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골 할머니의 벚나무 1000그루
타다 노부코 지음, 우민정 옮김 / 사파리 / 2026년 4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산골 할머니의 벚나무 1000그루》
글, 그림: 타다 노부코
옮김: 김숙

도시는 계속 사람을 끌어당기고, 작은 마을은 조금씩 조용해진다. 이 책을 읽으며 가장 먼저 떠오른 것은 한국의 현실이었다. 지방 소멸을 걱정하는 목소리는 익숙하지만, 막상 나 자신을 돌아보면 먹고살기 위해 서울을 선택할 수밖에 없다는 생각이 먼저 든다. 결국 마을이 사라진다고 해서 당장 내 삶이 무너지는 것은 아니니까. 각자의 생존을 위해 움직이는 시대 속에서 이 책은 더욱 낯설고도 묵직하게 다가왔다.

산골 마을에 남은 할머니들은 떠난 사람들을 원망하거나 현실을 체념하지 않는다. 대신 자신들이 사랑하는 마을을 다른 사람도 사랑하게 되기를 바라며 벚나무 1,000그루를 심는다. 그 벚꽃이 만개한 모습을 끝내 보지 못할 수도 있다는 사실을 알면서도 기꺼이 삽을 드는 마음은 어떤 마음일까. 자신이 누리지 못할 미래를 위해 오늘을 내어준다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 일인지 알기에, 할머니들의 선택은 오래 마음에 남았다. 당장의 보상이 없다는 걸 알면서도 묵묵히 이어가는 마음이 무엇보다 귀하게 느껴졌다.

책을 덮고 나니 문득 '사랑'이라는 말을 다시 생각하게 되었다. 우리는 사랑을 흔히 내 곁에 두고 싶은 마음이라고 생각한다. 그런데 이 책 속 할머니들의 사랑은 조금 달랐다. 내가 사랑하는 마을을 다른 사람도 사랑해 주기를 바라고, 그 마음 하나로 긴 시간을 견디며 나무를 심는다. 그 모습이 이상하리만큼 오래 마음에 남았다.

우리는 무언가를 시작할 때 결과를 먼저 떠올리는 데 익숙하다. 하지만 이 책은 결과를 보지 못하더라도 충분히 가치 있는 일이 있다고 말한다. 벚나무 1,000그루는 언젠가 피어날 봄을 믿는 마음이었다. 꽃이 피는 계절을 끝내 맞이하지 못할 수도 있다는 사실을 알면서도 나무를 심는 사람들 덕분에 어떤 풍경은 이어진다. 미래는 거창한 변화로 만들어지는 것이 아니라, 이름 없이 누군가가 심어 둔 작은 희망들이 차곡차곡 자라 만들어진다는 것을 이 그림책은 조용히 보여준다.

- 위 도서는 사파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독서모임 후 작성된 서평입니다.

#사파리 #산골할머니의벚나무1000그루 #타다노부키 #김숙 #동화책 #그림책 #도서지원 #독서모임지원 #독서모임 #서평단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l 공유하기 l 북마크하기찜하기 lthankstoThanksTo
 
 
 
공산당에 오신 걸 환영합니다
최현유 지음 / 나무옆의자 / 2026년 6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공산당에 오신 걸 환영합니다》 | 최현유

처음 몇 장을 읽으며 가장 현실적이라고 느낀 장면은 주인공 나눔이 선물 투자 실패로 모든 것을 잃는 순간이었다. 나는 투자와는 거리가 먼 사람인데도 이상하게 낯설지 않았다. 뉴스를 켜면 하루에도 몇 번씩 주식과 코인 이야기가 나오고, 누군가는 몇 배의 수익을 자랑한다. 그러다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언제부터 성실하게 노동으로 돈을 버는 일이 당연한 삶이 아니라 뒤처지는 선택처럼 여겨지는 시대가 된 걸까.’ 땀 흘려 번 돈보다 돈이 돈을 버는 속도가 더 중요해진 세상. 돈 없는 노동자이자 평범한 사람으로 살아가는 입장에서 그 현실이 무척 씁쓸하게 다가왔다.

