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영장의 냄새
박윤선 지음 / 우디북 / 2026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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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영장의 냄새》 | 박윤선 지음

1980년대 말 서울을 배경으로 한 이야기라 처음에는 조금 오래된 이야기처럼 느껴질까 싶었는데 읽으면서 그런 이질감이 거의 없었다. 아파트에 살고 학원과 수영장을 오가는 민선의 일상이 어쩐지 익숙했다. 나의 어린 시절 기억과도 겹치는 부분이 있어서 어느 평범한 가정의 집 안을 들여다보고 있는 기분으로 재미있게 읽었다.

특히 동생인 민선과 언니 민진의 관계가 인상적이었다. 민진의 경기는 엄마가 따라다니면서 챙기는데 민선의 학부모 참관수업에는 오지 않고, 민진은 따로 가르쳐주지 않아도 한글을 깨쳤지만 민선은 한글을 떼지 못한 채 초등학교에 들어간다. 민진에게는 자연스럽게 기대가 생기고 민진에게 더 집중하는 모습들이 보였다. 사실 학부모 참관 수업을 안 온 이유는 증권사에 방문했던 거 같은데 읽으면서 조금은 민선의 편에 서게 됐다. 주변에서 비슷한 가족들을 본 적이 있어서인지 더 와닿았다.

나는 외동이라 형제자매 사이에서 직접 비교를 당해본 경험은 없지만 나보다 잘하는 사람을 보면서 나도 모르게 나를 비교하게 되는 마음은 알 것 같았다. 평생을 들었을테니 ‘나는 언니와 다른 사람’이라고 생각하는 민선의 마음도 이해가 됐다.

민선과 주변 인물과의 관계도 재미있었다. 아이들이라고 해서 늘 순수하고 착하지만은 않다. 똑같이 질투하고, 경쟁하고, 때로는 다른 아이에게 상처를 주기도 한다. 그런 일들을 겪으면서 민선이 조금씩 자신과 다른 사람을 바라보게 되는 서술이 좋았다.

오래전 이야기를 읽었는데도 결국 남는 건 낯선 시대의 풍경이 아니었다. 가족 안에서 기대받고 비교되는 마음, 친구 사이에서 생기는 질투와 미안함 같은 것들은 지금도 여전히 우리 곁에 있으니까.

이 책을 읽고 초등학교 때의 나를 계속 떠올리게 된다. 수영장 특유의 냄새처럼 이 책에 대한 여운이 꽤 오래 남아있을 것 같다.

*본 리뷰는 빌리버튼으로부터 도서 지원을 받아 작성되었습니다.

#빌리버튼 #우디북 #수영장의냄새 #박윤선 #서평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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있는 그대로 라오스 ㅣ 나의 첫 다문화 수업 22
박성하 지음 / 초록비책공방 / 2026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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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있는 그대로 라오스》 | 박성하 지음

라오스 하면 방비엥에서 하는 액티비티부터 떠올렸다. 여행지로서의 라오스는 어느 정도 알고 있다고 생각했지만 정작 그곳에서 사람들이 어떻게 살아가는지 어떤 역사를 지나왔는지는 잘 몰랐다. 그래서 《있는 그대로 라오스》를 읽으며 라오스를 조금 더 가까이 들여다볼 수 있어서 좋았다.

나는 다른 나라로 여행을 갈 때 비싸지 않으면 그 나라의 전통의상을 사서 입는다. 라오스 사람들의 전통옷 사랑을 읽고 나도 여행가면 전통 치마인 씬을 입고 싶어졌다.
또 중국 쿤밍에서 라오스까지 기차가 연결되어 있다는 이야기가 반가웠다. 책을 읽다가 친구에게 내용을 찍어 보내며 “쿤밍에서 라오스까지!” 하고 벌써 여행을 상상하기도 했다. 책을 읽으니 막연했던 라오스의 모습이 조금씩 구체적으로 그려졌다.

불교를 믿으면서도 정령을 믿는 라오스의 종교관도 흥미로웠다. 우리나라 역시 기독교가 들어온 뒤 기존의 무속 신앙과 여러 방식으로 섞여 온 모습이 있는데 서로 다른 역사 속에서도 사람들이 자신의 전통과 새로운 종교를 받아들이는 방식에는 닮은 점이 있는 것 같았다. 여러 민족이 살아가는 만큼 언어와 문화도 다양하다는 점도 인상적이었다. 서로의 영역을 침범하지 않고 각자의 문화를 인정하며 살아가는 모습에서 ‘다 좋아, 다 괜찮아’ 하는 라오스만의 분위기를 느꼈다.

