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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모스 할아버지가 아픈 날 ㅣ 베스트 세계 걸작 그림책
필립 C. 스테드 지음, 에린 E. 스테드 그림, 강무홍 옮김 / 주니어RHK(주니어랜덤) / 2021년 12월
평점 :

2011년도 칼데콧상 수상작이 개정판으로 우리를 찾았다.
할아버지가 알려주시는 따뜻함을 아이와 함께 느꼈던 그 순간을 떠올리면 아이들과의 추억들이 새록새록 기억난다.
인생은 순환이라고 어디선가 들은 기억이 있다.
부모로부터 보살핌을 받아 아이가 자라고 부모가 되어 다시 아이를 키우고 아이를 키우며 부모가 된 그들은 다시 부모님을 모신다.
자연의 순리와도 비슷한 삶의 순환이 이 책에서도 느낄 수 있었다.
그림책에서 만난 아모스 할아버지와 동물들을 통해 아이들은 아이들만의 감동으로 어른인 나는 나만의 감동으로 그림책을 완성해나간다.
내가 부모가 되어 보니 내가 부모로부터 받은 그 사랑을 가두지 않고 흘려보내는 그 삶이 아이들에게만 아니라 부모에게도 흘러간다는 생각을 해보았다.

이 책 주인공 아모스 할아버지를 통해서도 조건없이 베푸는 부모님의 사랑을 느낄 수 있었다.
톤 다운된 색감과 꽉꽉 채우지 않은 비어진 공간이 주는 느낌은 감상자에게 포근함을 느끼게 하는 것 같다.
특히 목판화와 연필 스케치로 완성된 그림들은 온화한 이야기를 더욱 따뜻하게 감싸준다.
설탕 단지에도 말을 걸고 느긋하게 일상을 시작하고 바쁜 와중에도 동물원 친구들을 하나하나 만나러 간다.
할아버지는 자신이 하고픈 일이 아닌 동물들이 원하는 바를 할아버지와 동물들의 속도를 맞추어 함께 즐긴다.
동물들이 무엇을 좋아하고 무서워하는지를 가슴깊이 이해하며 동물들과 함께 하는 것 같은 할아버지의 모습은 아이들을 대하는 그리고 부모를 대하는 내게 다정한 조언 같아 보였다.
'서두르지 않고, 재촉하지 않고, 채근하지 않아도 다 할 수 있단다.' 하며 내게 건네는 할아버지의 조언말이다.

그렇게 매일을 동물들에게 찾아가 함께 하며 그들에게 위로가 되며 사랑이 되었던 할아버지가 감기에 걸리고 만다.
할아버지는 동물들을 찾아가지 못했고, 그런 사실을 모르는 동물들은 할아버지를 기다린다.
저마다 할아버지와 할 무엇들을 준비했지만, 할아버지는 오시지 않자 동물들이 할아버지를 찾아간다.
이제까지 할아버지가 동물들을 만나기 위해 갔던 길을 이제는 동물들이 할아버지를 만나기 위해 가는 것이다.
할아버지처럼 정류장에서 한 줄로 서서 버스를 기다리고 버스를 타고 가는 장면은 무언가 많은 울림을 준다.
삶의 순환이라는 단어가 확대대어 내게 물밀듯 밀려오는 순간이었다.
동물들이 마침내 할아버지와 대면하는 그 순간은 이전보다 더 진해진 색감으로 그 기쁨을 고스란히 느낄 수 있다.
동물들의 표정에 나타나는 온화함과 기쁨, 할아버지가 두 손 모으며 반기는 듯한 감정의 공유가 그림책에 온전히 담겨있어 놀랄 수 밖에 없다.
코끼리, 코뿔소, 거북이, 부엉이, 펭귄 그리고 아모스 할아버지의 눈에 드리운 감정들이 우리에게 그대로 다가온다.
표정을 이렇게 세밀하고 자연스럽게 나타내다니 그림책이 주는 감동을 다시 한 번 느끼게 된다.

그렇게 동물들은 그 날도 어김없이 할아버지와 함께 하는 시간을 갖는다.
할아버지도 동물들도 마음에 온기가 피어나는 시간이다.
차례차례 누가 먼저 할 것 없이 순서대로 그들만의 시간을 갖으며 모두에게 고마워하는 할아버지의 마음, 그리고 동물들이 전해주는 그 마음이 책속에 그득하게 채워진다.
차 한잔을 하는 것도 할아버지가 아닌 동물들이 준비하는데, 이 장면도 뭉클했다.
서로가 할 수 있는 최선의 것들로 함께 할 수 있는 시간과 공간을 채워가는 듯 한 느낌이었다.
이런것이 연대하는 힘이 아닐까.라는 생각과 함께 가족의 의미, 참된 사랑, 나눔과 베품의 의미들까지도 확장되어 생각케 했다.
펭귄이 가만히 앉아 할아버지의 발을 따뜻하게 해주는 것과 코뿔소가 건네는 손순건, 그리고 깜깜한 밤을 무서워하는 할아버지를 위해 부엉이가 읽어주는 이야기책은 우리네 모습과 다르지 않는 정겨움을 느끼게 하며 잔잔하지만 깊은 감동과 울림을 전한다.
할아버지와 동물들이 전하는 온기는 지금 우리에게 더욱 소중하게 생각된다.
더불어 함께 하며 기다리고 응원할 때 우리의 삶은 더욱 풍성해질 것이라는 당연한 삶의 순리를 일깨워주는 책인것 같다.
◀ 해당 글은 주니어RHK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협찬 받고 작성한 솔직한 후기입니다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