제목만 보면 공산주의를 다룬 소설처럼 보이지만, 이 작품이 끝내 이야기하는 것은 이념이 아니라 사람이다. 빚 때문에 삶의 끝에 몰린 나눔이 '공산당'이라는 이름의 셰어하우스에 들어가 사람들을 의심하고, 경계하고, 함께 살아가며 조금씩 변해가는 과정은 유쾌하면서도 따뜻하다. 간첩을 잡아 포상금을 받겠다는 절박한 목표와 치킨 하나를 만들기 위해 모두가 진심인 장면이 한 작품 안에 공존하는데, 그 간극이 웃음을 만들어내면서도 공동체가 무엇인지 자연스럽게 생각하게 한다.

특히 공산당 식구들이 이곳에 모이게 된 이유는 저마다 다르지만 결국 하나로 이어진다. 돈 앞에서 무너진 꿈, 아무리 노력해도 넘기 어려운 계급의 벽, 성실함만으로는 보상받기 어려운 현실. 용미가 "시궁창에서 태어난 용에게는 바다를 맡기지 않는다"고 말하는 장면이나, 나눔이 돈 많은 사람들은 애초에 게임의 규칙 자체가 다르다는 사실을 깨닫는 장면은 씁쓸할 정도로 현실적이었다. 그래서 이 소설은 자본주의를 향한 단순한 비판이 아니라, 그 안에서 상처 입은 사람들의 생존기를 보여주는 이야기처럼 읽혔다.

암울한 현실을 담았지만 소설이 우울하게만 남지 않는 이유도 사람 때문이다. 함께 밥을 만들고, 농사를 짓고, 누군가의 상처를 조용히 기다려주는 일들. 돈으로는 계산할 수 없는 시간들이 쌓이면서 나눔은 자신이 잃어버렸던 삶을 되찾아간다. 많은 사람들이 '나만 잘사는 것'을 생각하다 놓치고 있던 '함께 살아가는 일'의 가치를 나눔을 통해 돌아보게 되었다.

우리는 흔히 세상을 돈의 논리로만 설명하려 한다. 하지만 이 소설은 그 논리 바깥에도 분명 삶은 존재한다고 말한다. 경쟁에서 밀려난 사람들, 성실하게 살아왔지만 번번이 좌절한 사람들, 돈 때문에 스스로를 실패자라 여겨본 적 있는 사람들에게 이 이야기는 뜻밖의 위로가 된다. 제목은 가장 도발적이지만, 읽고 나면 가장 오래 남는 것은 '공산당'이라는 단어가 아니라 그 안에서 서로를 식구라 부르며 살아가는 사람들의 온기다.

돈이 삶을 지배하는 시대일수록, 우리는 무엇으로 살아가는 사람인지 다시 묻게 된다. 《공산당에 오신 걸 환영합니다》는 그 질문을 무겁지 않게, 때로는 웃기게, 그러나 끝내 진심으로 건네는 소설이다. 지금처럼 성실한 노동보다 빠른 수익이 더 큰 가치를 인정받는 시대일수록, 이런 이야기는 더욱 많은 사람에게 닿아야 한다고 생각한다.

*위 도서는 나무옆의자를 통해 제공받았으며 독서 후 작성한 서평입니다.

#나무옆의자 #소설 #공산당에오신걸환영합니다 #최현유 #서평단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l 공유하기 l 북마크하기찜하기 lthankstoThanksTo
 
 
 
아주 짧은 이집트사 - 파라오의 영광부터 현대의 격동까지 핵심만 골라 읽는 이집트 문명사
양보미 외 지음 / 초록비책공방 / 2026년 6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아주 짧은 이집트사》 | 양보미, 알파고 시나씨 지음

서평단으로 책을 받아 읽던 중, 이번 서울국제도서전에서 우연히 이 책을 다시 만났다. 초록비책공방 부스에 놓인 책을 둘러보며 출판사는 이 책을 어떤 문장으로 소개하고, 어떤 매력을 가장 먼저 내세우는지 직접 볼 수 있다는 점이 무척 흥미로웠다. 독자로서 책을 읽는 경험과, 출판사의 시선으로 한 권의 책이 세상에 소개되는 과정을 함께 바라본 것은 처음이라 더욱 기억에 남았다.