무엇보다 이 책은 라오스의 현재와 역사를 함께 보여준다. 란쌍 왕국부터 외세의 지배와 전쟁 그리고 불발탄의 흔적까지 라오스의 과거를 살펴보는 한편 젊은 세대가 만들어 가는 미래까지 담고 있다. 6년 동안 직접 살아본 저자의 애정과 관심도 곳곳에서 느껴졌다. 방비엥의 액티비티처럼 여행지로만 알고 있던 라오스를 넘어 그곳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의 삶과 역사까지 바라볼 수 있었다. 제목처럼 라오스를 있는 그대로 조금 더 오래 바라보게 해준 기분 좋은 책이었다.

*본 리뷰는 초록비주니어로부터 도서 지원을 받아 작성되었습니다.

#있는그대로라오스 #라오스 #초록비주니어 #있는그대로 #초록비공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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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원으로 사는 삶 - 나의 작은 혁명 이야기, 2022년 한겨레 '올해의 책'
박정미 지음 / 들녘 / 2022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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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원으로 사는 삶》 | 박정미 지음

출판사에서 책과 영화 《담요를 입은 사람》을 함께 보내주셔서 영화를 먼저 보고 책을 읽었다. 다큐멘터리라 조금 진지한 이야기를 예상했는데, 생각보다 너무 웃겨서 보는 내내 웃었다. 박정미 감독님이 정말 유쾌한 분이라는 걸 느꼈고, 김연수 작가님과 손시내 평론가님도 함께한 GV까지 보고 나니 책을 읽는 것도 더 재미있었다.

《0원으로 사는 삶》은 ‘0원으로 살 수 있을까?’라는 질문을 직접 실험해본 기록이다. 빈집에서 지내고, 버려진 음식을 찾아 먹고, 노동과 숙식을 바꾸는 등 여러 방법을 직접 경험하며 하나의 정답보다 ‘이렇게도 살아볼 수 있다’는 여러 답안을 보여준다. 영화가 그 여정을 눈앞에 펼쳐줬다면 책은 그 과정에서 작가가 어떤 생각을 했는지 따라가게 했다. 특히 프로젝트를 마치고 한국으로 돌아오는 길은 묘하게 오디세이를 닮아 있었다. 낯선 곳에서 시작해 한참을 돌아 결국 돌아오는 길이라니.

무엇보다 이 책과 영화를 보며 내 소비생활을 많이 돌아보게 됐다. 나는 물건 사는 걸 좋아하는 맥시멀리스트라 좁은 집이 늘 포화 상태인데, 영화와 책에서는 멀쩡한 물건들이 버려지고 그것을 스킵 다이빙으로 다시 건져 올린다. 소비에 대한 다른 방송에서 “갖고 싶다는 생각이 드는 물건은 사실 필요가 없는 물건입니다. 우리가 치약을 갖고 싶다고 말하지 않아요”라고 말이 영화를 보고 집으로 돌아가는 내내 떠올랐다.

0원으로 살 자신은 없지만, 이제 물건을 살 때 한 번쯤 멈춰 생각해보려고 한다. 정말 필요한 걸까, 아니면 그냥 갖고 싶은 걸까. 좁은 집을 물건으로 꽉 채워놓고 사는 나에게는 꽤 오래 생각해볼 질문이 생겼다. 당분간은 정말 필요한 만큼만 사보려고 한다.

*본 리뷰는 들녘으로부터 도서와 영화 티켓을 지원받아 작성되었습니다.

#들녘 #0원으로사는삶 #박정미 #담요를입은여자 #서평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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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프트 랜딩
나규리 지음 / 마이디어북스 / 2025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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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프트 랜딩》 | 나규리 지음

처음에는 책 소개만 보고 ‘역시 내 심장은 로맨스를 향하고 있지!’ 하면서 선택한 책이었다. 수인과 단아의 사랑 이야기가 중심에 있지만, 읽고 나니 단순히 여성의 사랑을 그린 소설이라고 말하기에는 담고 있는 이야기가 많았다.

성소수자, 계약직, 하청과 하청의 하청, 입양과 가족 문제까지 우리가 사회에서 쉽게 주변으로 밀어내는 여러 이야기가 두 인물을 통해 자연스럽게 드러난다. 사회문제를 하나씩 설명하지 않고도 인물의 삶에 녹여내는 방식이 너무 좋아서 감탄하면서 읽었다. 그저 두 인물의 이야기를 따라갔을 뿐인데 자연스럽게 그들의 현실을 마주하게 되는 점도 좋았다.

