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제법 버스기사 같나요? - 사회적 기업가에서 버스기사로 다시 삶을 운전하기까지
강희정 지음 / 브로북스 / 2026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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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제법 버스기사 같나요?》 | 강희정 지음

나는 매일 버스를 타고 출퇴근한다. 같은 시간에 버스를 타다 보니 어느 순간부터 자주 마주치는 버스기사님의 얼굴이 눈에 익는다. 나는 초등학교 1학년 때부터 쭉 버스를 타와서 그런지 버스라는 수단이 친숙하다. 버스기사가 쓴 에세이라는 소개에 자연스럽게 관심이 갔다.

책의 초반은 저자가 버스기사로 일하며 만났던 승객들과 그날그날의 사건들에 대한 이야기로 시작한다. 버스 안에서 벌어지는 크고 작은 일들이 낯설지 않아서인지 쉽게 책에 빠져들었다. 매일 버스를 타면서도 내가 미처 보지 못했던 운전석 너머의 풍경을 들여다보는 기분이었다.

2부에서 저자의 이전 삶을 알게 된다. 사회적기업을 운영하며 사람과 세상을 향해 무언가를 해보려 했지만 사업은 실패했고, 그 과정에서 사람에게 상처받으며 사랑이라는 것에도 회의감을 느끼게 된다. 결국 스스로 마음의 문을 닫았던 사람이 여러 직장들을 거쳐 버스기사라는 직업을 만나는 과정도 드라마 같고 재미있었다.

버스기사라는 직업은 매일 수많은 사람들 마주해야하는 일이다. 다시 사람을 만나게 된 저자는 매일 반복되는 일상 속에서 조금씩 달라진다. 사람에게 상처받아 사람을 멀리했지만 결국 다시 힘을 얻은 곳도 사람이었다.

한때는 세상을 바꾸고 싶었던 사람이 이제는 자신이 만나는 사람들의 안녕을 생각한다. 승객에게 건네는 “안녕하세요”라는 짧은 인사를 떠올리며 버스탈 때 더 열심히 인사해야지 다짐해본다.

이 책은 자신의 이야기를 과장하지 않고 또 어떠한 자기연민 없이 담담하게 말하는 점이 좋았다. 책을 덮으면서도 이야기가 완전히 끝난 느낌보다는, 다음에 강희정 작가가 들려줄 이야기는 어떤 것일지 조금 기대하게 된다.

*위 도서는 브로북스로부터 제공받아 독서 후 작성한 서평입니다.

#브로북스 #안녕하세요제법버스기사같나요 #강희정 #에세이 #서평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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멀 혹은 멀의 세계 - 인간이 몹시 궁금한 '자아 장착' AI의 생존 분투기
에드워드 애슈턴 지음, 공보경 옮김 / 문학수첩 / 2026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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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멀 혹은 멀의 세계》 | 에드워드 애슈턴 지음, 공보경 옮김

에드워드 애슈턴의 《미키7》을 인상 깊게 읽었던 터라 신작 《멀 혹은 멀의 세계》도 반가운 마음으로 펼쳤다. 《미키7》이 복제인간을 통해 ‘나는 누구인가’를 묻는 이야기였다면, 이번에는 자아를 가진 AI를 통해 인간과 비인간의 경계를 들여다본다.

배경은 2065년. 주인공 멀(Mal)은 인간이 아니라 고정된 몸이 없는 AI다. 드론이나 보안 카메라 같은 하드웨어를 옮겨 다니며 인간들이 벌이는 전쟁을 구경하던 멀은 어느 날 죽어가는 사이보그의 몸에 들어갔다가 인포스페이스와 연결이 끊기고, 전쟁터 한복판에 갇힌다. 살아남기 위해 움직이는 과정에서 케일리를 비롯한 여러 인물들과 만나고, 철저히 자기중심적이었던 멀에게도 조금씩 변화가 생긴다.

