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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죽음 앞에 매번 우는 의사입니다 - 작고 여린 생의 반짝임이 내게 가르쳐준 것들
스텔라 황 지음 / 동양북스(동양문고) / 2024년 5월
평점 :

2015년 3월의 어느 날
3개월 후면 태어날 뱃속의 아이를 기다리던 나에게 찾아온 '조산'
그렇게 긴급제왕절개로 27주 1일에 1.04kg으로 '초극소저체중아'라는 타이틀을 달고 태어난 아이..
그래서 나는 정상분만 후에 누구나 당연히 한다고 믿었던 것들
- 갓 태어난 아이를 품에 안는 것
- 고생했다고 배우자, 가족들에게 축하 받는 것
- 아이에게 모유를 물리는 것
이 모든 것이 당시 나에겐 꿈도 꿀 수 없는 일이었다.
갓 태어난 내 아이는 바로 NICU(신생아중환자실)로 옮겨졌고
아이 아빠, 가족들, 지인들은 모두 근심어린 표정으로 나를 바라봤다.
축하보다는 "괜찮아?" "이게 무슨일이야"하는 걱정을 훨씬 많이 받았던 출산 후의 장면이 다시금 떠오른다.
이후 아이가 신생아중환자실을 나오기 전까지 부모가 할 수 있는 것은 이것뿐이다.
1. 아이가 별 탈 없이 졸업할 수 있게 해달라는 기도
2. 정해진 시간에 면회를 가는 것 : 니큐 앞에서 감염위험을 줄이기 위해 온 몸을 일회용품으로 무장하고 다른 부모님들과 길게 줄을 서서 아이를 기다리는 것
의료진들에게 우리 아이 잘 부탁드린다고 모유와 병원에서 준비하라는 물품을 전달하는 일
3. 이른둥이 미숙아 등등을 검색하며 우리 아이의 살 확률을 높일 방법을 찾는 것...
그런 부모 대신 신생아중환지실 최일선에서 이른둥이들의 또다른 부모가 되어 돌봐주시는 분들에 대한 이야기
심지어 단 1명이 아닌 베드의 많은 아이들을 위해 노력하는 그 의료진의 이야기가 바로
"나는 죽음 앞에 매번 우는 의사입니다" 이다.

이 책은 크게 3가지 주제로 구성되어있다.
1. 소아과 의사이자 두 아이의 엄마로서의 삶
"생과 사는 앞뒤 가리지 않고 온다는 것
나에게 주어진 시간, 그리고 사랑하는 사람들과의 시간이
얼마나 남았는지 아무도 알 수 없다는 것
그러니 지금 이 순간을 매일 살려고 노력한다. - 본문 중에서 - "
- 직접 아이를 키우는 한 엄마이면서 병원에서는 의사로 갓 태어난 아이들의 생과 사에 개입하며 힘들었던 경험과 더불어 그로 인해 부모로서, 의사로서 성장하는 저자의 생각이 담겨있었다.
어찌보면 신생아중환자실처럼 생과 사가 가까운 곳이 있을까?
그 곳에서 아이들의 생과 사를 지켜보고 개입하는 의사이기에 그만큼
자신의 옆에서 살아숨쉬는 소중한 사람들(배우자, 자녀, 동료 등)의 존재와 그들과 함께하는 삶의 중요성을 더 가슴 깊이 깨달을 수 있었을 것이다.
나 역시 당시에는 왜 나에게 이런 일이 일어났냐고 생각하고 불행하다고 생각했었는데
돌이켜 생각해보니 그 때 했던 많은 경험들로 인해 다른 엄마들은 겪어보지 못한 일들 덕분에
"1g의 소중함 (니큐에선 몸무게가 줄어드는 경우가 많아서 1g이라도 늘었단 소식 들면 너무 기뻤다.)"
"아이를 안을 수 있다는 것의 소중함 (우리 아이는 졸업 일주일 전 외에 한번도 안아볼 수가 없었다)"
"우리 아이가 살아있다는 것의 감사함 (매일매일 아이 상태가 나빠졌다는 전화가 올까봐 두려웠으니..)"
등으로 부모로서는 다른 사람보다 훨씬 성숙할 수 있는 계기가 되었다고 생각하곤 한다.