이 책으로 친구들과 함께 독서모임을 했는데, 한 친구가 목차가 참 좋다면서 목차별로 이야기의 흐름을 시원하게 정리해주었던 것도 기억에 남는다.

‘Departure’, ‘In flight’, ‘Turbulence’, ‘Arrival’.

비행의 과정이면서 두 사람이 만나 사랑하고, 흔들리고, 어딘가에 도착하는 과정처럼 느껴졌다. 공항도 누군가에게는 여행을 시작하는 곳이지만 이들에게는 매일 출근해야 하는 일터라는 점에서 더 의미 있게 다가왔다.

무엇보다 글이 정말 술술 읽혔다. 무거운 이야기를 담고 있지만 어렵거나 무겁게만 느껴지지 않았고, 두 사람의 관계를 따라가다 보니 자연스럽게 여러 문제를 생각하게 됐다.

이번 독서모임을 통해 좋은 작가님을 한 분 알게 된 것 같아 좋았다. 책을 덮고 다시 목차를 보니 네 개의 단어가 조금 다르게 보였다. 출발하고, 날아가고, 흔들리고, 도착하는 것. 어쩌면 이 소설은 사랑이 어디에 도착하는지를 보여주는 이야기라기보다, 각자의 삶에서 그렇게 흔들리면서도 어떻게 계속 나아가는지를 보여주는 이야기인지도 모르겠다. 그래서 마지막에 남는 말이 ‘소프트 랜딩’인 것이 좋았다.

*위 도서는 마이디어북스 출판사로부터 제공받아 독서모임 후 작성한 서평입니다.

#마이디어북스 #마디북 #소프트랜딩 #나규리 #독서모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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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더런
류연웅 지음 / 나무옆의자 / 2026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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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더런》 | 류연웅 지음

2080년의 서울. 비행 장치와 트램이 주요 교통수단이 되면서 지하철은 운행을 멈췄고, 폐쇄된 지하철역에는 집을 잃은 사람들이 모여 살아간다. 그리고 지상의 집을 얻기 위해 목숨을 걸고 ‘언더런’이라는 경기에 뛰어든다.

2080년이라는 설정이 무색할 만큼 현실적으로 느껴졌던 건 의외로 ‘집’ 때문이었다. 아니, 2080년이면 내가 몇 살이지? 그때도 집을 구하려면 이렇게까지 해야 하는 건가 싶어서 읽으면서 몇 번이나 웃펐다. 세상은 첨단 기술로 달라졌는데 누군가에게는 여전히 집이 가장 절실한 문제라는 게 묘하게 씁쓸했다. 사실 요즘 내가 가장 갖고 싶은 것도 집이라 더 현실적으로 다가왔는지도 모르겠다.

읽으면서 자연스럽게 가족의 의미에 대해서도 생각하게 됐다. 통닭팀은 혈연으로 이어진 가족이지만, 소설 속에는 한부모 클럽과 해피하우스처럼 혈연과는 다른 형태로 함께 살아가는 공동체도 등장한다. 혈연 관계인 가족이 있더라도 함께 살고 서로를 돌보는 사람들이 또 존재한다면 그 관계 역시 가족이라고 부를 수 있지 않을까?

나무옆의자의 다른 소설 《공산당에 오신 것을 환영합니다》에서도 공동체를 이루어 살아가는 사람들의 모습이 재미있었는데, 《언더런》 역시 미래 사회라는 장르적 설정을 통해 결국 우리가 어떻게 함께 살아갈 것인지 생각하게 한다. 특히 1인 가구가 많아지는 지금, 가족의 모습도 하나의 형태로만 설명하기 어려워지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미래의 서울을 달리는 이야기를 읽었는데, 정작 오래 생각하게 된 건 지금의 집과 가족이었다. 집은 단순히 머물 곳을 얻는 문제가 아니라 결국 누구와 함께 살아갈 것인가의 문제일지도 모르겠다. 앞으로 우리가 만들어갈 가족은 어떤 모습일지, 그리고 함께 살아간다는 것은 무엇인지 생각하게 한 소설이었다.

*본 리뷰는 나무옆의자로부터 도서 지원을 받아 작성되었습니다.


#나무옆의자 #언더런 #류연웅 #청소년문학 #서평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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