즐거운 나의 집
공지영 지음 / 푸른숲 / 2007년 11월
평점 :
품절


 
http://blog.naver.com/ksh387/20105565361
 

어버이 날에 고향에 내려가면서 공지영 작가의 즐거운 나의 집을 잡았다. 한국을 대표하는 작가이자, 탁월한 이야기 꾼 답게 이 책은 정말 매력적인 이야기로 가득 차 있는 보석 같은 책이다. 출판사의 서평인지 어느 일간지의 서평인지 흔히들 이 책을 '새로운 시대에 필요한 새로운 가족의 의미'를 찾는 책이라고 했는데 책을 읽고 나니 이 이상한 평가에 동의할 수가 없었다. 이 책은 가족을 이야기 하고 있지만 새로운 시대에 필요한 새로운 가족의 의미를 이야기 하고 있지는 않다. 혹여나 그런 인상이 들더라도 그것은 공지영이 이야기를 풀어가는 데 나온 극히 부분적인 이야기일 뿐이다.

즐거운 나의 집은 기본적으로 한 소녀, 위녕의 성장기를 담고 있다. 하지만 흔한 소설들처럼 아이에서 어른으로 성장하는 성장통에 대해서 이 책은 이야기 하고 있는 것이 아니다. 공지영은 아이의 성장 하나만 꺼내서 이야기 하기 보다는 아이와 연결된 삶과 인생들 모두에 대해 이야기 한다. 결국 책은 특이한 가정에 대한 이야기가 아니라 우리가 살고 있는 이 시대의 삶에 대한 이야기이다. 딸 위녕은 자신을 둘러싼 여러 사람들 그리고 아빠, 엄마와 함께 기뻐하고, 슬퍼하고, 화내고, 즐거워하며 차츰 변해 간다. 이 변화는 위녕 뿐만 아니라 엄마, 아빠, 모두에게 동시에 일어난다. 


둥빈 앞에서 그 아이를 위로하기 위해 이 말을 하자 그제야 엄마의 슬픔도 이해가 되는 것이었다. 그것은 비단 어른이 되었기 때문은 아닐 것이다. 그것은 조금 더 큰 사람으로서 조금 더 어린 사람을 향한 배려일 것이다.  - 책 중에서. 아이나 어른이나 완벽하지 않으며 서로 같이 삶을 살아가는 존재다.


마치 우리가 살아가는 현실처럼 아이와 어른이 서로 같이 커가는 모습을 담고 있기에 이 책은 더 진솔하고 매력적이며 감동적이다. 아이도 어른도 삶 속에서는 결코 완벽하지 않다. 서로 관계를 맺고 살아가면서 이들은 변화하고, 서로에게 영향을 준다. 그녀의 소설에 등장하는 인물들은 하나가 다른 하나에게 절대적으로 우월하면서 일방적이지 않다. 스케일이 크거나 등장인물이 많지 않은 대신, 그녀의 소설 속에는 우리의 삶이 있고 아이며 어른이며 할 것 없이 서로 의지 하면서 살아가는 인물들이 생생히 숨쉬고 있다. 그렇기에 그녀의 이 소설, 즐거운 나의 집은 어른이나 아이나 할 것 없이 큰 위안을 준다. 하지만 공지영 자신의 이야기를 쓴 이 책은, 그 많은 사람들 보다도 그녀에게 가장 큰 위안이 될 것 같다.


집은 산악인으로 말하자면 베이스캠프라고 말이야. 튼튼하게 잘 있어야 하지만, 그게 목적일 수도 없고, 또 그렇다고 그게 흔들거리면 산 정상에 올라갈 수도 없고, 날씨가 나쁘면 도로 내려와서 잠시 피해 있다가 다시 떠나는 곳, 그게 집이라고. 하지만 목적 그 자체는 아니라고, 그러나 그 목적을 위해서 결코 튼튼하지 않으면 안 되는 곳이라고. 삶은 충분히 비바람 치니까, 그럴 때 돌아와 쉴 만큼은 튼튼해야 한다고. - 책 중에서. 즐거운 나의 집이다. 공지영은 서로 기대 사는 삶을 이야기 하고 있고 아주 단순한 이 사실에서 우리는 큰 위안을 얻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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