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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원 (반양장) - 제13회 창비청소년문학상 수상작 ㅣ 창비청소년문학 96
백온유 지음 / 창비 / 2020년 6월
평점 :
![](http://image.yes24.com/blogimage/blog/s/s/ssunshiny/IMG_SE-917927d0-9862-4734-bddc-bbf9117fbe42.jpg)
유원. 願. 원하다의 원(願)
책의 제목이 무슨뜻일까 궁금했는데, 그게 너의 이름일줄은 상상도 못했다.
그 안에 가득찬 너의 존재. 너의 이름이라곤...
난 어처구니 없게도 저 곳이 내가 뻥 뚫린 기분을 만끼하며 끝없는 수평선에 취했었던 시원한 바다라고만 생각했다.
너를 휘청이게 하고, 소리쳐 무겁다 말하고 싶었을 그 기억의 한자락 속, 네가 생명을 얻고도 자유하지 못하며 그 무게를 감내해야 했던, 오롯이 너일 수 없었던 그 높은곳일꺼라 생각을 못했다.
참, 가소롭지.
그 기준이 자신의 내면에 국한되어 자신이 경험한 것에 비추어 바라보고 생각하여 판단하니 말이야.
네가 천(天)의 운명으로 살아나고, 그 누군가에게 빚지게 된 것을 제각각 판단하며 글침을 쏘아 댄 것도,
그렇게 가볍게 판단하고 결정한 것도 다 같은 흐름이다.
이것이 얼마나 무서운지 모르고...
너를 보며 누군가를 떠올리고, 너를 보며 모든상황에 감사해야 할 것을 찾아 고개를 숙이는 모든 것들은 네 몫이 아닌거다.
네가 너로 이루어지게 된 어떤 이유들.
그 이유들은 정말 다양하지만, 그 이유들에 구속되어 네가 피어나지 못하면 어쩌나 너를 만나는 내내 가슴 졸였다.
어쩌면 수현의 그 마스터키는 너희들 인생의 마스터키가 아닐까 생각한다.
네가 억누르고 붙잡고 있었던 그 굴레에서 벗어날 수 있는 마스터키.
수현을 만나고 정현을 만나며 네 인생을 조금 다른 시각에서 바라볼 수 있었던 것은 네가 찾은 인생의 마스터키를 사용하여 너의 문을 열 수 있는 방법을 터득하게 된 것이 아닐까
네가 아는 사람 중에 너의 언니를 모르는 이가 갓 태어난 신아 언니의 아기 율이어서 안심하고 율이를 좋아할 수 있을것 같다는 말에
참고 참았던 눈물이 터진다.
네가 비로소 외로움을 접어 놓을 수 있게 곁을 내어줄 친구인 수현이가 널 구한 아저씨의 딸이라는 대목에도 참았던 나인데 ...
이제야 네 마음을 온전히 바라보고 널 인정하는 것 같아 차오른다. 눈물이.
아저씨의 이기적인 요구와 무례한 방문에도 잠자코 듣고만 있었던 네 부모님의 마음.
감사해야지하며 항시 고개를 조아리며 무언가를 내주어야 했던 그 마음까지 이해가 가기에, 네가 그 모든것을 끊고 무거웠노라 말해줘서 고마웠다.
네가 수현이를 통해 내면의 소리에 귀 기울일 수 있었듯
수현이도 너를 통해 아버지에 대한 원망의 마음을 어루만질 수 있었겠다 싶다.
그렇게 우리는 서로에게 위로의 손길이 되어준다.
잠시 쉴만한 어깨가 되어준다.
우리는 서로가 서로에게 상처도 주며 위로도 받는다.
저마다 보이지 않고 생김새도 다르며 그 무게 또한 다른 아픔과 상처를 이겨내고 있음을 너를 통해 다시금 깨닫는다.
언니가 너를 놓았을때의 그 결정을 네가 용기라 말했을 때,
이젠 정말 네가 그 누구보다 멋진 삶을 살 수 있을거란 생각에 눈앞이 뿌얘지는걸 막을 수 없었다.
고맙다. 참 고맙다.
유원.
너의 그 비행으로 나도 힘차게 날아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