이집트라고 하면 가장 먼저 피라미드와 스핑크스, 미라, 그리고 이집트 신화가 떠오른다. 신화를 통해 이집트를 먼저 접해서일까. 내게 이집트는 마치 고대 로마처럼 찬란한 문명을 남기고 역사 속에 머물러 있는 나라처럼 느껴졌다.

《아주 짧은 이집트사》는 그런 익숙한 이미지를 넘어, 고대부터 현대까지 이어지는 이집트의 시간을 한 권에 담아낸다. 로제타석의 발견으로 상형문자가 해독되는 과정에서 시작해 파라오 시대와 그리스·로마의 지배, 이슬람 문화의 확산, 수에즈 운하와 현대 이집트에 이르기까지 역사의 흐름이 자연스럽게 이어진다. 시대가 바뀔 때마다 이집트가 어떻게 변화했고, 무엇을 이어왔는지를 따라가다 보면 하나의 거대한 문명을 입체적으로 이해하게 된다.

무엇보다 좋았던 점은 현대의 이집트를 이야기해 준다는 것이었다. 학교에서도, 영화나 다큐멘터리에서도 고대 이집트의 신화와 파라오, 피라미드는 자주 접한다. 하지만 정작 지금의 이집트에 대해서는 제대로 배울 기회가 많지 않았던 것 같다. 떠오르는 것이라곤 수에즈 운하, 그리고 배우 오마르 샤리프 정도였다. 그래서 이 책이 현대 이집트의 정치와 사회, 국제정세까지 함께 다뤄 준 덕분에 비로소 이집트가 먼 과거에 머물러 있는 문명이 아니라 나와 같은 시대를 살아가는 나라라는 사실이 실감 났다. 역사는 끝난 이야기가 아니라 지금도 계속 이어지고 있다는 것을 새삼 깨닫게 된 순간이었다.

현지 가이드와 중동 전문가가 함께 쓴 책답게 연도와 사건만 나열하지 않고 역사와 문화, 종교, 오늘날의 국제정세까지 함께 연결해 설명하는 점이 이 책의 강점이다. 과거의 역사가 현재를 이해하는 배경으로 자연스럽게 이어졌고, 이집트를 바라보는 시야도 한층 넓어졌다. '아주 짧은'이라는 제목과 달리 결코 얕지 않은 내용을 담고 있다.

한 권의 책이 세상에 소개되는 과정을 지켜본 뒤 읽어서였을까. 이집트를 새롭게 알게 된 것은 물론, 좋은 역사책이 독자와 만나는 방식까지 함께 경험할 수 있어 더욱 뜻깊은 독서였다.

*위 도서는 초록비책공방을 통해 제공받아 독서 후 작성한 서평입니다.

#초록비책공방 #아주짧은이집트사 #양보미 #알파고시나씨 #이집트역사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l 공유하기 l 북마크하기찜하기 lthankstoThanksTo
 
 
 
태양 공포
이종산.정보라.허진희 지음 / 스프링 / 2026년 6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태양 공포》 | 이종산·정보라·허진희 지음

호러 장르에 대해 이야기를 하다 보면 꼭 한 번은 나오는 말이 있다. "귀신보다 사람이 더 무섭다." 그때는 웃으며 말했지만 《태양 공포》를 읽고 나니 이 문장이 왜 유효한 문장이었는지 목덜미를 서늘하게 만든다.

이 책은 세 편의 호러 소설을 담고 있지만, 작품 속 공포는 귀신이나 괴물보다 현실에 더 가까이 있다. 「태양 공포」에서는 사회의 경계에 선 존재가 살아남기 위해 분투하고, 「탈출기」에서는 피해자가 오히려 의심받고 고립되는 부조리한 현실이 펼쳐진다. 「피터와 모」 역시 가족이라는 가장 가까운 관계 속에 숨어 있는 상처와 외로움을 들여다본다.