흥미로운 건 그 변화의 방향이다. 인간의 본질을 지켜야 한다고 주장하는 휴머니스트들이 오히려 잔혹한 행동을 서슴지 않는 반면, 인간이 아닌 멀은 누군가를 걱정하고 약속을 지키며 자신에게 불리한 선택까지 하게 된다. 인간에 대한 수많은 정보를 가지고 있었지만 실제 경험은 없었던 멀이 관계 속에서 무언가를 배워가는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결국 인간답다는 것은 인간의 몸을 가지고 태어났다는 사실만으로 결정되는 걸까.

무엇보다 이 책을 읽으며 2065년이라는 시간이 생각보다 멀게 느껴지지 않았다. 《스페이스 오디세이 2001》가 상상했던 2001년은 이미 지나갔고, 영화 《Her》가 그렸던 2025년도 현실이 되었다. AI가 사람의 일상에 들어와 있는 지금을 살고 있어서인지, 소설 속 기술과 사회의 모습이 마냥 허무맹랑한 미래 이야기처럼 느껴지지 않았다. 39년 뒤 내가 이 책을 다시 읽는다면 그때는 어떤 부분을 보고 “이것도 결국 현실이 됐네”라고 생각하게 될까 궁금해졌다.

나는 에드워드 애슈턴의 위트를 좋아한다. 이번 소설에도 멀의 엉뚱하고 뻔뻔한 태도, 인물들 사이의 거친 대화, 곳곳에 등장하는 블랙유머 덕분에 전쟁과 AI라는 무거운 소재도 꽤 유쾌하게 읽힌다. 웃으면서 책장을 넘기다가도 어느 순간 ‘인간다움’에 대해 생각하게 만드는 것이 이 작가의 매력인 것 같다.

미래를 상상하며 읽었지만 결국 내가 생각하게 된 것은 지금의 인간이었다. 기술이 발전할수록 인간과 AI의 경계가 흐려진다면, 그때 우리를 인간답게 만드는 것은 무엇일까. 《멀 혹은 멀의 세계》는 그 질문에 쉽게 답하지 않으면서도, 꽤 재미있는 방식으로 오래 생각하게 만드는 SF 소설이었다.

*위 도서는 문학수첩으로부터 제공받아 독서 후 작성한 서평입니다.

#멀혹은멀의세계 #에드워드애슈턴 #문학수첩 #SF소설 #소설추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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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랙 푸들 ㅣ 래빗홀 YA
우신영 지음 / 래빗홀 / 2026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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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랙 푸들》 | 우신영 지음

이전에 독서모임에서 어떤 분이 “자기 분야에서 최고가 될 수 있다면 악마와 계약할 수 있는가?”라는 질문을 던진 적이 있다. 《블랙 푸들》을 읽으며 그 질문이 다시 떠올랐다. 그런데 이 책에서 우수가 악마와 계약하는 이유를 따라가다 보니, 단순히 ‘최고가 되고 싶어서’라는 말로는 부족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우수가 정말 원했던 것은 수현을 이기는 것이 아니라 엄마에게 인정받고 사랑받는 일이었으니까.

열일곱 살 우수에게는 공부도, 피아노도, 외모도 자신보다 뛰어난 친구 수현이 있다. 엄마의 관심마저 수현에게 향하는 상황에서 수현은 친구이면서 동시에 자신을 끊임없이 비교하게 만드는 존재다. 청소년기에는 친구가 전부처럼 느껴질 때가 있는 만큼, 친구를 좋아하는 마음과 질투하고 시기하는 마음이 함께 존재한다는 것도 자연스럽게 다가왔다. 친한 친구일수록 비교하게 되고, 비교하다 보면 때로는 그 사람이 미워지기도 한다. 그래서 우수의 감정이 낯설지 않았다.

