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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산당에 오신 걸 환영합니다
최현유 지음 / 나무옆의자 / 2026년 6월
평점 :
《공산당에 오신 걸 환영합니다》 | 최현유
처음 몇 장을 읽으며 가장 현실적이라고 느낀 장면은 주인공 나눔이 선물 투자 실패로 모든 것을 잃는 순간이었다. 나는 투자와는 거리가 먼 사람인데도 이상하게 낯설지 않았다. 뉴스를 켜면 하루에도 몇 번씩 주식과 코인 이야기가 나오고, 누군가는 몇 배의 수익을 자랑한다. 그러다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언제부터 성실하게 노동으로 돈을 버는 일이 당연한 삶이 아니라 뒤처지는 선택처럼 여겨지는 시대가 된 걸까.’ 땀 흘려 번 돈보다 돈이 돈을 버는 속도가 더 중요해진 세상. 돈 없는 노동자이자 평범한 사람으로 살아가는 입장에서 그 현실이 무척 씁쓸하게 다가왔다.
제목만 보면 공산주의를 다룬 소설처럼 보이지만, 이 작품이 끝내 이야기하는 것은 이념이 아니라 사람이다. 빚 때문에 삶의 끝에 몰린 나눔이 '공산당'이라는 이름의 셰어하우스에 들어가 사람들을 의심하고, 경계하고, 함께 살아가며 조금씩 변해가는 과정은 유쾌하면서도 따뜻하다. 간첩을 잡아 포상금을 받겠다는 절박한 목표와 치킨 하나를 만들기 위해 모두가 진심인 장면이 한 작품 안에 공존하는데, 그 간극이 웃음을 만들어내면서도 공동체가 무엇인지 자연스럽게 생각하게 한다.
특히 공산당 식구들이 이곳에 모이게 된 이유는 저마다 다르지만 결국 하나로 이어진다. 돈 앞에서 무너진 꿈, 아무리 노력해도 넘기 어려운 계급의 벽, 성실함만으로는 보상받기 어려운 현실. 용미가 "시궁창에서 태어난 용에게는 바다를 맡기지 않는다"고 말하는 장면이나, 나눔이 돈 많은 사람들은 애초에 게임의 규칙 자체가 다르다는 사실을 깨닫는 장면은 씁쓸할 정도로 현실적이었다. 그래서 이 소설은 자본주의를 향한 단순한 비판이 아니라, 그 안에서 상처 입은 사람들의 생존기를 보여주는 이야기처럼 읽혔다.
암울한 현실을 담았지만 소설이 우울하게만 남지 않는 이유도 사람 때문이다. 함께 밥을 만들고, 농사를 짓고, 누군가의 상처를 조용히 기다려주는 일들. 돈으로는 계산할 수 없는 시간들이 쌓이면서 나눔은 자신이 잃어버렸던 삶을 되찾아간다. 많은 사람들이 '나만 잘사는 것'을 생각하다 놓치고 있던 '함께 살아가는 일'의 가치를 나눔을 통해 돌아보게 되었다.
우리는 흔히 세상을 돈의 논리로만 설명하려 한다. 하지만 이 소설은 그 논리 바깥에도 분명 삶은 존재한다고 말한다. 경쟁에서 밀려난 사람들, 성실하게 살아왔지만 번번이 좌절한 사람들, 돈 때문에 스스로를 실패자라 여겨본 적 있는 사람들에게 이 이야기는 뜻밖의 위로가 된다. 제목은 가장 도발적이지만, 읽고 나면 가장 오래 남는 것은 '공산당'이라는 단어가 아니라 그 안에서 서로를 식구라 부르며 살아가는 사람들의 온기다.
돈이 삶을 지배하는 시대일수록, 우리는 무엇으로 살아가는 사람인지 다시 묻게 된다. 《공산당에 오신 걸 환영합니다》는 그 질문을 무겁지 않게, 때로는 웃기게, 그러나 끝내 진심으로 건네는 소설이다. 지금처럼 성실한 노동보다 빠른 수익이 더 큰 가치를 인정받는 시대일수록, 이런 이야기는 더욱 많은 사람에게 닿아야 한다고 생각한다.
*위 도서는 나무옆의자를 통해 제공받았으며 독서 후 작성한 서평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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