없어도 누구나 쉽게 읽을 수 있는 장하준 교수의 책과는 달리 이 책은 경제학적 지식이 없다면 쉽게 보기 힘든 책이다. 마치 스티글리츠의 거시경제학이라는 기본서를 보는 듯해서 행간 하나하나마다 어떤 의미가 숨어 있는지 유심히 생각해야 하기 때문에 쉽게 소화하기는 힘든 책이다.
책의 내용을 잠깐 요약하자면 첫째로 세계 금융경제를 파탄으로 끌어간 것이 규제를 철폐하여 설계자도 알 수 없는 금융상품을 개발하고 시장에 과잉유동성을 불어 넣은 신자유주의에 있음을 분명히 한다. 신자유주의 체제 하에 고삐 풀린 망아지처럼 돌아다니는 국제 금융 자본은 현재 달러 기축화에 대한 심각한 위협을 가하고 있으나 여러 번의 금융위기를 겪으면서 안전판으로 달러를 보험 삼아 외환보유고로 쌓아온 각 나라들은 달러 기축화를 포기할 수도 없는 딜레마를 가지고 있다. 결국 현실은 누가 먼저 고양이에 방울을 다느냔데 그것을 협의하기가 쉽지 않으므로 각 나라의 대표들이 모여있는 UN에서 이를 의논해야 한다는 것이다.
신자유주의가 불러온 여러 번의 금융위기를 통해 IMF, 세계은행 등은 자본 여력이 없는 나라들에게 자금을 대출하면서 오히려 경기 순행적인 정책을 강요했는데 이것은 위기를 겪은 나라의 잠재 경제 성장율을 심각하게 파괴하는 행위이며 이로 인해 많은 계층의 사람들이 피해를 입었다. 경기 순행적 정책이란 경기를 살리려면 지출을 늘려야 하는데 오히려 금리를 올리고 지출을 줄이는 방식, 굳이 예를 들자면 위기를 투자로 돌파하는 것이 아니라 없는 살림을 줄이는 방식으로 극복하는 정책이다. 이 정책의 피해는 가난하고 보호 받지 않는 사람들에게 고스한히 돌아간다. 우리 나라가 IMF 이후 빈부 격차가 심해 지고 부의 편중화가 커진 이유도 이에 기인한다.
이런 경제 위기들로 인해 각 나라들은 각종 투기 자본에 대처 하기 위해 외환 보유고를 쌓아 왔고, 이는 어디에서든 쓰여서 총수요 진작이나 투자를 불러와서 경제 성장을 할 수 있는 돈을 그냥 금고에 넣어둔 것과 다르지 않다. 결국 여러 번의 금융 위기를 거치면서 각 나라는 지나칠 정도로 외환 보유고를 쌓아 왔고 그 만큼 미국의 적자는 심해지기만 한다. 전 세계가 돈을 금고에만 쌓아둔 채 규제 없이 돌아다니는 초국적 자본들만 자신들의 넘치는 유동성을 끊임없이 자본이 부족한 개발도상국에 금융위기를 불러 일으킨다. IMF나 세계은행등 각종 기구들은 이를 효과적으로 제재하지 못한다. 왜냐하면 개발도상국은 이들의 의사결정 구조에 영향을 끼치는 지분율이 거의 없기 때문이다.
따라서 이 보고서는 금융위기에서 가장 피해를 보는 개발도상국도 똑같은 의사결정구조를 가지고 있는 세게 금융 정책 기구를 만들어야 한다고 역설한다. G7이니 심지어 G20 또한 있는 나라들의 모임에 불과할 뿐이며 따라서 각 나라들의 대표성이 가장 잘 보장될 수 있는 UN을 통해 민주적인 의사결정 기구를 만들고 이를 통해 세계 금융 체제를 재편해야 한다는 것이다. 아울러 금융위기의 측면에서 대여자금을 회수하기는 쉽겠지만 잠재력 측면에서 개발도상국에 심각한 피해를 불러 일으키는 경기순행적 정책이 아니라 투자나 공공지출로 총수요를 회복하는 경기 역행적 정책을 펼쳐야 한다고 결론을 내리고 있다.
이 책은 현재를 살아가는 이들에게 장하준 교수의 '그들이 말하지 않는 23가지'와 더불어 꼭 추천해 주고 싶은 책이며 시간을 들여서라도 천천히 정독을 하면서 읽어보라고 권하고 싶다. 통제되지 않은 자유는 폭력의 다른 말에 불과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