그런 우수 앞에 나타난 악마 메피스토가 무시무시한 모습이 아니라 검은 푸들이라는 설정도 재미있었다. 《파우스트》의 일부를 가져오면서도 이야기는 지금의 청소년들이 겪는 경쟁과 인정 욕구로 옮겨온다. 메피스토가 건네는 초록색 알약은 ‘남보다 잘하면 사랑받을 수 있다’는 우수의 믿음을 눈앞의 선택으로 만들어 놓은 것처럼 느껴졌다.

캐릭터마다 성격이 뚜렷해서 인물을 보는 재미도 있었다. 특히 래현처럼 자신의 생각을 솔직하게 말하고 주변의 기준에 쉽게 휩쓸리지 않는 인물이 등장하면서 이야기가 다른 방향으로 흘러가는 점이 좋았다. 아이들이 서로 부딪히고 질투하면서도 결국 상대의 마음을 들여다보게 되는 과정도 인상적이었다.

읽고 나니 나 역시 다른 사람을 바라보며 ‘저 사람처럼 될 수 있다면 좋겠다’고 생각했던 순간들이 떠올랐다. 그런데 내가 부러워했던 것이 정말 그 사람의 재능이나 외모였을까 생각해 보면, 어쩌면 그 사람이 받는 사랑과 인정이었을지도 모른다.

그래서 《블랙 푸들》은 결국 ‘최고가 되는 법’이 아니라 남을 따라가느라 나를 잃지 않는 법에 관한 이야기처럼 느껴졌다. 때로는 길을 잃어도 괜찮고, 잠시 멈춰도 괜찮다는 말을 많이 해줄 수 있는 어른들이 많아지길 바라며 🙏🏻

*위 도서는 래빗홀로부터 제공받아 독서 후 작성한 서평입니다.

#래빗홀 #블랙푸들 #우신영 #소설 #서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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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젓한 사람들 - 다정함을 넘어 책임지는 존재로
김지수 지음 / 양양하다 / 2025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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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집의 매력은 뭘까? 질문을 던지는 사람과 답을 전하는 사람. 사람의 생애는 단 한 번이기에, 내가 살아내지 못한 삶을 생생하게 전달받는 느낌 때문일까? 또는 ‘이런 삶도 있구나.’ 내가 직접 찾아볼 생각은 못 했던 사람의 이야기를 만나면 그것 역시 흥미롭게 읽게 되기 때문일까?

《의젓한 사람들》은 국내외를 가리지 않고 여러 분야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들을 수 있어서 좋았다. 목사님부터 예술가, 배우, 정치인, 경제학자, 의사까지 정말 다양한 사람들이 등장한다.

책의 시작을 여는 김기석 목사님의 인터뷰부터 인상적이었다. 집안이 기독교이고 나도 성경 공부를 좋아해서 성경 이야기가 낯설지는 않은데, 이상하게 욥기는 읽을 때마다 잘 이해되지 않는 부분이 있었다. 그런데 김기석 목사님이 이야기하는 욥을 따라가다 보니 조금 다르게 보였다. 모든 것을 잃고도 계속 나아가는 욥의 모습과 하나님에 대한 이야기를 읽으면서, 단순히 성경 속 인물에 대한 이야기가 아니라 사람이 고난을 어떻게 받아들이고 살아갈 것인가에 대한 이야기처럼 느껴졌다.

목사님은 행복에 대한 제레미 리프킨의 수식을 말한다. ‘행복=자본/욕망’이라는 표현이 나왔는데, 나 역시 행복은 자본에서 온다고 믿는 편이라 과연 내 욕망을 줄일 수 있을까? 꽤 재미있는 질문이었다.

마크 맨슨의 이야기도 기억에 남는다. 그의 한국에 대한 영상은 이전에 본 적이 있다. 그래서 다른 외국인 인터뷰이에 비해 한국에 대한 그의 시선이 꽤 날카롭고 부정적으로 느껴지기도 했는데, 어쩌면 한국의 내면을 가장 정확하게 들여다본 사람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끝없는 경쟁과 비교, 실패에 대한 두려움, 유교적 수치심과 자본주의적 물질주의가 한국인의 삶을 얼마나 압박하고 있는지를 이야기한다. 불편한 부분도 있었지만 완전히 틀렸다고 할 수는 없어서 오래 생각하게 했다.