설정만 보면 비현실적인 이야기처럼 보이지만, 등장인물들이 느끼는 두려움과 불안은 낯설지 않다. 누군가를 배척하는 시선, 자신을 끊임없이 증명해야 하는 압박, 상처를 안고도 살아가야 하는 현실은 우리 주변에서도 어렵지 않게 발견할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작가의 말이 묵직하게 다가왔다. 벼랑 끝까지 내몰려 자신을 증명하기 위해 분투하는 사람들, 생존자를 응원하고 가해자를 저주하는 마음, 그리고 스스로 만들어 낸 어둠의 공포에 대한 이야기는 작품 전체를 관통하는 주제처럼 느껴졌다. 덕분에 이 책은 단순히 무서운 이야기를 들려주는 데 그치지 않고, 현실의 공포가 어디에서 비롯되는지 되묻게 만든다.

책을 덮고 나서도 무서운 장면보다 등장인물들이 남겼던 감정이 더 오래 기억에 남았다. 두려움과 외로움, 억울함과 생존에 대한 의지까지. 그래서 《태양 공포》는 읽는 동안보다 읽고 난 뒤 더 많은 생각을 하게 만드는 호러 소설이었다.

*위 도서는 스프링으로부터 제공받아 독서 후 작성한 서평입니다.

#태양공포 #앤솔러지 #이종산 #정보라 #허진희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l 공유하기 l 북마크하기찜하기 lthankstoThanksTo
 
 
 
듣기의 기술
에리히 프롬 지음, 라이너 풍크 엮음, 신소희 옮김 / 마주 / 2026년 6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듣기의 기술》 | 에리히 프롬 지음

나는 심리학 책을 읽을 때마다 비슷한 경험을 한다. 분명 인간의 마음을 다루는 이야기인데도 정작 읽는 일은 쉽지 않다. 《듣기의 기술》 역시 그랬다. 특히 1부는 프로이트 이론에 대한 비판과 정신분석의 원리를 설명하는 내용이 중심이라 여러 번 읽으며 따라가야 했다. 솔직히 말하면 책장이 빠르게 넘어가지는 않았다.

그런데 2부에 들어서자 분위기가 달라졌다. 실제 상담 사례들이 등장하면서 앞서 설명된 이론들이 구체적인 모습으로 다가오기 시작했다. 내담자의 말과 행동, 꿈에 담긴 의미를 따라가다 보니 어느새 한 사람의 삶을 함께 들여다보고 있는 기분이 들었다. 덕분에 어렵게 느껴졌던 내용들도 조금씩 자리를 잡았다.

무엇보다 흥미로웠던 것은 책에 소개된 상담이 오래전에 이루어졌음에도 전혀 낡게 느껴지지 않았다는 점이다. 사람들은 여전히 불안해하고, 관계 속에서 상처받으며, 자신이 누구인지 알고 싶어 한다. 시대는 변했지만 인간의 고민은 생각보다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는 사실을 새삼 깨달았다.

에리히 프롬의 책을 제대로 읽은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프롬은 정신분석을 단순히 병을 진단하고 치료하는 기술로 바라보지 않는다. 오히려 한 사람이 자신의 내면을 이해하고 더 건강한 방향으로 성장하도록 돕는 과정에 가깝게 설명한다. 책을 읽으며 나는 누군가의 이야기를 듣는다는 것의 의미를 다시 생각하게 되었다. 어쩌면 우리는 답을 주기 위해 듣는 것이 아니라, 상대와 자기 자신을 이해하기 위해 들어야 하는지도 모른다. 어렵게 시작했지만 마지막에는 오래 곱씹게 되는 책이었다.

*위 도서는 마주로부터 제공받아 독서 후 작성한 서평입니다.

#마주 #에리히프롬 #듣기의기술 #정신분석학 #심리학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l 공유하기 l 북마크하기찜하기 l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