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인문학 사전 - 다음 세상의 교양을 위한
A. C. 그레일링 지음, 윤길순 옮김 / 웅진지식하우스 / 2010년 4월
평점 :
절판


이 책을 끝까지 읽고 난 후 처음 든 생각은 아, 제목에 낚였구나 였다. 그 후 원제를 찾아보니 ideas that matter 굳이 해석을 해보자면 '중요한 생각들' 정도가 될 것이다. 기실 이 책이 다루고 있는 주제는 인문학이라고 하기 보다는 사회과학, 자연 과학 부분에 대한 생각들(ideas)을 더 많이 제시하고 있고 책의 내용 또한 '인문학 사전'이라는 제목과 거리가 멀다. 책은 객관적인 사전의 형태로 제시한 개념과 생각들에 대한 깊이 있는 통찰을 보여 주기 보다는 배경 지식을 얇게 깔아 놓고 개인적인 주장을 늘여 놓고 있다. 굳이 말하자면 칼럼이라고 표현할 수 있을 것이다.

저자인 AC 그레일링이 다른 책에서는 어떤 모습을 보여주는지 그의 다른 책을 보지 않아 알 수 없지만 이 책의 경우 그가 정말 대충 썼거나, 아니면 신문에 기고한 칼럼을 그냥 묶어서 펴낸 것에 불과하다는 생각을 들게한다. 이런 생각이 든 가장 큰 이유는 저자가 서문에 스스로 지식을 찾아보게 하기 위함이라는 그럴싸한 핑계로 참고문헌을 하나도 적어 놓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어떻게 학문을 하는 사람이 이런 식으로 책을 내놓는지 이해할 수가 없다.

참고문헌이 없는 책은 표절과 다름 없다. 외국의 학위 논문에서 참고문헌을 제대로 적지 않아 논문 심사에 떨어지는 경우는 수도 없이 많다. 그런 실정에 대학 교수가 자신의 글에, 여러 개념들을 소개하는 책이라고 말해 놓고서는 참고문헌 하나 적어놓지 않는건 정말 무책임한 태도다. 그래서 본문의 내용은 참고 문헌을 찾아보면서 진지하게 쓴 것이 아니라 그냥 자신이 평소에 알고 있는 지식을 깊이 없이 얇게 풀어 놓는다는 느낌을 강하게 준다. 아울러 저자가 제시한 개념에 대한 어떤 의미나 의의와 학계의 논쟁을 깊이 있게 통찰하기 보다는 자신의 개인적인 생각 위주로 글을 끝 맺는다. 

인문학 사전이라는 그럴싸한 제목을 달아 놓고서는 깊이 없는 저자의 개인적인 생각과 사상이 가득 들어가 있는 책을 이렇게 출간한 것은 저자나 출판사의 독자에 대한 기만이라고 밖에 평할 수 없겠다. 이 책은 일단 무조건 비추천이다. 차라리 지금 읽고 있는 들녘에서 나온 피커 왓슨의 '생각의 역사'를 일독하라고 권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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