양희은, 박정민, 나태주 시인처럼 평소에도 알고 있던 사람들의 이야기를 읽는 재미도 있었다. 그중 박정민 배우의 인터뷰는 특히 소탈해서 좋았다. 오랫동안 늘 주연으로만 주목받았던 배우는 아니지만, 주인공 옆에서 자기 역할을 톡톡히 해내면서 임팩트 있는 장면을 만들어온 배우라고 생각했는데, 인터뷰를 읽고 나니 어떤 역할이든 주어진 일을 열심히 해왔다는 게 오히려 더 인상적으로 느껴졌다. 꼭 큰 역할을 맡아야만 빛나는 것은 아니구나 싶었다. 양희은 선생님의 이야기에서는 오랫동안 자신의 자리를 지켜온 사람의 단단함이, 나태주 시인님의 이야기에서는 특유의 따뜻함이 느껴졌다.

《의젓한 사람들》을 읽으면서 ‘의젓하다’는 말도 조금 다르게 생각하게 됐다. 처음에는 그냥 점잖고 어른스러운 사람을 떠올렸는데, 자신의 선택에 책임을 지고 힘든 순간에도 자기 삶을 계속 살아가는 것. 어쩌면 그런 태도를 가진 사람이 의젓한 사람이라고 불릴 수 있는 게 아닐까?

*위 도서는 양양하다로부터 제공받아 독서모임 후 작성된 주관적인 도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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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것 참 괘씸하네 ㅣ 곰곰그림책
박보라 지음 / 곰곰 / 2026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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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것 참 괘씸하네》 | 박보라 지음

친구한테 하지 못한 말이 자꾸 떠올라서 혼자 끙끙 앓았던 경험이 있는 사람?! 🙋🏻‍♀️ “저요!” 이 그림책은 누구나 거쳤을 그 감정에 대한 기록이다.
친구에게 머리띠를 빌려준 주인공은 머리띠를 다시 돌려주지 않는 친구를 보고 “갖고 싶은 건가?”, “달라고 말할 걸 왜 못했지?”라며 생각에 생각이 끝없이 꼬리를 문다. 아이는 하루종일 머리띠를 하고 간 친구를 떠올리며 분노의 양치질과 함께 외친다. “고것 참 괘씸하네!”

어린 시절부터 어른이 된 지금까지, 어쩌면 우리는 평생을 참아내며 사는 존재일지도 모른다. 앞에서는 아무 말도 못 하고 괜찮은 척 웃어넘긴 뒤, 집에 와서 이불을 차며 속을 끓이고, 너무 사소해서 억울함을 꾹꾹 참아야 했던 순간들을 아이의 눈높이로 보여준다.

나는 이 책이 “그럴 땐 말해도 돼!”라고 다독여주는 길잡이 같아서 좋았다. 하루 내내 씩씩거리다가 다음 날 깜빡해서 미안하다며 사탕과 함께 머리띠를 건네는 친구의 모습을 보며 뾰족했던 마음이 스르륵 풀린다. 친구에게 솔직하게 말을 했어도 아무 일 아니었을 거라고 다정하게 알려준다.

어제까지만 해도 미웠던 친구가 오늘은 또 내가 가진 것들을 나누고 싶은 존재가 되는 아이들의 세계. 그 투명하고 말랑말랑한 마음을 너무나 재미있게 담아내서, 읽는 내내 뾰루퉁한 볼을 한 어린 아이의 모습이 저절로 상상되었다.

*위 도서는 곰곰으로부터 제공받아 독서 후 작성한 서평입니다.

#곰곰 #고것참괘씸하네 #박보라 #그림책 #어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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