2. 신생아중환자실에서 맞닥드리는 의사의 눈으로 바라본 현장의 이야기
"우리는 결코 신이 될 수 없어 - 본문 중에서 - "
- 신생아중환자실에서 만나는 다양한 상황의 아이들을 노력해서 살려내 아이가 무사히 졸업하기도 하지만
그렇지 못했을 때 의사와 의료진이 느끼는 절망과 함께 복잡한 마음들이 느껴지는 장이었다.
자신의 앞에 있는 꺼져가는 작은 생명을 살리기 위해 10명 이상이 노력하는 모습을 묘사한 부분과
더불어 사신을 쫓기위해 노력했지만, 결국 부모에게 아이의 '죽음'을 전달하는 사신의 역할을 할 수 밖에 없는
참담한 심정... 읽다가 눈물이 핑 돌았다.. 그래도.. 함께 노력한 동료들과 서로를 위로하면서 또 다시 사신과의 사투를 벌이기 위한 마음 무장을 하는 저자의 모습에 아... 우리 아들을 지켜주던 의료진들도 저러셨겠지?
하며 새삼 감사한 마음이 들었다.

3. 잠시 세상에 나들이 왔다가 별이 된 아이들, 아픈 아이들과 가족의 이야기
"병원에서 사라진 하얀 생명은 하늘로 솟아 별이 되는지도 모르겠다.
별이 남기고 간 흔적이 너무 진해 나는 치울 수가 없었다.
하나의 죽음은 스치고 지나가기만 해도 그 전으로 돌아갈 수 없다.
하물며 죽음을 직접 만지고 느꼈다면 그 슬픔은 극복할 수 없다.
그냥 짊어지고 갈 뿐이다. - 본문 중에서 - "
- 노력했지만 살리지 못한 아이들, 그리고 갑작스런 이벤트로 삶은 이어졌지만 상처가 남은 아이들
그리고 그 가족들의 이야기들이 담겨있다. 이 장에서 죽음을 맞닥드리는 의사의 고뇌와 더불어
분명 아플 것이 분명한 아이들에 대해 전문가로서 부모에게 아이의 삶을 지속시킬 것인가, 놓을 것인가를
조언하는 괴로움에 대한 내용이 담겨있다. 그들은 신이 아니고 나와 같은 인간이기에 또 아이를 사랑하는 또 다른 부모이기에 함께 절망한다는 것... 그리고 판단의 실수가 있을 수도 있다는 것... 그에 대해 고민한다는 것
이 모든 경험을 통해 부모로서 의사로서 또 성장하게 된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단순 의사의 에세이가 아니라 갓 태어난 아이의 최전방에서 바라보는 삶, 위기, 죽음에 대한 이야기를 통해
내가 직접 보지 못해 알 수 없던 신생아중환자실 의료진들의 일상, 고뇌, 어려움 등을 이해하게 되었고 다시금
아이를 다시 안아볼 수 있도록 노력해준 의료진에게 무한한 응원과 감사를 보내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
또한 나와 같은 경험이 없는 부모님들은 이 책을 읽고 지금 현재 내 곁에 있는 아이가 살아있는 것만으로도
얼마나 감사한 것인지, 당연히 누리는 출산의 행복, 아이와의 일상이 사실 절대로 당연한 것이 아니라는 것을 깨달을 수 있는 계기가 될 수 있으리라 생각한다.
"아이를 잃은 부모는 아이가 살아있기만을 바랄 것이다.
살아있는 아이
그 이상을 바라는 것, 내 욕심이다.
아이가 본연의 모습대로 자랄 수 있게
아이가 쉴 그늘이 되어 주는 것이 제일 중요하다.. - 본문 중에서 - "
하늘의 별이 되었든, 지금 부모님 곁에서 자라고 있든
니큐에서 있었던 모든 아가들에게 의료진들이 꼭 전하고 싶은 말로 들렸던
저자가 보내는 따뜻한 한마디를 끝으로 서평을 마무리하고자 한다.

"사랑한다. 영원한 나의 아기들 - 본문 중에서 - "
* 출판사로부터 도서만을 무상으로 지원 받아 직접 읽고 솔직하게 작성한 서평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